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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일본 만화 업계 주요 뉴스 정리 (2)

2013년 일본 만화 업계 주요 뉴스 정리 (2)

2014-01-30 이현석


4. 만화 『맨발의 겐』 열람제한을 둘러싸고 만화 규제와 우경화 경향에 대한 논란 점화

이 만화는 작가의 실재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화다. 좌파적인 시선으로 가득차 있으며, 전쟁 책임에 대해서 공격적인 발언을 하거나 천황까지 거침없이 비판을 하고 있다. 특히, 원폭 투하를 둘러싼 전후 정황을 너무 리얼하게 그려내어 어린 시절 이 만화를 보고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이런 처참한 만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데 찬성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목소리 중에는 이러한 자학적인 역사관 (일본인은 과거 굉장한 잘못을 저질렀다)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수 끼어 있으며, 이것이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결국 이 작품이 지식인과 시민단체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은 종국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며, 내부에 담고있는 메세지는 지금 오늘날에도 충분히 이어갈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때문에 결국 열람제한 조치는 철회되었다.

그리고 이 [맨발의 겐] 논란은, 작품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어내어서 1만부 이상의 증쇄가 이루어져 출판사를 기쁘게 했다는 후일담이다.

5. 주식회사 카도카와가 발족
2013년 10월1일, 카도카와 쇼텐을 필두로 한 9개의 회사가 합병을 단행하여 주식회사 카도카와가 탄생하였다. 일본 출판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합병으로서, 초대형 출판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합병한 아스키 미디어, 미디어 웍스, 엔터 브레인 등은 그 회사 브랜드 자체는 그래도 남아서 언뜻 큰 변화는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고 있으나, 내부의 질서가 정리되는대로 곧 업계에는 여러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 기간한정으로 카도카와 합병 회사 작품들의 전자서적 반액 세일을 단행 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를 약간은 짐작하게 하는 모양새다. 또한 카도카와는 합병 이후 아시아 각국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진출 전략을 꾀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진출이 결정되었으며, 한국에서의 파트너 사도 이미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카도카와의 주력 소설들이 한국에 빠르게 출간되거나, 한국의 라이트 노벨작가들이 일본에 직접 진출할 창구가 생길 것으로도 기대가 되고 있다.

6.『쿠로코의 농구』협박 사건과 범인 체포
현재, 일본 슈에이샤는 [쿠로코의 농구]를 대규모 판촉으로 밀고 있는 중이다. 소년지인 점프에 여자 독자를 대규모로 끌고온 일등 공신인 [테니스의 왕자님]과 같은 역할을 기대한 때문이다. 이 작품의 작가에 대해서 2012년 부터 1년 이상 협박편지 등으로 협박을 가해온 범인이 2013년 12월 체포되었다.

요즘 일본에는 인기 작가에 대해서 스토커 행위를 일삼거나, 불태운 작가의 만화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낸다거나 하는 악질 독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번 사건도 그런 경향에서 벌어진 한 사건으로 보여진다. 과도하게 작품 중의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거나, 스토리 등에 영향을 미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다만 이런 일반 경향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거에 주목을 끌었다. 그것은 종래의 범인들이 작가 개인에 대해서 협박을 하는 수준에서 그쳤지만, 이번엔 이벤트 장에 독극물을 놓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팬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이다.
물론 범인이 체포되어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만화에 대한 주목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일본에서 똑같은 타입의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7. 아키타 서점 문제가 파문을 불러일으키다.
8월에는 아키타 서점의 독자 선물 문제가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실 업계 전반에 조금씩은 존재하는 이 문제는, 잡지의 지면에는 대대적으로 이런저런 상품들을 경품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정작 독자에게 발송한 상품은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건이다. 내부 고발로 알려진 이런 문제는 일본의 각 편집부에서는 크고작게 일어나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크게 문제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사기죄에 해당한다. (편집부 내부에서는, 담당자의 교체로 인해서 당첨자에게 선물이 가지를 않았다거나, 담당자가 실수로 다른 이에게 선물을 보냈다든지, 당첨자의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가 잡지 지면에 실려버린다든지 등등의 크고 작은 실수가 반드시 벌어지게 되어 있다. 이건 사실 신뢰에 관한 심각한 문제인데, 자주 벌어지다보니 일상화되어서 잘 대처를 하지 못하게 둔감해진 경향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크게 확대된 것은 이 내부고발 사원을 부당해고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하튼, 이 아키타 서점 문제는 업계 전반에 잡지 독자 선물 코너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다.
필진이미지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