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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명랑 개그 만화 캐릭터 BEST 10
‘명랑 만화’라는 용어는 한국 만화에서 매우 특징적인 갈래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 단어가 퇴색된 대신 그 자리에 ‘개그 만화’가 좀 더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어 보인다. 특히, 만화가 독자에게 선보여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 역할이 ‘웃음’에 있다고 본다면, 명랑과 개그를 한데 묶어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될 듯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글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명랑 개그 만화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꼽아보고자 한다.
(* 다만, 필자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된 리스트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아울러, 그러한 주관적 기준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의 역사적 의미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두루 고려하여 선정했다.)
1960, 70년대
1 땡이
1960년대 임창이 발표한 일군의 시리즈에 등장한 캐릭터다. 당시 만화 전문 출판사 ‘제일문고’의 간판작가로 활동하던 임창은 땡이를 주인공으로 한 여러 명랑 만화를 선보였다. 가령, 〈땡이의 사냥기〉, 〈땡이와 영화감독〉 등과 같은 작품들은 만화방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로 말미암아 땡이 캐릭터 및 임창의 그림을 베낀 작품도 여럿 나왔다고 전해지는데, 그러한 사실이 이 캐릭터가 당시에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를 반증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땡이가 지닌 캐릭터로서의 특징에 대해 황민호는 “밝고 건강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명랑 만화의 모범소년”이라는 말로 설명한 바 있다. 특히, 반달모양의 모자와 동그란 눈 등으로 대표되는 외형적인 특징은 당차고 야무진 인물의 성격과 잘 어울렸고, 이를 통해 명랑 만화 초창기에 장르 형성을 견인했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땡이의 그와 같은 모습들은 당 대 주요 독자층인 어린이들에게는 일종의 규범이 되었을 법하다.
▲ 〈땡이와 영화감독〉 Ⓒ 임창
2 꺼벙이
1970년대 명랑 만화 시대를 이끌었던 길창덕의 대표 캐릭터다. 1969년 《만화왕국》을 통해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1970년대를 거치면서 《소년중앙》, 《소년조선일보》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꾸준히 발표되며 어린이 독자층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쌓아 올렸다. 특히, 이 캐릭터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행동을 통해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게 됨에도 불구하고 결코 밉지 않은 모습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1980년대 기린원, 1990년대 대교, 그리고 2000년대에는 바다출판사 등을 통해 꾸준하게 단행본이 발매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세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명랑 만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길창덕은 꺼벙이 이외에도 재동이, 만복이, 순악질 여사 등 다수의 명랑 만화 캐릭터를 만들어 낸 바 있다.
▲ 〈꺼벙이와 꺼실이〉 Ⓒ 길창덕
3 고인돌
박수동의 고인돌은 1972년에 주간지 《선데이서울》를 통해 등장했다. 성인만화가 흔히 ‘외설’로 치부되던 시대적 환경 속에서도 만화가 지닌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빌려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만화를 통해 성(性)에 대한 담론을 확장시킨 독보적인 작품으로 거론된다. “그의 에로틱한 만화는 성교육에 필요한 건전한 만화일지도 모른다.”는 문학평론가 김현의 평가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작가가 펜이 아닌 성냥개비를 활용함으로써 독특한 화풍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특징은 고인돌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독창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즉, 날렵한 펜선이 아닌 성냥개비로 표현된 굴곡은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희극적 캐릭터 형성에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 덕분인지 이 작품은 1978년에-당대 많은 만화들이 대본소를 통해 유통된 것과는 달리–최초로 서점 판매용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또한, 아이스크림 광고를 통해 수십 년간 TV에도 등장하며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캐릭터가 됐다.
▲ 〈또 고인돌〉 Ⓒ 박수동
4 독고탁
독고탁은 1971년 〈주근깨〉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이후 ‘한국인’ 시리즈(1974년), 〈우정의 마운드〉(1976년), 〈비둘기 합창〉, 〈울지 않는 소년〉(이상 1978년) 등을 통해 1970년대는 물론 〈아홉 개의 빨간 모자〉(1981년), 〈달려라 꼴찌〉(1983년) 등을 통해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등장한 독고탁은 웃음과 더불어 슬픔이나 애환 등 이른바 ‘한국적 정서’를 잘 담아낸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또한, 독고탁은 구영탄, 오혜성 등과 더불어 1980년대 이른바 ‘스타시스템’을 구축한 대표적인 캐릭터로 거론된다. 마치 유명배우가 여러 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처럼, 독고탁은 다양한 작품에 등장해 인기를 모으면서 만화를 뛰어넘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1980, 90년대
5 로봇찌빠
길창덕과 함께 1970, 80년대 명랑 만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만화가로 윤승운과 신문수를 꼽을 수 있다. 그중 신문수는 〈도깨비 감투〉, 〈원시소년 똘비〉, 〈로봇찌빠〉 등을 통해 명랑 만화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러한 작품 들은 어린이 교양잡지인 《어깨동무》, 《소년중앙》 등에 연재되면서 잡지만화의 황금기도 견인했다 할 수 있다. 이 중 특히 <로봇찌빠>는 1970년대 후반에 등 장해 1980년대 초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졌으나 한국으로 건너온 로봇이 자신을 구한 소년과 함께 지내는 가운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일상 이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웃음과 함께 우정과 모험이라는 키워드를 채워나갔다. 한편, 이 작품은 2009년에 〈로봇빠찌〉라는 제목의 웹툰으로 리메이크되어 연재되기도 했으며, 그와 비슷한 시기에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져 TV 로 방영됐다.
6 둘리
1983년 월간 만화 잡지 《보물섬》을 통해 등장했고,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다. 연재 당시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연재가 끝난 이후에도 TV애니메이션(1987), 극장판 애니메이션(1996), 뮤지컬(2001), 4D 입체 애니메이션(2004) 등 다양한 장르로 옮겨지면서 가장 활발히 미디어믹스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덕분에 명랑 만화뿐만 아니라 한국 만화 전체를 대표하는 캐릭터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상업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유엔아동기금 카드 후견인 캐릭터(1997), 부천시 둘리거리 조성(2001) 등 공익적인 분야에서도 등장함으로써 만화 캐릭터의 사회적 역할과 순기능을 증명하고 있다. 더불어, 같은 작품에 등장했던 희동이(서울대학병원 소아암병동의 이미지 캐릭터), 마이콜(혼혈아들을 위한 펄벅재단의 이미지 캐 터) 역시 공익사업에 활용된 바 있다. 대부분의 만화캐릭터가 인간을 형상화한 것에 반해, 둘리는 공룡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하겠다.
▲ 〈아기공룡 둘리〉 Ⓒ 김수정
7. 키드갱
사실 〈키드갱〉에서는 어느 인물을 내세워 명랑 개그 만화의 대표캐릭터로 부르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특정 캐릭터 하나가 큰 파급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드갱〉을 발표한 신영우 작가가 보여주는 일련의 개그적 연출들은 그의 작품들만 따로 모아 ‘신영우 장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특한 감성을 선보여 왔다. 그래서, 다른 인기작들보다 파급력 혹은 확장성은 약하다 할지라도 그의 작품에 매료된 강력한 마니아층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키드갱〉이라는 작품 자체를 거론하게 된다. 무엇보다 〈키드갱〉이 담보하는 웃음의 최대 강점은 그것이 독자로 하여금 결코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게 한다는 점에 있다. 요컨대, 특정 사안이나 인물을 희화화시켜 웃음을 유발시키거나 혹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는 것이 아닌 작품 내 연출의 힘으로만 독자를 웃게 만들며, 그러한 측면에서 명랑 개그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겠다. 한편, 〈키드갱〉은 이른바 출판 만화의 위기라고 하던 1990년대 후반 첫 모습을 드러낸, 오 프라인 매체가 폐간되는 위기를 거쳐 온라인을 통해 완결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2000년 이후
8 교강용
교강용은 2000년대 초반, 김성모가 스포츠 일간지에 연재했던 〈대털〉의 주인공이다. 대도들의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발표 당시 실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이목을 끌었다. 때문에 해당 작품의 성격이나 작품 속 인물의 특징만으로는 명랑 만화 혹은 개그 만화 캐릭터 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주목 한다면, 개그 캐릭터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게 된다. 즉,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와는 극중 대사에서 비롯된 무수한 ‘밈’은 만화독자 뿐만 아니 라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로 하여금 웹서핑 중 곳곳에서 이 작품과 조우할 수 있게 만든다. 덕분에 〈대털〉이라는 작품명, 혹은 교강용이라는 인물명은 모를지라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이라면 이 대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가공할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상업적으로 주로 활용되는 여타의 캐릭터와는 달리, 유저(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과정속에서 사람들에게 잴 수 없는 유희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때는 대략 정신이 멍 해진다”, “서전트 점프가 1미터이다” 등과 같은 〈대털〉의 또 다른 대사들도 여러 패러디를 양산했다.
9 낢
2000년대 초반,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발표된 후, 2007년에 네이버 웹툰으로 자리를 옮겨 2015년까지 장기 연재가 이뤄진 〈낢이 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0년 가까이 연재되면서 가히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체와 더불어 웃음의 원천이 일상의 에피소드에 있다는 점에서 명랑 만화의 계보를 이은 작품이라 하겠다. 한편으로 그런 특징으로 인해 온라인 만화 초기에 등장했던 이른바 ‘일상툰’의 일종으로 얘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낢에게 와요〉, 〈낢 따라 해와요〉,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기〉, 〈낢다른 광화문광장 이야기〉 등등 캐릭터 중심의 다양한 파생작품을 선보여 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 곳곳에서 소소한 웃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명랑 웹툰 캐릭터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10 조석
온라인 만화에서 개그 웹툰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마음의 소리〉의 주 인공이다. 〈마음의 소리〉는 2006년 9월부터 연재가 시작되어 2022년 6월에 연재를 마무리되면서 누적횟수 1229화(후기 제외)를 기록했다. 작품의 주요 테마가 작가 자신의 가족과 일상을 다루는 것이었고, 덕분에 주인공 ‘조석’은 작가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로 거론된다. 특히, 작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도 그러한 경험에 대한 특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웃음을 극대화시켰다. 한 편, 연재 당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단어 나 용어가 포털 검색에서 실시간 1위를 차지할 만큼 미디어 측면에서도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었으며, 덕분에 조석뿐 만 아니라 함께 등장하는 최애봉, 조준 등도 지지층도 두텁다. 한편, 드라마로 옮겨져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캐릭터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 〈마음의 소리〉 Ⓒ 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