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2011년 미국의 새로운 것, 그리고 미래 1 - 미국의 행사 GDC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게임개발자 컨퍼런스)와 우리업계와의 연관성, 올해의 트랜드와 미래를 통해 급속도로 빨라지는 뉴테크놀로지와 엔터테이먼트 시장, 우리가 가지고 나아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2011-04-29 오필정


(1)미국의 행사 GDC

 

 














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바람이 부는 2011년의 봄이 다가왔다.

 

‘새로운 것’ 이란 그때그때 나오는 뉴스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미국의 봄은 일반적인 새로움과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한해를 주름잡는 모든 정보와 테크놀로지, 그리고 그와 연관된 분야까지 총 망라한 행사들이 봄을 기점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여기 샌프란시스코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번 3월 다운타운의 모스콘 센터(MOSCONE CENTER)에서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 게임개발자 컨퍼런스)가 성대히 열려 전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처음 GDC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면 보통, 이름 그대로 ‘게임’에 관한 행사라고 느낄 것이다. 물론 이 컨퍼런스의 본래 개최의도가 게임개발자와 관계자를 위한 것 이지만, 오직 ‘게임’ 만을 위한 행사는 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GDC의 말 풀이 그대로 ‘게임발전을 위한 컨퍼런스’, 즉, 게임에 관련된 모든 요소는 다 취급한다.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며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시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올해의 트랜드와 소식, 그리고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학생들과 관련자들이 보아야 할 점은 무엇인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게임개발자 컨퍼런스)는 무엇?


 

 














[사진 1]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 행사장 전경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는 1988년에 최초로 열려 지금까지 관련업계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업계인을 위한 행사’이다. 보통 열리는 장소와 시간은 상당히 유동적이며, 미국에서는 주로 새너제이(San Jose)와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열려왔고, 아시아에서는 상하이(Shanghai)에서 대표적으로 열리곤 했다.


이 행사의 가장 기본적인 개의미는 ‘매해 시즌마다 컴퓨터게임, 비디오게임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배우고, 자극을 주며, 교류하곤 하는 업계에서 가장 큰 행사라는 것’이다. 행사의 구성으로는 ‘기업전시회’, ‘교류행사-세미나’, 게임업계 개발자들이 직접 선정하는 ‘시상식’ 등이 있으며, ‘올해의 게임’(Game Developers Choice Awards)과 독립게임 개발자가 모여 좋은 게임을 수상하는 ‘독립게임 페스티벌’ (Independent Game Festival) 등이 유명하다.


하지만 위의 것들이 GDC의 전부는 아니다. 왜냐하면 게임이란 메인 개발자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 비주얼 디자이너, 사운드, 경영 등 다양한 요소가 집결된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GDC는 핵심 개발행사는 물론, 게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다루는 강연이나 강좌 등이 전문가들의 회의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국 유수의 게임 기업들도 이 행사에 참여 해오고 있다.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시장과GDC의 연관성



예전에 한국만화업계가 외국의 한 특징적인 시스템을 배워야 된다고 외치던 때가 생각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일본의 시스템이 있었는데 하나의 코믹스가 발간되어 인기가 얻으면, 계획적인 수순을 밟아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상품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수익성이 더 있다고 판단되면 드라마, 영화 작업은 물론, 수출의 수순을 밟곤 했다.

이런 순차적 시장공략시스템은 과거 한참 만화가 붐이었던 시절부터 한국에서 부러워했던 부분이고, 국내에서도 현재까지 비슷한 식의 2차 작품이 생산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런 시스템과 상업구조는 근본적으로 만화를 만화로만, 캐릭터를 캐릭터로만 보지 않는 발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GDC의 구조와 비슷한 것으로 GDC는 게임을 위한 행사지만, 게임에 들어가는 요소를 본다면 GDC와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업계는 깊은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과거 한국게임제작은 기획, 프로그램, 그래픽 등의 세 가지 파트로 단출히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인력과 팀이 세분화된 작업환경은 굉장히 드물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왕국이 된 요즘은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콘텐츠 생산을 위해, 해외업체들처럼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작업환경을 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 분위기에 맞추어 현재 게임제작사들은 더 많은 관련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 예로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그래픽(캐릭터 디자인과 게임 내 액팅 애니메이션의 경우) 부분에만 한정하여 고용되는 경우보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만드는 영상 전문 팀, 연출자, 게임만을 위한 시나리오 작가 등을 영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자리들이 과거에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적당히 있는 비슷한 인력으로 필요한 것을 찍어내고, 값싼 외주로 돌리던 시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일부 제작자들은 아직 전문성을 위한 구조개선에 있어 갈 길이 멀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업체라도 이와 같은 바람이 불고, 그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작업자들이 그것을 동경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만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든 엔터테이먼트는 연결되어 있고 연관성을 지닌다. 이러한 사실은 콘텐츠를 딱 부러지게 구분 짓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는 증거이다.


 

올해의 트랜드, 뉴 테크놀로지의 런칭과 우리관련 산업과의 미래관계



해가 갈수록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교체는 인간이 두려워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물론, 이 부분에서 파생되는 단점도 있겠지만, 엔터테이먼트를 취급하는 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첫 번째 예로,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대기업과 미국의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스마트폰과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를 내놓으면서 각국의 관련 업계에서도 상업구조가 바뀌고 있다. 물론 저 기기들이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세대 하드웨어들은 유저들의 욕구를 100% 만족시켜줬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관련기기들의 2세대가 쏟아지면서 전작에서 제시되었던 문제들이 다소 개선되었고, 보급률 또한 더 높아졌다. 따라서 그에 파생되는 관련 업계에도 본격적인 상업구조개선이 현실로 다가왔다.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했듯이 유럽과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코믹스의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용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었고,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으로 지켜 본 의견으로는, 한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다기 보다는 따라가기 바쁜 형국이라고 보여진다. 하드웨어로는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수익성을 내는 콘텐츠 개발로서는(만화 관련 포함) 아직 뒤쳐져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사진 2]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멀티미디어 기기 IPAD2 런칭 장면.  건강구설수에 많이 오른 스티브잡스의 연설이 또 한번 빛을 바라는 행사였다.



또 하나, 이번 GDC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이용이 두드러지는 웹 포털의 제작 툴 홍보가 눈길을 끌었다. 한 예로 ‘구글의 스케치업’을 들 수 있다.


흔히 3D 모델링은 몇 개월간의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배우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기초적인 이용이 가능한 툴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일반인들도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툴을 일부 무료 제공하여, 각 산업분야는 물론 개인가정에도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쯤에서 아는 독자들은 ‘스케치업’에 대해 무릎을 치겠지만 일부 독자들은 ‘왜 이 기술이 만화산업과 연관이 있는 건가?’라는 의문점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예전 코믹스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사람이 직접 그리는 형태를 띠었다. 거기에 조금 더 발전해 컴퓨터식 스크린톤이 발전했고, 10여년을 전후로는 컴퓨터 그래픽 툴을 이용한 컴퓨터 원고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붐이었던 웹툰 등의 빠른 유행회전에 맞춘 만화가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회전속도를 맞추기 위해 작가들은 더 빠른 속도로 원고를 그려야 했고, 구글의 ‘스케치업’은 일부 작가들에게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비되는 배경부분의 노동을 단번에 해결하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국내포털사이트인 ‘N사이트’에서 연재중인 ‘와라! 편의점(지강민 작)’이 있다.





















[사진 3] 구글의 스케치업을 이용해 만화를 그린 사례 : 와라! 편의점



뉴 테크놀로지와 그것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아이디어 부산물은 인간의 전반적인 생활에 이미 침투되었다. 이것은 만화관련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점점 빨라지는 새로운 기기의 출현, 그에 맞춘 소프트웨어의 성장, 이 모든 것들을 항상 주시하고 앞서나가는 것은 만화업계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GDC와 한국, 그리고 우리업계…



모스콘(Moscone) 행사장에 입장하여 필자는 제일 먼저 행사의 가장 큰 스폰서 업체와 게임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일본과 미국업체들의 부스를 정 중앙에서 보게 되었다. 물론 그 넓디넓은 행사장 안에 메인 부스를 차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차근차근 부스들을 구경하며 필자는 5일간의 행사일정 중 다양한 회사와 워크샵, 그리고 몇몇 눈에 익은 한국기업들의 이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각 회사의 게임을 홍보하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회 일정들을 보며, 한국인으로써 매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메인 전시장을 관람하는 동안 필자는 일본과 미국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의 한국기업 부스를 볼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품, 거기에 해당 회사에 취업을 원하는 미국 현지 학생과 유학생들의 포트폴리오 검증 문의까지, 부스의 크기와 위치는 별개로 제작사 부스들은 항상 만원사례였다.


하지만 한국기업의 부스는 어땠을까? 워크샵에 참여한 횟수와는 대조적으로 메인 전시장의 부스는 조금 실망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소개하며 이벤트에 열을 올리는 미국기업과는 달리, 작은 무료배포 팬시 상품과 미국지사 소개 안내전단, 일부 경력직의 구인정보만이 있었다.


단순히 참여율이 저조한 것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개의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관련된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다면 모든지 끌어다가 이용하는 미국기업의 부스와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그 이용콘텐츠엔 당연히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아쉬운 부분은 직접 참여한 게임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콘텐츠 개발에 뒤늦게 참여하는 우리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만약 새로운 기술에 부합하는 다양한 즐길 것이 한국시장에서 발 빠르게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대목이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GDC행사를 기본으로 한 우리업계와의 연관성, 올해의 트랜드와 미래, 그리고 GDC와 한국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다.

 

전 세계의 이목이 주목 할 만큼 행사는 일반관람객들에게까지 즐거움을 주었고, 특히 관련업계에 깊을 관심을 가진 팬 층은 더할 나위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필자에게는 세계 유수기업들의 각종 엔터테이먼트 전략에 대해 눈 여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급속도로 빨라지는 뉴테크놀로지와 엔터테이먼트 시장, 과연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가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