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화(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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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그리고 만화, 청년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

<지금, 만화> 제23호(2024. 10. 2. 발행) ‘Cover story’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5-06-27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청년 그리고 만화, 청년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

소년 점프, 소년 선데이, 소년 매거진. 일본의 만화 잡지를 대표하는 3대 잡지명에 들어간 ‘소년’은 단순히 타겟 독자층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소년만화’라는 개별 카테고리가 성립될 정도로 해당 잡지가 추구해온 ‘소년성’이 작품들을 통해 표현되어 왔으며 그 표현들이 켜켜이 쌓여 장르의 역사가 되었다.

소년만화의 여러 장르적 특징 중 하나로 주인공의 나이가 소위 청소년으로 여겨지는 14~17세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잡지명 속 타깃 독자층인 청소년 세대가 주인공에 쉽게 이입할 수 있도록 비슷한 또래로 설정한 것일 테다. 이러한 타깃 설정은 중고등학생 시절이 점차 독자적인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며 직접 구매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적 측면 외에도 문화인류학적 측면에서 청소년이 매우 특별한 시기라는 이유도 있다. 청소년은 사회적 의미에서 온전히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간적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공동체 규범 내에서 발생하는 예외적 시공간으로서의 전이 상태(liminality)에 놓여 있다. 청소년은 성인이 되어 마주할 냉엄한 ‘현실’도 아니고 아이에 머물러 빠져들 ‘환상’도 아닌 그 사이에서 다양한 ‘모험’의 편력을 통해 사춘기의 정체성과 감수성을 형성해간다.

그렇기에 소년만화가 다른 장르의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주 비현실적인 연애·모험·승부를 다루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청소년 주인공이 특별한 상황에 휘말리는 이유가 ‘성장’이란 인류 보편적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기 용이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간적-예외적 차원이 그 자체로 모종의 비현실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즉, 작품에서 그려지는 청소년 주인공은 단순히 한 명의 청소년을 의미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청소년 한 개인이 신비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기 때문에 신비로운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장르적 전제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