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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조화 - 세윤 〈순정빌런〉

<지금, 만화> 제20호(2023. 11. 15. 발행) ‘이럴 땐 이런 만화’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4-06-15 최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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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만화 : 코스프레하기 좋은 우리 만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조화

- 세윤 순정빌런

  오늘날, 경기 국제 코스프레 페스티벌이 열릴 정도로 만화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코스프레. 코스프레란, 유명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분장하고 행동을 모방하는 퍼포먼스이다. 일본식 용어이기 때문일까, 주로 일본 만화의 캐릭터를 따라 한 코스프레가 많이 보이곤 하는데, 이번에는 코스프레 하기 좋은 우리나라 웹툰, 순정빌런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순정빌런〉 Ⓒ 세윤

  세윤 작가의 순정빌런은 매주 목요일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작품으로, 순간이동, 괴력 등의 특수 능력을 가진 범죄자들과 그들을 저지하는 특수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현대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로사는 어느 날, 출중한 실력과 외모는 물론, 바른 인성까지 겸비 한 특수경찰 한도령에게 구해지게 되고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한도령에게 닿고 싶었던 로사는 부끄러움에 방독면을 쓰고 그에게 다가가지만, 갑자기 발현된 특수능력을 조절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고를 치게 되는데. 설상가상 모든 상황이 오해를 낳고, 한도령을 능가하는 특수능력을 가진 로사는 의도치 않게 최강의 빌런이 되어버리고 만다. 만물이 방해하는 둘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개성 있는 외관과 성격

  ‘코스프레 하기 좋은 캐릭터라고 한다면, 주로 외관적 특징과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뽑기 마련이다. 순정빌런속의 등장인물들은 검은 옷에 방독면을 쓴 블랙독은 물론이며 주변 인물 또한 각각 모방하기 좋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는 특수 경찰 세이는 코스프레에 적합한 캐릭터이다. 독특한 머리 스타일과 여리여리한 예쁜 외모를 가진 세이는 자신의 유명세에 집착하며, 도촬을 하는 안티팬에게도 오히려 예쁘게 찍어달라고 요구하는 독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통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외모를 구별하기 위해 캐릭터 기존의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작중 세이는 수시로 머리 색상을 바꾸는 등 누구보다 많은 스타일 변화를 주고 있다. 이렇듯 캐릭터의 외관이 변해도 성격으로 인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은 순정빌런의 캐릭터들이 외형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얼마나 뚜렷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순정빌런〉 Ⓒ 세윤

  캐릭터의 성격 설정에 많은 공을 들인 점은 기준기라는 캐릭터를 보면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름부터 좌우대칭적인 이 캐릭터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제복 또한 다른 캐릭터들의 디자인과는 차별화된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의 제복은 대칭을 맞추기 위해 특수 경찰 마크부터 명찰, 넥타이핀, 심지어는 능력 제어 시계까지 모두 두 개씩 디자인되어 있다. 범죄 자를 잡기 위한 긴급한 회의 중에도 빔프로젝터의 평행을 맞추고, 위기 상황에서도 사람의 수가 짝 수가 아니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캐릭터의 설정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면은 짧게 나온 캐릭터까지도 독자들의 기억에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준다. 두 캐릭터뿐만 아니라 숏컷에 다 부진 체격을 가진 로사의 할머니와 씬스틸러 원상복과 김시녀 등 특색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주요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이다.

 

▲ 〈순정빌런〉 Ⓒ 세윤

균형 있는 전개 방식

  〈순정빌런은 개성 있는 성격의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나가는 개그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도 작은 목소리로 대화가 가능한 장면 등, 그동안 만화적 허용으로 눈감아주던 상황들을 재치있게 표현하기도 하고, 주변 인물이 여주인공을 꾸며주면 반드시 예뻐진다는 클리셰를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순정빌런은 고정관념과 통상적인 법칙을 무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상황으로 참신한 재미를 주는데, 그러면서도 개그에만 치중되어 있지 않고 특수능력으로 차별받는 세상은 정당한가?’라는 작품의 큰 주제 의식을 잃어버리지 않는 뛰어난 전개 능력을 보여준다.

  또, 전개 방식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로사가 빌런이라는 커다란 오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갈등 상황들은 비교적 빠르고 시원하게 해결된다는 점이다. 작중 등장인물들은 모두 솔직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숨기는 점이 없다. 이 점은 두 주인공 사이에 오해가 계속해서 쌓이는 상황임에도 작품을 읽는 데에 있어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끔 적절한 균형을 잡아준다. 귀여운 오해 들과 시원한 전개의 로맨스 코미디를 담고 있는 순정빌런. 가끔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작품의 유쾌함에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필진이미지

최정연

만화평론가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신인부문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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