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프랑스에서 독립서점 운영하기 : 독립서점 Petite Egypte의 사장 Alexis Argyroglo 인터뷰

파리 2구에 있는 Petite Egypte (작은 이집트)라는 작은 독립 서점으로, 모든 분야의 책을 다 취급하는 종합서점이지만 특히 예술, 어린이, 만화 분야 도서 선정에 고급스런 취향이 엿보인다. 30대 중반의 젊은 사장님 Alexis Argyroglo와 2명의 직원(이 중 1명만 풀타임 근무)이 일하고 있는 이 서점은 오픈한지 1년이 갓 넘었으며, 홍보를 위해 저자 사인회 등 많은 이벤트를 꾸준히 자주 하고 있다.

2017-05-15 박윤선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동네 서점, 독립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프랑스에도 이런 유의 작은 서점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이번 달에는 그중 한 곳을 찾아보았다.





△ 서점 Petite Egypte (35 rue des Petits Carreaux-75002 Paris. 파리 매트로 3호선 Sentier 역 근처에 있다.) 출처 : http://www.petite-egypte.fr Photo : MartinArgyroglo

파리 2구에 있는 Petite Egypte (작은 이집트)라는 작은 독립 서점으로, 모든 분야의 책을 다 취급하는 종합서점이지만 특히 예술, 어린이, 만화 분야 도서 선정에 고급스런 취향이 엿보인다. 30대 중반의 젊은 사장님 Alexis Argyroglo와 2명의 직원(이 중 1명만 풀타임 근무)이 일하고 있는 이 서점은 오픈한지 1년이 갓 넘었으며, 홍보를 위해 저자 사인회 등 많은 이벤트를 꾸준히 자주 하고 있다.

Q. P(필자) : 이 서점을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A(서점 사장 Alexis Argyroglo) : 저는 대학에서 시각미술을 전공을 했고, 출판, 언론분야에 이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처음 서점 일을 한 곳은 한 만화-어린이 도서 출판사과 연계된 작은 서점이었습니다. 그 곳은 종합서점이긴 했지만, 어린이 도서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하고 있었죠. 그 다음에는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내에 위치한 서점 플라마히옹(Flammarion)에서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그 서점은 특히 현대 미술과 관련된 서적을 주로 취급하죠. 이 이후에 제 서점을 열게 된 것입니다.

Q. P :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A : 제가 플라마히옹 서점에서 일을 했을 때, 서점일도 했지만 그곳 노조 대표도 했습니다. 노동환경 개선 등을 위해 일을 하고, 그 결과를 얻었을 때 큰 보람도 느꼈으나, 일이 많고 고됐습니다. 그러다 저희 둘째가 태어나면서, 아버지들을 위한 육아 휴직을 내게 되었어요. 그 기간 동안이 서점을 구상했죠.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내 서점’ 말이죠.

Q. P : 이 위쪽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습니까?
A. A :우선 파리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서점이 위치한 곳은 중심부이긴 하지만 아주 유명하고, 관광객이 붐비는 중심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역사, 사회, 노동, 이민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곳입니다. 보시면 이 근처에 이집트와 관련된 이름을 딴 거리들이 많은데, 이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이집트 원정(1798-1801)과 관련 있습니다.상업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곳 파리 2구에는 10년 전에 한 종합서점이 문을 닫은 후로 종합서점이 한개도 없었어요. 고로 경쟁자가 없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Q. P : 서점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A : 월세 내는게 가장 힘듭니다. 파리는 본래도 월세가 비싼데, 중심부는 정말 비싸거든요. 하지만 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점은 이곳 파리 같은 대도시, 또 그중 중심부에 있는 저희에게는 큰 위협이 아닙니다. 중소도시나, 약간 도심에서 벗어난 곳의 서점들에겐 인터넷 서점이 문제가 되겠지만, 저희에게는 월세 등 유지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Q. P : 서점에 대한 지원이 존재하나요?
A. A : 프랑스에는 서점에 대한 지원이 많이 존재합니다. 일단 지역(도) 단위의 지원이 존재하고요, 시 단위의 지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리 시에서는 월세를 일부 도와줌으로서 간접 지원을 해줍니다. 정부가 하는 것이지만 각 지역마다 나뉘어져 있는 Drac(지방문화부)이란 기관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문화, 예술, 유적 등과 관련된 단체에 기자재 구입 등을 지원해 줍니다. 예를 들어 책장을 사야한다, 무슨 기계를 들여야 한다, 할 때 Drac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정부 단위로는 문화부의 지원이있고요, CNL(국립도서센터)의 지원이 있습니다. 또 ADELC라는 출판사 연합이 있습니다. 이 곳, ADELC에서는 중소규모 독립 서점들의 창작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기도 합니다.저희가 현재 하고 있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경우는 한 지역 지원금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여 작가에게는 레지던스 참여기간동안 창작지원명목으로 지원금이 지급되는데요, 이는 작가가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금액입니다. 또 같은 단체에서 저희 서점에는 해당 레지던스 프로그램 진행으로 저희가 지출하는 금액의 50퍼센트를 지원해 줍니다.

Q. P : 서점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하나요?
A. A :네, 현재 우리 서점에 레지던스로 작가 Frederique Ait-Touati가 와 있습니다. 이 작가는 과학 철학, 문학, 연극 등 다양한 분야를 오고 가며 일반 독자들도 접근 가능한 작업을 합니다. 제가 그 작가 작품을 많이 좋아도 했고요, 또 그렇게 다양한 분야를 오가기 때문에 우리 같은 종합서점 입장에서는 관심이 많이 가는 작가라서 현재 레지던스를 같이 진행 중입니다. 근데 서점에서 레지던스 하는 것이 흔하지는 않지만 우리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받는 지원이 지역에서 하는 것이라, 저는 일 드 프랑스 지역(Ile-de-France, 파리를 포함하고 있는 지역)의 상황만 알고 있습니다만, 이곳에서 1년에 5개의 서점이 지원을 받을 겁니다. 예를 들어 예술, 그래픽 관련 서적이 중심이 되어있는 Le Monte-en-l’air 서점도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 합니다. 이런 레지던스를 하는 ‘서점’이 적다는 것이지 예를 들어 고등학교라던지, 여러 다양한 단체들이 운영하는 예술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여기 저기 참 많이 있습니다.

Q. P : 이곳 고객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이벤트를 자주 여시는데, 판매에 도움이 되나요?
A. A : 이 근처 살거나 회사가 이 근처인 사람들이 저희 서점의 주 고객입니다. 우리가 하는 이벤트(저자와의 만남 등)때문에 멀리서 오는 사람도 있고, 파리 중심지다 보니까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르는 사람, 관광객 등도 있고요. 허나 주 고객층은 앞에서 말했듯이 이 지역 고객입니다. 이 사람들은 이벤트의 유무에 관련 없이 오는 사람들이죠. 이 서점이 연지 1년밖에 안되었는데요, 이벤트는 사실 단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돈을 번 다기 보다는 잃는 일입니다. 이벤트에 사람들이 많이 와도, 꼭 판매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죠. 하지만 그 덕분에 고객층이 조금씩 더 넓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Q. P :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책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A. A : 베스트셀러들의 판매량이 예전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수치로 나와 있죠…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느냐… 여전히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전후에 태어나, 젊은 시절 68을 겪고, 지금은 은퇴를 한, 현재 연세가 60~70 정도 되는 세대입니다. 이분들은 여전히 인문과학분야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끔 그런 분들이 어디 잡지에서 언급된 책을 보시려고, 그 잡지를 오려 오셔서 그 책을 찾으실 때도 있고, 책 리스트를 어디서 써들고 와서 그 책들을 다 찾아달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확실히 그분들이 현재까지도 책을 가장 많이 사십니다. 그 다음 세대로 가면, 점점 책을 덜 읽는 것 같긴 합니다.

이로서 Petite Egypte 서점과의 인터뷰를 마친다. 본인이 이 서점을 찾은 시기는 프랑스 1차 대선 투표가 끝난 1주일 뒤 주말이라 정치에 대한 관심 혹은 절망 때문에 서점은 한산한 편이라 했다. 듣자하니 1차 투표가 끝나기 직전까지 몇 주간 특정 정치인들의 서적이 프랑스 전역에서 불티나게 팔렸었다고 하는데, 이 서점 주인은 그 책이 본인의 정치성향과 맞지 않아, 자기 서점에서는 안 팔았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또 ‘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내 서점’을 꾸려나가고 있는 듯하여 보기 좋았다.
잠시 앞에서 언급한 CNL(국립도서센터)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곳은 서점이외에도 작가, 번역자, 출판사, 도서관, 도서 페스티발 등을 지원하기도 하는 국가 기관이다. 이곳의 작가 지원의 경우 창작 지원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된 것과 비슷한 레지던스 참여 지원도 이곳에 존재한다.
CNL의 작가 레지던스 참여 지원금은 최단 1달에서 최장 3달까지 지원을 해주며, 지원금 액수는 레지던스 참여 기간 동안 한 달에 2천유로. 이 금액은 CNL에서 이미 정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작가가 그 금액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왜 그만큼의 금액이 필요한지 등등을 서류로 밝히고 증명할 필요가 없다.
사실 CNL에서 주는 대부분의 작가 지원금 액수는 이런 식으로 CNL자체에서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이미 정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출판사 등 어떤 단체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의 경우는 예산안을 묻고, 그 증거를 요구한다.
CNL의 작가 창작 지원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원금 액수는 총 4가지로 나뉘어 이미 정해져 있는데, 선정 작가의 경력, 프로젝트에 드는 시간 등을 고려해 CNL이 4가지 중 하나를 정해서 지원한다. 지원 신청시 제출 서류로는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서류들 외에 작가의 최근 2년간의 소득신고서도 있다. 지원금이 정말 필요한 사람을 지원한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또 일정 금액 이상의 지원을 받는 작가는 지원 확정 뒤 1년간은 주 몇 시간 이상의 임금노동을 해선 안 된다. 작업에 매진하라고 지원을 해주니, 다른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