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osplay Summit(이하 WCS)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국제 코스프레 대회로 2003년부터 개최되었다. 해마다 참가팀의 수가 늘어 올해는 30개국에서 참가하였다. 각국의 참가팀들은 자국의 대표 선발전을 거쳐 선발되며, WCS에 정식으로 초청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코스프레 무대 공연을 통한 ‘코스프레 챔피언십’과 나고야 오스 상점가 일대에서 펼쳐지는 ‘코스프레 퍼레이드’가 있다.
WCS2016은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9일간의 일정으로 나고야 일대에서 개최되며, 우리는 8월 6일 ‘레드카펫 퍼레이드’, ‘코스프레 챔피언십 1st stage’, 8월 7일 ‘코스프레 챔피언십 2nd stage 라이브 뷰잉&토크쇼’를 참관하였다.
먼저 레드카펫 퍼레이드는 나고야의 SUNSHINE SAKAE(선샤인 사카에)에서 나고야 국제호텔까지의 도로를 통제한 후 레드 카펫을 깔고 30개국의 코스프레 팀들이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 코스프레 레드카펫 퍼레이드 거리
기온이 35°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임에도 시작 1시간 전부터 도로변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시작 10분 전에는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11시 정각 교통경찰들이 차량 통제를 실시하고, 스텝들의 일사불란한 작업으로 10분 만에 3차선의 도로는 레드카펫 행사장으로 변하였다.
먼저 에도시대 도쿠가와 영주의 행진을 재현한 퍼레이드가 시작되고 뒤이어 각국의 코스프레 참가 팀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각국에서 초청된 코스어들의 숙소이자 코스프레 퍼레이드의 출발점인 나고야국제호텔 로비에서는 30개의 팀이 자국의 팻말 뒤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진행스텝들이 퍼레이드순서를 정하고 입장 타이밍을 맞추느라 상당히 분주했다. 반면 코스프레 참가팀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관람객과 포토타임을 갖고 다른 나라 참가팀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코스프레 레드카펫 퍼레이드 후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세계 코스프레 챔피언십이 열리는 아이치 예술문화센터로 이동했다. 이미 아이치 예술문화센터 주변에는 수많은 코스어가 모여있었다. 이들은 챔피언십 관람보다는 예술문화센터 앞 광장에 모여 사진 찍고 돌아다니며 코스프레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코스프레 챔피언십은 30개국 대표팀이 겨루는 1st stage와 1st stage에서 결정된 상위 16개 팀이 겨루는 2nd stage로 나뉜다. 심사는 2명이 2분 30초 동안 펼치는 퍼포먼스와 의상, 원작의 충실도 등을 종합하여 결정된다. 공연에 사용되는 무대 설치물과 의상, 소품 등은 참가자가 손수 준비해야 한다.
외부에 모여있는 코스어들에 비해 공연장 내부는 한산하였으며, 챔피언십 공연은 최대 스폰서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챔피언십 참가팀들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한 장면을 2분 30초로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음향, 동영상, 무대, 의상, 소품을 모두 참가자들이 직접 준비해야 하는 규정을 감안해 보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이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퍼포먼스와 배경음악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애니메이션적인 표현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코스프레 챔피언십의 결승전인 2nd stage는 아이치 예술문화센터 앞에 위치한 OASIS 21 특설무대에서 성우들이 진행하는 토크쇼와 함께 생중계로 관람하였다. 일본의 인기 성우 6명이 등장하여 챔피언십 생중계를 보며 자신들 나름의 평가와 애니메이션 이야기, 잡담을 하며 관람하는 방식이다. 간간히 터지는 웃음들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나 알아들을 수 없는 나에게는 정말 지루한 시간이었다. 밖으로 나와 광장 쪽으로 올라가니 어제보다 더 많은 코스튬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그 넓은 광장을 각양각색의 코스어들이 꽉 메우고 있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부터 여고생 복장을 한 중년의 아저씨까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코스프레를 뽐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코스어를 보고 열광하고 있었다.
코스프레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하며, 나아가 관광 상품화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부러워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