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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웹툰은 양날의 검…포기는 쉽지 않았다-서범강 아이나무툰 이사,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을 만나다

<지금, 만화> 제22호(2024. 7. 22. 발행) ‘Interview’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5-03-06 지금,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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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웹툰은 양날의 검포기는 쉽지 않았다
서범강 아이나무툰 이사,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을 만나다

(글 배수강, 사진 박해윤)

8년간 시장 개척, 가치관 형성하는 어린이 웹툰에 관심을

대한민국은 웹툰 종주국이다. 웹툰 산업은 20173799억 원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218290억 원의 매출액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세계 5대 웹툰 플랫품 중에서 4개가 국내 기업이다. 이제 웹툰은 K-, K-드라마와 함께 K-컬처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국내 웹툰 산업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어린이 웹툰으로 눈을 돌려보면 아직 갈길이 멀다. 아니, 어쩌면 어린이 웹툰 산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65일 어린이 웹툰 시장을 개척하는 서범강(48) 아이나무툰 사업총괄이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를 만나 어린이 웹툰 시장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Q. <아이나무툰>은 어떤 곳인가요?
A.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어린이 웹툰 플랫폼입니다. 2016년에 오픈했으니 8년째 서비스를 하고 있네요. 현재 150편의 어린이 만화를 연재하고 있어요.



Q. 성인 대상이 아니라 어린이 웹툰 플랫폼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
A.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새소년, 보물섬, 팡팡같은 어린이 만화 잡지가 있었어요. 청소년용으로는 아이큐점프, 챔프, 여성용은 르네상스, 댕기, 성인용은 빅점프,만화광장등 세대별, 성별로 다양한 만화 잡지들이 나왔어요. 당시는 매달 나오는 만화잡지가 웹툰 플랫폼이었죠. 저는 이런 만화잡지를 보면서 꿈을 키웠고,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때 본 만화가 저의 정체성이나 사고방식 등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봐요. 사실 성인이 됐을 때의 정서와 생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은 어릴 때 본 만화나 책 같은 좋은 콘텐츠를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나 선한 영향력을 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봐요. 국내에서 웹툰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곧 어린이용 플랫폼도 나오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나섰죠(웃음). 8년 전에요.

 

Q. 그렇군요. 어린이 웹툰 시장을 개척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A. 맞아요. 막상 만들려고 보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회사 초창기에는 <아이나무툰> 박보미 대표가 경영 쪽을, 제가 작품 쪽을 맡아 공동대표를 했어요. 웹툰 플랫폼은 쉬운 비즈니스가 아니거든요. 운영비와 개발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좋은 작품도 유치해야 하는데 플랫폼 인지도가 낮다 보니 작가들 작품 섭외부터 쉽지 않았죠. 물론 이해는 되요. 작가들은 당연히 네이버카카오등 인지도 높은 곳에 작품을 주지, 얼마나 운영할지 모르는 어린이 플랫폼에 선뜻 작품을 주지 않거든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왼쪽)<그리스 로마 신화> 출처:아이나무 툰
(오른쪽)<주근깨> 출처:아이나무 툰

 

Q. 어떻게 그 문제를 풀어갔나요.
A. 오픈하고 3년이 지나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거 같아서 3년만 버티자고 결심했어요. 다행히 제가 웹툰 플랫폼 사업에 나서기 전에는 작가 활동을 했었고, 한때는 촉망받는 청년 작가라는 평가도 받은 게 도움이 됐어요(웃음). 제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추천이나 소개를 해주셔서 좋은 작품을 연재할 수 있었죠. 그런데 3년쯤 지나니 작가분들이 직접 연락해 이런 작품을 실어보겠다며 제안을 해주시더군요. 참 신기한 경험이었죠. 그때 아이나무툰이 인정받기 시작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이나무툰>이 바로 떠오르진 않겠지만 어린이 웹툰 = 아이나무툰이라는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대중적으로도 더 알려야죠.

 

서 이사는 1995년 출판만화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고, 2000년 웹툰 서비스 업체 아이코믹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웹툰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20년에는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에 선출돼 지금까지 한국 웹툰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과거와 달리 요즘 어린이 만화라고 하면 학습만화로 인식되는 거 같은데요.
A. 그렇습니다. 어린이 만화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는 부모님들의 구매율의 변화 때문이라고 봐요. 부모님들이 만화를 고를 때 학습만화를 고르다 보니 어린이 만화는 학습만화로 대체되고, 자연스럽게 어린이를 위한 일반 만화는 점차 사라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학습만화는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어려운 현상을 쉽게 설명해주니 그 자체로도 역할이 있어요. 여기에 머리를 식히거나 여유를 갖고 싶을 때 보는 재미난 일반 어린이 작품도 함께 필요하다고 봐요.


Q. 부모 처지에선 우리 아이가 혹여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만화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A. 제가 어린이 웹툰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브릿지 웹툰 플랫폼이라고 말해요.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공부는 안 하고 웹툰 보고 있어라고 나무랄 게 아니라 오늘 새로 올라온 작품 같이 볼까라고 권하는 거죠. 아이도 부모님과 함께 새로 올라온 웹툰을 함께 보자고 권하는 거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어야 하고, 어린이 웹툰이라고 어린이만 보는 게 아니라 부모와 함께 보면서 감상평을 나누는 게 얼마나 좋아요. <아이나무툰> 회원 중에는 부모님들도 많은데, 부모님들도 은근히 어린이 웹툰을 자주 봐요.

 

Q. 어린이 웹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하나요?
A. 현재 150여 작품이 올라와 있는데요, ‘1회 연재법칙은 아니에요. 작가나 제작사가 원하면 그렇게 하지만 우리가 볼 때 너무 자주 업데이트하면 아이들이 과몰입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 기본적으로는 격주로 연재하고, 한 달에 한 번 연재하는 경우도 있어요. 회당 70~80컷도 아이들에겐 부담이어서 50컷 정도로 연재하죠.

 

Q. 아이나무툰 사이트를 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 <안녕 자두야> 등 작품이 다양하네요.
A.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분들이 아이나무툰으로 오고 계세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도 있고요, 독립운동가 웹툰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Q. 무료 대여하는 작품이 많나요?
A. 꽤 많은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유료 작품이라고 해도 작품에 따라 5화에서 10화 정도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으니 독자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죠.

 

Q. 작품을 보다 보니 4050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독고탁의 이상무 화백(본명 박노철) 작품도 있던데요.

A. 맞아요. <주근깨>라는 작품이죠. 1980년대 인기 캐릭터 독고탁의 여자 친구 이름이 슬기인데, 실은 2016년 이 화백이 돌아가시고 따님(박슬기 독고탁컴퍼니 대표)이 직접 우리에게 제안하셨어요. <주근깨>는 독고탁이 나오기 전 작품을 웹툰으로 복원했는데, ‘독고탁이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직전 작품이라고 보면 돼요.


Q. 초창기와 비교하면 한국의 웹툰이 많이 알려졌다고 보나요.
A. 지금은 누구에게든 웹툰을 통역할 필요가 없지만, 어린이 웹툰 일을 하던 초창기에는 웹툰을 설명해야 하는 게 속상했어요.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 그들은 늘 웹툰이 뭐냐고 물어요.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라고 설명한 뒤 꼭 (영어와 일본어로 만화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라이크 코믹스(like comics)’, ‘라이크 망가(like まんが)’라고 설명해요. 많이 알려진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예로 들면서 웹툰을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웹툰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만큼 해외 출판 관계자들이 웹툰을 연구하거나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많이 찾고 있어요. 어제는 브라질 출판 전문가들과 만났고, 5월에는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을 전문으로 하는 젊은 출판사 대표 20여 명과 미팅을 했어요.

 

Q. 종주국인 한국의 웹툰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군요.
A. 맞아요. 일본, 프랑스, 미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출판 관계자들을 다 만나봤는데요, 사람들이 점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각국 출판사들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잰걸음 중이죠. 출판만화가 활성화된 일본과 프랑스도 그래요. 일본 최대 만화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는 지난해 (웹툰 플랫폼인) <점프툰>을 오픈했고, 프랑스는 젊은 출판사 대표들이 웹툰을 준비하려고 찾아오는 등 모두 웹툰을 연구하고 있어요. 일본 만화를 수입하던 한국이 이제 웹툰을 수출하고 있는 거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공개한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웹툰의 해외 수출국가별 비중은 일본(45.6%) 중화권(14.0%) 북미(13.5%) 동남아시아(12.7%) 프랑스(4.6%) 순이었다.

 

Q. 세계가 한국 웹툰에 열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A. 뭐니 해도 작가들의 뛰어난 창작 능력이겠죠. 한국 작가들은 스토리텔링이나 연출 능력 등 여러 강점이 있는 거 같아요. 적절한 시기에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고, 국내 작품과 독자들은 디지털 기기의 세로 스크롤에 최적화된 거 같아요. 여기에 운()때도 맞았다고 봐요. 넷플릭스 같은 OTT가 활성화되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도 사랑받고 있어요. OTT 작품을 보다가 웹툰이 원작이라는 걸 알고는 웹툰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요. OTT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웹툰 원작을 처음 접한 사람들도 많은 거죠. 어떤 시리즈를 볼까 하고 고민할 때 웹툰 원작인 작품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Q. 그렇다면 한국의 어린이 웹툰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요.
A.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기존 출판만화를 웹툰으로 만들어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선 학습만화는 학습만화대로 발전해야죠. 여기에 일상적인 소재로 어린이 웹툰을 창작하는 작가들이 존중받고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어린이 웹툰을 많이 알려야 합니다. 아이나무툰도 플랫폼 개발, 작품 수급은 어떻게든 맞춰가고 있는데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좋은 작품이 없어서 못 보는 게 아니라 있는데도 잘 몰라서 못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제게는 이런 인터뷰도 무척 중요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린이 만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오늘부터 어린이 만화를 해볼까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어린이의 표현이나 정서,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이나 규칙이 있고, 이를 인지하는 작가들만 할 수 있다고 봐요. 어린이 정서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작가들의 역할도 중요하죠.

 

 

Q. 국내에서 어린이 웹툰 작가는 몇 명 정도 되나요.
A. 어린이 웹툰 작가로 활동한 분들은 꽤 많은데 지금도 어린이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어린이 작품을 하고 싶지만 생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거든요. 국내 웹툰 작가를 1만 명 정도로 보는데, 이 중 어린이 작가는 1000명도 되지 않아요.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A. 주변에서는 가끔 어렵게 어린이 웹툰 시장을 만들었는데 자본력 있는 기업들이 뛰어들면 속상하지 않겠냐고 해요, 솔직히 저는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노력하고 개척해 기업들이 뛰어들 정도로 생태계를 갖췄다면 그동안 우리가 잘한 거잖아요. 여기에 어린이와 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지면 당연히 시장도 활성화돼 좋은 작가들도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다양한 작품들도 쏟아져 다시 구매율이 높아지는 선순환. 그런 대한민국 어린이 웹툰 시장의 개척자가 되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도 처음에는 힘들어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어린이 웹툰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플랫폼을 운영하자는 유혹도 많았어요. 어느 때는 거의 넘어갈 뻔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포기할 수는 없더라고요. 내가 포기하면 봐라, 쟤도 포기하는데 어린이 웹툰은 안 돼. 가능성이 없어라고 할 거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만약 내가 포기하면, 어린이 웹툰 시장을 30년 후퇴시킨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린이 웹툰을 한다는 건 제게는 양날의 검이었어요. 시작은 쉬워도 포기는 쉽지 않았어요.

 


(왼쪽) <안녕 자두야>
(가운데) <크로니클스>
(오른쪽) <맛있는 한자> 출처:아이나무툰


필진이미지

지금, 만화

만화 전문 비평지 <지금, 만화> 의 편집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