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의 구분 없이 현직종사자의 프리랜서 비중이 높은 미국의 인력시장은 나날이 그 비율이 늘어가고 있다. 과거 필자가 언급했듯이 2012년 1월 기준 전체 미국 노동인구의 약 42퍼센트 이상이 현직 프리랜서이며 매해 5퍼센트 내외로 증가 예정이고, 최종적으로 2015년 이후에는 전체 노동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이 프리랜서 형태로 종사할 것이라는 당시 통계가 크게 빗나가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호황시절 이전부터 프리랜서활동이 대세적인 상업예술분야(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는 더욱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현지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어떤 사회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소개해 보도록 한다.
과거 경기 호황기에는 일부 특수 업종, 즉 소위 ‘작가’ 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곤 미국현지종사자들 또한 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었다. 물론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평생직장’의 개념은 결코 아니지만, 비교적 안정된 고용형태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장기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늘어나는 시기부터는 폭발적으로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주로 회사 측의 경영방식 변화로 주목하고 있는데, 정규직 풀타임 직책으로 각종 복지혜택(의료보험이나 자녀관련 등등)을 유지시켜주는 것 보다는 프로젝트 단위로 인건비를 조금 더 올려주는 대신 복지혜택에 관한 투자를 아애 없애는 노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규직개념의 추가인력이 필요해도 협의를 통해 국내의 계약직 같은 형태나, 반 정규직(복지혜택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개념의 채용형태를 채택하곤 해 이제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투잡·쓰리잡이란 말은 아주 당연시 되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더하여 상업예술이란 분야는 원래도 프로젝트단위의 프리랜서가 주류를 이루는 시장이었던 것을 가만하면, 점점 안정적인 수입과 생활은 일반 업계 사람들보다 더 멀어지고 있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그 예로, 필자가 미국학교 재학시절 캡콤(capcom) 아메리카 디자인 부분에 재직 중이던 강사교수는 매주 저녁강의마다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 수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주말에도 주중근무 회사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물론 맞벌이 부부임) 상대적으로 채용률이 유동적인 게임회사의 직원이 3인 가족 가정을 꾸리기 위해 쓰리잡을 강행하는 현실을 보자면 그 모습이 한국 내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흔히 국내에서는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라는 큰 두 가지 개념으로 고용형태를 구분한다. 물론 세세히 따지다보면 정규직, 비정규직(계약직, 파견직), 프리랜서, 아르바이트(풀타임, 파트타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국내 우리관련업계 특성상 보통은 이 네 가지 고용타입이 두루 존재하며, 많은 이들이 저 틀 안에서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트 개념이 모호한 경우도 많고, 사회적 인식이 풀타임 상근직(정규, 비정규직)이 아니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취급하지 않기에 소위말해 ‘작가’ 혹은 ‘프리 아티스트’ 라는 타이틀은 가진 인재들은 공공연하게 무경력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상근직도 사기업에서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엄밀히 따지자면 상근직과 프리랜서의 복지문제는 비슷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떤 고용형태로 이루어져 있을까? 크게 풀타임, 파트타임, 프리랜서 인 세 가지로 나뉜다.
풀타임은 그야말로 보통 주당 40시간·주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형태로 딱히 국내처럼 정규직 비정규직 구별 없이 풀타임은 그냥 정식 직원개념이다. 다만 계약조건에 따라 사대보험이나 복지개념의 ‘베넷핏’의 유무와 정도의 차이가 있어, 과거 한국에서 비정규직 개념이 없을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음으로 파트타임은 크게 정규고용 파트타임과 그야말로 아르바
이트개념인 파트타임이 있다. 아르바이트의 파트타임은 국내와 다를 것이 없지만, 정규고용 파트타임은 거의 없는 개념이라 생소할 것이다. 정규고용 파트타임은 그야말로 풀타임 고용자와 같되, 일의 특성상 주5일을 나갈 필요가 없는 업장일 경우 주2일~주4일, 혹은 일의 유무에 따라 유동적인 근무일수를 계약해 나가는 경우다.
△ 관련주제 칼럼 사진인용 “Become a Freelance Artist” in eHOW money
최근 소규모 사무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타입으로, 프로젝트단위의 일거리가 많은 애니메이션, 게임업계인 경우 많은 회사들이 이런 형태의 고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풀타임 정규직과 동일한 베넷핏과 혜택을 받으며, 단지 다른 점은 연봉협상이 근무일수를 기준으로 측정된다.
마지막으로 프리랜서는 파트타임 정규고용직과 달리 프로젝트 마다 고용이 결정되는 형태이다. 가장 많은 아티스트 및 자유도가 높은 직종의 사람들이 종사하는 형태로, 특히 미국코믹스업계 작가들은 거의 프리랜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여기까지는 한국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진짜 실력자들은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고용 되는 경우가 보통이고, 프리랜서로 벌어먹고 산다는 것은 회사에 소속된 비슷한 계통의 사람보다 좀 더 실력을 인정받는 분위기가 다른 점이다. 또한 프
리랜서도 장기 계약 시 정규고용자처럼 베넷핏 혜택을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회사가 먼저 제시, 혹은 아티스트가 먼저 요구) 국내와 달리 꽤 오래전부터 프리랜서 관련 보험, 세무회계관련 시스템이 사회에 안착되어있는 부분이 많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미국의 베넷핏은 사회생활의 필수조건이라기 보단 선택옵션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그리고 프리랜서는 엄연히 개인사업자라는 인식이 강해 사회통념적인 이미지가 국내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최근 미국 내 우리관련업계의 프리랜서 비중이 크게 늘음에 따라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프리랜서를 위한 세금보고·혜택 받기’, ‘프리랜서로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등 관련 기사가 종종 눈에 띄고 있다.
보통 아트스쿨에 입학하면 학교마다 추구하는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교육이 시작된다. 이전 필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칼아츠는 예술적 개념을 중점으로 한 작가육성, AAU는 산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용적 인재를 표방 하는 등 그 콘셉트 또한 다채롭다. 일반적으로 학교 측은 다른 학문 계열과 마찬가지로 졸업 후 학생의 거취나 사회진출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학생을 배출하면서 회사취업만을 기준 삼는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 직종을 염두에 둔 교육과정도 꽤 많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일단 현지커리큘럼은 대체적으로 실무의 현재사정을 꾸준히 노출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물론 여기에 국내아카데미들처럼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하게 해주는 것은 기본요소이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아주 노골적으로 금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교수가 직접 언급한다는 점이었다. 그 예로, 영상프로덕션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본다. 프로젝트를 꾸리면서 각종 예산안을 짜는 순서가 있었다. 진행상황상 들어가는 모든 인건비와 장비대여료, 그리고 마무리까지 고려해 실제 현장에서 쓰는 예산안 양식과 계획서쓰기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실제 해당 파트의 최저 몸값과 일당급 등 인건비표와 프로젝트 계약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되는지 등 비즈니스부분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또한 이뿐만이 아니다. 소소하게는 클라이언트와 메일을 주고받는 방법부터 분쟁이 생겼을 때의 대처방법(주로 금전문제와 의견조율문제)을 배우기도 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학문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학생의 교육열의에 따라 노출되는 정보의 차이는 상황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회사취업만을 목적으로 한 기술습득, 혹은 아카데미 안에서 통용되는 지식을 주로 가르쳐주는 국내교육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교육부분 이외에도 실제 인력시장구조나 문화는 사회적으로 프리랜서활동이 두루 인식되어있다. 해서 다양한 네트워킹이 존재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된다. 그 예로 국내에서도 알려져 있는 ‘링킨닷컴’이 가장 대표적인 네트워킹이다.

△ 링킨닷컴 페이지,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어 페이스북처럼 한국어 지원도 된다.
링킨닷컴은 직종과 분야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력서를 공유하는 비즈니스 인맥(네트워킹)사이트로, 페이스북과 마찬가지인 친구 맺기와 친구의 친구정보 공유도 가능한 시스템이다. 애초에 업무적인 네트워킹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곳이기에 다양한 인맥과 인재들을 열람하고 컨택하기에 좋은 구조로 되어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프리랜서나 예비취업자들은 물론, 이미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도 인맥네트워킹을 위해 필수등록처로써 이용되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곳은 바로 프리랜스닷컴이란 곳이다.
△ 프리랜서 닷컴의 프리랜서 검색장면, 아티스트 이외에도 문예, IT분야 등 프리랜서들이 활동하는 모든 영역이 카테고리로 나뉘어져있다.
△ 프리랜서 닷컴과 유사한 guru사이트
전체적인 콘셉트는 링킨닷컴과 유사하다. 다른 점은 아트계열의 프리랜서들을 위한 네트워킹이 포인트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나 과거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정리해서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또한 공개적으로 자신의 몸값을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예술분야이니 만큼 국적이나 장소불문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인재들이 등록되어있으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프로젝트참여 인재를 원한다면 바로 검색해 볼 수 있는 곳으로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
물론 국내에도 관련업계 취업사이트나 커뮤니티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공유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업종별로 다른 사이트가 존재하고 그마져도 예비취업자들이 주류인 국내와 달리, 아트 혹은 엔터테인먼트분야를 아우른 소수의 주류 사이트가 존재하는 것이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해당분야의 인력정보 접근성을 용의하게 하며, 결정적으로 서로 다른 분야 간의 교류가 크게 단절되지 않아 언제라도 유동성 여지를 남겨두는 점이다. 이는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업종이 다르면 교류의 칸막이를 세워버리는 국내와 크게 다른 점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느낀 아쉬운 점은 좀 더 다른데 있었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제작 부분에 상당한 수준을 갖춘 한국이 전 세계 프리랜서들이 등록한 프리랜서닷컴에 따로 국가별섹션이 없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제작역사나 출발이 늦은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아티스트들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내 프리랜서 시장은 증가추세를 다양한 각도에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춘 사회적 기틀과 인식이 발 빠르게 마련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문화차이적인 성향도 강할 것이다. 또한, 굳이 국내와 비교한다면 아직 이른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작(CREATIVE)라는 특징적인 요소를 놓고 본다면, 언제든지 국내제작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불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다. 과연 무엇이 산업을 더 활기차게 만드는 것인가? 무엇이 우리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