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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협 웹툰의 특징은 무엇일까? - 노블코믹스 제작 무협 웹툰을 중심으로

〈지금, 만화〉 제18호(2023. 7. 5. 발행) Critique 수록기사

2024-02-01 백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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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협 웹툰의 특징은 무엇일까?

- 노블코믹스 제작 무협 웹툰을 중심으로

1. 요즘 웬만한 장르는 회빙환으로 설명된다.

  ‘퓨전’, ‘회빙환’, ‘먼치킨’. 최근 주로 연재되는 웹소설 원작의 무협 장르 웹툰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앞의 3단어로 정리가 가능할 듯하다. 사실상 거의 모든 장르 에 붙일 수 있을 만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묵향에서부터 정립한 판타지 장르와의 퓨전, 최근 대다수의 장르에서 사용되는 회귀, 빙의, 환생 관련 소재, 주인공이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어 소위 사이다식 전개를 보여주는 원펀맨류 먼치킨을 말한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무협을 신무협, 기존의 정통 설정을 갖는 것을 구무협이라 칭하기도 한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신무협 장르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회빙환으로, 보통 회빙환과 먼치킨은 한 세트로 묶여있다. 과거 본인의 노력에도 결코 이룰 수 없었던 목적을 회귀, 빙의, 환생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거나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앞서나간 정보와 변화된 신체능력, 뛰어난 가문과 혈통 등을 이용해 이루는 식이다. 많은 매체에서 언급하듯 회빙환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으로 대표되는 현세대들이 사회 격차, 소득 격차, 사회적 책임과 억압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을 표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회빙환물에서 중요한 지점은 정보의 독점으로 인한 성장인데, 새로 태어난 주인공은 한번 살았던 삶으로 인해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것이 주요한 플롯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점은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학원물, 드라마 등 기타 장르에서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 공통된 방식이다. 그렇다면 회빙환을 통해 표출되는 방식은 장르를 떠나 모두 동일할까? 무협 장르가 비슷한 소재들을 다루는 기타 장르와 차별화된 지점은 어떤 부분이라 볼 수 있을까?

2.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협 웹툰의 특징

  무협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위 아재들의 전유물이라 부를 만큼 40~50 대 남성들이 많이 소비하는 장르였다. 작가들도 대부분 과거 출판 만화 시대의 작화 스타일을 고수하며 작업하는 베테랑들이 많았다. 과거에도 그랬을까? 상술했던 퓨전 판타지 무협의 시초격인 묵향을 소비하는 독자들은 PC통신을 접 하던 젊은 신세대였다. 과거 출판 만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열혈강호>, <용비불패> 등의 주요 소비자들도 10~20대 남성 독자들이었다. 몇 년 전까지 는 1990년대 후반의 10~20대 독자들이 성장하여 문피아, 무툰 등의 웹소설, 웹툰 플랫폼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그동안의 무협 장르는 젊은 독자들을 끌어올 만한 요소가 다소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웹소설 시장에서는 무협의 꾸준한 인기를 통해 다양한 하위 장르들이 양산되고 있었고, 웹툰 시장에 서는 류기운, 문정후 작가의 고수가 용비불패의 세계관을 이어가며 40~50대 팬들뿐만 아니라 젊은 독자들에게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또한 구매력 있는 성인으로 성장한 독자들의 높은 미리보기 결재율을 통해 무협 장르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블 코믹스의 성공으로 웹소설에서 유행하던 장르들이 본격적으로 웹툰에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여성향 작품은 로맨스 판타지가, 남성향 작품은 현대 판타지와 퓨전 무협이 주를 이루며 연재되고 있다. 화산귀환, 일타강사 백사부와 같은 작품들은 기존 남성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귀엽고 세련된 그림체를 선보이며 10~20대 독자층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 〈일타강사 백사부 〉 ⓒ 팀 더 지크, 오리보리, 간짜장

  동양식 판타지라고 불리기도 하는 무협은 마법과 내공이라는 초현실적인 능 력, 악마와 마교라는 절대 악의 존재, 다양한 전투와 모험 등 판타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종족의 구분을 통해 선과 악을 명확히 분리하는 판타지 장르에 비해 무협은 정파, 사파의 구분을 통한 집단 간의 유대를 강조하거나 문파와 무공의 계승 등 전통적인 세습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지점이 판타지와 차별되는 부분이자 무협 장르가 갖는 고유한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즉 무협은 ()’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무협은 협을 중심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를 통해 폭력적 카타르시스를 발현한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사이다 구조라는 것은 주인공이 높은 무공을 바탕으로 협을 어긴 이들을 응징하는 폭력적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학원물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임재원 작가의 과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나쁜 학생들이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여 주인공이 이들을 찾아가 복수하는 식의 플롯이다. 학교폭력을 가하거나 괴롭히는 일진들을 더 강한 학생, 혹은 성장한 주인공이 폭력적으로 응징하는 과정에서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광마회귀의 주인공은 내공이 없었던 자신의 과거로 회귀한 후 제일 먼저 자신을 괴롭혔던 무리들을 찾아가 제압한다. 화산귀환의 주 인공은 어린아이로 빙 의한 후 거지 소굴에 서 깨어나는데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어 린 자신보다 약간 더 큰 아이의 괴롭힘이었다. 이후 화산을 찾아가지만 그곳에서도 괴롭힘을 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괴롭힘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회귀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경험과 정보를 통해 발현되는 ()’의 운용이다. 무협 장르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소속된 문 파와 이를 전수하는 스승의 역할이 핵심인 데 전수받기 위해 인정받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지만 이를 전수받게 되면 막강한 힘을 얻게 된다. 무협 장르에서 회귀를 통한 정보 선점은 무공의 강함으로 연결되며 이를 통해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목적을 이루게 된다.

▲ 〈광마회귀〉 ⓒ JP, 이히, 유진성

  사실 무협이 학원물의 영향을 받았다 기보다는 학원물이 무협의 영향을 받았다 고 보는 게 맞다. 1990년대 후반에 나온 조운학 작가의 니나 잘해는 학원 액션 에 조직폭력, 무협의 문파 개념을 적용하여 독특한 관점으로 학원물을 만들었는데 학교 내 독점적 지위를 가진 일인자와 그를 보좌하는 쌍둥이, 일인자를 계승하고 자 하는 후계자들의 경쟁구도가 기묘하게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는 우리가 남이가식의 집단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무협 장르와 잘 맞고 공공연하게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원작의 무협 웹툰은 과거 집단 사회의 경쟁을 상징하는 학원물의 특징을 넘어 회빙환과 먼치킨을 통해 퓨전하면서 다양한 하위 장르를 결합시킨다. 일반적으로 작중 주인공은 괜찮은 능력과 경험을 갖고 있지만 신분상의 제약, 배신 등으로 원하는 목표를 얻지 못하고 회귀, 빙의, 환생하게 된다. 보통 현실의 자신보다 능력이 낮거나 어린 인물로 회귀한 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전 현실에서 얻지 못했던 신분, 혈통, 자질 등을 추후 획득하게 된다.

▲ 〈하북팽가 막내아들 〉 ⓒ 스튜디오M, 기원, 무향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귀, 빙의, 환생하게 되는 지점이다. 주인공이 신분상의 제약으로 이루지 못한 것이 있는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집단에 소속되어 벗어나지 못했는가? 무공 이외에 다른 재능을 펼치고 싶었는가? 등의 이유가 작품의 주요한 방향성이 된다.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적자로 태어나 신분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거나(하북팽가 막내아들), 적대자들에게 살해당하지만 신기를 통해 막강한 능력을 얻고 자신의 젊은 시절로 회귀하거나(광마회귀), 어린아이의 몸으로 환생하거나(화산귀환, 절대검감, 무공서고의 주인)상위 무공을 익히기엔 한계가 있었던 주인공의 신체적 제약을 미래의 나노기술, 신기를 활용하여 없애주거나 강화시키는(나노마신, 천하제일 대사형) 등 과거의 미련과 후회를 떨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외에도 자신과 적대시하는 진영에서 환생하여 마교의 무공을 익히거나(망나니 소교주로 환생했다), 회귀한 후 한적한 곳에서 후학을 양성하는(일타강사 백사부) 등의 변주가 있다. 또한 화타가 된 외과의사, 무림세가 전생랭커, 비뢰도등 이세계, 판타지 장르와의 퓨전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다. 회빙환을 통해 학원물, 아카데미물, 이세계물 등 다양한 하위 장르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정통 무협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절제하고 유행하는 장르를 받아들이되 무와 협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무협 장르에서 기대하는 폭력적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이 현재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협 웹툰의 특징이라 볼 수 있겠다.

3. 나가며

  물론 웹소설 원작의 무협이 회빙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씨세가 호위무사처럼 정통 무협의 틀을 가져오거나, 낙향문사전처럼 세계관을 변형시킨 정통 무협 장르로 재해석하거나, 학사검전처럼 정통 무협 안에서 학사가 무공을 익히는 방식의 새로운 클리셰를 만들어 낸 작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과거 영웅문, 의천도룡기류의 정통 무협 장르는 그 무거운 분위기와 구축하기 힘든 세계관 설정 등으로 인해 웹소설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외면받았고, 퓨전 하위 장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진이미지

백종성

현) 국립목포대학교 뉴아트영상애니메이션전공 교수
전)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교수
전) 호남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