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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중심 웹툰 생태계의 선순환 사례 - 부산 경남 지역 중심으로

<지금, 만화> 제20호(2023. 11. 15. 발행) ‘Essay’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4-06-08 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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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중심 웹툰 생태계의 선순환 사례

- 부산 경남 지역 중심으로

부산 웹툰계의 구심점,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부산 웹툰계는 참 묘하다. 제주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가장 멀지만, 수도권 중심 생태계에 종속되지도 소외감을 느끼지도 않는 패기가 있다. 이는 작가 중심의 끈끈한 결속력, 그로 인한 창작자 친화적인 정책, 풍부한 교육 인프라와 인적교류, 지자체의 간섭 없는 지원의 지덕이 크다. 웹툰 산업이 부흥하던 초기, 부산 특유의 화끈한 추진력이 남긴 성과와 한계도 물론 있었지만, 그만큼 자연스럽게 상호 협력과 견제 장치도 갖추게 된 순기능도 있었다. 절묘한 긴장과 균형을 지키며 차근차근 부산만의 자생력과 내공을 키워온 느낌이다.

 

부산만화가연대 (사진출처- 최인수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대표 블로그)

  올해는 부산경남만화가연대10주년이다. 2012, 간헐적인 교류를 해오던 3개의 만화협단체인 한국 만 화가협회 부산지부’, ‘부산웹툰작가모임’, ‘부산시사만화협회가 연합해 발족했다. 전신인 부산만화연대 1대 공동대표(김태헌, 남정훈, 최승춘)체제에 이어 회칙을 제정한 이후 이름을 개명해 배민기, 오영석, 최인수 대표 체제 등 4대에 걸쳐 활동 중이다. 물론 이제 하나의 조직으로서의 일사불란함이나 단일 대오를 기대하긴 어렵다. 전업과 겸업, 본업과 부업, 1인 창작과 공동제작, 예비 작가부터 중견작가까지.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업계 종사자들의 활동 범위, 이해관계, 목적과 기대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의 청년 지망생 교육, 기성작가 그룹, 관공서, 기업을 잇는 광범위한 웹툰 클러스터 조성이나 상호 융합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부산은 이미 산--학 연계의 씨앗과 토대를 비교적 잘 갖춘 편이다.

교육기관, 작가, 기업 간의 유기적 연결로 웹툰 산업의 활성화 모색

  우선 전통적으로 인력양성을 맡아온 대학들은 본연의 역할인 학문연구와 교육봉사의 인프라로 학령기 청년을 양성한다. 다만, 실무현장과 무관한 석박사 학위 기득권 타파, 논문연구 중심에서 실무연구 중심 교강사 채용과 평가기준 마련, 교육 본질과 무관한 행정 잡무 혁신은 오랜 숙제다. 꾸준히 모색 중인 대학 교육의 성과와 한계, 대안에 대해서는 차차 소개할 예정이지만 다행히 산학 연계 사업이나 실무 프로젝트를 중요시하는 추세다.

  부산은 영산대 웹툰학과(2019)를 시작으로 동서대(웹툰, 2022), 동명대(웹툰· 애니메이션, 2023), 부산외대(글로벌웹툰콘텐츠, 2023), 신라대(웹툰, 2023) 등이 최근 잇따라 전공을 개설했다. 부산 최초로 부산예술대학이 운영하던 만화과가 폐과된 이후로 부산대(2003)가 뒤를 이어 기반을 다져온 덕이 크다. 최근에는 부산웹툰학과연합더 넓게는 부울경웹툰연합이라는 느슨한 모임으로 지역을 순회하며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연구와 교류를 하고 있다.

  최근 초중고는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웹툰 관련 교육이 다양해진 것도 고무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탈학교 청소년, 노인, 외국인, 장애인, 은퇴자, 사회 복귀 대상자들 대상의 프로그램도 확장되길 기대한다.

  어느 정도 기량이 무르익어 데뷔를 눈앞에 둔 지망생들은 지역 작가의 어시스턴트 활동을 하거나 웹툰 업체와 매칭이 된다. 또 웹툰캠퍼스의 멘토스쿨을 통해 그 결정적인 물꼬를 트게 된다. 현업 활동 중인 작가나, 유망한 신인을 스카웃하기 위한 지역 업체 실무자들이 웹툰캠퍼스의 실전 멘토링을 맡기 때문에 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는 부산 판타스틱만화공모전, 부산브랜드웹툰공모전 등을 통해 등단하거나 크고 작은 창작 지원사업 수행을 통해 실무 커리어를 쌓아가기도 한다.

 

부산창착콘텐츠연대 창립기념세미나

  요약하자면 교육-기관-작가-기업 매칭의 유기적 연동이다. 기초 교육부터 차근차근 역량을 기르며 축적된 경험이 데뷔와 산업계 진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후 자연스럽게 부산경남만화가연대에 가입해 선배와 후배로 만나 창작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7회째 열리고 있는 부산웹툰페스티벌은 작가, 기업, 청년들의 활동을 결산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웹툰 분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종사자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이를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나누는 축제의 장으로서의 공적인 역할 또한 수행한다.

 

부산웹툰페스피벌 전시회 웹툰! 예술을 훔치다

  이와 같이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성과들은 다시 시와 진흥원 등 지자체의 의지와 지역주민들의 인식을 고무시키는 큰 동력이 된다. 웹툰산업에 대한 호의는, 관련 업계 종사자는 물론 지망생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문화가 아닌 부산 지역만의 개성으로, 지역 웹툰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선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타지역에 비해 비교적 작가 중심으로 꾸려온 부산의 사례를,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발족 10주년을 맞아 짧고 거칠게 소개해 보았다. 나아가 지역 민···학 협력 모델의 꾸준한 개발과 교류, 상호존중과 공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상기하며, 웹툰계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의 건투를 빈다.

필진이미지

최인수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대표, 영산대학교 웹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