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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업예술 교육과 요즘

이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만화, 영상, 게임이란 분야의 교육 붐이 대대적으로 불기 시작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한두 개 밖에 없었던 교육기관은 몇 년 사이에 굉장한 속도로 늘어났고, 이것은 미국에서 또한 발생했던 현상이다. 이번 글로벌 칼럼에서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붐과 그에 걸맞은 인재양성을 위한 시설 설립관련 현황, 그리고 요즘 현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2012-11-22 오필정

이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만화, 영상, 게임이란 분야의 교육 붐이 대대적으로 불기 시작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한두 개 밖에 없었던 교육기관은 몇 년 사이에 굉장한 속도로 늘어났고, 이것은 미국에서 또한 발생했던 현상이다. 이번 글로벌 칼럼에서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붐과 그에 걸맞은 인재양성을 위한 시설 설립관련 현황, 그리고 요즘 현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산업을 바탕으로 상업아티스트 발굴, 혹은 유명아티스트를 중점으로 후학 양성
1950년대 컬러텔레비전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미국은 서부개척·개발과 맞물려 할리우드가 만들어졌고, 곧 엔터테인먼트 산업 번성기에 들어가게 된다. 흔히 미국역사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듯, 이즈음부터 텔레비전 매체는 물론 영화와 더불어 각종 애니메이션과 만화산업에도 큰 성장이 시작된 시기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디즈니도 이시기에 다양한 작품을 냈고, 이런 엔터테인먼트 장르 산업에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제작사는 물론 수많은 제작자들 또한 인재발굴과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교육에 있어 일선에 있는 제작자와 회사들이 가장 필요성을 느낀 부분은 산업 전반을 이끌 차세대 주역발굴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목적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졌었다.

일단 지금도 그렇지만 제작사나 관련 사업가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되는 인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비즈니스적 구조를 생각한다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미국적인 생각일 것이다. 이들은 교육시설을 아카데미적인 형태보단 실무의 바닥부터 스스로 뛰게 하는 ‘서바이벌 식‘ 형태를 추구했고, 이런 점은 미국의 제작환경을 본따온 아시아 각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간 삶의 질이 높아지고 교육의 형태가 발전할수록 정규교육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하여, 이후 기업이나 경영자가 인재양성을 아카데미시설에 연계·위탁하는 형태로 발전하곤 했다.(당시 미국은 우리의 조부모 세대처럼 학력을 필수로 여기지 않았지만, 산업성장으로 여성교육과 정규 및 전문교육을 아카데미에서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는 시기였다.)

기업과 학교의 연계 예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AU(academy of art university)’는 과거 ‘픽사’기업과 애니메이션학과의 제휴로 일명 ’픽사클래스‘를 개설,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교육에 관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하지만 기업 위탁형이라기 보다는 학과의 이해와 학교의 방침, 그리고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부 아티스트의 의견이 맞아떨어진 상황과 맞물려 생긴 이례적인 것으로, 현재 과거와 같은 픽사클래스 활동은 공식적으로 없어진 상황이다. 필자가 조사해 본 결과 미국기업들은 훌륭한 인재를 직접 후원·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위탁 및 직영 시스템은 도리어 미국보다 현재의 일본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형태이며, 기업이 직접 운영·인재를 육성하는 대표적인 예로 도쿄의 ’도에이학원‘이 있다.

△ 사진 1. 픽사 전경
사진 2. 샌프란시스코 AAU의 애니메이션과 건물 중 한곳, 1929년 개교

또 하나 다른 경우는 현재도 그 형태가 남아있는 유명아티스트 중점의 후학양성시스템이다. 이 타입의 탄생배경은 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미국이 한참 개척과 산업발달로 전성기를 맞을 1950년~1960년대 무렵, 당시 아티스트들은 현재 미국의 학생들처럼 체계적인 교육이나 시스템을 통한 성장이 아닌 홀로 연구하고 노력해 기업가들과 직접 부딪쳐 인정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세상에 없거나 노장 작가들의 인터뷰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유년시절 관련된 내용이기도 함)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자신이 일구어온 특정 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각오로 체계적인 후학양성에 대한 욕구가 대단했던 것 같다. 하여, 아티스트로써 전미나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딴 아카데미시설을 만들거나, 혹은 기존의 교육기관을 인수하여 직접 운영·소속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현장에 진입하였다.

그 예로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서부의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는 ‘월트디즈니’가 1961년 개교한 영상중심의 아트스쿨이다. 또한, 이전 필자가 소개한 ‘조 쿠버트(Joe Kubert)’의 ‘쿠버트스쿨(The Kubert School, 1976년 개교)’, 스누피의 아버지 ‘찰스 슐츠(Charles M. Schulz)’또한 그의 이름을 딴 대형갤러리 ‘Charles M. Schulz Museum and Research Center’와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카툰 뮤지엄(The Cartoon Art Museum)’ 같이 도시형 갤러리 박물관을 지어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소개한 학교는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등에서 유명한 극히 일부의 학교를 소개한 것으로, 이밖에도 타 주나 타 도시에는 각 업계의 유명인들이 직접 관여한 학교들이 전미에 퍼져있다.

△ 사진 3. 캘리포니아 칼아츠 전경, 1961개교
사진 4. 1954년 1월 당시 월트디즈니 생전 모습

△ 사진 5. 쿠버트스쿨, 1976년
사진 6. 생전의 조 쿠버트

이 일부 교육기관의 특징을 보면 일단 설립자의 관심업계나 주로 활동했던 분야에 따라 학교의 주요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 ‘쿠버트 스쿨’은 주로 코믹스 제작, 일러스트,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어, 딱 보기에도 그 뿌리가 출판코믹스에서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칼아츠는 영화분야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만들었듯 영상과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파트를 아우르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결국 하나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포석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학교들이 현재 설립자나 체계 구축에 관여한 유명아티스트의 직접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대부분 초기설립자들은 현존하지 않음) 하지만 그들의 유지를 받은 자손이나 파트너들이 해당업계에 활동하면서 그 운영취지를 이끄는 만큼, 각 학교를 대표하는 고유의 성격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 사진 7. 찰스 슐츠 뮤지엄, 2002개관
사진 8. 생전의 찰스 슐츠, 1956년 활동당시 모습


미국스타일의 도제식 교육, 업계성장에 반영되는 현상
어느 업계나 현장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교육과 현장은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 결국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그만큼 학교를 벗어난 학생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교육과 현장의 갭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점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 왔던 부분이지만, 미국 또한 교육커리큘럼에서 중요시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그 갭이란 정확히 어떤 부분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단 그 차이를 설명하기 전 미국스타일의 도제식 교육에 대해 집고 넘어가겠다. 보통 도제식 이란 주로 아시아권에 국한된 부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서방국가에서도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는 문화차이적 예의나 습성 부분만이 다를 뿐, 학문만 놓고 보자면 크게 다르진 않다. 게다가 스승의 추천서가 가진 위력이 국내업계보다 더 큰 효과와 공신력을 가진 미국에서는 더더욱 중요시하게 생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왜 아시아적 도제문화가 남아있는 국내에선 정작 교사나 교수의 추천서가 현장에서 별 효험을 못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첫째, 미국 교육현장의 스승들은 이미 현장에서도 굉장한 프로급, 혹은 원로 작가급 경력을 가진 현역이 대부분이다. 해서, 현재는 교직에 풀타임으로 몸담고 있다 해도 그들의 영향력과 실력은 현재진행형이고 그들의 말과 글은 업계에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 스승 본인이 주는 성적과 추천서에는 자신들만의 기준과 공정함이 있다. 필자가 유학하던 시절, 아시아계 학생들이 교사에게 흔히 하는 항의 내용 중 1순위가 바로 자신이 받은 성적에 납득을 못하겠다는 부분이었다. 주로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조금만 노력해도 쉽게 A+를 받던 문화권에서 A+는 스승과 같은 레벨이라는 기준구도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점은 선생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교사들은 정답이 뚜렷하지 않은 예술계통에서는 점수 매김이 철저해야 된다는 철칙을 지킴과동시에 성적은 곧 스승본인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졸업 후 취업 때문에‘,’남자니까 사회적인 미래를 위해‘,’잘 안주면 교수 앙케트평가가 절하되니까‘ 라는 등의 이유로 점수가 남발되는 일부 아시아쪽 교육현장 분위기와 굉장한 차이를 보인다.

셋째, 배출한 제자를 키워줘야 하는 ‘다음세대의 주역’으로 보는 시각이다. 꼭 미국만의 문화라고 할 순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스승이 키운 제자가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거나 성공한다면, 주변에 굉장한 자랑꺼리 이거나 스승본인의 경력에 한층 빛을 발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어떤 경우에는 제자가 잘나가면 잘나갈수록 스승에 대한 평가는 제자보다 더 높이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가 어렵다기보단 서로 이끌어주고 친밀하게 지내는 구조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고, 후학은 곧 나의 거울이자 나로써 비롯되는 결과물 이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공부내용에 대한 어드바이스도 꽤 현실적이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많은 감명을 받은 것이 “너희들이 현장에 나가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좋지만, 그 실력에 대한 보상을 타당하게 받는 법, 협의하는 법(비즈니스), 그리고 그 업계전체에 누가 끼치지 않게 일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라는 말이었다.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그리고 다 같이 상생하는 방법을 먼저 일깨워주는 그것이 교육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교육기관의 방향성(예. 상업적인 부분을 배제한 예술성 중심의 교육)에 따라 예외도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현실주의적 노력 대부분은 업계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력배출과 발전기초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현장에서 입을 모으곤 한다.

경제 불황과 쇠퇴, 하지만 교육기관은 늘고 있다?!
유례없는 실업률과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관련업계의 불황으로 사실상 중소제작업체는 물론 대형제작사도 새로운 인재채용에 소극적인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물론 국내사정과 비교하자면 미국은 소위 말하는 ‘일거리’가 있는 편이다. 게다가 최근 실업률이 나아졌다는 통계발표와 일명 ‘돈이 도는 업계’에서는 경제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고 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업계 특성상 타업계 보다 회복속도가 느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 증거로 미국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내수시장 투자 보다 중국이나 동남아 쪽을 주로 타깃삼아 제작사를 재정비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내수 교육기관의 유치와 성장은 되려 불경기때 보다 확장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텍사스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VFX, 게임그래픽관련 아트스쿨 ‘MindFire Academy’의 개교가 내년1월로 발표되었다. 구성학과와 학습 커리큘럼은 여느 영상관련 아트스쿨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주로 동부(뉴욕주변이나 근방)나 서부(주로 캘리포니아의 할리우드나 실리콘밸리 주변)에 치우쳐져 설립되었던 상업계 예술학교가 대륙 동남부에 세워지는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겠다.

이런 불경기 기 현상은 우리 국내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경기가 좋지 않고 취업이 힘든 때에는 다들 스펙을 쌓기 위해 공부에 더 매진하는 경향이 미국에서 또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다. 게다가 세계적인 영상, 게임의 중심시장이라는 타이틀은 해외자본유치(즉 외국인 유학생)에도 큰 메리트가 있는데다가, 일거리를 찾아 미국으로 모여드는 성향 탓에 세계적인 불경기일수록 미국 내 교육시장은 호황기를 맞는 것이다. 또한 사립학교는 내외국인과 차별 없는 학비가 적용되지만, 대부분 외국학생들이 내는 학비는 자국민보다 훨씬 높게 측정되어 있기에 학교나 국가차원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돈벌이 수단이 없을 것이다. (타분야 사립학교는 자국민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비를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져도 자국민은 대다수가 교육 대출에 의존해 분할 납부를 하는 실정. 즉 학교나 미국정부 입장에서 외국학생들은 매 학기 현찰로 따박따박 재정을 불려주거나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굉장한 고객임.)

그렇다면 교육환경 확대가 미국 내부적으로는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사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국내수활성화를 위해 반기는 분위기였다. 또한 전 세계 최고의 인재와 아이템이 미국에 집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늘어만 가는 학교설립이나 규모 키우기가 과연 교육을 직접 받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란 의견이 최근 붉어져 나오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아트분야의 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예술학교를 졸업한 아이의 학부모라고 밝힌 ‘캔자스 주 신문(kansas.com)’ 인터넷토론장의 ‘dadalane’는

“나도 자녀가 있고 한 아이는 나름 이름 있는 학교에서 3D애니메이션의 게임 애니메이션부분을 졸업했다. 하지만 여느 전공 분야보다 더 취업률의 저조함을 느끼고 있다.”

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현장과 직업시장의 연결점이나 학위에 대한 가치에도 의문을 품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재미를 추구하기위한 학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반대의견은 단한건도 없었으며, 대부분 학부모입장에선 동감하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취업률을 단순 숫자로 보기에 아트분야라는 특성은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는 아무리 세계적인 시장을 보유한 미국에서 조차 만화·애니메이션·게임 관련업계의 신입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교육기관과 현장의 연계가 일부 유명학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란 의문을 품게 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같은 지역의 대학이라도 학교의 재정상태, 운영자의 능력과 방침에 따라 학생들이 외부적으로 받는 혜택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음.)

물론 경제가 어려울 땐 수요시장이 닫히는 엔터테인먼트시장과 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불황에 장사가 되고 돈이 되는 산업 ‘교육’이 호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 또한 그 교육현장의 학생이었고, 지금까지의 유학생들 생활과 현지학생들, 그리고 이후 취업관련 미국 정부정책을 본다면 그들에게 교육은 하나의 비즈니스적 의미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