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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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만화작가, 데즈카 오사무 타계 23주년, 현대만화를 새롭게 쓴 테즈카 오사무의 예술혼(aura)을 만나다

예술이 된 만화의 경이로운 원화전시 <데즈카 오사무 특별전 - 아톰의 꿈>

2012-02-15 이철주
오는 2월 9일은 세계 만화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일본 만화(manga)의 아버지인 테즈카 오사무가 타계한 지 23년이 된다. 일본 만화를 근대와 현대로 나눌 때 그 분수령이 되는 이가 바로 테즈카 오사무이다.
 
테즈카 오사무가 창작한 <철완 아톰>으로 시작된 일본의 TV애니메이션은 출판만화 원작을 배경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커다란 눈과 깨끗한 선의 마무리, 귀여운 스타일의 주인공 캐릭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TV애니메이션의 성공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견인하며 캐릭터 산업으로 발전되었다.
 
원작 만화에서 TV 시리즈, 각종 부가산업(완구, 팬시, 캐릭터 등)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일본 만화산업의 기본 틀을 제시한 것이다.
 
오사무는 9살이 되던 해에 <팽팽이키짱>을 최초로 작화하여 일찍부터 만화가로서의 자질을 보였다. 5학년이 되던 해 안경을 쓰면서 왕따가 되자,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만화책을 만들어 아이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따돌림을 극복했다.
  

   
   
   
   
   
   
   
   
   
   
   
   
서구의 만화가 색을 도입하고, 여백을 비워두지 않고 그 안에 많은 정보를 담아두려고 한 데 반해, 오사무는 동양 선화의 전통에서 서구의 대중문화를 받아들여, 일본 만화 더 나아가 동아시아 만화의 형식을 완성했다.
 
어린 시절부터 즐겨보았던 외국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오사무는 기존의 평면적인 만화 형식을 벗어나 영화연출의 도입을 시도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수백 장의 습작 만화를 그렸던 오사무는, 만화의 칸에 “쇼트와 컷”이라는 영화적 연출기법을 도입한 <신보물섬>을 1947년 발표한다. 우스운 해프닝이 아니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이 작품은 당시 40만부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대만화의 형식과 기법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청소년 시절 전시 강제동원된 오사무는 군수공장 초소병으로 일하면서 미군의 폭격을 직접 당하게 된다. 이 경험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고 창작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과 평화”에 대한 테마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오사무가 군의관 양성학교를 선택한 것 역시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군대에 징집되기 때문입니다. 의대생은 징병면제 대상이기도 했고, 군의관이 되면 바로 장교 대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병약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의사 밖에 없었습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군국주의의 담론이 붕괴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전후 일본에서 오사무는 SF 만화를 그린다. 반전에 대한 메타포가 첫 번째 이유이다. 오사무 스스로 “이제는 전쟁이 정말 진저리가 난다”며, 전쟁이 일어나면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자 했다. 또 하나는 상상력이 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아톰 역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세상에 대한 염원이 그 동기가 되었다.
 
테즈카 오사무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어른들을 위한 문화로 성장시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도산하였고, 1억엔이 넘는 부채를 지게 되었다. 전세방으로 옮긴 그는 이후 무면허 의사의 활약상을 그린 <블랙잭(1973년)>과 <제3의 눈(1974년)>, 그리고 붓다의 삶을 다큐멘터리적으로 풀어낸 <붓다(1975)>를 차례로 발표하며 재기에 성공한다.
 

  
  
  
  
  
  
  
  
   
 
한번 실패를 맛보았지만 테즈카 오사무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폭과 깊이를 늘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1976년에는 어른을 위한 만화 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중단되었던 <불새>를 재개하였다. 52세인 1980년에는 평생의 역작인 <불새>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라스베가스 영화제 동화부문상, 산티에고 코믹 컨벤션 INKPOT상을 수상, 1984년에는 실험 단편애니메이션 <점핑>으로 유고의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 다음 해에는 <낡아빠진 필름>으로 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1988년 60세의 나이로 실험 애니메이션 <숲의 전설>이란 작품으로 다시 유고 자그레이브에서 CIFEJ상을 받았다.
 
위암에 걸린 테즈카 오사무는 1989년 2월 9일 아직 채 끝내지 못한 만화와 자신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을 두고 이 세상을 떠났다. 생명의 소중함을, 인간의 존엄을 만화에 담았던 휴머니스트였던 테즈카 오사무는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만화가였지만 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만화가는 무엇을 그려도 상관없지만, 단지 하나 그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평소 지론으로 이야기해 왔던 바로 이 지점이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출발하는 지점이고 그의 작품이 반세기 넘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처음부터 일관되게 가졌던 생각은 작가가 보여주고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을 소통하고 싶었다. ‘반전, 평화, 공존, 환경, 어린이, 인권, 생명’이란 7가지의 핵심 단어는 반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한 의제(agenda)이다. 분단과 불통과 갈등과 권위주의의 시대에 더 소중한 이 핵심어가, 테즈카 오사무가 그의 작품을 통해 설파하고자 했던 “꿈”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꿈”조차 꿀 수가 없다면,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와 함께 이 “꿈”을 나누고 싶다. 테즈카 오사무의 기일을 맞는 소회이다.
 

  
  
  
  
  
  
  
  
  
  
  
  
<그 밖의 소식>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아톰의 꿈”에서 전 작품을 망라한 원화 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국제만화예술축제 측에서는 고인의 기일인 오는 2월 9일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2월9일 당일 관객 전원에게 아동 입장료인 6,000원 특별가를 적용한다. 또 2003년 4월7일 아톰과 생일이 같은 아이들에게는 전 기간 무료 입장을 진행한다. 한편 다시 보기 어려운 이번 원화 전시의 관람평을 블러그에 올려 준 관객 중 추첨을 통해 테즈카 프로덕션이 제공하는 오사무의 판화 3점을 선물로 증정한다.
 
한편 테즈카 오사무의 삶과 미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특별히 기획된 도록이 2월 9일 한정 발매가 된다. 국내 최초로 테즈카 오사무에 대해 한국의 만화 연구자들이 집필한 “테즈카 오사무 연구서”가 그것이다. 박인하 교수 외 5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오사무의 생애, 장르, 사회적 의미, 만화 기법 등에 대해 그간의 연구의 성과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