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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벨 만화 교류전시 우리 가족의 노래 소개와 브뤼셀 만화축제 참관기(1부)

한-벨 만화 교류전시는 주벨기에유럽연합한국문화원이 2014년 개원 1주년 기념 “View Reflection Crossing” 전을 시작으로 2016년 세 번째 전시를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김금숙 작가와 마영신 작가가 초대되었다.

2016-09-13 김금숙(만화가)


한-벨 만화 교류전시는 주벨기에유럽연합한국문화원이 2014년 개원 1주년 기념 “View Reflection Crossing” 전을 시작으로 2016년 세 번째 전시를 개최하였다. 전시는 한국과 벨기에의 주요 만화작가의 작품 전시와 컨퍼런스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 1부 -

프랑스와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사인회와 전시 그리고 개인적 일정이 있어 한국을 떠 난지 거의 두 달이 되었다. 2016년 8월 30일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서 아침 8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9시 30분에 브뤼셀 공항에 도착했다. 핸드폰을 켜고 와이파이를 확인해보니 공항 와이파이가 잡힌다. 인터넷 연결이 되자마자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벨기에 문화원 전시 담당 팀장이다. 테러 이후로 마중 나오는 사람들은 공항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밖에 어디요?

무슨 나무 아래라든가 무슨 차 앞이라든가. 내겐 좀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나오는 문은 하나이니 그냥 나오면 보일 거라 한다. 일단은 늦어진 짐부터 찾고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정말 공항 외부로 나가는 문을 통과하자마자 길 건너편에 박 팀장이 우아한 모습으로 서있는 게 담박에 눈에 띄었다.
마중 나오느라 아침부터 고생이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항에서 내가 머물 호텔 IBIS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한국문화원에서 호텔까지의 경로도 설명을 들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한 20분 걸린다고.
△ 한국문화원 입구와 전시포스터
내가 브뤼셀에 온 이유는 한국문화원에서 기획한 《우리 가족의 노래_The song of ours families》 전시와 이곳 만화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시 개관식과 컨퍼런스는 9월 1일. 내가 이틀 일찍 이곳에 온 이유는 이왕 온 김에 여러 곳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은 브뤼셀 시내와 grand place, 마그리트 박물관을, 다음 날은 Brugge를 가기로 했다(이틀간의 벨기에 여행 일정은 개인적 일정이니 이 글 내용에서 빼기로 한다). 호텔에 짐가방을 놓고 시내 지도를 하나 얻어서 박 팀장과 문화원으로 갔다. 한창 전시 설치 중 이었다. 올 해로 세 번째 기획전인데 이번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테마다.

원화전시 《The Songs of our Families》는 9월 1일 부터 10월 22일까지다. 나는 2012년 1월 프랑스의 ‘사흐바칸(Sarbacane)’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하고 이어 다음 해에 ‘보리 출판사’에서 한국어로 출간된 〈아버지의 노래〉의 원화를 중점적으로 전시했으나 제주 4.3에 대한 영화를 만화로 작업해 출간된 〈지슬〉 원화도 일부 함께 설치했다. 나 외에 세 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벨기에 시나리오 작가인 ‘Vincent ZABUS’가 글을 쓰고 ‘Thomas CAMPI’가 그린 책 〈Macaroni!〉의 원화,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 벨기에 작가인 ‘유디트 바니스텐달(Judith VANISTENDAEL)’의 〈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When David lost his voice)〉 이다.
△ 왼쪽부터 마영신의 〈엄마들〉, Judith VANISTENDAEL의 〈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Vincent ZABU(글)/Thomas CAMPI(그림)의 〈Macaroni!〉의 원화작품들
이 전시를 어떻게 기획했으며 작가선정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서 전시 기획자이자 큐레이터인 박혜연 님과 짧게 인터뷰를 했다.

나(김금숙) : 가족이라는 테마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

박혜연 : "가족"은 어찌 보면 뻔 한 주제일 수 있으나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에나 있어온 것이 바로 "가족" 이다. 가족의 의미가 꼭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입양이나 결혼 등으로도 이루어진 것이다. 개인마다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이 다를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은 개인의 경험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경험이라는 것은 결국 그 시대와 사회로 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면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작가 개인마다의 가족에 대한 정의를 보여줌과 동시에 사회적인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 안에는 결국 관계, 사랑, 신뢰 이런 총괄적인 주제가 포함되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 작가 선정은 어떻게 했는가 ?

박혜연 : 추천을 받았다. 김금숙 작가는 불어권 나라에서 가족이야기를 주제로 한 〈아버지의 노래〉와 민간인 학살을 다룬 〈지슬〉 등 여러 책을 내서 여기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고 마영신 작가 같은 경우는 아직 이쪽에서 책이 출간되지 않았으나 비슷한 주제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선정하게 되었다. 특히 김금숙 작가 작품은 그 내용에 있어서 정말 한국적이지만 그 형식에서도 정말 한국적이어서 이 나라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유럽 작가는 한국문화원과 협력 기관인 벨기에 만화 박물관에서 추천해주셨다. 하지만 주류가 있으면 비주류가 있듯 벨기에 만화 박물관에만 도움을 의지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기관이나 다른 루트를 통해 협력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벨기에 특성이 불어권 문화와 플랑드르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불어와 네덜란드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각 문화권에서 한 작가 작품씩 선정했다. ‘Vincent’는 불어권 시나리오 작가이지만 ‘Judith’는 네덜란드어쪽 덜란드어쪽 작가이다.
나 : 전시기획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대답하기 주저하는 듯 해서 질문을 좀 더 열어두었다) 아니면 뿌듯했던 점? 작가의 입장에서나 관객의 입장에서나 전시를 미니멀 하게 작가의 작품을 잘 이해하고 전시를 설치 하셨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박혜연 님의 일이긴 하지만… 예를 들자면 내 작품 〈아버지의 노래〉에서 주인공 구순이가 밤의 그림자가 무서워서 문을 등지고 요강에 오줌 싸는 장면이 있는데 전시장에는 그 그림을 크게 확대해서 한 벽의 모서리에 설치한 것은 정말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 필자 김금숙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안내 책자
박혜연 : 어려운 점은, 음… 여러 작가들을 한 자리에 초대하다보니 애로점이 있었다. 가령 저 〈마카로니!(Macaroni!)〉의 작가 중 일러스트 그림작가가 유럽에 살고 있지 않다. 원래는 이탈리아 분이신데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계시고 워낙 바쁜 일정이라 원화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만화가 아홉 번째 예술이라고 하긴 하지만 순수 예술과는 어쨌든 거리가 좀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만화가 예술 외적인 부분으로 존재한다면 유럽에서의 만화는 만화가 순수예술을 포함 할 수 가 있다. 그것을 내가 여기서 보고 느꼈다. 만화는 드로잉, 회화, 조각, 그림자 등 뭐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느끼고 배웠다. 그런데 한국만화와 벨기에 만화를 함께 전시하다보니, 한국만화가 가진 특성이라는 게 있는데, 그런 요소들 때문에 약간의 갈등이 생겼었다. 전시를 하는데 있어서 만화가 가진 코믹하고 재밌는 어떤 요소들, 서술적인 요소들… 뭐라 그래야할지 어렵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되는데 그게 정말 어렵다.
작년 전시 때는 벽면에 크게 확대해서 설치한 게 많았는데 이번 전시 때는 최소화했다.
아! 3회째 전시를 하며 재밌는 점은 한국 작가 작품들은 컬러 작품이 없었다. 김금숙 작가도 그렇고 마영신 작가도 마찬가지로 흑백이다. 박건웅 작가가 〈꽃〉에서 조금 색을 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흑백이다. 앙꼬나 홍연식 작가도 마찬가지로 흑백이다. (웃음)
왜 그런가? (뜬금없이 박 팀장이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나 : 글쎄… 왜 그럴까…?

박혜연 : 아니면 내가 우연히도 흑백으로 그리는 작가들 작품만 선정한 건가? 근데 그게 나쁘지는 않다… (미소)

나 : 현재 나는 흑백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있긴 하다만… 제주 해녀와 독도에 대한 그림책 「애기해녀 옥랑이, 미역 따러 독도가요」에는 색을 많이 썼다. 특히 해녀들의 마음에서 바다를 보려고 바다색을 매번 다른 색으로 표현하면서 그녀들이 본 시각으로 바다를 표현 하려했다. 하긴 사람들이 내가 흑백만 그리는 줄 알았더니 이 그림책을 보고는 색을 이렇게 많이 쓴 것에 대해 다들 놀랬다고 했다. (웃음)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경우는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색을 쓸 것인지 흑백으로 그릴 것인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 생각이지만… 흑백도 어렵긴 하지만 컬러를 잘 쓰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박혜연 : 여기는 64년인가 67년에 대학교에서 만화전문학과가 생겨서 만화가 예술로 이미 자라 잡아 배움의 길을 걷는 미래의 예술가들이 많다. 한국은 ?

나 : 한국에는 그림도 잘 그리고 색깔도 기가 막히게 쓰는 학생들이 많다. 또한 컴퓨터 어플의 효과를 너무 잘써서 감탄하기도한다. 그런데 물론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문제가 아닐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박혜연 : 그럼 형식이 아닌 내용의 문제라 생각하는가?

나 : 한국에는 형식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은 많다. 내용의 문제라고 본다.

박혜연 : 한국은 만화에 대한 접근이 이쪽과는 다른 것 같다. 그것은 만화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지않을까 싶다. 근데 김금숙 작가 같은 경우는 회화 전공이 아니냐?

나 : 그렇다.

박혜연 :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그 필체가 다르다. (미소)

나 : 내년 주제전 테마는 결정되었나? 작가들은?

박혜연 : 거론되는 작가들은 있다.

나 : 테마를 결정하고 작가선정을 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박혜연 : 테마가 먼저 주어지고 작가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고 작가를 먼저 선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테마를 결정하는 때도 있다.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인터뷰를 계속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여기서 인터뷰는 중단되었다.)

2부에서 계속.
△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는 벨기에 관람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