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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올라가요 파스텔톤 디스토피아로 - 마이크 버첼 〈에브리띵 이즈 파인〉

<지금, 만화> 제18호(2023. 7. 5. 발행) 이럴 땐 이런 만화 수록기사

2024-02-05 한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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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만화 : 내가 드라마로 꼭 만들고 싶은 만화

같이 올라가요 파스텔톤 디스토피아로

- 마이크 버첼 〈에브리띵 이즈 파인〉

  한때 나에겐 밤샘 몰아보기는 기본, 노트를 펼쳐놓고 드라마 속 의문점과 단서들을 정리해 기록하게 만든 드라마가 있다. 소위 ‘떡밥 미스터리 드라마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로스트〉이다. 비행기 사고로 섬에 표류하게 된 사람들이 괴생물체의 등장에 인물들의 수상한 과거가 더해져 회를 거듭할수록 시 청자들에게 많은 의문점을 던져줬던 드라마이다. 그리고 매 시즌 마지막 회에선 충격과 공포의 떡밥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다음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기도 했다.

  요즘 〈로스트〉만큼이나 내게 도대체 이 떡밥들은 다 어떻게 회수하려고 하는 건가, 궁금증을 더하며 소품이나 배경까지 열심히 찾아보게 만드는 웹툰이 있다.

  2022년 미국 하비상 ‘올해의 디지털 도서’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으로 미국의 ‘WEBTOON’에서 2021년 4월 19일부터 최초로 매주 월요일에 연재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네이버웹툰에서 2022년 12월 27일부터 매주 수요 일에 연재 중인 영국 만화가 마이크 버첼의 〈에브리띵 이즈 파인〉이다.

▲ 〈에브리띵 이즈 파인〉 ⓒ 마이크 버첼

  파스텔톤의 깜찍한 작화와 1970년대 미국 정통 홈드라마 같은 동네 모습을 보고 샘과 매기라는 고 양이 부부를 중심으로 중산층 가정의 위선, 복잡한 인간관계, 어두운 욕망 등을 다룰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첫 장면에서부터 내 예상은 완전히 빗겨난다.

  탁상시계의 전자 숫자가 ‘2시 60분’을 가리키자 알람이 울린다. 주인공인 샘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어나 두 주먹을 꽉 쥐고 기다리고 있다. 알람이 울리자 ‘좋은 아침’이라며 기지개를 켠다. 베이컨을 태운 매기는 샘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시종일관 웃고 있는 표정은 기이하지만, 귀여운 동물로 의인화한 웹툰이지 않은가?

▲ 〈에브리띵 이즈 파인〉 ⓒ 마이크 버첼

  샘은 출근하고 매기는 반려견 ‘윈스턴’의 밥을 챙긴다. 하지만 윈스턴은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윈스턴이 왜 그렇게 매기의 부름에도 응답이 없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파리떼가 뒤덮고 있는 윈스턴, 분명히 죽은 지 꽤 지난 듯한 사체의 모습이다. 지독한 부패 냄새를 맡았을 텐데 왜 샘과 매기 부부는 윈스턴이 살아있는 척 연기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반려견 이름이 낯설지 않은 ‘윈스턴’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가상의 전체주의 독재국가 오세아니아 정부의 감시를 받는 주인공의 이름도 윈스턴이이기 때문이다. 혹시 전자시계의 알람도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라는 《1984》의 도입부 문장을 오마주한 것일까.

  친절한 이웃인 밥과 린다의 저녁 초대. 귀여운 고양이로 의인화한 작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음식을 먹는데 고양이 탈의 입 부분이 열리면서 그 안에 사람 입이 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양이 탈은 어떤 기계적 장치였던 거였다. 게다가 이 고양이 탈의 한쪽 눈에 빨간빛이 들어오면 탈을 쓰고 있는 사람은 어딘가에서 날아온 지령대로만 행동한다. 심지어 GPS 기능이 있어서 마을 주민들의 위치를 전송해 주고 있다. 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만 같았던 CCTV는 감시용이고 친절하기만 한 이웃들은 밀고자다. 〈에브리띵 이즈 파인〉 속 동화 같은 마을은 디스토피아 세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에브리띵 이즈 파인〉은 기존의 디스토피아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기존의 작품들은 하류 사회에 속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영웅적인 행보로 통제 시스템을 전복시키려고 시도 한다. 그런데 주인공인 샘과 매기는, 일거리가 제공되는 깨끗하고 쾌적한 동네에서 살고 있으며 체제에 순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특권 의식이나 이기심을 지닌 것도 아니다. 굶주린 이탈자를 모른척하지 않는,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다.

  비록 고양이 탈을 쓰고는 있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샘과 매기가 경찰관인 톰을 죽임으로써 이야기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 있는 국면으로 전환된다. 정체불명의 감시 체계와 이웃의 모략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이 선량한 부부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공감하며 지켜보게 된다.

  디스토피아라는 확실한 장르성과 계속 확장할 수 있는 세계관, 그리고 익명의 탈을 쓰고 있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들과 개성 있는 악인들로 가득한 〈에브리띵 이즈 파인〉은 재미있는 드라마 시리즈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파스텔톤 예쁜 영상 속에서 떡밥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고 매화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뒤를 예상할 수 없는 전개 또한 드라마화 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바로 인형 탈인데,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프론트맨이 가면을 벗었을 때의 충격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필진이미지

한새마

추리소설가
<계간 미스테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