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화(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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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만화 생성 어디까지 왔나

<지금, 만화> 제19호(2023. 9. 5. 발행) ‘Cover Story’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4-03-09 김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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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만화 생성 어디까지 왔나

  인공지능, 특히 이미지 생성 분야의 AI 기술의 진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것까지 한다고?”라는 경이로운 감탄을 내뱉으면서도 이내 한계점에 부딪히게 되면 그런데 이건 안 되네.”라며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조차도 아주 잠시. “아니 이게 언제부터 된 거지?”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이런 빠른 변화의 속도 때문에, 인공지능 관련 원고를 작성하는 데에도 많은 주저함이 따른다. 오늘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술이 내일은 현실이 될 것 같으니까. 아마, 이 원고가 넘어가서 인쇄가 되기 전에 또 다른 변혁이 일어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그만큼, AI 분야의 기술적 전진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항상, 새로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펜과 잉크로 만화를 배웠던 전통적인 창작 방식에 익숙했던 세대는, 디지털 편집 도구인 포토샵과 클립 스튜디오의 등장을 초기에는 반기지 않았다. 출판만 화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던 이들은 컴퓨터라는 혁신적인 도구의 등장이 만 화의 본질을 흐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쉽게 창작하고 인터넷에 연재되는 웹툰의 가치를 의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디지털 도구의 효율성과 다양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스케치업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아트 프로그램이 창작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AI도 곧 우리의 창작 활동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를 잡을 때가 머지않을 것이다.

  AI의 등장을 마법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를 비유하여, 한번 세상 밖으로 나온 그를 다시 램프 안으로 되돌릴 수 없다고도 한다. 이것은 우리가 AI의 등장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불가피한 현실을 상징한다. AI의 발전에 대한 걱정 중 하나는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일 것이다. 분명 AI 를 통해 간단히 구현될 수 있는 직군은 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다소 과장된 것일 수 있다. AI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의 일거리가 새로이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I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AI가 경쟁 상대가 아니라 기술을 빠르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효율적으로 먼저 활용할 수 있는 자가 우위를 선점할 것이다. 이렇게 AI의 등장과 발전은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 만화산업의 구조와 가치, 그리고 미래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할 때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네이버와 같은 대형 IT 기업들은 AI 기술을 다양한 서비스에 통합시키며 미래 도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채색을 간단하게 구현해 준 네이버의 컬러 채색 AI는 큰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또한 스마트폰에서 실행하는 얼굴변환 프로그램 앱 등은 실생활에서도 바로 유행을 탈 만큼 재미있고, 유용했다.

  이러한 초기 단계의 성과들은 창작자들에게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했고, 그들은 창작의 새로운 창작의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였다. 일부는 이 기술을 활용하여 그래픽 노블이나 만화의 제작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비주얼아트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활용해서 성공했다. 그리고 몇 개월에서 일 년 사이에, AI는 훨씬 더 복잡하고 진보된 형태로 발전하였다. GPT(ChatGPT),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같은 플랫폼들은 이 변화의 선두에 서 있으며, 창작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GPT는 스토리텔링과 대화형 콘텐츠 제작에 있어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고 작가들은 이를 활용해 독자와의 인터랙티브한 대화나 스토리 진행으로의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 미드저니는 디지털 아트와 3D 모델링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스테이블 디퓨젼은 고해상도의 이미지 생성과 비디오 처리 기술로 시각적 표현의 한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의 빠른 발전은 창작의 전통적인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으며, 미래의 창작 환경에서는 AI가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화 제작 분야의 활용 가능성은?

  만화와 같은 스토리 기반 콘텐츠에서는 연속성과 일관성이 핵심 요소다. 이를 연구하는 많은 작가들은 AI, 특히 미드저니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캐릭터의 다양한 표정과 연기를 추출하려고 노력한다. 일부 작가는 AI가 생성한 원본 이미지를 그대로 존중하면서 작품에 통합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포토샵이나 클립스튜디오 같은 도구로 세부적인 수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 있다. 아직까지 AI만의 순수한 자동생성 프로세싱만으로는 원하는 연출이 나오지 않는 탓이 클 것이다.

  AI를 통한 만화의 초기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큰 놀라움과 동시에 경계심을 안겼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첫인상이었을 뿐, 실제로 그 작품들을 깊게 분석해 보면, 캐릭터의 어색한 눈빛이나 연출의 미흡함이 스토리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초기 작품들은 AI의 창작 분야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였고, 그 가능성은 미래의 창작 환경에 끼칠 영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미드저니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면, 작가들은 초기 캐릭터와 배경 설정을 통해서 그 이후의 연출 및 변화를 자연스럽게 AI에게 맡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의 예측하지 못한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작은 새로운 연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AI는 완벽한 연출을 보장하지는 않아, 사후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한계점들도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AI로 만화를 창작하는 데 있어 많은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미감과 창작 능력을 정말로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현시점에서 AI에 의해 생성된 만화를 살펴보면, 인간의 깊은 감정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AI는 창작의 과정의 동반자로서 작가에게 빠르고 다양한 시각적 표현의 제안을 건네주며, 창작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AI를 활용할 경우 정말 많은 후보 컷을 생성할 수 있다. 잘 되든 마음에 들지 않든, 부담 없이 이미지를 요청할 수 있는 성실한 파트너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창작 비서를 고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결론적으로, AI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가치를 만화 분야에서 입증하고 있다. 작가와 AI의 상호 보완적인 협업은 창작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AI는 이제, 작가의 넓은 상상력을 도와주는 믿음직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창작의 핵심은 마법의 단어, 프롬프트

  누구나 AI를 처음 마주할 때 당황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AI는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기술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전등이나 텔레비전,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양한 길을 열어준다. 마치 처음 본 낯선 이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던 것처럼, 혹은 외국인과 대화할 때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던 것처럼 AI와의 만남이 그러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I를 처음 접할 때, 도리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AI에게 던진 서툰 명령어로 인해 엉뚱한 답변을 듣게 되는 경우도 종종 맞닥뜨리게 된다. 프롬프트(prompt)AI, 특히 자연어 처리 기반의 AI 모델에게 주어진 입력이다. 이 입력은 AI에게 어떤 작업을 수행할 것인지, 어떤 정보나 결과를 제공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지시어나 가이드 역할을 한다.

    1. GPT와 같은 언어 기반 AI의 프롬프트는

      - 명확한 작업 지시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프랑스 역사를 설명해 줘.”와 같은 프롬프트는 구체적인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도출할 수 있게 해 준다.

      - 어떤 방향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결과를 생성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원하는 결과나 답변을 더 정확하게 얻을 수 있다.

      - 동일한 AI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프롬프트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AI를 다양한 분야나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한다.

      - 사용자는 프롬프트를 통해 자신의 의도나 요구를 AI에게 전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AI와 적절한 응답을 도출하는 등의 인터랙션이 가능하다.

    2. AI 기반의 이미지 생성 도구나 그림 생성 모델을 사용할 때도 적절하고 필수적인 프롬프트는

      - “산 위에 있는 작은 나무집이라고 AI 이미지 생성 도구에 입력하면, AI는 해당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그에 맞는 시각적 표현을 생성한다. 이렇게 프롬프트는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나 아이디어를 시각적 형태로 변환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작가가 특정 주제나 컨셉에 대한 영감을 찾고 있을 때, 간단한 프롬프트를 통해 AI에게 기본적인 아이디어나 스케치를 생성하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컨셉아트를 바탕으로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다.

      - “비 오는 날의 고양이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는 다양한 시각적 해석을 통해 여러 가지 다른 스타일과 구성으로 해당 주제를 시각적으로 생성해 준다. 이 중에서 자신의 작품에 가장 적합한 표현을 선택하거나, 여러 결과물을 결합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 작가가 원하는 특정 스타일이나 기법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려울 때, AI를 활용하여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해당 스타일이나 기법에 가까운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

  결국,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도 프롬프트는 창작 과정에서 핵심적이며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나 이미지를 구 체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며, AI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창작물의 퀄리티를 향상하는데 기여한다. 적절한 프롬프트는 사용자로 하여금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롬프트 사용 예시 작품들

캐릭터 스타일

  〈베스티어리 연대기(The Bestiary Chronicles)의 작가 콜슨(Coulson)AI에게 수많은 이미지를 생성하게 하고 이미지를 검토한 후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을 채 택했다고 한다. 여주인공을 묘사하기 위해 히치콕 블론드(히치콕 블론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나타나는 특정한 여성 캐릭터 유형을 일컫는 말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여성 캐릭터를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로 배치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의 영화에서는 종종 냉정하고, 섹시하며, 복잡한 성격의 금발 여성 캐릭터가 주요 역할을 맡게 된다)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다음 그림 1, 2, 3을 비교해 보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서스피션 (Suspicion, 1941), 앨프레드 히치콕

Hitchcock_blonde 프롬프트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

Hitchcock_blonde 프롬프트를 사용한 작품, The Bestiary Chronicles

배경 설정

  캠프파이어(Camp-fire) 팀은 스타일 프롬프트로 “olive-green and sepia and teal-blue tritone print on watercolor pa-per,”를 사용하여 회화적이고 풍부한 색감을 구현해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거기에 제이씨 레이엔데커(JC Leyendecker) 스타일의 미래지향적인 지하 벙커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그 결과로 더 레슨(The Lesson)라는 만화에서 복고풍의 미래지향적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타일의 은신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만화 더 레슨(The Lesson)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작품 제작을 하려면

  이미지 생성형 AI는 입력된 프롬프트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제공하는데, 작가는 자신의 스타일과 주제에 맞는 프롬프트를 섬세하게 설정하면서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미드저니에서도 캐릭터의 기본 설정을 유지한 채로 (캐릭터 지정은 인물1:설정, 인물2:설정 식으로) 지정해 주면 어느 정도 일관성은 유지된 채로 컷들을 생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분량을 생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에 비해 스테이블 디퓨젼과 젠2(Gen2) 같은 AI 도구는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동작이나 오브젝트를 변형할 수 있어서 선호되고 있다. 참고로 그림처럼 미드저니로 작업한 AI 이미지의 사용 프롬프트다. manga cut, girl A:pretty office lady with bobbed black hair and yellow shirt and skirt, man A: suit, hansome man with black two block cut, white shirt, girl A and man A are talking in the office, chatting grave discussion. Pan down, niji 5 - (미드저니 by 어쩌다여교수)

앞으로의 전망은

공공재로의 등록 주의

  공공재로의 등록은 주의가 필요하다. 작가의 독창성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AI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화된 AI 구축

  지금까지의 기존 AI 모델들은 다양한 스타일을 학습하였다. 그러나 창작의 본질은 개성과 독창성에 있다.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AI에 학습시켜 개인화된 AI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작가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AI의 편리함과 다양성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스타일은 작가의 몫이어야 할 것이다. ‘데즈카 오사무 팀의 시도나 이현세 AI 프로젝트와 같이 지금까지 학습된 스타일 이외의 본인의 작화 스타일을 학습한 개인화된 AI 구축이 그다음 스텝이 아닌가 전망해 본다.

마치며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작의 새로운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AI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창작의 경험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내일로 가는 것이다.


필진이미지

김한재

강동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 조교수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연구 노리토이 대표 

* 저서
Chat GPT로 만화/웹툰 제작하기, 2023
작가들을 위한 캐릭터 타로카드,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