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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산업계에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 급감하는 작품수익과 플랫폼의 편중화
1. 서론
1)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지난 2020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로 유례없는 혼돈 속에 휩싸였다. 방역 노력과 치료제 개발과 함께 모든 물류와 인적 이동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글로벌경제가 마비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으며, 우리 주변의 이웃들도 고통에 힘든 2년이 넘는 시기를 보냈다. 2022년에 접어들어서 치료제의 개발 및 경험적 인지를 통한 COVID-19의 극복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2022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엔데믹(end of the epidemic) 이 시작되었다.
웹툰 업계는 COVID-19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히려 야외 활동이 줄어들 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관계로 인해 반사 이익을 본 업종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성장하는 비율을 뛰어넘는 성장을 보여줬다라고 말할 수 있다.
▲ 웹툰산업 연도별 규모 추정, (출처: NEWSIS)
2) 웹툰 업계의 투자 경색
웹툰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오며 웹소설-웹툰-드라마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형성하며 타 분야로 활발한 IP 트랜스미디어를 진행하였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OTT 플랫폼과 맞물려 시너지를 냄으로써 그 잠재력을 증명해 오고 있다. 지난 2022년 일본 넷플릭스에서 TOP100 내에 한국 작품이 전체 30개를 넘는 기록을 세운 것만 하더라도 한국 영상 콘텐츠의 힘을 증명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웹툰 산업은 성장의 동력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들 수 있다. 특히, 웹툰은 수익배분(Revenue Share)구조가 타 콘텐츠 대비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이하 CP사)에게 유리하게 되어있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CP사들은 더 좋은 작품의 생산과 유통을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투자 자본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
2023년 가장 큰 변화는 엔데믹으로 인한 금융 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COVID-19 시기 여러 국가에서 소득감소와 소비위축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직접 국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했던 돈이 인플레이션으로 다가왔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이를 잡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이율을 올렸으며 이는 주식시장의 경색으로 이어졌다.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투자시장의 축소로 이어졌으며, 웹툰기업들의 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 미국 FRB 기준금리 상승 그래프
웹툰 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투자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웹툰과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에서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콘텐츠 대기업들, IT기업, VC 등으로부터 유치해 왔다. 이자율 상승과 함께 성큼 다가온 투자 경색은 웹툰 기업들에게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존 대형 업체들의 성장을 위한 자금뿐만 아니라 신규 업체들을 창업하기 위한 시드머니까지 기존에 유용하게 사용해 왔던 돈의 흐름이 막혀버린 것이다.
2. 본론
1) 급감하는 작품 수익
상기의 경제적인 침체 분위기와 함께 웹툰업계는 또 하나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작품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모 플랫폼의 경우 1위작의 첫날 오픈 총매출이 억 단위를 찍었던 2020년 대비 최근 4분의 1,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국내 상위권 플랫폼의 매출도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이 창작자뿐만 아니라 CP사 측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수익 급감의 이유는 크게 3가 지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엔데믹으로 인한 트래픽의 감소가 가장 큰 이유이다.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글로벌하게 엔데믹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COVID-19은 또 다른 감기로 받아들여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으며, 2023년 들어와서는 방역을 위한 사회적 장치들도 하나하나 해제되며 국가 간 여행이 자유롭게 풀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일본,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권의 많은 국가들이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동안 갇혀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일 시에 야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콘텐츠 소비는 급감하기 시작한다. 웹툰은 손바닥위에서 여러 콘텐츠들과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야외활동(Outdoor activity)과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스낵컬처라고 불릴 만큼 손쉽게 어디에서나 즐기는 콘텐츠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내 활동을 하는 경우 그 소비가 늘어나는 콘텐츠 본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 국내 주요 웹툰/웹소설 월 이용자수 추이 (출처 시사저널E)
이런 콘텐츠 소비 감소는 웹툰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지속적인 작품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련 오픈채팅방에서 2023년 초 CP사들의 수익 감소 비율에 대해 30% 대를 언급했으며, 상반기가 지난 시점 50%대까지도 언급하는 등 작품 생산의 한 축인 CP사 들의 수익 감소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작품 수의 증가로 인한 단위 작품의 매출 감소이다.
작품 수의 증가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매출 신장을 위해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기존의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이루어진다.
▲ 네이버웹툰 2018~2022년 연재 중 작품 수 변화
상기와 같이 네이버웹툰은 2018년 203작품에서 2022년 말 기준 692작품으로 약 3배에 가깝게 작품 수를 늘렸다. 네이버웹툰의 작품 수 증가는 ‘매일 플러스’라는 새로운 BM의 유료화 작품들을 한꺼번에 런칭한 영향도 있지만, 요일 연재 작품의 지속적인 증가에 기인한다.
네이버웹툰은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연평균 122작품씩 계속 늘려왔다. 이런 작품 수의 급격한 증가는 다양한 전략적 이유가 있겠지만 필연적으로 작품 매출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인구 통계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웹툰을 소비하는 주 소비층인 10대와 20대는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다만, 하기의 연재 작품 월별 조회수 추정 그래프를 보면 큰 감소와 증가 없이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의 작품 수의 급격한 증가는 자연스럽게 단위 작품의 매출 감소와 작품의 양 극화로 이어지게 된다.
상기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네이버웹툰의 2020년~2023년 작품 수는 상위권 작품은 더 줄어들고, 하위권 작품은 더 많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그래프는 단위 작품의 매출 감소와 작품 양극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 애플북스의 웹툰 서비스 (이미지제공-케나즈)
▲ 네이버웹툰 조회수별 작품 수 비율 변화
이런 현상은 가까운 출판 산업에서도 기존에 이루어졌었던 일이며, 단위 작품의 매출 감소로 출판사들은 전체 매출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쏟아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셋째, 장르 편중화로 인한 독자 이탈을 큰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상기에서 언급한 웹소설-웹툰-드라마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에 대한 긍정적인 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런 웹소설 원작의 웹툰(이하 노블코믹스)은 전형적인 클리셰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흔히 회빙환이라고 부르는 회귀, 빙의, 환생과 같은 소재가 적용되지 않은 작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뻔한 스토리 전개가 아쉬움을 남긴다. 처음에 참신했던 스토리들도 자가복제를 수십 년 동안 진행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어게인 마이라이프〉나 〈재벌집 막내아들〉과 같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회귀나 환생이 더 이상 참신한 소재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대중은 언제나 참신한 스토리를 원한다.
▲ 국내 상위 2개 플랫폼 노블코믹스 비율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수익성을 위해 노블코믹스 비율을 급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TOP200 내 노블코믹스 비율이 95%, 네이버웹툰은 30%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향후 50%까지는 노블코믹스 비율을 늘 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매출의 이유로 꼽은 장르 편중화는 노블코믹스만으로 대부분의 작품을 구성한 카카오페이지와 적정한 수준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의 최근 실적에서 그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노블코믹스는 높은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나 뻔한 소재와 카피에 가까운 제목 등으로 많은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게 하며 이런 부분이 플랫폼 이탈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1) 웹툰 업계의 구조조정 분위기
최근 웹툰 제작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많은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인력의 퇴사 이후에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곳도 늘고 있다. 모 기업의 경우 내부 스튜디오 인력을 모두 정리하고 장비를 중고에 내놓은 곳도 있다. 외주 업무를 진행하는 작가들의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품 중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 작품들의 경우 과감하게 정리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바야흐로 경제 불황의 여파를 웹툰 산업계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2) 상생을 위한 노력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가 다가왔을 때가 역설적으로 서로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현재 웹툰 산업계는 업체와 작가가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경제 논리에 따라 서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어떤 나라든 어떤 산업이든 당연한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불경기가 산업을 직격하는 경우에는 이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작품 제작을 위한 비용과 RS 비용에 대한 무리한 요구를 내려놓고, 제 작사는 MG와 RS에 있어서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면 신뢰의 관점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것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3) 향후 전망
네이버웹툰이 2024년 미국 나스닥(NASDAQ)시장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웹툰 업계는 아직 다른 업계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 네이버웹툰이 성공적인 상장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 엄청난 규모의 돈이 유치될 것이며 이는 작가와 CP사 즉 웹툰 산업계로 유입될 것이 예상된다. 흔히 말하는 낙수효과가 웹툰산업계 전반에 걸쳐 다년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웹툰 산업은 K-POP으로 대변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유사한 점이 많다. 팬덤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작가와의 RS비율이라든지 낮은 문화 할인(Culture Discount)으로 인해 글로벌 진출이 용이한 점 등이 그것이다. 오히려 한국계 플랫폼이 전 세계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엔터테인먼트 산업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지난 2010년 중반 웹툰의 유료화 시점 대비 업체들의 매출은 평균 5배에서 10배까지 올랐다. 엔터산업을 대변하는 SM엔터테인먼트는 2007년 매출 332억 원에서 2017년 약 3500억 원, 작년 2022년에는 8,500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지속적인 글로벌 진출과 수익 다각화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매출 변화 (출처: 대우증권)
웹툰 산업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는 향후 10년 후 현재보다 5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새로운 K-컬처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웹툰 업계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생을 위한 노력과 미래를 향한 비전을 가지고 묵묵히 나아가야 할 한 해 이기도 하다. 꾸준한 해외시장 공략과 효율적인 작품 생산, 수익 다각화 노력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생존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