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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의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지금, 만화> 제19호(2023. 9. 5. 발행) ‘Issue’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4-03-23 강태진(코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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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의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1. 웹툰산업의 성장

  한국 웹툰산업은 매년 30%에서 5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며 K-콘텐츠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 웹툰산업의 규모는 15660억 원을 기록하였으며, 웹소설 시장까지 같이 포함하는 경우 2조 원 중반대를 기록하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한국 웹툰의 성장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2개 메이저 업체들이 이끌고 있으며, 레진코믹스, 봄툰, 투믹스, 태피툰과 같은 중견 업체들이 그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재팬이 플립툰(fliptoon)이라는 세로 스크롤형 서비스를 킨들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하였으며, 애플도 애플 북스(Apple Books)에 오리지널 웹툰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초대형 IT업체인 애플과 아마존이 웹툰산업에 참여한 것은 웹툰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이제 주류 대중문화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웹툰산업 규모 추정 (2016~2021, 출처 KOCCA)

2. 웹툰 기업들의 가치

  2019년 디즈니가 마블(Marvel)을 인수하였다. 다양한 슈퍼히어로 IP를 확보하고 있는 마블의 가치는 해 당 시점의 가치로 4.7조 원으로 역사상 가장 큰 만화업체 관련 M&A로 기록되었다. 그러면 한국 주요 웹툰 플랫폼들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한국의 웹툰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으며, 최근 네이버웹툰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웹툰 유한회사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모회사인 Webtoon Entertainment Company2016년 미국에 설립하며 산하에 한국의 네이버웹툰()과 일 본의 라인디지털프론티어(라인망가 운영 법인)를 두고 있다. 미국 나스닥(Nasdaq) 직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으며 현재 Webtoon Entertainment Company는 본사를 현재 뉴욕에 두고 있다. Webtoon Entertainment Company()네이버가 지분의 66.60%, 일본의 LINE Corporation33.40%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유상증가 내역을 기준으로 추산해도 기업 가치가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여러 언론 기사를 통해 언급되는 가치평가는 7조 원에서 10조 원대를 오가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던 스토리사업부문과 멜론, 카카오M을 합병한 초대형 엔터테인먼트사로 다시 태어났다. 이에 덧붙여 2023년에는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하여 콘텐츠 수직 계열화를 이룬 대형 콘텐츠 &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시장 개척자인 네이버웹툰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웹툰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카카오그룹 전반에 걸쳐 있는 기업문화인 M&A를 웹툰산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만화 산업 전반에 걸친 투자와 인수를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서울미디어코믹스, 대원CI, 학산문화사로 대변되는 출판 만화 3대 회사를 비롯해, KWBOOKS, 투유드림, 다온크리에이티브, 디앤씨미디어 등 말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주요 CP사들에 대한 지분투자를 통해 관계사 및 종속사를 늘려 가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이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확대했다.

  일본의 픽코마는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디지털코믹스 플랫폼이며, 카카오엔터가 지분의 18.2%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재팬의 경우 2021년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싱가폴 국부펀드로부터 6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해당 시점 기업가치는 8.8조 원으로 추산되었다. 이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사업부문은 현재 일본의 픽코마와의 합병을 검토한다는 언론보도가 20232월 나왔으나, 카카오엔터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는 공시를 진행하였다.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예상 기업가 치는 17조 원으로 언급되고 있다. 향후 만약 픽코마 운영사인 카카오재팬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흡수합병하는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20조 원 중반대를 상회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과연 이런 한국을 대표하는 웹툰 2대 기업의 기업가치는 적절한 것일까? 필자의 생각은 아직도 저평가되어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글로벌 영향력, 콘텐츠의 다양성, 스마트폰 중심의 소비성 3가지 관점에서 한국 웹툰은 아직도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첫째, 글로벌 영향력 관점에서 한국 웹툰은 눈부시다. 매주 올라오는 네이버웹툰의 작품들은 공식 팬 번역사이트(translate.webtoons.com)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유통되고 있다. 무료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런 무료 웹툰의 경우도 불법복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식 번역가와 번역팀들을 껴안은 네이버웹툰의 노력과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의 경우도 해외 플랫폼 진출을 통해 한국 웹툰을 번역하여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을 수입하여 일본에 제공하고 있는 픽코마의 경우 20164월 오픈한 이후부터 5년 동안 1,028작품을 런칭하였으며 2022년에는 1년 만에 일본어로 번역된 1,162편의 웹툰을 추가 적으로 런칭하였다. 픽코마는 이런 번역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보이스루라는 AI기반 번역 업체를 인수하기도 하였다.

 

네이버 글로벌 팬번역사이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한 AI번역회사 보이스루

  둘째, 글로벌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다. 압도적인 수치로 로맨스 작품에 대한 수요가 높으며 이는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슈퍼히어로물이 단 한 편도 성공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중심의 슈퍼히어로물은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영상 산업의 인기와 완성도로 인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직접적인 만화산업과는 거리가 있다.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웹툰의 스토리와 재미는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간 웹툰의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액션, 로맨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전 세계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일본 픽코마 한국 웹툰 수출 1위의 갓 오브 블랙필드

  셋째, 스마트폰 중심의 소비성 관점에서 웹툰은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진화는 현재 폴 더폰으로 대형화면을 제공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폴더폰 보다는 세로 스크롤에 유리한 바 형태의 스마트폰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스마트폰에서 소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만화 콘텐츠는 웹툰이다. 또한 웹툰은 컬러로 제작된다. 인류의 진화는 생존을 위해 색을 잘 구별하도록 뇌가 진화하였으며, 본능적으로 흑백보다는 컬러를 선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컬러TV가 나온 이후 흑백TV를 일부러 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전 세계 만화 시장은 흑백에서 컬러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만화 대국인 일본에서도 더 이상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거부하지 못하고 컬러 망가와 웹툰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한국 웹툰 플랫폼은 마블(MARVEL)이나 DC코믹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글로벌 영향력과 장르적 다양성, 매체적 특성과 강점을 보유하며 이미 글로벌화를 완성하는 단계까지 진행되었다. 태피툰, 투믹스와 같은 중소 플랫폼들도 구독형 과금모델과 선진국 대상의 인기작 투입을 통한 전략으로 유의미한 실적으로 내놓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이하 CP)들의 실적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최근 YLAB의 상장으로 CP사 중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상장사는 총 4개 사로 늘었다. 디앤씨미디어, 키다리스튜디오, 미스터블루, YLAB은 제작사 중 성공적인 상장을 이룬 기업들로 플랫폼사보다 먼저 상장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이 외에도 재담미디어, 엠스토리허브, 작가컴퍼니, 투유드림 등 상장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CP사들이 있다.

  작년 상반기까지 웹툰 기업들에 대한 VC투자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글로벌 금융 경색으로 인해 투자 열기가 급속히 식어들었다. 하지만 향후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서는 웹툰 기업은 매우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웹툰 기업과 엔터기업은 팬덤, 수익배분, 글로벌 진출의 3가지 측면에서 매우 유사성이 높으며, K-POP의 글로벌한 성장으로 인해 엔터기업들의 수익과 기업가치가 20배 이상 상승한 것처럼 웹툰 기업들도 매출과 가치가 10년 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 2007~2023년 매출 변화

4. 웹툰 작품의 가치

  최근 웹툰 시장의 큰 흐름과 이슈 중 하나는 국내 시장의 포화로 인한 플랫폼 수익성 정체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모두 국내 시장에서 각각 약 700, 800편대의 웹툰 연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잡지 1권당 평균 20편을 연재한다고 가정하면 75종의 만화 잡지가 매주 출시되는 정도의 규모이다. 이외 타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작품까지 포함한다면 이 규모는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규모는 인구 5174만 명인 한국 시장에서 소비하기에는 과도하게 많은 작품 수이다.

  왜 이렇게 한국 시장에서 소비하기 힘든 수준의 많은 작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런 과도한 작품 생산은 어떤 문제로 이어질까? 이는 크게 다양성의 공급과 매출 규모 확대와 유지를 위한 2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한국 웹툰 플랫폼들은 국내 시장의 한계로 인해 해외 시장 개척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시장은 한국 정서와 비슷한 국가도 있지만,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점이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반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에서는 특정 장르의 작품은 유통하기 힘들거나, 한국에서 인기가 있어도 중 하위권을 기록하는 작품들도 있으며, 한국에서는 50~70위권의 작품이 특정 국가에서는 부동의 1위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 플랫폼의 매출 규모 확대와 유지를 위한 목적이 크다. 국내 시장은 CP/작가와 플랫 폼사의 매출 비중이 60:40으로 상대적으로 CP사나 작가에게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번역과 마케팅 비용을 이유로 플랫폼이 70%이상의 RS를 가져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런 배분 비율로 인해 플랫폼들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해외 시 장에서의 매출 신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 포화로 인해 작품을 더 투입함으로써 전체 플랫폼 매출의 규모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타 업종인 출판의 경우 성장이 정체되고 난 이후에는 작품 수를 늘려 해당 서점 및 출판사의 매출을 유지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는 결국 작품당 매출을 떨어뜨리게 되었으며, 출판사는 더 많은 작품을 생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는 전략을 고수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최근 웹툰CP사들은 떨어지는 웹툰 작품의 가치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플랫폼에 좀 더 많은 작품을 공급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최근 6개월 간 통계를 지켜봤을 때 700작품을 넘지 않는 작품 수량 통제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연도별 연재 작품 수 현황 (2018~2023, 출처 코니스트 cocoda)

  필자는 웹툰 작품의 가치평가 연구에 대한 비공개 연구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수행한 적이 있다. KOCCA 콘텐츠금융센터에서 신보와 함께 보증서 발급을 위한 웹툰 작품의 가치평가를 등급평가와 경제성 평가로 나누어 진행하였으며 해당 연구에서는 1년간의 콘텐츠 가치가 아닌 고객 생애 LTV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관점에서 바라보는 매출을 추정하였다.

  현재와 미래의 웹툰의 LTV는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작품 조회수, 작가의 인기도, 플랫폼의 건전성, OSMU 활성화를 통한 매출처 다양화 등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며 이를 상관관 계 분석 혹은 누적된 데이터의 회귀분석을 통해 추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웹툰 업계도 음악산업의 뮤직카우(MUSIC COW)와 같은 저작권 투자 플랫폼에 대한 시도가 검토되고 있다.

  이런 저작권과 관련한 비즈니스 및 웹툰 시장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작품의 LTV 관점에서의 가치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네이버웹툰 최상위권인 10위 이내에 들어오는 작품들은 한 해 에 벌어들이는 총거래액이 100억 원을 넘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작품에 한정되는 것이며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극단적인 롱테일을 그리며 웹툰 작품들의 LTV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이는 웹툰 산업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영화 나 음악과 같은 다른 산업처럼 다양한 연구를 통해 가치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과 지표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현실은 녹록지만은 않다. 웹툰 업계를 멍들게 하는 고질적인 분쟁과 투자 분위기의 위축, 인건비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편당 제작비 상승 등 부정적인 요소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땐, 웹툰 산업과 웹툰 기업의 성장은 앞서 이야기한 엔터산업의 SM엔터테인먼트 사례와 같이 글로벌 진출과 수익원 다각화를 통해 큰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웹툰 산업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법제와 투자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웹툰 작품과 웹툰 기업들의 가치평가를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