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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문유〉 vs 영화 〈4DX 문유〉: 선택과 집중에 따른 차이

<지금, 만화> 17호 '만화 vs 영화' 에 실린 글입니다. <문유>/글, 그림 조석

2023-07-27 최윤석

선택과 집중에 따른 차이

웹툰 〈문유〉 vs 영화 〈4DX 문유〉


오늘날처럼 수많은 콘텐츠가 등장하는 시기에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시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가 바로 그렇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65화 분량으로 연재된 이 작품은 특유의 개그감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큰 인기를 끈 웹툰 문유는 최근 4DX 영화로 재탄생하였다. 이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인데,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했듯 원작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웹툰 문유는 지구로 다가오던 운석 파이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달에 왔다가 임무를 마치고, 모두 돌아가는데 하필 주인공 문유는 우연히 낙오된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놓친 운석의 파편이 있었고, 그 파편의 추락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고야 만다. 결국 혼자 달에 남게 된 문유. 하지만, 사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생존자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문유의 존재를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혼자 생존했다고 믿는 문유가 달에서 적응하고, 좌절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

지구가 멸망했다. 그리고 나 혼자 달에 있다.”

이 한 줄로도 작품의 내용이 대부분 전달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인류 최후의 생존자이든 아니든 결국 문유라는 주인공이 달에서 살아남는 과정이 블랙코미디로 표현된다는 점이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니 말이다. 4DX로 재탄생했다는 말을 한 시점에서 웹툰 문유대해 길게 얘기한 것은 다름 아니라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내용으로는 크게 각색된 부분이 없기 때문인데,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이 거의 같다는 이야기이다. 각색보다는 결국 전략적인 이유로 삭제한 내용이 많다. 이러한 삭제는 원작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4DX인 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인데 이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명확해졌다. 하지만, 우선 장단점에 대해 논하기 전에 영화 4DX 문유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림1> 〈문유〉 Ⓒ 조석


웹툰의 영상화, 그 새로운 시도.

영화 4DX 문유에는 배우가 나와 실제로 연기를 하거나 등장하지 않는다. 조석 작가가 그린 웹툰 속 2D 캐릭터들이 간단한 모션과 효과를 통해 움직임을 보이고, 거기 위로 성우들이 상황에 맞게 웹툰 대사들을 연기한다. 여기에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거기에 OST까지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만 가지고 본다면 새로운 시도라고까지 하기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다. 이미 꽤 오랫동안 웹툰의 컷에 여러 효과를 줘서 영상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말풍선도 그냥 효과를 통해 전달하는 영상툰같은 콘텐츠들이 있었고, 여기서 조금 더 노력을 들인다면 성우가 더빙하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 정도 특징들로 새로운 시도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 새로운 시도라고 하는 건 4DX라는 점이다. 4DX는 간단하게 말하면 영화를 경험(Experience)’할 수 있는 체험형 시스템을 뜻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상황에 맞는 각종 효과를 실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영화 4DX 문유는 바로 영화관에서 이러한 효과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웹툰을 보는 거에서 넘어 체험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체험형을 중시해서일까. 그로 인한 단점이 확 느껴지기도 했다.


서사의 부족함과 이를 대체한 4DX?

원작 웹툰 문유의 매력은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에서 비롯된 서사에 있다. 세상에 홀로 남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심리를 위트있게 표현한 블랙코미디. 그러면서 한 번씩 고독함과 보편적인 생존 욕구를 표현해내는 감정선. 하지만 영화 <4DX 문유는 서사보다는 체험적인 효과를 매력으로 느끼길 바란 것 같다. 가령, 우주선이 이륙하는 장면이나 문유가 비상 탈출용 캡슐에 갇혀 달 기지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장면처럼 극장의 의자가 흔들리는 효과를 주기에 좋은 장면들이 강조되어 있다 보니 그 상황이 있기 전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감이 있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인물에게 몰입하기 위해서는 그 서사에 맞춰 따라가게 만드는 빌드업의 과정이 있는데, 그 빌드업 과정에 특별히 역동적인 장면이 없다면 그러한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대폭 축소시킨 것이다. 그 결과 관객은 현재 상황에서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인물에 대해서는 , 그렇구나정도의 심리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놀이기구 타는 기분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아쉬운 것은 네나드 박사와 캥콩 대한 부분이다. 문유는 이들에게 큰 유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유대감을 통해 후반부에서 오는 문유의 감정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대폭 축소되었기에 문유가 겪는 상실감과 같은 감 정선에 대한 몰입이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그림2〈4DX 문유〉 Ⓒ CJ 4DPLEX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서사 부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은 영화 4DX 문유의 장점이라 볼 수 있는데 애매한 것은 그게 4DX 그 자체의 장점이라 보기는 어렵다. 말하고자 하는 장점은 이렇다. 바로 성우의 연기. 앞에 서 말했던 인물에 대한 감정선 부분은 아쉽긴 했지만, 성우의 연기로 많은 부분이 보완되기도 하였다. 특히, 후반부에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방송을 통해 말하는 문유의 모습은 연기를 통해 보니 더 인상적이기까지 하였다. , 적절한 배경음악은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 몰입을 돕기도 했다.

대체로 코믹보다는 오히려 공포 상황에서 배경음악은 효과가 좋았는데 이 부분만큼은 4DX의 체험적인 부분과도 괜찮게 연계되어 차라리 공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4DX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

사실 65화 분량의 작품을 50여 분의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선 분명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기존에 그려진 웹툰의 컷을 이용한 작업이었기에 특별하게 각색을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렇기에 서사적인 아쉬움 이 남긴 하지만, 이를 마냥 잘못된 선택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 단순히 서사적인 걸 중시하려 했다면, 그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와 같은 방식을 선택했으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도는 4DX로 웹툰을 체험형으로 제작하고자 하는 게 목표였기에 지금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틀렸다고만 볼 수는 없다. 다만, 그럼에도 이 시도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서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는 결국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시도는 실패의 위험성을 동반하지만, 그러한 시도들이 밑거름되어 언젠가는 성공에 다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생각보다 4DX 자체의 완성도는 괜찮게 느껴졌다. 장면 전환의 속도가 살짝 빨랐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안정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좋은 속도로 보였고, 2D 캐릭터를 통해 전달되는 성우의 목소리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의 OST 달아, 나도는 꽤 인상이 깊어 나름의 여운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원작 웹툰 문유와 비교하자면 아쉬운 지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도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충분한 고민이 쌓이거나, 4DX의 특징을 살릴만한 작품을 선정하여 제작한다면 웹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앞으로도 기대해볼수 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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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