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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살펴본 SF의 어제와 오늘

<지금, 만화> 제26호(2025.8.5 발행) '커버스토리'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2026-07-29 이재민

만화로 살펴본 SF의 어제와 오늘

<지금, 만화> 제26호(2025.8.5 발행) '커버스토리'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한국에서 SF는 비인기 장르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SF가 비인기 장르라는 말에 나는 물음표를 치게 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작품들에서 SF적 상상력을 만날 수 있는데, SF는 왜 비인기 장르로 여겨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SF는 Science Fiction, 즉 과학을 기반으로 한 픽션을 이야기한다. 작품 속 주요 사건이 과학과 연관이 되어 있거나, 외삽外揷, Extrapolation을 통해 현재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져 있을지 상상한 미래를 다루는 것이 바로 SF다. 

 SF에 대한 오해들

SF에는 오랜 오해들이 있다. SF는 어렵거나, 심오하거나,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으며, 창작의 입장에선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들이다. 이런 오해들이 켜켜이 쌓여 우리는 SF에 대해서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장르라고 생각하곤 한

다. 그때부턴 SF가 전하려고 하는 모든 이야기가 어렵고 딱딱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SF에서 과학은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니까, 여타 장르와 같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 흥행의 지표인 ‘천만 영화’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봉준호 감독의 〈괴물〉, 제임스 카메론 사단의 〈아바타〉와 〈아바타: 물의 길〉,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엔드게임〉,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인피니

티 워〉를 위시한 〈어벤져스〉 시리즈,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역시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매체 중 하나인 영화에서 천만 영화에 해당하는 33개 작품 중 약 1/4에 해당하는 8개 작품이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들이 SF를 그저 도구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면, 일반 대

중에게는 생소한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다차원 이론을 정서적으로도 공감시키는 데 성공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이미 11년 전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사실을 볼 때, 단순히 설정의 일종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을 기반으로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과학기술과 대중이 완전히 떨어져 있었고, 과학은 학교 수업시간의 실험실에만 확인할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당

장 여러분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길찾기’용 앱을 누른다면, 어떤 마법으로 여러분의 위치와 보고 있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GPS 기술과 인공위성, 상대성이론, 자이로스코프가 작동하면서 길과 방향을 안내해주

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 안쪽에 깊숙이 스며든 과학기술처럼 SF라는 장르 역시 그렇게 스며들었다. 그건 우리 만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만화에서 SF는 불모지라거나, 한국 만화에서 SF는 아주 어렵다는 오해와 몰이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한국 만화에서 SF는 외부의 것이었다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가장 가난했던 나라, 꿈꾸던 독자들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SF 작품은 최상권의 〈헨델박사〉다.

‘미국의 유명 철학 박사가 천년 후의 세상을 상상하여 꾸며놓은 무시무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시작한다.

1945년 전쟁을 끝낸 핵폭발의 이미지는 ‘기술이 인류를 종말로 이끌 수 있다’는 실체를 가진 공포로 다가왔다. 이런 공포는 당대의 만화인 〈헨델박사〉에도 드러난다. 작품 속에서 심해 탐사를 하던 주인공은 일년이 지나 지상으로 올

라오는데, 지상은 이미 폐허가 된 뒤였다. 지멘 박사의 계략으로 인류가 멸절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인조인간들이 지키고 있는 시대. 주인공은 헨델 박사를 만나 지멘 박사와 대결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50년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수륙양용 잠수정이나 방사능 무기, 로버를 떠올리게 하는 이동장치 등 당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인터스텔라〉,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필진이미지

이재민

만화평론가
한국만화가협회 만화문화연구소장,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2017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만화평론공모전 기성 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