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파란책 : 스머프사회에 대한 비평적 정치적 분석 (Petit livre bleu : Analyse critique et politique de la societe des Schtroumpfs)』의 작가 앙투완 부에노
1958년 벨기에 작가 페요에 의해 창조된 숲 속의 파란 생물들 스머프는 그 인기만큼이나 괴담도 많고 논란도 많다. 지난 2011년 파리정치대학의 교수인 앙투완 부에노는 『작은 파란책 : 스머프 사회에 대한 비평적 정치적 분석(Petit livre bleu : Analyse critique et politique de la societe des Schtroumpfs)』이라는 책을 통해 이런 논란들을 정리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스머프 사회를 해석했다. 스머프의 팬들에게 살해 협박 전화까지 받았다는 그가 책 속에서 다룬 논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 『작은 파란책』의 표지 이미지
1. 인종차별
스머프의 에피소드 중 〈검은색 스머프〉는 인종차별적인 작품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좀비물을 연상시키는 이 에피소드는 이상한 벌레에 물린 스머프들이 다른 스머프들을 공격하여 감염시킨다는 내용이다. 특히 검은색이 된 스머프들은 폭력적이고 이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냑! 냑!” 소리만 낼 뿐 언어 구사도 할 수 없다. 인종차별에 특히 민감했던 미국에서는 〈검은 스머프〉에피소드가 흑인 비하의 소지가 있다며 수정이 요구되었다. 스머프의 TV 시리즈 만화를 제작한 미국의 한나 바바라 사는 애니메이션에서 검은색 스머프를 자주색 스머프로 바꿔 그렸다.
△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검은색 스머프〉의 표지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검은색 스머프〉의 표지
2. 여성혐오
스머패트는 가가멜이 스머프 마을에 불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만든 여자 스머프다. 다음은 가가멜이 스머페트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재료들이다.
△ 스머페트를 만들고 있는 가가멜. 스머페트를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들을 읊고 있다.
〈약간의 애교… 단단한 한 겹의 선입관… 악어눈물 세 방울… 쪼그마한 새의 두뇌… 독사의 혀 가루… 1캐럿의 교활함… 한 주먹의 화… 흰 실로 꿰매진. 한손가락 크기의 거짓말 천 조각… 1부아조(8갤런)의 탐식… 4분의 1파운드의 악에… 아주 작은 술잔 분량의 무분별함… 약간의 오만함… 약간의 질투… 약간의 감상벽… 한 조각의 어리석음… 한 조각의 속임수… 불안정한 정신과 많은 고집… 양쪽 끝이 다 태워진 초(구어적 표현으로 낭비하다. 건강을 해친다는 표현).〉
스머페트는 프랑스의 미녀 배우 브리짓 바르도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가가멜이 만든 스머페트는 원래 검은 머리에 고약하게 못생겼는데. 파파 스머프는 그녀를 불쌍히 여겨 금발에 아름다운 얼굴로 성형수술해 준 것이다. (실제로 만화 속에서 파파 스머프는 스머페트의 외모를 고쳐주는 마법을 쓰며 ‘성형수술’이라는 단어를 쓴다!)
△ 못생긴 스머패트의 외모를 고쳐주고 있는 파파 스머프
작가 페요는 인터뷰에서 “그녀는 예쁘고, 금발이에요. 여자의 모든 특징들을 가지고 있죠.”라고 말했다. 그는 스퍼페트가 만들어지는데 사용한 재료들(즉 모든 단점들)이 모든 여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스머페트는 일종의 ‘새로운 이브’이다. 그녀의 역할이 유혹하고 원죄를 짓는 유대, 기독교 전통의 여성상 ‘이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합으로 잘 운영되는 남성그룹을 망쳐놓기 위해 태어났다. 시인 스머프를 속여 댐 문을 열게 해 마을이 거의 잠길 뻔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그녀의 행동들은 스머프 사회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멋쟁이 스머프와 겉모습 꾸미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며, 빨래하기, 아기 돌보기 같은 일들만 하는 그녀의 모습은 과거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그대로 비춰진다.
△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를 모델로 만들어진 금발의 스머페트
페요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유혹합니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 힘 대신 속임수를 쓰죠. 그녀는 농담할 능력도 안 됩니다. 끝을 미리 말해버리기 때문에요. 수다스럽지만 표면적인 얘기만 할 뿐이죠. 그녀는 스머프들에게 끊임없이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항상 남의 핑계를 대고 끝내죠."
인터뷰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작가 페요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사회가 일반적으로 갖던 여성에 대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 스머프는 공산주의자들?
△ 파파 스머프와 마르크스의 외모를 비교한 사진. 스머프 사회의 특징 때문에 종종 공산주의 의혹이 생겨났다.
앙투완 브에노는 책에서 스머프의 세상은 소비에트적 유토피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가 거의 똑같은 옷을 입고 있고, 같은 크기의 버섯모양 집에서 산다. 각자의 적성에 맞춰 직업을 갖고 있고, 진짜 이름이 없이 ‘파파 스머프’, ‘똘똘이 스머프’ ,’욕심이 스머프’ 같은 식으로 불린다. 마치 소련에서 서로를 ‘누구누구 동지’ 하고 부르듯이 말이다. 공산주의국가에서 당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듯이 스머프 세계에서도 파파 스머프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똘똘이 스머프는 “우린 파파 스머프 의견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파파스머프 혼자만이 결정할수 있어.” 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스머프 사회에서는 사유재산도 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돈(황금)이 들어오면 항상 불행한 일이 생긴다.
특히 미국 사회는 공산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스머프가 사회주의 선동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 중 일부는 스머프(Smurf)라는 이름이 ‘붉은 권력에 종속된 작은 인간들(Small an under the red forces)’의 줄임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4. 반유대주의
스머프 시리즈는 반유대주의 의심을 받기도 한다. 특히 스머프 사회에 대한 가장 큰 적인 가가멜에 대한 묘사 때문이다. 가가멜은 스머프를 잡아 금으로 만들고 싶어 할 만큼 돈을 좋아한다. 그는 못생기고 매부리코에 머리숱이 적으며, 등도 굽었을 뿐만 아니라 더럽다. 이런 이미지는 과거 선동적인 그림들에서 유대인을 묘사하기 위해 많이 쓰였던 모습이다. 가가멜의 고양이 이름 ‘아즈라엘’은 ‘이스라엘’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도 반유대주의 주장의 근거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 가가멜과 아즈라엘의 모습은 서구에서 유대인을 비난하기 위해 그려진 부정적인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
스머프의 작가 페요가 위에 언급된 여러 가지 의심을 뒷받침할만한 실질적인 행위를 한 적은 없다. 그는 공산당 활동을 한 적도 없고, 여성차별에 앞장서거나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언급을 한 적도 없다.
앙투완 부에노는 이 모든 것들이 작가의 무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한다.
“스머프의 작가 페요는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당시 프랑스 벨기에 사회의 대중문화. 집단적 무의식을 반영해야 했다. 그런 이미지들이 다 모이면 작고 친절한 생물체에 붙어있는 가증스러운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머프 작가 페요는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한 사회의 어느 일정한 시기의 스테레오 타입을 모으고 전달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