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프랑스 앙굴렘에서 <만화 대담(Rencontres nationales de la bande dessinee)>이 개최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프랑스 글로벌리포터 윤보경 작가가 3일 동안 열렸던 컨퍼런스 주제 중 <만화의 위기 : 에디터들의 시선>, <예술 시장 : 신기루 혹은 새로운 영역?>, <문화적 오브제로서의 만화>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만화 대담의 이튿날 오후, 가장 많은 객석이 채워진 만큼 기대감이 높았던 대담이 시작되었다. 다양한 성격의 출판사 에디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작된 <만화의 위기 : 에디터들의 시선> 발제였다.
대형 출판사인 다르고(Dargaud), 델쿠르(Delcourt), 드퓌이(Depuis)와 대안만화 출판사인 코르넬리우스(Cornelius), 아드벡스(Adverse), 외국 만화 수입을 주로 하는 출판사인 싸에라(Ca et la)의 에디터들이 참석했다. 그 전날 ‘레 제타 제네루 (Les etats Generaux’_어떤 분야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조사하도록 임명받은 임시 협회)의 일원이었던 데니스 바즈함 (Denis Bajram)이 작가들이 에디터들과 함께 일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명을 짧게 하고, 계약서 작성, 협의가 복잡하다는 것과 책 프로모션시 출판사의 도움이나 협력이 부족함에 대한 작가들의 불만을 전했다.
이에 다르고 출판사는 “계약서란 다른 두 곳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고자 만들어지기 때문에 작성과 협의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특히나 출판사와 데뷔를 준비하는 작가가 만난 경우, 자연스레 출판사 쪽이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해도 실제 현장에서 바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사진 1. (좌측부터) 사회를 맡은 장-피에르 메르씨에 (Jean-Pierre Mercier), 발제자 다르고(Dargaud) 출판사의 토마 라곤(Thomas Ragon), 코르넬리우스(Cornelius) 출판사의 장-루이 고떼(Jean-Louis Gauthey), 아드벡스(Adverse) 출판사의 알렉상드르 발껑(Alexandre Balcaen), 싸에라(Ca et la) 출판사의 세르쥬 에붼지크(Serge Ewenczyk), 드퓌이(Depuis) 출판사의 엘리자 르누이(Elisa Renouil), 델쿠르(Delcourt) 출판사의 티에리 주르(Thierry Joor), 만화가 바루(Baru).
이어서 만화의 과잉생산, 작가들의 빈곤화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출판사 관계자들도 각각의 고충을 토로했다. 코르넬리우스 출판사의 대표는 “나는 대표임에도 거의 자원봉사처럼 일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선택에 후회는 없으나, 그럼에도 경제적인 어려움, 독자 수의 부족에 대해 점점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나는 주된 수입을 출판사에서 찾지 않고 외부 일을 통해 조달하고 있으며, 한 해 몇 권의 책을 출판하는가에 대해 철저히 계획적으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출판사보다는 소형 출판사들이 그들의 어려움을 더 토로했는데, 아드벡스 출판사는 “우리는 작은 동인지를 위해 작품을 모으면서 시작된 출판사로, 대부분의 직원들이 돈보다는 일의 의미에 중요성을 두고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싸에라 출판사는 “외국 작품들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출판사로 전문화되어 있기에 다량 출판보다는 소량 출판을 지향하며, 장인적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며 경영 방식과 경향에 대해 소개한 뒤, “대형 출판사가 ‘출판의 위기’라고 말할 때는 어이없게 느껴진다. 작은 대안만화 출판사는 생존이 걸린 상황에 처해있는데, 오히려 ‘위기’를 크게 부르짖는 것은 대형 출판사 쪽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만화 창작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에디터와 작가의 관계’로 주제가 넘어갔는데, 델쿠르 출판사의 문학 부문 디렉터는 “에디터와 작가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보다 더 복잡하다”면서 각각의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보고 그에 맞는 조언들을 주어야 하는 것이 에디터의 일이지만, 전해지는 조언이나 판단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점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프로젝트 출판 시 어느 정도 감안해야할 위험성에 대해 역설했다. “작가들은 철저히 독립적인 존재로, 에디터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해도 그 관계는 시한이 정해진 파트너십에 불과하여 작가가 스스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꾸려가는 가에 대해서 가이드하거나 추측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만화의 과잉생산을 바라보는 에디터들의 의견은 독자들의 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넘치는 창작물에 비해 독자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데에 대부분 동감하는 가운데, 코르넬리우스 출판사의 대표는 교육 기관에서 만화를 하나의 미디어로서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만화책 자체를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방안이 새로운 독자들을 늘리는 데에 효과적일 것이라 주장했다. “아트 슈피겔만의 작품 <마우스>의 경우에는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소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만화책을 가지고 학교에 간다는 개념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화가 초창기부터 겪었던 선입견이 지금의 어려움을 만들어냈고, 부채질하고 있다.” 아드벡스(Adverse) 출판사 대표는 “출판사도 출판을 하며 손해를 보고 작가도 작업을 하며 돈을 많이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다 새로운 방식의 만화를 출판하여 선보여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노력이 독자들로 하여금 만화를 재발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현재 상황이 쉽다고 할 수는 없으나,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는 과정 자체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화 배급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거대 배급처와 연결되어 있는 대형 출판사의 경우가 보다 더 많은 독자들에게 쉽게, 가까이 더 자주 다가갈 수 있어 독자들을 확보하는 데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다. 에디터들에게는 배급의 문제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과 달리 중소 도시, 지역 사회가 많이 발달된 프랑스에서는 지역 서점이 책과 문화, 예술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배급의 한계와 더불어, 인터넷 서점의 확장은 지역 서점들이 적은 양의 책만을 주문하도록 부추기며, 이는 배급처와 에디터, 작가의 연쇄적 어려움을 만들어 낸다고도 지적했다. 코르넬리우스 출판의 대표 장-루이 고떼 (Jean-Louis Gauthey)는 서점에서 책을 정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주목했는데, “현재와 같이 책 장르에 맞춰 섹션을 나누는 것은 더 나은 책 소비를 위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오히려 지양해야 할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먼저 자신의 취향에 맞춘 섹션을 찾고 그 안에서 책을 고르기 때문에, 어느 어느 섹션에 놓여있는 책이라는 사실이 처음부터 그 책에 대한 어떤 선입견을 주고, 작품에 대한 객관적 발견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오늘 날, 한국 출판 만화의 경우에는 프랑스의 만화 시장에 비해 훨씬 더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다행히도 웹툰이 기존의 출판 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등장하여 널리 사랑받고 있으나, 웹툰 저변의 확장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다양성을 불러오고 고취시켜야 더욱 건강한 만화 산업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고민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만화 대담>의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 아침, 2016년 초 앙굴렘에 새롭게 문을 연 알파 도서관에서 <예술 시장 : 신기루 혹은 새로운 영역?>이라는 주제로 대담이 시작되었다. 바르비에 앤 마똥 (Barbier & Mathon) 갤러리 대표 장-밥티스트 바르비에(Jean-Baptiste Barbier)와 오리지널 원고 수집가이자 시장 전문가인 장-마리 데르셰드(Jean-Marie Derscheid), 원고 수집가 필립 본 (Philippe Boon)이 만화 이론가 티에리 그로엔스틴 (Thierry Groensteen)의 진행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아 많은 부분이 숨겨져 있는 듯 보이는 예술 시장에 대해 그 실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본 토론의 주된 의도라고 설명하면서, 진행자는 오리지널 원고를 취급하는 갤러리와 현재 시장 현황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바르비에 앤 마똥 갤러리 대표는 “파리에 점점 더 많은 만화 원고 전문 갤러리가 생겨나고 있으며, 최근까지 12여 곳 가량이 운영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브뤼셀, 런던, 밀라노 등에도 몇몇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는 파리의 상황보다는 덜 집중되어 있고 수도 적다. 만화 원고 전문 갤러리는 파리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그 때문에 파리의 갤러리들끼리 경쟁이 많이 치열한데, 유명 작가들의 숫자와 원고는 이미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의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진행자는 “유명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취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젊은 새내기 작가들이나 비주류 장르에게도 시장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이는가?”라 되물었다. 갤러리 대표 장-밥티스트는 이에 “판타지, SF, 순수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도 전시와 판매의 길은 열려있고 답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갤러리 대표로서 나의 갤러리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니콜라스 드 크레시 (Nicolas de Crecy), 블러치 (Blutch)등의 작품을 다른 작품에 비해 자주 전시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만화 원고는 전시만을 목적으로 창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장식적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만화 원고에 대한 이해를 수반하고 갤러리를 찾아야, 전시된 작품들의 가치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만화 원고 전문 갤러리가 갖는 특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장 전문가 장-마리는 “오리지널 원고 시장의 초창기는 서점 등에서 원고를 전시, 판매했었는데 오늘 날에는 더 전문적으로 진화했다. 전문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바꾸어 말하자면, 소수의 유명한 작가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뀐 셈이라 봐도 무방하다. 시장 자체의 덩어리가 커지고 원고들은 좀 더 비싸졌으며 갤러리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되었다”고 초창기와 현재의 시장 변화를 언급했다.
원고 수집가 필립은 판매되는 원고 가격에 대해서 설명했다. “가격은 갤러리와 작가가 결정하는데, 물론 수집가와 협상도 가능하다. 표시된 원고 값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판매비용 가운데 40는 갤러리가 갖는데, 이 40 안에는 전시비용, 전시회 리셉션 비용, 원고 포장 및 운반비용 등도 포함된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60가 작가에게 지급되는 금액이다.”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유명 작가 니콜라스 드 크레시의 원고 가격은 대략 작은 이미지가 100~150유로 (한화 124,000~187,000원) 가량, 큰 이미지의 경우에는 25000유로 (한화 31,216,000원) 가량 된다고 한다. 만화 작품의 성공과 명성의 유무, 원고의 희귀성 등이 원고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요소이다. 젊은 작가 브레스트 에반스(Brecht Evens)의 경우 첫 앨범의 커다란 성공 이후 원고 가격이 두 배 뛰었고, 그 후속 앨범의 성공 이후에는 또 다시 세 배, 네 배로 뛰었다. 유명 작가 크리스토프 블랑(Christophe Blain)의 경우 다수의 원고를 작가 본인이 소장한 채, 적은 수의 원고만을 독점 계약한 갤러리에 제공하면서 그의 원고를 구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그 희귀성 덕분에 원고 가격은 더 높아졌다.
시장 전문가 장-마리는 “유명 작가들은 원고 작업 말고도 전시만을 위한 이미지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 작업만으로도 충분한 경제적인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고 수집가들은 전시용 일러스트레이션 보다 실제 원고를 선호하는데, 책의 일부였던 원고는 그들에게 만화 독서를 상기시키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등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대표는 “일반 갤러리 (현대미술) 종사자들은 만화 전문 갤러리들을 외계인처럼 신기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순수 미술 작품에 비해 만화 원고의 가격이 더 비싸다거나 더 싸다거나 하지도 않고, 그저 취급하는 장르가 다른 갤러리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매 시장의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몇몇 작가들은 정식 갤러리보다 경매를 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수집가끼리 경쟁하면서 기본 가격에 비해 두 세배 가량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잦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슈가 이후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 장-마리는 “예전 수집가들은 지인을 통하거나 다른 여러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자신의 콜렉션을 채웠다. 요즘에야 인터넷이 있어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으나, 예전에는 아날로그한 방법을 통해 좀 더 특별하게 실제 원고를 소장했다”라고 만화 원고 시장의 예전 모습에 대해 회상했다. 그는 “20~30년 전, 에르제(Herge)의 <땡땡의 모험> 원고나 프랑캥(Franquin)의 <가스통 라가프> 원고를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가 오늘 날 경매 시장에 올려놓는 경우도 있는데, 처음 그들이 구입했을 때에 비해 원고의 가격은 몇 십 혹은 몇 백배가 뛰어있다”고 설명했다. 오늘 날 <땡땡의 모험>이나 그 시대에 유명했던 만화들을 선호하고 판매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 기저에는, 원고의 가치와 함께 그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작품 원고의 상당수도 이미 유럽 시장에 와있다. 그러나 가격은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편이다. 나는 그 이유를 프랑스 작품들에 비해 프랑스 독자들에게 시대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면이 적다는 것에서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다가 몇몇 미국 히어로 장르의 작품들은 작가를 바꿔가면서 현재까지 연재되기도 하는 데 비해, 프랑스 만화의 경우는 완전히 마무리 된 작품이라 원고 수량에 이미 한계가 지어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땡땡의 모험 - 미국에 간 땡땡 (1946년에 앨범 출간)>의 원고의 경우, 2008년 764,000유로(한화 953,968,600원)였던 가격이 2014년 1,300,000유로(한화 1,623,245,000원)으로 올랐다. 박물관에서 처음 원고를 구입했을 때의 가격은 20,000프랑(한화 3,745,950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액수다.

△ 사진 2. (좌측부터) 진행을 맡은 티에리 그로엔스틴 (Thierry Groensteen), 발제를 맡은 시장 전문가 장-마리 데르셰드(Jean-Marie Derscheid), 바르비에 앤 마똥 (Barbier & Mathon) 갤러리 대표 장-밥티스트 바르비에(Jean-Baptiste Barbier), 원고 수집가 필립 본 (Philippe Boon).
장-밥티스트 갤러리 대표는, 작가의 유명세, 원고의 희귀성 이외에도 원고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요소 가운데에는 만화 페이지의 특성이 적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요한 인물이 나온 페이지인가? 엑스트라만 등장한 페이지인가?, 만화 내용 중 하이라이트에 가까운가? 채색이 되어 있는가? 페이지의 크기가 큰 편인가? 등의 세세한 요소들을 적용하면서, 처음 가격에 비해 30 가량 더 비싸지거나 저렴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집가의 취향에 따라 말풍선이나 텍스트가 있는 것을 선호하기도, 아예 없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고도 덧붙였다.
진행을 맡은 티에리는 “이 시장이 왜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토론 주제의 깊이를 더하면서, “만화책을 출판하는 것만으로는 작업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근본적으로 어렵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경매 전문가와 SAIF, ADAGP 등의 예술 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작가들과 수집가들을 위한 법률적 조언을 추가하며 대담은 계속 이어졌다.
△ 사진 3. (좌측부터) 작가 오드 사마마(Aude Samama), 사회자 티에리 그로엔스틴 (Thierry Groensteen), SAIF 변호사 아녜스 드포(Agnes Defaux), ADAGP 로망 듀렁(Romain Durand), 원고 수집가 필립 본 (Philippe Boon), 갤러리 대표 장-밥티스트 바르비에(Jean-Baptiste Barbier).
오후 시간에는 <문화적 오브제로서의 만화>의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시작됐다. 만화라는 미디어가 학문의 하나로 대학에 합류되었고,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20~30년 전에 비해 만화의 위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티에리가 운을 떼었다.
만화의 위치 변화에 대해 국립 장식 미술 박물관 (Musee des Arts Decoratifs de Paris) 관장 다비드 까메오(David Cameo)는 “전에 비하여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화를 찾아 볼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화가 주류 문화로 편입되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고, 만화 미디어에 모든 문이 완전히 열렸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며 “그렇기 때문에 만화가 국가문화재관리기관이나 퐁피두센터 등 주류 중심 기관에 들어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티에리는 “전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이 재직하던 시기부터 만화 관련 주요 기관들이 앙굴렘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주변부에 머물던 만화를 중심부로 불러와야 한다는 인식과 노력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 역사가인 파리 판테온, 시앙스포 대학 교수 파스칼 오리 (Pascal Ory)는 “2006년 즈음, 다양한 논문에서 만화에 관한 장밋빛 미래를 분석하고 그려냈었다. 두드러지는 만화 발전에 따라 미디어 자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화가 소수를 위한 미디어이며 마이너 예술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의 경향이 대부분 보수적이고 엘리트를 중시하며 중앙 중심적이기 때문에, 인식을 바꾸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고 따라서 주변부 문화를 주류 문화로 인정하는 과정이 느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사진 4. (좌측부터) 예술 평론가 헥터 오발크(Hentor Bbalk), 진행을 맡은 만화 이론가 티에리 그로엔스틴 (Thierry Groensteen), 파리 장식미술 박물관장 다비드 카메오(David Cameo), 문화부 도서출판 디렉터 니콜라스 조르쥬(Nicolas Georges),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예술감독 스테판 보장(Stephane Beaujean), 잡지 편집자 안-클레르 노로(Anne-Claire Norot), 문화 예술 연구가 파스칼 오리 (Pascal Ory).
△ 사진 5. 만화 대담 마지막 날, 발제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객석의 방청객.
문화부의 도서 출판 분야 디렉터, 니콜라스 조르쥬(Nicolas Georges)는 관공서에서 인식한 만화의 위치에 대해 언급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과 대중화로 출판 시장이 큰 변화를 겪거나 침체되리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그와는 반대로 프랑스에서 발행되는 출판물은 오히려 계속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독자들은 디지털 미디어보다는 여전히 책을 더 선호하고 있다. 1년간 출간되는 도서 가운데 10를 만화가 차지하고 있다. 도서부 공무원의 입장에서 볼 때, 만화는 다른 많은 책의 카테고리들 가운데 한 카테고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규모에 비해 훨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충실한 독자들을 갖고 있으며 타 미디어로의 파급력이 강하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실제로 문화부에서 지역 도서관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도서관을 가장 충실하게 찾는 독자들의 주된 이용 목적은 만화를 읽기 위해서였으며, 만화를 향한 독자들의 흥미가 다양한 다른 책들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만화는 독자로 하여금 도서 전체에 관심을 갖게 하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만화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은 독자들을 책으로 이끌어 낼 것이다.” 그는 문화부가 추진하는 여러 지원 정책 가운데, 도서 출판 지원에 대한 나름의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큰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 모두 그 나름의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많은 출판사들이 CNL(프랑스 국립도서센터)의 지원금을 신청한다. 기관에서는 작은 출판사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려고 하는데, 배급이 약해 독자들을 쉽게 찾지 못하고 시장 진입이 어려운, 그러나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다루는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선발과정에서 신경 쓰고 있다. 성공한 작가들의 경우, 그들은 어느 정도의 독자층을 이끌고 있고 차기 출판물을 스스로 만들어 낼 힘을 가지고 있기에 지원금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만화 페스티벌이나 만화 잡지의 현황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예술 비평가헥터 오발크(Hector Obalk)이 비평가의 눈으로 분석한 만화의 특수성 발제를 마지막으로 2016년 처음 선보인 <만화 대담>의 문을 닫았다. 사흘의 시간은 모든 주장과 의견을 다루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첫 번째 대담은 만화 인사들 간의 좋은 교류를 터주었지만, 많은 의논이 필요한 주제들과 그에 덧붙여질 질문들도 남겼다. 대담 이후 남아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2017년 9월에 있을 두 번째 <만화 대담>이 최대한 수용할 것이다. 실제로 국제만화이미지센터(La cite internationale de la bande dessinee et de limage)는 질문지의 형식을 빌러 다음 발제 주제에 대해 조사 하고 있었다.
마지막 대담, <문화적 오브제로서의 만화>에서 기억에 남는 방청객의 의견이 있었다. 그는 ‘만화를 만화답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화는 값싼 버전의 영화도 아니고, 완전히 문학이라 말할 수도 없으며,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 담아지는 단순한 미디어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만화를 단지 만화로 인식할 때, 만화로만 바라볼 때’, 그때서야 만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가 갖는 특성과 가치에 대해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활발한 토론의 열기와 많은 질문, 숙제들을 남긴 첫 번째 <만화 대담>은 그 다음으로 이어질 두 번째 대담으로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