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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전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 감상법

만화전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 감상법

2012-01-27 박인하

 
 
 
 
 
 
 
 
 
 
 
 
 
 
 
 
 
 
 
 
 
 
 
 
 
 
 
 
 
 
 
 
 
우리나라에서 만화전시는 1995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 지금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로 불린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만화전시는 공간의 특징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페스티벌형 만화전시, 다른 하나는 미술관형 만화전시다. 페스티벌형 만화전시는 대개 안정적인 미술관형 전시관(이 용어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천정이 비교적 높고, 흰벽에 넓은 공간으로 되어있어 작품을 부착하기 쉽고, 조명 설치도 쉬운)이 아니라 임시 전시장에 모듈화된 가벽이나 임시 공사로 제작된 전시관에 설치된다. 예를 들어 COEX나 SETEC 등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 진행되는 전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술관형 만화전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안정된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다. 만화전시의 역사를 살펴보면, 90년대 페스티벌형 만화전시가 대부분이었고, 2000년대 이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만화전시가 등장했다. 미술과 만화적 특징이 혼합된 전시들도 이시기에 등장했다. (정확히는 예술의 전당에서 2003년부터 시작된 <미술과 놀이> 전시에서 선보였다.)  
 
만화전시는 성격에 따라 역시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체험과 놀이공원형 만화전시가 있고, 다른 하나는 작품 감상형 전시가 있다. 체험과 놀이공원형 만화전시는 특정 작가나 작품을 재해석해 무언가를 만들고, 관람자가 체험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느끼게 하는 전시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공간 안에 만화를 구성하기도 한다. 잘 구성된 공간에서는 평면의 만화가 공간 안에 구현된 짜릿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철지난 놀이공원처럼 유치하거나 썰렁해 보인다. 결국 문제는 돈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시에 돈을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전혀, 없다. 작품 감상형 전시는 만화 그 자체에 주목한다. 작가-작품이 주요 전시물이 된다. 그리고 전시물 그 자체를 감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나라 만화전시는 공간의 특징에 따라서는 페스티벌형 만화전시가, 성격에 따라서는 체험과 놀이공원형 만화전시가 우세를 보인다. 그런데 페스티벌형 만화전시와 체험과 놀이공원형 만화전시가 만날 경우, 기본적으로 높은 예산이 투자되어야 하고, 예산을 회수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방문이 필요하다. 참 어려운 미션이다. 예산이 높아질수록, 비용을 회수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비용을 낮추면 전시는 극도로 촌스러워진다. 그러다 보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다. 멋진 체험과 공간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공식대로 간다. 만화 보여주고, 설치물 만들고, 캐릭터 만든다. 아주 작게 만화의 공간도 구현한다. 전시를 고민해야 할 큐레이터는 단순노무자가 되어, 스티로폴을 자르고, 캐릭터를 세우고, 배너를 붙인다. (내 경우에 전시 개막 당일 새벽에 빈 곳을 발견하고 고민하다 남대문 시장으로 뛰어가 풍선을 사와 풍선을 불어 그 빈곳을 채웠다!)  
 
페스티벌형 만화전시와 체험과 놀이공원형 만화전시도 의미있지만 만화를, 작가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미술관형 만화전시와 작품 감상형 전시도 필요하다. 이런 전시는 관람자가 작품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감상하며 작품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다가 내 마음을 끄는 작품을 만나면 그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 안에서 감동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왜 미술작품만이 작품이 주는 감동에 기대 전시를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화도 가능하다. 만화도 순수하게 작품 만으로, 전시물 만으로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다. 
 
물론 ‘미술관-작품 감상형’ 만화전시가 주는 어려움이 있다. 미술작품의 경우 한 작품, 한 작품이 독립되어있지만 만화의 경우 애초에 출판을 위해 연속된 여러 페이지가 모여 한 작품이 된다. 수천 쪽에 달하는 만화를 10여 쪽 정도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예컨대 국내 출판된 <철완아톰(우주소년 아톰)>의 경우 총 18권인데, 한쪽 당 200여 쪽만 잡아도 무려 2,000쪽에 가까운 분량이다. 공간적 제약이 있는 전시장에 작품 전체를 전부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한다고 해도 볼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 미술관-작품 감상형 전시에서 체험과 놀이공원형으로 가게 된다. 캐릭터를 만들고, 설치물을 만든다.  
 
그렇다면 만화는 애초에 전시가 불가능한 매체인가? 그렇지 않다. 책으로 나온 작품을 미술관형-작품 감상형 만화전시로 구성하기 위해서, 전시의 주제를 명확하게 하고, 그 주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를 구성하며, 시나리오에 맞춰 작품을 골라 보여주면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원본인가, 아닌가’이다.  
 
만화전시에서 만화원본은 (1)원고와 (2)초판본의 2가지 모두를 포괄한다. (1)원고는 작가에 의해 완성된 아우라를 지닌다.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 작가의 손으로 완성된 원고는 그 자체로 엄청난 힘과 감상할 가치를 지닌다.
 
 
만화원고를 즐기는 방법
 
만화원고를 즐기기 위해서 멀리 보고 / 가까이 보는 방법을 모두 시도해야 한다. 먼저 멀리 보기. 한 눈에 원고의 사이즈를 보고 내가 알고 있는 출판된 만화와의 차이를 가늠해 본다. 책으로 볼 때에는 휙 지나간 장면이 액자에 포함되어 전시장 벽에 걸리면 천천히 보게 된다. 책으로 볼 때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선, 연출의 의미, 그림의 특징을 보게 된다. 아! 이 작가가 이런 선을 갖고 있구나, 이 작가의 선은 끊어짐 없이 깨끗한데? 이 작가의 선은 좀 떨린다! 이 작가의 선은 아주 자유롭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된다. 선화인 만화는 먼저 선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멀리 볼 때, 작품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대개 일정한 이야기 덩어리를 구성하는 원고를 보여준다. 그 원고는 작가나 작품을 대표하는 원고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 이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구나, 몇 쪽의 원고를 통해 작품 전체를 읽어보자. 
 
가까이 보기. 가까이에서 보면,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한 펜의 떨림이 보인다. 제일 흥미로운 건 밑그림 자국이나 손을 쓴 글씨, 그리고 수정된 자국이다. 주로 흑백으로 인쇄되는 만화의 경우 수정액으로 수정한 자국이 보인다. 인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정 자국들은 작가의 인간적인 풍모이며, 또한 생생한 현실감이다.
 
초판본을 즐기는 방법
 
대개의 만화전시에서 작가의 초판본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대중매체인 만화는 그 만화가 처음 출간되어 독자와 만난 초판본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당연히 초판본은 그 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운 감상의 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초판본을 전시대에 넣어 표지나 해당 페이지 정도만 보여준다. 이건 무척 아쉬운 일이다. 그래도 안보는 것보다는 좋다. 좋은 전시기획이라면 보여줘야 할 초판본 원본을 여러 페이지 복제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만화전시에서는 아주 태연하게 작가의 작품을 복제해 전시한다. 디지털 작업을 하는 작가의 경우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복제 보다는 원본을 전시해야 한다. 좋은 만화전시라면, 대개 원본을 전시한다.
 
 
이제,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을 사례로 어떻게 만화전시를 볼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은 보기 드문 정통 미술관형-작품감상형 만화전시다. 이 전시를 어떻게 볼까? 그냥 테즈카 오사무의 명성만으로 만화전시를 보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나씩 순서를 따라 가 보자.
   
1. 전시관람 목적을 정확히 하자.
 
내가 왜 이 전시를 볼까? 나에게 이 전시는 어떤 느낌, 감동, 영감(impression)을 줄 수 있을까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테즈카 오사무 전시라면 대개 아래와 같은 전시 목적이 정리될 것 같다.
 
가. 일본만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일본만화의 아버지, 신이라고 불리는 테즈카 오사무의 전시가 궁금하다.
나. 내가 어렸을 때 <철완 아톰>이나 <리본의 기사>, <정글대제>(각각 한국어판 <우주소년 아톰>, <사파이어 공주>, <밀림의 왕자 레오>)를 좋아했다. 그 작품들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궁금해서 보고 싶다. (추억전)
다. 테즈카 오사무가 생명의 존엄을 테마로 한 만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작품을 그렸는가 궁금하다.
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원화를 전시했다는데, 어떤 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는가 궁금하다.마. 만화전시라고 하는데, 가면 캐릭터 탈을 쓴 인형도 있고, 게임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있겠지?
 
일단, 가~라까지는 이 전시를 감상하기에 적합한 목적이다. 반면 마가 목적이라면, 안타깝지만 이 전시를 보는 건 적합하지 않으니 대신 정중하게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권한다. 가~라, 혹은 그와 유사한 목적이라면 테즈카 오사무 전시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럼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자.
 
2. 도대체 테즈카 오사무가 누군지는 알고 가자!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의 경우, 아니 테즈카 오사무의 경우 대부분 이야기 만화를 그렸다. 장 자끄 쌍페처럼 삽화를 그리거나, 아니면 한 장의 그림 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일 경우 그다지 전시에 많은 준비가 필요없다. 아! 그 사람 알아! 그 그림 기억해! 정도면 전시를 볼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 만화 작가들은 다르다. 예를 들어, <슬램덩크>와 <베가본드>를 본 사람과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이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최후의 망가전>을 봤다고 치자. 두 사람의 감동이 같을까? 다를까? 당연히 다르다.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톰을, 사파이어 왕자를, 레오를 안다. 그래서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잘 모른다. 캐릭터는 낯익지만 작품 자체는 낯설다. 그래서 적어도 테즈카 오사무가 누구인가는 알고 가야한다.  
 
생명의 존엄에 대한 경외와 진실을 보는 명징한 눈 : 테즈카 오사무 작품론(클릭) <월간미술> 1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전체 작품의 윤곽을 보기보다는 테즈카 오사무 작품의 중요한 특징인 생명의 존엄을 그린 테즈카 오사무 작품에 집중해 글을 썼다.  
 
테즈카 오사무의 생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책을 보는 것도 좋다. 웅진출판사에서 펴낸 바투바투 인물이야기 14 데즈카 오사무(글 박인하 / 그림 우에다 미유키)는 어린 독자와 함께 보기에 적합하다. 단, 전집이라 단권으로 구매할 수 없고 도서관에 가면 대개 구비해 두었다. 청소년용 평전으로는 <만화의 신 데스카 오사무>(이룸)도 무난하다.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누림)은 테즈카 오사무가 1986년부터 88년까지 진행한 강의와 직접 기고한 글과 가족과 친구들의 증언을 모은 테즈카 오사무에 대한 책이다. 자서전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 만화가가 되기 위한 경험 등이 잘 정리되어있는 책이고 무엇보다 절판되지 않아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말 잘 나가던 테즈카 오사무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그것도 성인용 극장판), 성인용 만화잡지 을 만들며 사제를 털어 넣어 완전히 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완전히 망하고 나서, 그를 새롭게 재기시킨 작품이 <블랙잭>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테즈카 오사무의 삶에 대해 어린시절 / 전쟁체험 / 오사카의 아카혼 SF / 소년만화 개척과 도키와장을 통한 제자 양성 /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설립 / 청년 만화와 성인용 극장판 애니메이션, 잡지 / 부도 이후 재기 <블랙잭> / 연재 중에 사망. 이 정도 삶의 궤적은 이해하고 전시를 보러 가자. 감동이 달라진다.
 
3. 작품을 찾아보자. (한 타이틀이라고 읽고 가자!)
 
앞서 언급했지만 테즈카 오사무의 경우 캐릭터가 너무 유명해 그냥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본 만화가 없다. 어른들의 경우 <아돌프에게 고한다>(세미콜론)를 우선적으로 보자. 테즈카 오사무의 모든 것을 잘 설명해 주는 작품이다. <붓다>(학산)도 좋다. 붓다의 테즈카식 해석을 보면, 그가 왜 거장인가를 알게 된다. 아이들일 경우 SF3부작(AK)이나 <우주소년 아톰>(학산)이나 <밀림의 왕자 레오>가 좋은데, <우주소년 아톰>은 워낙 많다. 몇 권만 읽어도 나쁘지 않다. 어른이나 청소년 모두에 괜찮은 만화는 <블랙잭>이다.
 
4. 이제 직접 전시장을 찾아가서는 어떻게 볼 것인가? 
 
*사진 촬영 2012년 1월 14일. (아이폰 4s)
 

 
 
 
 
 
 
 
 
 
 
 
 
 
 
 
 
 
 
 
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시 설명 사인이다. 전시 부제가 아톰의 꿈이다. 왜 아톰의 꿈일까? 아톰이 단지 로봇일까? 아니면? 아톰은 인간이 되고 싶은 소년이었다.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인간을 위해 일해야 했던 소년이다. 그 소년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이런 고민을 해 보자.
 

 
  
 
  
 
  
 
  
 
  
 
  
 
  
 
  
 
  
전시장에는 텍스트가 있다. 일반적인 미술전시의 간단한 명제표에 비해, 만화전시는 비교적 설명이 많다. 그래도 읽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만화전시의 감동을 얻기 위해, 벽면에 붙은 설명글들을 먼저 꼼꼼하게 읽자!
 

 
   
 
 
 
 
 
 
 
 
 
 
 
 
 
 
 
 
 
 
 
 
 
 
 
 
 
 
 
 
 
 
 
이번 테즈카 오사무 전시는 주요 작품인 <리본의 기사>, <정글대제>, <철완아톰>, <아돌프에게 고한다>, <불새> 등의 섹션이 있다. 각 섹션마다 작품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하는 텍스트가 있다. 왜 남녀가 한 몸에 있다는 설정이 나왔는지에 대해 다카라즈카 가극과 연관해 설명하고, 소녀만화의 기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성체성에 대한 혼란이 현대여성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설명도 있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역시 <리본의 기사>에서도 주요 테마로 나왔다고 이야기한다. 잘 읽고, 그리고 이 설명을 보충해 주는 작품을 보면 된다.
 

 
 
 
 
 
 
 
 
 
 
 
 
 
 
 
 
 
 
   
이번 전시의 꽃은 원화다. 컬러도, 흑백원고도 원화가 들어와있다. 손으로한 수채의 느낌, 말풍선에 적힌 작가의 글씨를 보면서 작가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가까이서 만화 보기. 수정액으로 수정한 자국, 붓의 자국, 펜 자국 등을 볼 수 있다. 아! 작가가 이렇게 그리는 구나. 대단하구나. 멋진데! 나도 한번 그려봐야지! 어떤 감정이라도 좋다. 가까이에서, 작품에 눈을 대고 보면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가까이 작품 보기의 거리. 미술작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지만 만화원고는 가능하다. 가깝게 가서, 눈으로, 작가의 숨결을 직접 확인하자. 가까이 갈수록, 만화 안에 숨겨진 터치가 보인다. 펜 선 하나 하나가 모여 움직임이 되고, 배경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가까이 보기에서 경험해 보자.
     

 
   
  
 
   
 
 
  
 
  
 
   
 
 
  
 
   
 
 
  
 
   
 
 
  
 
 
 
 
 
 
 
 
가까이 보면 새로운 연출도 보인다. 60년대 작품인 아톰에서 시도된 다양한 움직임의 표현. 아톰이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아톰에 초점이 맞추어져 주변의 풍경이 빗금으로 그려진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면 주변은 이런 모습이 된다. 게다가 아톰도 잔상을 남겨 놓았다. 엄청난 빠르기를 표현한다. 반면 일반적인 속도의 동작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아톰이 진행하는 방향 아래로 동작선 정도를 정리했다. 만화에서 속도를 나타내는 연출 사례 같은 디테일도, 가까이 보기를 통해 즐길 수 있다.        
     

 
 
 
 
 
 
 
 
 
 
 
 
 
 
 
 
 
 
 
 
 
 
 
 
 
 
 
 
 
 
 
 
 
현대적인 연출의 사례들이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좌우로 긴 직사각형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테즈카 오사무는 과감하게 세로로 긴 칸들을 만화연출에 도입했다. 테즈카 이전에 이런 연출에 파격은 없었다. 역시 가까이에서 봐야만 보이는 전시의 재미다.
 

 
 
 
 
 
 
 

 
   
 
 
 
 
 
 
 
 
멀리서 보기도 만화전시의 재미다. 멀리서 보기는 어떤 분위기나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이번 테즈카 오사무 전시는 텍스트가 일본어로 되어있어 멀리 보기를 통해 전체 맥락을 읽기는 좀 어렵다. 해석본은 전시장 의자에 구비해 놓았으니 비교해 가며 읽어보며 멀리 보기를 시도해 보자.
 

 
 
 
 
 
 
 
 
 
 
 
 
 
 
 
 
 
 
 
 
 
 
 
 
 
 
 
 
 
 
 
 
 
워낙 작품 자체의 조형적 아름다움도 있어, 멀리 보기를 통해서도 충분히 작품의 감흥을 전달받을 수 있다.
 
5. 보너스 : 가족관람객을 위한 제안
 
단순히 만화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테즈카 오사무가 만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를 읽었으면 좋겠다. 자연의 소중함, 전쟁 반대, 생명의 소중함 등의 메시지를 작품과 함께 연결해 설명해 주는 것이 좋겠다.
 
전시를 보고 나서, 전시 후 활동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책 읽기 → 전시 보기 → 전시 후 활동의 순서도 좋고, 전시보기와 책 읽기를 바꿔도 좋다. 전시를 보고 느낀 점을 그림을 통해 표현해 보라고 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전시장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그림을 베껴보라고 하는 것도 좋다. 전시장에 주저 앉아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다.
 
중요한 작품의 경우 의자에 비치한 한국어와 비교해 가면서 보기 바란다. 텍스트가 일본어라서 내용 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꼭 한글본을 비교해 보도록 한다. 전체 다 볼 필요는 없고 흥미로운 전시섹션만 한글을 체크해 가며 본다. 
 
같은 공간에 도서관과 극장이 있다. 시간을 잘 연계하면 극장-전시 / 전시-도서관 등의 구성이 가능하다. 만약, 일산에 사는 분들이 아니라면 길 건너에 식당들도 풍부하므로 하루 종일 마치 외국 관광 온듯 극장-전시-식사로 구성된 재미를 누릴 수 있다.
 
한가한 주중, 혹은 주말에 만화전시 그것도 쾌적한 전시장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 괜찮다.
필진이미지

박인하

만화평론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
前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책그룹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