MG와 후차감은 불공정한 노예계약인가?
웹툰 계약 정산 방식의 오해와 불신 그리고 해결 방안
• 웹툰협회 사무국장 권창호
• 북큐브 웹툰사업부 부장 김태원
• 만화평론가 박세현
•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서범강
박세현 만화평론가(이하 박세현): 먼저 바쁘신 와중에 《지금, 만화》 17호의 대담에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대담은 웹툰의 MG(Minimum Guarantee, 최소수익배분:매출과 무관한 최소한의 수익 배분 보장) 제도와 원고료 차감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근에 웹툰 상생 협의체에서나 작가들 사이에서 MG와 원고료 지급방식에 대한 이해도, 특히 RS(Revenue Share, 수익배분:매출액을 기준으로 비율에 따라 나누기로 약정하는 금액) 문제와 선차감 혹은 후차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업체, 웹툰 플랫폼, 작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북큐브의 김태원 부서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웹툰 산업에서 원고료 대신 자리 잡은 MG의 정의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태원 북큐브 웹툰사업부 부서장(이하 김태원): 예전에는 작가가 원고를 주면 그에 대한 사용료로 원고료를 지급했고 종이책으로 페이지 당 얼마라는 명확한 원고료 지급 기준 또한 있었습니다. 그런데 웹툰에서는 연재당 한 회차가 기준이기 때문에 그 회차가 한 컷당 한 회차가 될 수 있고 1백 컷이 한 회차가 될 수 있고, 50 컷이 한 회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웹툰이 세로 스크롤 연출이어서 중간에 흰색으로 잘라서 10컷으로도 만들 수 있거든요. 이런 점이 종이 원고와는 달라서 컷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MG를 하자고 했던 배경에는 작가분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 2014년과 2015년의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지급하자고 해서 MG가 생겼고 그걸 콘텐츠를 이용해서 더 많은 돈을 벌면 수익도 나눠야하니까 수익배분인 RS가 나오게 됐습니다. 플랫폼들 입장에서는 돈을 먼저 줬으니 우리가 나중에 수익이 더 많이 나오면 많이 가져가겠다는 것이 일종의 선차감이냐 후차감이냐 이런 구조들을 가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배경이 아닐까 합니다.
박세현: 그럼 선투자 개념에서 출발한 MG라는 원고료 지급이 나중에 후차감을 해야 된다는 논리로 자리 잡았다는 건데요. 작가들 입장에서는 정당한 원고를 만들었으니 그에 대한 고료를 차감하지 않고 노동의 대가로 받아들여야 된다고 하는데 지금 작가 입장에서 원고료와 MG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권창호 웹툰협회 사무국장(이하 권창호): 이 현상을 이야기하려면 저는 만화잡지 때부터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 된다고 봅니다. 만화잡지 때는 페이지 당 원고료를 지급했지만 지금은 그 원고 대신 MG라고 바뀌었잖아요.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를 생각을 해봐야 되거든요. 2000년대 초반에 만화잡지가 폐간되고 만화가들의 밥그릇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화가들은 굶어 죽게 생긴 거지요. 그런데 포털사이트가 등장하면서 광고로 연결되는 인터넷 트래픽의 미끼 상품으로서 만화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만화 자체로는 아직 수익이 생기지 않는 구조였지요. 그래서 만화 하나로 매출이 얼마인지 추산할 수 없었고요. 그런 애매한 위치와 환경 때문에 만화가들이 스스로 백기를 든 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료보기에 동의를 하거나 지금과는 형편없는 원고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세현: 그 당시에 보통 고료가 어느 정도 됐었나요?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이하 서범강): 처음에는 한 40만 원 정도였습니다.
권창호: 네, 하지만 그걸 작가들이 감내했어요. 왜냐면 활동할 운동장 자체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백기를 든 거고, 또 어떻게 보면 절박한 심정에서 불리한 입장임을 인식하고도 동의한 거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유료 웹툰이 성공하면서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다양한 결제방식으로 유료화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웹툰으로 수익이 창출되면서 과거의 원고료 지급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여전히 형편없는 원고료와 RS라는 수익배분 형태로 절충만 반복할 뿐 노동의 대가로 정당한 원고료를 지급해야한다는 기본적인 노동권으로의 인식은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웹툰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당연히 차감없는 원고료 지급 방식의 개념으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고 봅니다.
박세현: 그 문제는 나중에 조금 이야기를 한번 해보죠. 그리고 이제 사실 MG 제도가 시작된 게 레진코믹스가 시작한 게 맞습니까?
서범강: 일단 레진코믹스에서 좋은 취지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MG가 그때보다 많이 변질됐을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MG의 긍정적인 취지로 원고 작업과 그 준비하는 기간 동안 작가분들에게 원고료의 일부를 지급해서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MG 자체가 처음부터 악의적으로 출발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웹툰상생협의체에서 들었던 경우 중에서 이전 작품에서 회수되지 못한 비용을 다음 작품에 MG로 적용해서 합산·차감한다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사례는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박세현: 제가 이해하는 웹툰 원고료는 차감 개념 없는 순수한 원고작업의 대 가이지만 MG는 일종의 선 차입금 형식으로 받기 때문에 수익배분 차원에서 차감해야 한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요?
권창호: 네. 그런데 저도 착각했었던 적이 있어요. 서 회장님 말씀처럼 레진코믹스에서 미니멈 개런티로서 주간 연재로 치면 회당 50만 원이라고 할 때 이게 최저임금처럼 최소 생계비를 보장한다는 개념이었고 이외에도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복리 후생을 하겠다고 언론으로 발표했고요. 그래서 레진코믹스가 유료화 사업으로 성공하니까 작가들에게 재투자를 한다고 긍정적으로 믿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최저생계비 보장으로 긍휼히 여겨줄 필요 없이 그냥 예전처럼 차감 없는 원고료를 부활시키는 게 맞지 않았나 합니다.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닌 기본적인 노동의 대가로 인식하는 것처럼요.
서범강: 사실은 MG와 RS에 관련해서 웹툰 작가분들이나 웹툰 기업에 종사 하시는 분들도 각자 이해하고 해석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우선 저는 MG나 RS가 기존의 원고료를 대체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기본적으로는 원고료도 존재하고, MG를 적용하는 존재하고, RS 방식도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저희 아이나무툰에서는 원고료를 기본으로 지급하고 MG는 없지만 RS는 경우에 따라서 계약을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이것 아니면 저것, 이것이 아니면 나머지를 버리는 방식으로 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그림> 김태원 부장, 서범강 회장, 권창호 국장, 박세현 평론가 (좌로부터)
권창호: 서 회장님 말씀처럼 원고료, MG, RS의 형태가 공존하지만 현재 웹 툰 제작방식이 스튜디오 제작 형태가 대세가 되어서 지금의 MG가 굳어진 거지요.
서범강: 제가 이해하기로는 처음 RS 지급방식이 도입된 이유는 웹툰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중소업체들이 많이 들어섰거든요. 그러면서 중소기업들 중 에는 원하는 만큼 제작하려고 하는 작품 수를 다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력이 없었기 때문에 합당한 원고료를 다 주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러다 보니 선택적으로 작가분들과의 협의와 동의하에 원고료를 조금 줄이는 대신 우리가 이것으로 수익이 나면 계속 RS를 지급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일반적 개념의 원고료가 있고, RS의 경우에는 그 일반적인 고료에 대한 부분들을 적절하게 맞춰주지 못할 경우 대신 수익 배분 형태로 이익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라는 것이었고요. MG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업 과정에서의 꼭 필요한 생계 비용을 위해서 조금 먼저 지급하는 대신에 나중에 지급해야 될 비용에서 그 부분은 제외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수익이 생기는 부분에서 업체가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김태원: 서 회장님 말씀처럼 다양한 케이스의 지급방식이 존재합니다. 그런 데 여기서 접근을 좀 달리해보자면 저희가 매해 회계 감사를 받을 때 회계로 처리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님 혼자 작업하신 원고를 가져오시면 작가님의 의향에 따라서 수익 배분률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MG는 선입금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매달 나가는 원고료로 회계 처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 난 8년 동안 서비스하지 못한 작품들의 누적된 MG를 회계 처리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또한 이 부분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에 난처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경영상 원고료와 MG의 본질은 회계상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박세현: 현재 RS 비율이 8 대 2, 아니면 7 대 3으로 자리잡기까지의 기준과 근거는 무엇이고 작가들은 MG의 차감과 RS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권창호: 김 부장님께서 말씀하신 회계처리 차원에서의 MG를 전 약간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요. 현재 웹툰 창작 시스템은 과거 만화잡지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뛰어놀 운동장이 무한대로 확장됨과 동시에 작업할 컷 수도 상당히 늘어났고 경쟁도 치열해졌으며 댓글이나 인기순위가 공개되는 시스템 안에서 매출도 노출됩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 창작보다는 스태프를 꾸려 팀으로 작업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원하는 퀄리티를 구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렸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RS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세현: RS를 통해서 2차 저작권의 수익이나 제대로 받지 못한 원고료를 상쇄해주기 때문인가요?
권창호: 네. 스튜디오 방식의 팀 창작으로 이뤄진 웹툰을 작가 개인의 온전한 소유물이나 저작권자로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제 웹툰 창작에서 스튜디오와 업체까지 참여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아서 그에 따른 RS 비율도 달라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작가들에게는 불가항력일 수도 있거든요. 예전에 모 작가는 웹툰 플랫폼과 8 대 2로 배분했는데 이제는 웹툰 플랫폼이 8이고, 작가가 2다라며 분개한 적이 있었어요.
김태원: 그런 플랫폼이 있어요?(일동 웃음)
권창호: 예를 들자면요.(웃음) 그런데 벌어들이는 돈이라든지, 독점 공개할 때 진행하는 프로모션, 그리고 작업팀에 대한 투자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해요. 극단적으로 2 대 8은 아니어도 웹툰 플랫폼과 업체의 수입 배분 비율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도 창작 환경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이지 않나 합니다.
박세현: 어쨌든 변화된 환경에 따라서 RS 비율과 MG은 이제 어느 정도 일반적으로 고착화가 된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차감 방식인데 저조차도 헷갈릴 때 가 있거든요. 내가 선차감 혹은 후차감으로 계약했는지 잘 모를 때가 많고 업체들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습니다. 이 선차감, 후차감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태원: 웹툰을 서비스해서 얻은 총 매출액에서 MG를 빼고 나머지 금액을 정산 비율에 맞춰서 할 것이냐 아니면 먼저 총 매출액을 정산 비율로 나눈 다음에 거기에 MG를 뺄 것이냐 이렇게 차이가 하는 거죠.
권창호: 즉 RS를 적용하기 전에 MG를 빼는 게 선차감하는 것이고 RS를 적용 한 후에 MG를 빼는 것이 후차감입니다.
김태원: 네. 참고로 북큐브에서는 원고료를 차감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기준이라면 원고료를 더 주되 더 많이 팔리면 팔리는 대로 1%면 1%, 2%면 2%, 이렇게 권 사무국장님께서 말씀하신 인세 개념처럼 원고료를 차감하지 않습니다. 또 선차감이나 후차감할 때에도 최소 50% 이상 퍼센트 단위로 지급합니다. 하지만 예전에 한 업체에서는 1코인당 유료결제할 때 작가에게 50원씩 지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난이 생기자 70원으로 변경했습니다. 그 당시 1코인 가격이 140원이었는데 퍼센트로 따지면 처음에는 35%로 주다가 50%로 올린 것이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저희도 작가님들이 본인 비용을 들여서 작품을 갖고 오시면 80% 정도 정산해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세현: 작가들 입장에서는 선차감, 후차감 문제가 왜 논쟁이 되는 건가요?
권창호: 그건 신뢰 문제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작가와 업체가 수익 배분 계약을 5 대 5로 하고 MG로 5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합시다. 그리고 매출이 1,000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선차감은 RS 적용 전에 빼는 것이니까 500만 원을 선차감해서 남은 500만원에서 5 대 5인 250만원을 나누면 작가는 총 750만원을 받은 셈입니다. 그런데 후차감이라면 1,000만원 매출에서 수익 배분을 먼저 하면 500만원이고 이미 500만원을 MG로 가져갔으니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다는 겁니다. 아주 천재같은 말장난인 거죠.
보통 작가들은 숫자에 약합니다. 그래서 이런 수익 배분과 선차감, 후차감을 시스템의 일종으로 보지 않고 악덕업체의 불공정 거래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양심적인 제작사가 멀쩡한 계약서를 가지고 와도 차감이란 말만 들으면 변호사에게 달려가는 거죠. 이렇게 축적된 오해와 분노가 너무 커서 악순환이 생기게 된 겁니다.
박세현: 그렇다면 업체 입장에서 선차감과 후차감 중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십니까?
서범강: 솔직히 말해서 선차감이나 후차감 중 어느 하나가 더 나쁘다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RS의 비율도 업체와 작가 중 누가 더 많이 가져가야 하느냐고 해도 무조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이 많아지고 서로가 동의한 상태에서 조건을 맞춰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MG로만 계약을 하는데 선차감, 후차감에 대해 서로가 인식하지 못한 채 충분한 세부 설명이나 동의 없이 후차감을 한다면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김태원: 여기서 큰 오해가 있는 것이, 선차감을 원하는 작가와 후차감을 원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박세현: 후차감을 원하는 작가도 있나요?
김태원: 북큐브의 경우, RS의 비율이 다른데 선차감을 하는 작가분들의 RS 비율이 굉장히 적어요. 저희도 회사를 운영하는 만큼 손해를 볼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후차감은 잘 나가는 히트 작가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어차피 수익이 잘 나는 작품이라면 MG보다도 RS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소위 매출이 잘 나오지 않거나 웹툰 시장의 트렌드가 반영되거나 독자들이 원하는 작품이 아닌 작품의 작가분들을 위해서 선차감, 후차감이 생겼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선차감이냐 후차감이냐 보다 더 중요한 건 RS 비율이라고 봅니다.
서범강: 전 웹툰 작품의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동시에 산업이 확장되고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지급 방식에 대한 조건도 다양해져야지 협소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일부 대형 업체 2, 3곳이 업계를 이끌어서는 나올 수 없어요. 새로운 중소기업들을 통해서 다양한 선수들이 활동할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면 그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초반에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세현: 하지만 실제 어떤 작가들은 MG를 투자의 개념으로 차감을 하는 건 부당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권창호: 아까 선차감, 후차감이 신뢰의 문제라고 했는데 김 부장님의 RS의 비율이나 서 회장님의 웹툰의 다양성과 산업의 확장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 차감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후차감도 방식이 다를 뿐 무조건 사기치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작가들이 이런 수익계산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일부 제작사가 악용한 사례에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거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 작가들에게는 웹툰 서비스로 생기는 수익을 위해서 업체는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왜 서비스하는 웹툰을 만드는 창작자들도 투자자로 만드느냐, 투자의 리스크를 왜 창작자가 떠안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원고료가 부활해야 하는 거지요.
박세현: 출판으로 계약하면 인세의 개념으로 수익을 나누고 판매가 잘 안되더라도 인세율을 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MG로 선차감 혹은 후차감을 하고 RS로 상쇄한다는 개념은 작가들에게 억지로 투자의 리스크를 떠안겨서 수익을 받지 못하게 하는 불리한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며 불신이 쌓인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이 문제를 투자적 관점에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서범강: 기본적으로 작가분들에게 원고료의 차감을 투자에 대한 리스크로 떠넘기거나 강제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기업의 투자는 당연한 것이고 손실을 보는 것도 당연히 기업의 몫이다라며 일방적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과감한 투자나 지원같은 것들이 당연한 게 되어 버리면 아무 가치없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이런 역할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주는 게 맞고, 그에 대한 부분의 보상도 기업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창호: 이 문제를 투자라는 표현 때문에, 사업에 들이는 비용이라고 여기고 접근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익을 내야 하니까 RS로 비율을 조정해서 배분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게, 기업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세금과 초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웹툰의 원고료 차감이나 RS의 비합리적인 비율로 가져가려 한다면 만화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김태원: 전 권 사무국장님 말씀도, 서 회장님의 말씀도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원고료의 부활, 필요합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예전에 순수문학 저자들과 계약했을 때는 인세를 2~3%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중에 히트작이 나오면 일종의 러닝 개런티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웹툰 계약도 이런 식으로 작품의 매출이 일정 부분 이상 나오면 그때, 더 지급하는 형식으로 하는 게 맞지요.
권창호: 이런 계약과 원고료 지급방식은 이른바 대박을 치는 히트 작가들보다는 경력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작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그런 만큼 업체 측에서 작가와 작품의 특성상 수익이 크게 발생하면 더 많이 가져가고, 그렇지 않으면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계약을 하자고 설득한다면 반대할 작가들은 없을 겁니다.
서범강: 권 사무국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렇게 작가들과 소통해서 함께 상생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같은 연차의 작가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작품을 얼마나 흥행시켰냐에 따라서 대우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배경은 무시하고 무조건 좋은 조건만 요구한다면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요.
권창호: 최근에 만화 출판 업계에서 활동하셨던 작가분들이나 업계 종사자들 분들이 스튜디오를 창업하시면 작가 출신 사장님들이 더 힘들어하세요. 왜냐하면 요새 젊은 작가들을 대할 때, 자기 딴에는 업계 생리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대하면 젊은 작가들이 마치 사기꾼처럼 생각한다는 거예요.(웃음) 전후 사정은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나한테 사기치는 거 아닌가하고 의심부터 하니까 미치고 답답하다는 거지요.
김태원: 그런 경우가 많지요.(웃음)
서범강: 제가 볼 때, 이 문제에서 제일 시급한 건 작가분들이든 기업이든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가지고 접근을 해야하는데 무조건 내 기준에서만 바라보고 그와 다르면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 안 될 거 같아요. 결국 존중과 함께 상대방을 이해해야만 신뢰가 쌓인다고 봅니다.
권창호: 서 회장님 말씀처럼 작가와 업체가 역지사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웹툰 작가들에게 기초 회계, 엑셀 프로그램 활용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더 수월할 듯 합니다.
▲<그림> 박세현 평론가, 김태원 부장, 서범강 회장, 권창호 국장(좌로부터)
서범강: 저도 동의하고 한국웹툰산업협회의 주도로 작가분들이 원하시는 계약과 회계 관련 교육을 진행할 의향이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모든 기업체가 나쁘다거나, 모든 작가분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오해에서 비롯됐고 그 오해는 상대에 대한 정보 없이 단면만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김태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지요. MG는 무조건 나쁜 것이고, 선차감이 좋고 후차감은 다 나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쉬우니까요.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세현: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담으로 MG나 RS 문제를 좀 더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원론적인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권창호: 아무래도 일부 업체들이 계약서 작성과 수익 계산에 미숙한 작가들을 상대로 악용한 사례가 부각되니까 불신이 쌓여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김태원: 권 사무국장님 말씀처럼 일부 악덕업체로 인해서 많은 작가님들이 걱정하고 계신데 저희 기업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상생입니다. 작가님들이 없다면 저희도 먹고 살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주 소통하고 서로가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하면 이런 오해와 불신은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서범강: 소통이 잘 되면 오해가 이해가 되고 소통이 잘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오해가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내 웹툰 산업이 활성화가 되려고 하는 이 시기에 작가와 기업 모두 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막 걸음마를 떼려고 하는 지금 이 때에 성급한 젠가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직사각형으로 탄탄하게 쌓여야 할 웹툰의 산업 구조를 마련해야할 때에 서로 자기 것을 가져가겠다고 하나씩 빼가기 시작하면 균형이 흐트러져서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지금은 눈 앞의 이익을 먼저 빼가기보다는 조금 더 탄탄한 탑을 쌓아 올려서 안정적인 구조의 웹툰 산업을 먼저 마련해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세현: 올해도 국내 웹툰 산업이 여전히 힘들 것이라고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가와 기업은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