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국의 행사 Wonder-Con 만화박람회
[그림 1. 원더콘 마크]
미국의 새 소식 기간답게 관련업계의 행사가 봇물을 이루는 요즘, 지난 3월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게임개발자 컨퍼런스) 의 뒤를 이어, 4월에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센터에서 미국 코믹스팬은 물론 국내 만화인들 에게도 익히 알려진 원더콘 2011(Wonder-Con: 원더콘 만화박람회)이 개최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행사 코믹콘(Comic-Con: 코믹콘 만화박람회)과 함께 미국 팬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원더콘은, 일부 한국 팬들에게 코믹콘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행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마다 미국출판계는 물론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까지 다양한 관계자들과 작가들이 참여해, 행사의 질 자체는 코믹콘과 견주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행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이며, 미국업계시장에서의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소개하고, 국내관련행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기로 하자.
원더콘(Wonder-Con)? 코믹콘(Comic-Con)?
“내가 코믹콘만 놓친 줄 알았는데, 신작 ‘스*트*’도 놓쳤구나!” <주. 미드 빅뱅이론 인용>
국내에서도 유명하지만 전미 케이블채널 포함 인기드라마 5위 안에 든 드라마 ‘빅뱅이론’에서는 빈번하게 코믹콘(Comic-Con)과 코믹스관련 이야기가 언급된다. 갑자기 이번 주제인 원더콘(Wonder-Con)을 제치고 미국드라마에 코믹콘이라니, 어리둥절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통해 미국코믹스시장에 관한 몇 가지 특징을 알 수 있다. 바로 시장성과 수익성만 따라준다면 모든 것을 이용하는 성격이다. 그 예로, 전국민의 인기를 받는 드라마에서는 코믹스 행사가 여러 번 언급되며, 매년 그 배우들이 행사에 직접 참여해 드라마를 홍보하기도 한다. 또한 매 행사는 만화업계는 물론 드라마, 영화, 게임업계까지 다양한 관련작품의 출시의 장으로 이용되곤 한다. 마지막으로 코믹콘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원더콘은 코믹콘을 모태로 하는 코믹콘 주최의 같은 맥락을 가지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림 2. 코믹콘 마크]
그렇다면 이 행사들은 어떤 행사인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듯이 코믹콘의 정식명칭은 ‘샌디에고 코믹콘 인터내셔널(San Diego Comic-Con International)’로 일년에 한번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가장 큰 만화축제이다. 1970년부터 지금까지 출판만화를 중심으로 열렸던 코믹콘은 현재 행사에 대한 수익성과 다양한 활용에 눈을 뜬 업체들의 참여로, 만화는 물론 만화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모든 엔터테이먼트 분야(팝업, 공포, 애니메이션, 장난감, 보드게임, 비디오게임, 웹툰, 소설, 드라마, 영화 등)를 총망라해 전세계적인 이목을 받는 축제로 성장했다.
그러면 원더콘은?
1987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처음 개최된 원더콘(Wonderful World of Comics Convention)은 APE(Alternative Press Expo)와 함께 코믹콘에서 코믹콘을 모태로 만들어진 행사이다. 원더콘은 만화출판물은 물론 액션피규어, DVD, 게임 등 다양한 소매업체와 기업참가, 드라마와 영화 프로덕션, 그리고 만화업계 전문가들과 만화예술협회(Comics Arts Conference )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바탕으로 발전해왔으며, 2004년부터 샌프란시스코 행사의 메카 ‘모스콘센터’로 옮겨지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행사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림 3. 2011 원더콘 행사장 입구]
물론 규모적인 면에서 코믹콘보다 원더콘이 훨씬 작은 편이다. 매 행사 때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세계매체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앞다투어 스폰을 대려 하는 코믹콘과는 규모적인 비교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유명게스트나 참여기업부스 같은 문제보다, 행사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효율 면에서 코믹콘과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원더콘이 전미 코믹스팬들에게 지금까지 사랑 받아오고 존재할 수 있었던 원인이자 샌프란시스코 지역 행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미국만화시장에서의 원더콘(Wonder-Con)
일단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국의 만화관련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간 내 행사장 주변과 내부에는 관련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배우들의 코스튬플레이를 하거나 작은 퍼포먼스를 하는 등 관객과 관객이 서로 즐기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행사장 내부는 일반 컨퍼런스보다 좀더 자유로운 관람분위기가 펼쳐진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10개가 넘는 입장권판매부스의 순서를 기다리며, 원더콘 자체 관람객의 설문조사도 이루어 진다. 설문지를 작성하지 않으면 표를 살수 없기 때문에 만화행사에서 조금 생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점은 운영 마케팅 리서치에 따라, 매 행사 유동적인 듯 하다.)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입장하는 시간에 따라 티켓의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확실히 오전에 입장한 사람과 오후 늦게 몇 시간 구경 못하는 사람과의 차별을 두는 것이 관객들을 위한 실용적인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4. 한국과 동일하게 행사자 주변에서는 각종 코스튬 퍼포먼스가 이루어 진다]
이제 본격적인 관람으로 들어가보자. 입구는 관련업계 소매업체부스들로부터 시작해 기업부스를 먼저 볼 수 있게 배치되어있다. 미국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소매업체의 부스 수가 한국, 일본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만화책 판매는 물론 코믹스 관련 재료, 인형, 팬시상품, 티셔츠, 작가작품집, 인기배우나 여러 장르의 포스터 등 광범위한 엔터테이먼트를 포함한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행사 내에서 사는 것이 해당업체 웹사이트 구매가격보다 훨씬 저렴했다는 점이다. 행사에서 쇼핑을 한번만해도 "표 내고 들어오길 잘했다. 표 값은 한다."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니 소비자로써도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소매업체부스를 거의 다 지나치다 보면 엑스포장 한가운데, 즉 메인 장소에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대형 기업들의 홍보부스들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은 하이테크놀로지의 영향으로 게임회사부스나 전자제품회사가 주인공을 차지하는데, 원더콘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닌텐도, 소니 같은 일본업체는 물론 미국 내 대형 게임업체들도 앞다투어 홍보를 하고 있었다.
한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연예기획사와 관련 작품홍보도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관련컨텐츠로 유명세를 떨쳤던 원작 작가들의 단체 사인회가 있어 관객들의 들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국은 코믹스, 시나리오와 관련해 스토리부분이라도 프로덕션에 소속된 스토리작가들이 단체로 작업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규모 있게 제작되는 드라마나 영화도 두서너 명의 작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전체적으로 프리랜서 비중이 크지만 연예인처럼 프로덕션 소속인 경우도 많다.)
화려하고 거대한 부스를 지나보면 어느 순간부터 소규모테이블이 일렬로 늘어선 개인참여 작가들의 코너를 볼 수 있다. 이곳은 대체적으로 판매 참여분위기는 국내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로, 세미프로, 아마추어까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파는 프리마켓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 필자를 굉장히 놀라게 했던 점은 바로 참여작가들의 연령층과 장르, 작품분야의 다양성이었다.
비슷한 10~30대정도의 연령대가 주요참여층인 한국과는 달리 원더콘에는 중년작가들은 물론 연륜이 깊어 보이는 백발 할머니 할아버지 작가들도 있었다. 또한 관람객들도 참여층만큼 다양해 나이여하를 막론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행사를 즐기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코믹스산업 역사가 긴 탓인지, 최근 유행을 선도하는 작품뿐 아니라 폭넓은 스타일작가들의 참여가 마치 거대한 연합전시장이란 느낌을 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리고 굉장히 아마추어적인 참여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행사를 즐기며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다른 프로작가들과 다를 바 없는 활동을 보여주었다.
각종 기업, 소매부스 그리고 개인참가자 부스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원더콘은 코믹콘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임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한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행사구성시스템은 관객으로서 우리업계전공자로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침체되어있는 우리업계를 위해 어떤 배울 점이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림 5. 2010년 원더콘 전경 자료사진]
비교분석! 국내만화행사와 미국의 콘(Con)
미국 원더콘을 보며, 관람객으로서 우리국내 행사와의 비교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부분과 혹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점들까지, 학창시절 직접 국내 행사를 참여했던 필자입장에서도 신선한 부분이 많았다. 아래 목록은 양국간 만화행사 비교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국내 만화행사
- 장점
1. 젊고 어린 관람층 참여, 젊은 수요코드를 바로 반영해, 회전율이 빠르고 행사자체도 유행에 민감.
2. 작품장르가 좁은 대신 단시간 동안 높은 퀄리티의 성장을 보여줌.
- 단점
1. 참여 나이, 직업군이 좁아 관람객도 한정되어 있고, 결국 행사의 질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인 수익성에 한계가 있음.
2. 기업참여부스와 스폰서기업의 얇은 참여가 행사의 브랜드이미지와 질적인 향상에 방해요소로 작용.
3. 작품종류가 한정적이어서 관람객의 다양한 흥미유발이 부족함. 유행을 쫓는 경향이 있음.
미국 만화행사 (원더콘)
- 장점
1. 크고 작은 기업부스참여와 대형스폰서의 존재가 행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반적 도움을 줌.
2. 관객을 납득시키게 만드는 합리적 상업시스템은 관객, 참가자, 주최측의 윈윈(win win)을 야기함.
3. 여러 연령대와 업계장르의 참여는 다양한 관객층을 불러왔고, 그것은 행사수익과 업계의 또 다른 발전으로 이어짐.
- 단점
1. 상업성과 시장논리 우선추구로 개인참여자보다는 업체참여자가 우선권을 가짐.
(예. 부스의 수, 배치위치차이 등)
2. 여러 업계장르 참여가 만화행사라는 의미에서 좀 동떨어진 느낌을 주기도 함.
(예. 연예인 홍보 등)
3. 개인작품판매 중 코믹스행사라는 만화작품보다, 프리마켓 같은 총체적인 개인아트 분위기가 강함.
결론적으로 국내보다 더 긴 만화역사를 가진 미국의 행사에서 배울 가장 큰 장점은 시장성을 따라가는 폭넓은 층의 수용과 그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투자자 유치 등이 있었다.
물론 국내스타일도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익성이 떨어져 규모를 줄이고 입장료와 참가비를 올리는 등 다양한 변화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관람객수와 기업참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심지어 일부 행사는 존속자체가 불투명했던 경우도 있었다. 또한 한정적인 참여 층은 다양한 연령대가 대중문화에 더 폭발적인 효과를 주는 요즘 대세와 역행하는 부분이라 보여지곤 한다.
국내에서 만화를 읽고 즐기던 독자는 지금의 청소년, 젊은이만이 아니다.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시절에도 분명 만화를 보며 낄낄대던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왜 그분들은 항상 제외되는 것 일까? 백발노장부터 어린 청소년들까지 고루 참여하고,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만화행사,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마치며….
지금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행사 원더콘은 무엇이며 미국만화시장과의 관계, 그리고 국내와의 차이점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시장규모자체에서 압도적으로 차이 나는 미국행사와 비교 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반대로 한국에 맞고 우리 특색을 살리는 강점을 모색한다면 더 빠르고 긍정적인 반응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좀더 발전된 모습의 국내 행사, 외국인들도 관광차 들리는 한국의 만화행사를 꿈꾸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