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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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코믹콘 작가 초청 경향의 변화 : 일본 작가 초청 사례

전미 곳곳에서 시즌별로 열리는 코믹콘은 지역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7월에 열리는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최대 규모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16-08-29 오필정


전미(全美) 곳곳에서 시즌별로 열리는 코믹콘(Comic-con)은 지역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7월에 열리는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최대 규모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행사에서는 과거 필자가 언급했듯 미국 특유의 원작 소설, 코믹스 간행물은 물론, 이에 파생되는 게임, 캐릭터, 드라마, 영화홍보까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글로벌리포트 2014년 9월호, "코믹스 행사의 성수기 여름") 하지만 이런 콘셉트에 최근 몇 년간 변화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바로 아시아권 만화작가들이 코믹콘에 점점 비중 있게 초청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믹콘에 불고 있는 최근 트렌드 변화가 어떤지 소개해 본다.
아시아권 작가의 출현 비중과 변화
코믹콘의 화재의 작가 초청은 과거부터 전통(?)처럼 이어져왔다. 아니, 정확히 말해 만화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아티스트 초청’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유명한 원작 글 작가(소설), 만화가, 그래픽아티스트, 코믹스 원작 영화나 드라마 등의 감독 혹은 배우들이 그 초청 셀럽(Celebrity)에 속했다. 보통은 미국 내 업계 종사자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간혹 동양권 초청자가 보인 경우 교포출신 즉, 모든 기본교육과 사회생활을 미국에서 한 아시아계 미국인인 경우였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이 아시아권 유명 작가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가끔이었고, 초청 비중이나 대중적 화제성이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게 차이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작년부터 슬슬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번 2016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는 메인 초청아티스트 목록에 ‘해외출신+해외활동’의 아시아권 아티스트에 대한 초빙 배정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게다가 예술성 중심 작가도 있지만, 대중성 기반의 만화작가가 무려 2명이나 포함(일본인뿐이지만) 돼 총3명이 초청된 것이다.

물론 초청게스트의 변화는 비단 이번 행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가 지난 코믹콘 뉴욕 관련 뉴스를 전했을 때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데스노트〉의 스토리 작가 ‘오바 츠구미’가 초청되었고, 그는 약 6개월 전부터 뉴욕 코믹콘의 홍보뉴스로 활용될 만큼 화제성이 높았다.(글로벌리포트 2013년 10월호, "2013 뉴욕 코믹콘과 변화") 과거 소위 ‘예술성’이 짙은(대부분 대중성 보단 마이너 느낌에 액션 느와르 장르에 편중되어있는 편) 아시아권 작가 초빙이 주류였던 경우와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2016 샌디에이고 코믹콘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된 일본작가들. 위에서부터 쿠사카 히데노리, 야마모토 사토시, 츠토무 니헤이. (출처 : http://www.comic-con.org)
2016 샌디에이고 코믹콘의 메인 초청아티스트 라인업을 보면 작년에 보았던 변화가 단발성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바이오메가〉의 츠토무 니헤이의 초청도 이목을 끌만하다. 독특한 작품세계와 미적 감각은 북미시장은 물론 한국에서도 작품성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나며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포켓몬스터 GO´의 인기를 고려했으리라 보이지만) 〈포켓몬스터 스페셜〉의 쿠사카 히데노리와 야마모토 사토시를 동시에 초빙해 화재가 된 점이다. 왜냐하면 ‘오바 츠구미’ 때와 달리 한 원작의 글·그림 작가를 동시에, 그것도 외국인을 초빙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믄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구권에서는 국내와 달리 원작의 권위를 우선으로 치는데, 심한 경우 공동제작 작품이라도 글 작가는 ‘크리에이터’, 그림 작가는 ‘아티스트’로 분명히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더군다나 미국계 작가가 아니라는 리스크(?)도 있기에 글·그림 작가를 함께 초빙하는 케이스는 극히 드문 편이다.

그렇다면 두 만화작가의 초청이 이례적일 정도로 북미의 포켓몬스터 유행이 ´포켓몬스터 GO’ 때문만 일까?
정답은 이미 훨씬 과거부터 북미지역에서의 포켓몬 유행은 꾸준했었다. 오죽하면 닌텐도가 북미에서 ‘닌텐도64’라는 가정용게임으로 득세했던 시절, 중국산 짝퉁 갓샤폰 이라도 아이가 있는 가정에 가져간다면 그날 그 손님은 꼬맹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방문객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향수가 있던 탓인지 의외로 포켓몬 단행본 만화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접하기가 더 쉬운 편이다.

또 다른 시각은 원작 소스를 바탕으로 여러 작가가 자신만의 색깔로 연재활동을 하는 시스템이 미국에서는 익숙하게 받아들여졌을 거라는 짐작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작가가 연재의 중심에서 저작권을 소유하는 개념으로 진행되기에 작품을 바통터치 받아 연재 한다던가 시리즈별로 각기 다른 작가가 다른 내용으로 창작하는 경우는 굉장히 낯설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포켓몬 1기 때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이후 쏟아진 다양한 시리즈의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여하간 미국에서는 이런 시장적 특징과 화재의 증강현실게임의 유행으로 일본작가의 초청이 대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일본만화는 아시아권 만화 중 대부분의 유통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일명 ‘재팬망가’라고 불리는 하나의 장르로 구분될 정도니 미국 코믹스 시장에서 나름 기나긴 생존을 한 셈이다. 물론, 지금까진 일부 특수 마니아층, 주로 10대에서 20대 일부의 전유물로 치부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증강현실게임으로 다시 새 생명을 부여받은 포켓몬 콘텐츠로 인해 일본만화의 영향력이 확고히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잘 만든 효자 캐릭터&콘텐츠가 지구반대편에서 몇 십 년째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포켓몬스터에서 파생된 일본 콘텐츠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