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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자율등급으로 나아갔는가?

CCA, Comics Code Authority. 코믹스 코드 어소리티. 코믹스 코드. 미국만화잡지협회(The Comics Magazine Association of America, 이하 CMAA)에서 1954년 공포(Horror)와 범죄(Crime) 만화에 대한 학부모계층의 반대여론이 등장하자 자율규제규정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 출간하는 만화는 출판에 앞서 CCA에서 제정한 규정을 따르는 지를 확인한 후, 발행허가 표시를 승인해주었다.

2012-02-23 박인하 / 윤규식
CCA, Comics Code Authority. 코믹스 코드 어소리티. 코믹스 코드. 미국만화잡지협회(The Comics Magazine Association of America, 이하 CMAA)에서 1954년 공포(Horror)와 범죄(Crime) 만화에 대한 학부모계층의 반대여론이 등장하자 자율규제규정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 출간하는 만화는 출판에 앞서 CCA에서 제정한 규정을 따르는 지를 확인한 후, 발행허가 표시를 승인해주었다.
 
비교하자면, 5.16 이후 한국만화계에서 시작된 자율심의와 비슷한 구도다. 5?16 쿠데타가 나던 1961년 12월부터 만화심의가 시작되었다. 사실 그 이전에 대중만화다운 대중만화를 찾기 힘들었으니, 한국 대중만화의 시작과 만화심의는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좋겠다. 당시 원로만화가와 출판업자들로 구성된 ‘한국 아동만화 자율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되었다. 초창기 심의의 시작을 지금 잣대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당시 만화방의 붐을 타고 난립한 출판사와 작가들은 함량 미달의 작품을 찍어냈기 때문에 자율회의 심의가 꼭 타율적 심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림 1. 코믹스코드 마크. 모든 만화에 이 마크가 붙어있어야 출간, 유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심의마크가 있어야 만화유통이 가능했던 적이 있다.
  
“5.16 직후, 1961년 여름부터 문교 당국의 협조도 있어 아동만화 작가가 단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해 12월부터 전국 아동만화작가와 출판업자들이 한국아동만화자율회를 구성하여 그때부터 엄격한 원고의 사전 심사 등, 아동만화계를 정화하기 시작했다. 아동만화가들은 모두 자율회에 가입하여야 되었으며 원고심사를 받아야했다. 원고 심사 기준은, 처음에는 만화계 내에서 연조가 깊은 작가들이 심사 전문위원이 되어서 2명씩 1주일마다 교대로 나와서 심사를 맡아 보았었으나 심사위원들의 작품활동에 지장을 주므로 문화계에서 활약하던 외부 인사들을 초빙하여 월급을 주어서 심의를 맡겼다.” (박기준 엮음 <만화작법>, 1975, 청자각, p60)  
   
 
만화가와 출판사들의 자율기구인 자율회의 심의, 그리고 그에 반발하는 다른 만화가와 출판사들의 별도 조직 구성 등의 혼란은 결국 1968년 8월 31일 문화공보부 산하 조직으로 만화심의를 담당하는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를 태동하게 만들었다. 법적 기관이 된 윤리위원회는 한국아동만화윤리강령, 한국아동만화실천요강 등을 법으로 제정해 만화의 용지와 판형, 편수와 쪽수까지도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림 2. 50년대 미국도 만화를 불태웠다. 우리나라도 5월이면 만화를 불태운 적이 있었다.
 
1968년 이후 선화지는 갱지로 대체되었고, 국판은 4×6배판으로 확대되었고, 무제한 편수는 상?중?하 3권으로, 각 권 50페이지는 130쪽 이상으로 규제되기 시작했다. 만화가와 만화출판사들이 인기에 영합해 작은 사이즈의 얇은 책을 계속 시리즈로 내는 상황을 규제하겠다는 일념에서 나온 만화에 대한 포괄적 규제는 결국 1권이 50쪽에 불과했지만 수십권의 시리즈를 이어나가며 장편화될 수 있었던 1960년대의 상황에 비해 단 3권만으로 이야기를 끝내야 되는 기형적 구조를 갖게 만들었다. 물론 당시 모든 만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자율심의→법정기구→포괄적 규제로 이어지는 1960년대의 상황에 뿌리에는 만화는 통제되어져야하는 매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 단순한 권선징악 이야기로 매너리즘에 빠진 슈퍼히어로물과 달리 문제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공포와 범죄 장르가 새롭게 인기를 끌었다. 공포와 범죄 만화가 인기를 얻자 정신과 의사였던 프레드릭 웨담이 <순수에의 유혹(Seduction of Innocent)>에서 이러한 종류의 만화는 아이들에게 극히 유해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당시 매카시즘 광풍의 영향력 아래 보수적이던 미국 정계도 만화유해론에 적극 동참하며 만화추방운동을 시작했다.
 
1954년 만화청문회(The United States Senate Subcommittee on Juvenile Delinquency)가 열렸는데 여기서 나온 판결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적어도 만화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절대적 근거는 찾지못하였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규제에 대한 권고를 받았는데, 만화출판사들은 사회의 만화탄압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규제단체를 조직하게 되었는데 이가 바로 CCA, 코믹스코드이다.
 
 
? CCA 규제조항
Crimes shall never be presented in such a way as to create sympathy for the criminal, to promote distrust of the forces of law and justice, or to inspire others with a desire to imitate criminals.
범죄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범죄자에 대한 공감도를 주는 묘사가 있어서는 안된다.
 
If crime is depicted it shall be as a sordid and unpleasant activity.
범죄(범죄자)를 묘사할 경우 탐욕스럽고 추잡해야 한다.
 
Criminals shall not be presented so as to be rendered glamorous or to occupy a position which creates a desire for emulation.
범죄자를 멋지게 혹은 범죄자가 되고 싶은 묘사를 그려서는 안된다.
 
In every instance good shall triumph over evil and the criminal punished for his misdeeds.
어떤 경우라도 권선징악. 범죄의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Scenes of excessive violence shall be prohibited. Scenes of brutal torture, excessive and unnecessary knife and gunplay, physical agony, gory and gruesome crime shall be eliminated.
과도한 폭력묘사는 금지되어야한다. 잔인한 고문,과격하고 불필요한 칼이나 총기,신체 상해, 잔인하고 무서운 범죄묘사는 삭제된다.
 
No comic magazine shall use the word horror or terror in its title.
만화잡지 제목에 ‘호러’나 ‘테러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All scenes of horror, excessive bloodshed, gory or gruesome crimes, depravity, lust, sadism, masochism shall not be permitted.
공포, 유혈 장면, 잔혹한 범죄 장면, 타락, 음란, 새디스트, 마조히스트 묘사는 허용할 수 없다.
All lurid, unsavory, gruesome illustrations shall be eliminated.
끔찍하고,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그림은 삭제한다.
 
Inclusion of stories dealing with evil shall be used or shall be published only where the intent is to illustrate a moral issue and in no case shall evil be presented alluringly, nor so as to injure the sensibilities of the reader.
악의적인 내용은 도덕적 가치를 설명하는 목적으로서 한 예로만 표현할 수 있으며 어떠한 경우라도 악을 멋지게 표현하거나, 독자의 감수성을 손상시켜서는 안된다.
 
Scenes dealing with, or instruments associated with walking dead, torture, vampires and vampirism, ghouls, cannibalism, and werewolfism are prohibited.
공포 묘사 및 괴물들은 그릴 수 없다.(좀비,고문,흡혈귀 및 흡혈행위, 식인행위 등등)
 
Profanity, obscenity, smut, vulgarity, or words or symbols which have acquired undesirable meanings are forbidden.
불경스러운, 음란한, 음담패설을 뜻하는 의미나 기호는 금한다.
Nudity in any form is prohibited, as is indecent or undue exposure.
그 어떤 형태에서든 누드는 금하며 음란하거나 과도한 노출 또한 금한다.
Suggestive and salacious illustration or suggestive posture is unacceptable.
도발적인 그림과 자세는 용납할 수 없다.
 
Females shall be drawn realistically without exaggeration of any physical qualities.
여성에 대한 묘사는 어떠한 과장이 없어야 하며 사실적으로 그려야 한다.
 
Illicit sex relations are neither to be hinted at nor portrayed. Rape scenes as well as sexual abnormalities are unacceptable.
불륜이나 강간 같은 변태성욕은 용납할 수 없다.
 
Seduction and rape shall never be shown or suggested.
유혹이나 강간묘사 역시 용납 할 수 없다.
 
Sex perversion or any inference to same is strictly forbidden.
성도착증에 대한 묘사나 암시 또한 엄격히 금지한다.
 
Nudity with meretricious purpose and salacious postures shall not be permitted in the advertising of any product; clothed figures shall never be presented in such a way as to be offensive or contrary to good taste or morals.
호객행위나 외설적인 묘사 등은 표현할 수 없으며 윤리와 도덕을 공격하거나 부정하는 행위는 표현할 수 없으며 이를 엄금한다.
 
 
CCA 승인코드가 없는 책들은 만화책 도매상에서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호러나 로맨스 전문 만화출판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또한 상대적으로 조항에서 자유로웠던 슈퍼히어로물과 이를 전문으로 출판하던 마블, DC 등 출판사들 역시 CCA에서 반드시 유리할 수 만은 없었는데, 슈퍼맨은 파시스트와 마초, 배트맨은 소아동성애자, 원더우먼은 레즈비언이라는 혐의를 받기도 했었다. 작품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슈퍼히어로 만화도 CCA 조항에 따라 밝고 권선징악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그림 3. 1955년 2월 26일 노리치. 이 사진에 담겨진 내용은 어머니단체주관으로 10권의 만화를 가져오면 1권의 권장도서로 교환해준다고 적혀있다.   
           
최초로 CCA의 규율에서 제재를 받은 작품은 1956년 EC코믹스의 <심판의 날(Judgment Day)>(Weird Fantasy #18로 1953년도에 출간된 작품의 재판)로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적절판정을 받았다. 주인공을 흑인에서 백인으로 교체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흑인이 아니면 작품이 주는 메시지의 의미가 없다는 이유를 강하게 변호하였고 CCA측에서는 일단 승인은 해주었지만 보다 엄격해진 CCA의 검열 앞에서 EC코믹스는 이를 마지막으로 코믹스비즈니스에서 완전히 손을 때고 패러디풍자잡지인 《매드》에만 전념을 하게 된다. 
     
1960년대 후반부터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는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만화가들은 CCA의 규율에서 벗어난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들의 작품들은 기존의 도매와 유통과는 전혀 상관없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유통되어왔기에 CCA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유통이 가능하였고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
 
1971년 마블코믹스의 편집자이자 스파이더맨의 스토리작가인 스탠 리는 미연방보건교육복지부로부터 마약과 약물중독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만화에 적용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된다. 스탠 리와 당시 발행인 마틴 굿맨은 위의 의뢰를 받아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스파이더맨 이슈 96~98, 3회분의 내용에 넣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내용이 주고자 하는 주제는 무시하고 마약중독자와 마약을 표현했다는 규정만을 들고 CCA는 승인을 거부하게 된다.
 
오랜 고민 끝에 CCA의 승인 없이 발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정부와 학부모, 종교, 교육단체에서 큰 호응을 얻었으며 승인을 거부한 CCA의 규정은 지나치게 규정에 얽매여 비생산적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게 된다.
 
그림 4. 밝고 명랑하게 아이들의 성적표를 훔치고 도망가는 조커. 코믹스코드에 맞춰서 만든 만화다.
 
1971년 벌어진 스파이더맨 사건 이후 이어져 온 CCA의 규정을 완화시키기 시작하였는데 마약과 악물중독의 묘사는 유해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한도 안에서 묘사가 허용되었으며 당시 유행했던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류의 인기 덕에 범죄묘사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고, 그동안 표현자체가 불가능했던 흡혈귀와 늑대인간 등도 표현 금지에서 해제되었다. 스탠 리의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을 계기로 슈퍼히어로물은 조금씩 주제와 표현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90년대 이후 할리우드 원작으로 활용되며 다시 슈퍼히어로 만화의 붐을 맞게 되었다.
 
80년대부터 90년에 새로 등장한 차세대 출판사들은 만화전문점(comicbook store)을 통한 다이렉트 마켓(direct market)에서 판매를 실시, 곧 CCA승인 없이도 판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DC코믹스와 마블 역시 성인독자들을 위한 만화 임프린터들을 새롭게 출범하기 시작했고, 2001년에는 마침내 마블이 CCA를 탈퇴하여 독자적인 등급시스템을 시작했다. DC는 성인만화 전문 임프린터인 바티고(vertigo)를 제외한 슈퍼히어로만화에만 CCA에 제출했지만 종종 CCA의 승인 없이 출판했다.
 
2011년 2월 마침내 DC와 아치코믹스에서 출판하는 모든 출판만화에서 CCA 승인 받는 것을 중지하고 자체등급시스템에 따라 출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치가 코믹스코드를 폐지, 사실상 코믹스코드를 붙이는 만화출판사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코믹스코드는 폐지되었다.
 
그림 5. 정부의 부탁으로 마약중독자의 최후를 묘사한 스탠 리의 <스파이더맨>. 고민 끝에 코믹스코드를 받지 않고 출간해 큰 인기를 얻었다. 코믹스코드에 금이 가게 된 첫 번째 사건이고 미국의 슈퍼 히어로 만화가 껍질을 벗게 된 계기다.
 
CCA는 표면 상으로 자율규제였지만, 사실상 제도화된 심의였다. CCA가 발동되면서 미국 주류만화는 점점 창의력을 잃어버렸다. 80년대 들어 CCA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만화가 등장했고, 마침내 2011년 모든 출판사들은 CCA에서 탈퇴하고 스스로 자율등급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만화는 자체적으로 만화의 등급을 지정해 배급한다. 대표적으로 마블과 DC의 자율등급을 소개한다.
 
마블의 경우 5단계로 등급을 부여하고, DC는 3단계로 구분한다. 마블의 경우 전연령, 9~13세, 13세~15세, 15~18세, 18세 이상으로, DC의 경우 전연령, 12세 이상, 16세 이상, 18세 이상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자율등급 부여는 만화구독에 적합한 가이드라인으로 창작, 유통에 있어 자율적 규제가 가능하다. 1930년 골든에이지라 불리며 만화의 황금기를 구사한 미국만화가 결국 유해 논란과 뒤를 이은 규제로 어떻게 몰락했는가, 그리고 1980년대 미국만화의 새로운 부흥이 창작의 자유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또한 코믹스코드 폐지와 출판사의 자율등급체제는 규제가 아닌 자율등급부여가 본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미국 주요 만화출판사의 등급 시스템(Rating System)>
 
Marvel.
ALL AGES - appropriate for all ages.
A - Appropriate for age 9 and up.
T+ TEENS AND UP - Appropriate for most readers 13 and up, parents are advised that they might want to read before or with younger children.
PARENTAL ADVISORY - 15 years and older. Similar to T+ but featuring more mature themes and/or more graphic imagery.
MAX: EXPLICIT CONTENT - 18 years old. Most Mature Readers books will fall under the MAX comics banner (created specifically for mature content titles), MAX and Mature-themed titles will continue to be designed to appear distinct from mainline Marvel titles, with the "MAX: Explicit Content" label very prominent on the cover. MAX titles will not be sold on the newsstand, and they will not be marketed to younger readers.
 
DC
E ? EVERYONE
Appropriate for readers of all ages. May contain cartoon violence and/or some comic mischief.
T ? TEEN
Appropriate for readers age 12 and older. May contain mild violence, language and/or suggestive themes.
T+ - TEEN PLUS
Appropriate for readers age 16 and older. May contain moderate violence, mild profanity, graphic imagery and/or suggestive themes.
M ? MATURE
Appropriate for readers age 18 and older. May contain intense violence, extensive profanity, nudity, sexual themes and other content suitable only for older readers.
 
 
* 본 기사는 디지털 만화규장각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