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자 명절시즌인 12월이 다가왔다. 국내에서 12월이란 ‘한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해’, 혹은 ‘크리스마스 휴일’과 ‘연말모임이 몰리는 달’이란 인식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북미국가에서는 11월 마지막 주 추수감사절(우리의 추석쯤 되는 명절) 부터 12월은 대대적인 명절, 쇼핑, 가족과 함께하거나 여행을 다니는 시즌으로,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업계가 휴식기를 갖거나 느슨한 스케줄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심 있는 미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관련 연동업계는 어떨까? 예상대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미친 듯이 제작·활동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제작 환경과 반대로 유통, 판촉, 이벤트 같은 부분은 다른 때 보다 훨씬 활발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최근의 관련 업계 동향과 눈에 띄는 소식 몇 가지를 소개해 보도록 한다.
코믹솔로지(ComiXology)기반의 코믹스 콘텐츠 무료제공 행사
코믹솔로지란 미국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코믹북은 물론 그래픽노블을 아우르는 출판물을 하드웨어, OS, 장소에 상관없이 만화를 감상하게 해 주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2011년부터 급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낸 이 플랫폼은 미국 내 코믹스의 거대산맥 DC코믹스나 마블코믹스는 물론 각종 중소형 제작사 및 유통사들이 두루 이용하는 것으로, 미국의 코믹스 콘텐츠를 즐기고자 한다면 코믹솔로지 하나로 대부분의 상품을 구매 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가진 플랫폼이다.
이런 플랫폼에서 몇몇 메이저 회사들이 연합해 12월 7일부터 12일간 무료서비스를 실시, 전미 코믹스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방식은 현재 인기리에 있는 작품의 첫 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첫 권 무료’라는 배포방식에 익숙한 한국문화상 ‘이것이 특별한 일인가?’ 라는 의아함을 가질 수 있다. 이 부분은 단순 문화차이별 구매선호 방법과 마케팅전법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이전 북미에서는 국내처럼 정가의 단행본 전체를 무료로 배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보통은 아마존의 몇 페이지 미리보기 기능 정도가 전부였음) 하여 맛보기 콘텐츠라는 존재가 전무하다시피 한 미국에서 디지털용으로 나온 정품 코믹스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 자체가 12월 명절시즌을 앞둔 노림수이지 않을까 짐작하게 한다.
코믹솔로지 측과 소스를 제공하는 각 회사들은 이번 행사로 행사콘텐츠는 물론 기존의 약 1억 개 이상의 보유상품을 재 홍보하는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구매당사자가 타인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소셜네트워킹 구조를 통한 판촉을 예측하게 해 추후 디지털 콘텐츠 소스 판매에 큰 영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마지막 코믹콘 ‘위자드 월드 코믹콘(Wizard World Comic Con)’ 다양한 지역에서 수시로 열리는 코믹콘이 2012년의 막을 내리는 12월 1일부터 3일까지 뉴올리언스의 Ernest N. Morial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행사는 수천가지의 코믹스관련 콘텐츠와 관련 볼거리, 그리고 특히 사이언스 픽션장르 관련 팬들의 성원이 도드라졌다.
특히 행사기간에 마블코믹스의 창설자 ‘스텐 리(Stan Lee)’가 패널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위자드 월드 기간 중 12월 1일은 그의 90세 생일로 패널행사에 함께한 팬들과 생일축하행사를 진행해 흐뭇한 장면을 연출했다.
△ 2012 뉴올리언스 위자드월드 코믹콘에서 팬들과 90세 생일축하이벤트를 하는 90세 노장 스텐 리
위자드 월드 측은 이번행사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발표했으며, 다음 행사는 2014년 2월 7일부터 3일간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업계와 제작사들은 한 해를 마감함과 동시에 연말 특수를 노리거나 내년도 업계일정을 발표하는 등 2013년을 준비하는 소식 또한 줄을 이었다.
마블코믹스는 내년 6월경 옴니버스 ‘마블 나우!(Marvel NOW!) 재발간을 발표해 이목이 집중됐다. 총 688페이지의 하드커버로 구성될 ’마블 나우’는 52가지 작품의 첫 번째 이야기가 수록된다. 주요 라인업으로는 ‘초인 어벤져스(Uncanny Avengers by Rick Remender, John Cassady), 올-뉴 엑스맨(All-New X-Men by Brian Michael Bendis, Stuart Immonen ), 그리고 FF(FF by Matt Fraction and Mike Allred) 등이 수록될 것이라 밝혔다.
이번 재발간은 마블코믹스에서 다루었던 히어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두루 즐기며, 동시에 수집가 팬을 노린 부분도 고려한 프로젝트라 보여진다. 또한 작년 DC코믹스에서 이와 비슷한 컬렉션 종합소장본을 출시해 톡톡히 재미를 보았기에 마블코믹스의 이런 첫 시도는 DC코믹스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련자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도드라지는 소식은 국내 언론매체에서도 소개되었던 ‘드림웍스’와 ‘20세기폭스’와의 새로운 비즈니스 계약체결이 있다. 과거 드림웍스는 ‘파라마운트픽쳐스’를 통해 자사 애니메이션을 배급했다. 하지만 계약만료를 기점으로 20세기폭스와의 새로운 계약체결, 2013년부터 5년간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배급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 드림웍스 2013년 개봉 예정작, 좌: Mr. Peabody & Sherman, 우: The Croods
지난 12월 7일, 매해 ‘Spike TV’에서 주관하며 방송하는 2012년 ‘VGA(Video Game Awards)’에서는 각종 상을 탄 게임들과 그 제작 장르 작품들이 올해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매해 연말 TV방송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각종 TV방영용 제작 콘텐츠 관련 시상식이 줄을 잇듯, 미국에서도 가을부터 겨울사이에 각종 시상식이 몰려있다. 물론 애니메이션 부분은 주로 영화 아카데미쪽 시상식에 분류되는 편이다. 하지만 게임장르, 특히 비디오 게임과 PC게임 부분을 전문으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 VGA이니 만큼 이번 생방송 행사에 전 세계 게임 팬들과 직·간접적 제작업계의 시선이 모아졌다.
△ Spike TV에서 방영된 2012년 VGA(Video Game Awards)의 1위작 BGM 오케스트라 장면
‘올해의 게임 상‘ 수상작은 좀비가 등장하는 ‘워킹데드(Walking Dead)’로 게임성과 각종 파트별 제작 퀼리티를 총 망라한 부분을 전문가 심사와 일반 관객들의 온라인투표로 결정되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종합예술 콘텐츠와 각종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장르가 게임이니만큼 음악, 미술, CG, 각종 콘셉트·디자인, 스토리텔링, 장면연출 등 만화·애니메이션에서 요구되는 예술성·기술성에 관한 것 또한 다양한 관심이 쏟아졌다.
그밖에 눈에 띄는 것은 ‘최고의 그래픽 상’과 ‘최고의 X-Box360 게임 상’ 양쪽을 수상한 ‘헤일로4(Halo 4)’가 있다. FPS장르의 이 게임은 ‘미국 타임지 선정 2012 최고의 게임 10선’에 들만큼 게임성과 그 금전적인 성과 또한 인정받고 있다. 헤일로4는 이전시리즈와 함께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있으며, 깊이감 있는 전장과 풍성한 볼거리, 그리고 역동적이고 웅장한 전투씬 연출로 CG부분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 소식으로는 앵그리 버드 제작사로 유명한 핀란드의 모바일게임회사 ‘Rovio’가 12월 14일 게임을 기반으로 앵그리버드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과 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스튜디오 설립을 발표했다. Rovio의 CEO Mikael Hed는 앵그리버드를 3D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위해 제작스튜디오를 설립할 예정이며, 이는 애니메이션 제작·유통업계의 큰손 ‘디즈니’를 경쟁자로 염두에 둔 발걸음이 될 것이라 발표했다.

앵그리버드는 출시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통한 광고수익은 물론 캐릭터 상품영역과 테마파크산업으로 전 세계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는 콘텐츠중 하나이다. 현재까지 ‘Rovio’는 영상분야를 제외하더라도 사업 확장 부분에서 디즈니와 겹치는 것이 꽤 있었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열린 각종 국제컨퍼런스에서 당당히 큰 규모로 참여하고 미국 내에서 금전적인 성과를 내는 만큼 세계시장 석권을 위한 야심을 보이는 것으로 관련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스튜디오 설립 장소 등과 제작 스케줄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전 세계 애니메이션 전문채널(특히 미국)에서의 TV시리즈 방영과 극장판 애니메이션관련 제작을 언급한 만큼 미국의 관련업계 제작자들은 향후 방향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Rovio는 ‘앵그리 버드 랜드’라는 테마파크 산업에도 큰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아시아 최초,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진 ‘앵그리 버드 랜드’가 상하이에서 개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