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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프랑스 만화전문가가 분석하는 아시아 만화

프랑스 만화전문가의 눈으로 보는 아시아 만화의 특징은 어떤 것일까? 일본만화를 중심으로 인터뷰가 전개되지만, 한국과 중국만화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니콜라 피네는 그것을 바탕으로 이 두 나라 만화에 대해서도 상당히 정확한 분석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가 이야기하는 망가와 유럽만화의 차이점을 통해 우리들 스스로 던지던 “유럽만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간접적인 답들도 얻을 수 있을것 같다.

2010-01-13 박경은

프랑스 만화전문가의 눈으로 보는 아시아 만화의 특징은 어떤 것일까? 만화전문지 『zoo』는 「니코망가-일본만화 백과사전(Nicomanga- Le dictionnaire encyclopédique de la bande dessinée japonaise) 」의 저자이자 아시아만화의 편집자, 그리고 여러 출판사의 아시아 만화관련 자문을 맡고 있는 니콜라 피네(Nicolas Finet)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을 전해주고 있다. 일본만화를 중심으로 인터뷰가 전개되지만, 한국과 중국만화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니콜라 피네는 그것을 바탕으로 이 두 나라 만화에 대해서도 상당히 정확한 분석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가 이야기하는 망가와 유럽만화의 차이점을 통해 우리들 스스로 던지던 “유럽만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간접적인 답들도 얻을 수 있을것 같다. 그가 들려주는 아시아 만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프랑스의 아시아 만화 전문가 니콜라 피네 (Nicolas Finet)

Q) 일본의 망가가 프랑코 벨쥐 만화 와 미국의 코믹스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니콜라 피네) 차이점은 없습니다. 모두 다 만화일 뿐입니다. 그것이 『만화』라고 불리면 한국어이고, 『망후와』라고 불리면 그것도 역시 중국어로 만화인 것입니다. 바탕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우리가 프랑코 벨쥐 만화나 코믹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만화가 나온 나라의 색채, 사회, 풍속, 문화 등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만큼 차이가 많다고 보진 않습니다. 우리가 망가라는 단어를 번역하면 결국 코믹스나 방드데시네(그려진 띠 즉, 불어로 만화라는 의미)라는 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러니 아시아 만화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도 겁낼 필요가 없고, 그것을 이해하는 열쇠나 지식이 따로 필요하거나 낯선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만화에서 몇 가지 특수성은 존재합니다. 가장 분명한 특수성은 우에서 좌로 읽는 독서방향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익숙함에 관한 문제일 뿐입니다. 두번째 특수성은, 일본인들이 상업적이고 산업적인 이유에서 큰 규모의 이야기들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10권 혹은 20, 30권을 넘어가는 만화책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출판사들이 서스펜스가 지속되게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권투시합하나가 두 권에 걸쳐 이어지기도 하죠. 그것은 매주 발간되는 주요한 잡지들을 유지하기 위한 기교입니다. 하지만 일본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19세기에 프랑스에서도 위젠 수(Eugène sue) 가 파리의 미스테리(Les mystères de paris)를 통해서 그런 방법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Q) 망가의 포멧은 무엇입니까?
니콜라 피네) 일본의 출판사들의 원칙은 『우리는 당신들에게 더 자주, 더 풍부하고, 더 싼 만화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하드커버 칼라만화는 제작비가 비싸 그렇게 해내기 힙듭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이야기에 대한 더 “압축된” 접근을 하는 반면에, 일본의 기업가들은 그들의 작가들에게 긴 이야기들을 만들게 하고, 주간지에 소개할 수 있는 분량으로 자르거나 잦은 빈도로 책이 나오도록 유도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카스테르만 출판사를 통해 『살인의 밤(Les nuits assassines)』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프랑스 시나리오 작가 쟝 미셸 굼과 한국 만화가 변기현의 협력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책이였죠. 쟝 미셸 굼은 120페이지 분량이라고 예상했습니다만, 작가 변기현은 시놉시스를 받고 무척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300페이지 미만으로 작업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Q) 서구에서는 시나리오작가와 작화가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에 아시아에서는 작가가 한명인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긴 하겠지만요.
니콜라 피네) 아시아 만화의 경우 작가가 한사람인 것으로 소개되는 만화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상 한사람이 아닙니다. 작가들은 많은 어시스턴트들이 있고, 출판사에 의해 유지되는 작업분담 시스템에 의해 유지됩니다. 작가는 만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 주인공, 등을 주로 작업하고 나머지는 어시스턴트 들에게 맡깁니다. 일본만화계에는 탄토샤(※주: tantosha, ??者(담당자), 담당 편집기자를 지칭한다.) 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파견하는 사람들로 시리즈가 완결될 때까지 작가를 도와줍니다. 이들은 작가에게 간호원, 엄마, 혹은 정신상담사 역할까지 합니다. 필요에 따라 작가에게 당근을 주기도 하고 채찍질을 하기도 합니다. 비공식적으로 이들이 공동 시나리스트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작가가 이들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시리즈가 제때에 마감될 수 있도록 작가에게 아이디어나 시나리오에 대한 착상들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Q) 프랑스에 망가가 소개된 것은 언제입니까?
니콜라 피네) 역사적으로 봤을 때 1970년대 입니다. 『르 크리 끼 튀( Le cri qui tue) 』라는 열광적인 만화팬들을 위한 잡지에서가 처음입니다. 뒤이어서 1979년 스위스의 출판가인 롤프 키셀링에 의해서 이시모노리 신타로의 『북풍은 말의 울음소리와 같다 ( Le Vend du nord est comme le hennissement du cheval noir) 』가 출간됩니다.
1980년대 후반이 되면서 텔레비젼 방송의 성공과 함께 뚜렷한 변화가 생깁니다. 우선 캔디나 하록 선장 그랜다이져 등의 만화영화가 TV에서 소개되어 팬 층이 생긴 후 일본만화가 번역되기 시작합니다. 글래나 출판사에서 아키라를 내놓은 후부터 최초의 팬층이 생깁니다. 초기의 성공은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이때 형성된 굳건한 팬층은 망가를 퍼트리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주변에 망가를 권하고 독자층을 넓혀 나갑니다.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나이 들고 아이들이 생겨가며 첫번째 망가세대가 지나갑니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만화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점에 도달했고 성장률도 예전만큼 대단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초기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Q) 망가를 소개함으로써 출판사들이 프랑스 독자에게 제안했던 변화는 무엇입니까?
니콜라 피네) 프랑스 시장은 혁신적인 일본시장의 모습을 따라서 꽤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1950년대부터 일본만화사업가들은 글을 처음 배우는 아동층부터 은퇴한 노년층까지 독자층을 합리적으로 분할했습니다. 그리고 이 분할된 층의 나이, 성별, 관심사항에 따라 다른 만화를 제공했습니다. 유럽에서와는 달리 그들은 여성과 소녀들을 독자층에서 제외하지 않았습니다. 유럽만화계는 일본만화계가 여성독자를 인식하게 만든 이후에서부터야 여성독자층을 위한 만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과도한 다양화를 위한 작업이였지만 크게 성공했습니다. 스포츠 역시 전형적인 예입니다. 유럽만화는 미셸 바이엉(Michel Vaillant : 자동차 경주를 다룬 프랑스 만화)을 제외하고는 스포츠 만화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프랑스에 스포츠 망가가 소개되고 있고 잘 팔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중국만화 전문 출판사 xiao pan 이 펴낸 중국 만화들

Q) 일본만화, 한국만화, 중국만화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니콜라 피네)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는 일본에서와 같이 만화에 대해 철저하게 산업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다른 만화, 특히 서구만화를 잘 수용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역사적 반감 때문에 일본만화와 차이를 두려 애씁니다. 중국에서도 일본만화가 현재는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만화가 아닌 다른 만화가 중국 젊은 독자들을 위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을 못 마땅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일본만화와 구별되는 국가적인 표현을 발전시켰습니다. 언어적 효과라던가, 더 짧은 길이, 서구식의 독서방향 같은 것 말이죠. 유교와 불교도 일본과는 다른 차이를 만듭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서로를 가깝게 하는 것이 서로 멀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한국인들은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을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 존재할수 있게 해준 국가정체성에 관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역사, 요리, 생활방식, 가족이나 공동체의 긴밀한 유대관계에 관한 것들입니다.
중국인들은 서사시를 좋아하지만 이념이나 개인적인 견해를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체제의 변화에 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국민들이 그런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출간되는 중국 만화 중에는 정치적인 표현이 없습니다. 반면 서유기나 삼국지 같은 서사시들은 싫증날 정도로 많습니다.

Q) 일본만화가 아닌 만화 중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만화가 있습니까?
니콜라 피네) 제 생각에 중국만화는 사회적, 정치적 이유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만화는 많은 작가들을 배출시킬 정도로 꽤 오래전부터 발전해 왔습니다. 그들 스스로를 표현하려는 국가적인 원동력도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기꺼이 프랑스의 독자들에게 한국만화를 읽을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이미 50명이상의 한국만화가들이 프랑스에 소개되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넓습니다. 힙합에서부터 내면을 다룬 작품까지 모든 취향의 만화들이 존재합니다. 강도하의 『캣츠비』나 제가 출간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2차대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어떻게 분단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박건웅의 『꽃』 3부작을 권하고 싶습니다. 어찌됐든 지금까지 아무도 제가 소개한 한국만화들을 읽고 “그거 정말 형편없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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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