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일본] 『COMIC SEED!』 휴간과 재창간으로 살펴보는 일본의 웹만화 사정

2006년 현재 한국만화에 있어 그 발표의 장은 수적인 면에 있어서 이미 종이매체가 인터넷을 따라가기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의 출판왕국 일본에서는 어떨까. 일본만화는 2차세계대전 이후 만화잡지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종이매체의 우위를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다고 보인다.

2006-04-01 선정우

『COMIC SEED!』 휴간과 재창간으로 살펴보는 일본의 웹만화 사정

인터넷 문화가 널리 유행한 이래, 웹만화, 혹은 온라인만화는 한국만화의 발표 매체에 있어서 이미 주류의 자리에 진입하고 있다. 어떤 만화의 매체가 얼마나 융성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해당 매체로 진입하고자 하는 신인이나 지망생, 아마추어 작가 등에 있어 발표의 장이 어디에 형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2006년 현재 한국만화에 있어 그 발표의 장은 수적인 면에 있어서 이미 종이매체가 인터넷을 따라가기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의 출판왕국 일본에서는 어떨까. 일본만화는 2차세계대전 이후 만화잡지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종이매체의 우위를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다고 보인다. 2∼3일간 약 3만5천여 서클이 참가하는 아마추어 동인지 판매전 코믹마켓을 보더라도 (*주1), 또 수많은 잡지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신인 작가 응모전을 보더라도, 아무리 최근 웹만화의 히트와 출판이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일본만화는 여전히 종이매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1 - 코믹마켓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 페이지 참조. http://www.kocca.or.kr/ctnews/kor/SITE/data/html_dir/2004/09/06/200409060007.html )

작년 말 일본 최초의 완전 무료 인터넷 만화잡지를 표방했던 『COMIC SEED!』의 휴간은 그것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코믹 GUM』(와니북스)이란 마니아 대상 월간 만화잡지의 편집장이 펭귄쇼보라는 출판사로 옮기면서 2002년 창간된 『COMIC SEED!』는, 3년여의 발행 끝에 2005년 11월 펭귄쇼보 출판사의 청산과 더불어 휴간되고 만다. 기본적으로는 『COMIC SEED!』 자체는 흑자 경영으로서 출판사 측의 도산 탓에 휴간되었다고 하여, 휴간 직후 일본의 대형 출판사 중 하나인 후타바샤(雙葉社)가 인수하여 지난 2006년 4월 28일에 재창간되었다. 다만 흑자였다고 해도 웹 연재 자체는 무료였으므로 연재작의 단행본 발행에서 수익을 얻고 있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인터넷 연재로 수익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흑자 경영을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결국 대부분의 독자들은 『COMIC SEED!』의 연재작을 웹에서보다는 단행본으로 보길 원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도 펭귄쇼보의 도산으로 인해 전체 단행본의 절판이 결정되자, 몇몇 『COMIC SEED!』 작품의 중고 단행본에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COMIC SEED
▲『COMIC SEED』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 『사립사이료고교 초능력부』
(저자:이시다 아키라/출판:펭귄쇼보)의 단행본 1, 2권

이와 같은 현상은, 여전히 일본에서는 인터넷의 힘만으로는 만화 출판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을 증명해주고 있다. 소설 분야에서는 완전히 인터넷에서 히트한 콘텐츠가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더욱 히트한 『전차남』이 있었지만, 만화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사례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만화 혐한류』가 비슷한 형태로 히트하긴 했으나 이는 인터넷에서 연재된 만화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비슷한 사례로서는, 작가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아프가니스땅』(☞링크)이 있겠으나 제한적인 히트였을 뿐이다.)

하지만 2006년 이후로 일본의 온라인만화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재창간된 『COMIC SEED!』는 구 『COMIC SEED!』의 편집장이 그대로 진행을 이어받아, 일부 구 『COMIC SEED!』의 연재진과 함께 새 출판사인 후타바샤의 타 잡지 연재작가들을 중심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표지를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만화가 시로 마사무네에게 맡긴 점도 의욕적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는 편집장이 과거 『코믹 GUM』 시절에도 표지를 시로 마사무네에게 맡겼던 적이 있었던 인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일본의 메이저 신문사인 마이니치신문이 운영하고 있는 만화 포탈 사이트 『망가 타운』은, 무료신문 형태의 『만탄 브로드』를 배포하기도 하면서 2년 여 동안 의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웹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검색 사이트 TINAMI에서도 『티나코미』(☞링크)라는 무료 웹만화 연재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전자업체인 소니가 휴대전화 만화 시장에 진출한다는 뉴스(☞링크)도 있었다. 독자들의 온라인을 통한 만화 읽기가 보다 보편화된다면, 일본에서도 웹만화나 온라인만화가 일반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온라인만화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본문에 실린 이미지는 전부 필자 본인의 소장품을 촬영한 것으로서, 보도 목적의 인용에 해당하므로 유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