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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프랑스 만화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

2013년, 프랑스 만화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

2013-12-30 박윤선

1. 작가 Fred (프레드1931-2013)의 사망

△ 작가 프레드

앞에서도 자주 말한 바 있는 프레드가 올해 사망 했다. Hara-kiri(아하키히)의 초기 멤버로 Le petit Cirque를 그곳에서 연재했었으며, 이후 잡지 Pilote에서 그의 대표작인 ≪ Philemon ≫를 연재했었다. 앙굴렘 만화 페스티발에서는 1980년 그랑프리를 받았으며, 2012년 이 페스티발에서 그를 기리는 전시가 있었으며, 올해 2월 필레몽의 마지막 권인 Le Train ou vont les choses 을 발표했으며, 같은 해 4월에 사망했다.

2. ≪ Asterix (아스테릭스) ≫의 새로운 작가들
1959년부터 만화 잡지Pilote와 시작을 함께 한 아스테릭스는 시나리오를 Rene Goscinny(고씨니)가, 그림은Albert Uderzo(우데르죠)가 맡았으나, 고씨니의 사망(1977)이후부터는 그림 작가 우데르죠가 다 혼자 알아서 하면서 최근까지 진행되어왔다. 그리고 최근, 처음으로 우데르죠는 이 시리즈를 다른 작가들에게 넘기니, 그 처음 앨범, ≪ Asterix chez les Pictes(픽트족네 아스테릭스 . 시나리오 Jean-Yves Ferri 그림 Didier Conrad) ≫이 올해 10월에 나왔다. 아스테릭스의 내용은 늘 비슷하게 진행된다. 로마에 함락되지 않은 유일한 골(Gaul)주민들이 다른 프랑스 지방이나 외국에 가서 모험을 하고, 위험이 있을 때마다 초인적 힘을 주는 마법스푸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말을 이용한 농담이 이 만화 시리즈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인데, 다른 언어로 번역을 통하면 안타깝게도 이 재미들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 새로운 작가들이 참여한 첫번째 아스테릭스

3. 만화 ≪ Aya de Yopougon(요푸공의 아이야) ≫의 애니메이션화
△ 애니메이션 요푸공의 아이야

만화 요푸공의 아이야는 올해 7월에 극장용 애니메이션화 되기도 하였다. 만화의 시나리오 작가(Marguerite Abouet)와 그림 작가(Clement Oubrerie) 둘이 함께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과 시나리오를 맡았다. 마거릿 아부에가 한 한 인터뷰에 따르면, 한번 이 만화를 연극으로 연출한 바가 있는데, 당시 관객들의 호응을 보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결심했었다 한다.

이 만화는 Gallimard(갈리마르) 출판사의 컬렉션 Bayou(바이유)에서 2005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만화로 2010년까지 총 6권이 출간되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아프리카의 나라 Cote d’Ivoire(코트디부아르)는 불어권 나라인데, 이들이 쓰는 불어는 프랑스에서 쓰는 불어와는 조금 달리 변형이 되어있다. (심한 사투리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기발랄함과 이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매력으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만화 시리즈.

애니메이션화 된 부분은 이 시리즈에서 처음 2권 분량의 내용인데, 애니메이션은 만화에서 나오는 많은 매력을 다 살려내지는 못했다. 만화 아이야는 처음에는 코트디부아르의 요푸공에서만 이야기가 벌어지나, 요푸공에서 미장원을 하던 남성 동성애자 Innocent(이노썽)이 새로운 삶을 찾아 프랑스 파리로 무작정 날아가면서 4권부터는 이야기가 프랑스에서도 펼쳐진다.
△ 요푸공의 가위손 이노썽은 프랑스 파리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웃 아주머니들(그림에서 이노썽 양 옆에 있는 여성분)로 하여금 최신 패션에 눈을 뜨게 한다. <요푸공의 아이야 4권>

시나리오 작가 아부에는 이후 작가 Mathieu Sapin(마튜 사빵)과 함께 ≪ Akissi(아키시) ≫라는 어린이 만화도 진행중이다. 아키시는 아이야의 여동생으로 작가 자신과 매우 닮았다고 한다. 이야기는 요푸공에서 아키시가 엄마 심부름으로 생선을 사가지고 오다가 고양이에게 습격을 당한다거나 하는 짧은 단편들로 진행되며, 요푸공의 아이야처럼 아키시의 책 마지막 부분에는 코트디부아르의 음식 레시피가 소개된다.

4. ≪ Le bleu est une couleur chaude (파랑은 따뜻한 색이다. 2010) ≫의 영화화

작가 Julie Maroh(쥴리 마호)의 만화 ≪ 파랑은 따뜻한 색이다. ≫가 ≪ La vie d’Adele (아델의 삶)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고,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았다. 원작가는 영화 제작에 관여를 하지 않으며, 영화팀의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기기는 했었는데, 이 영화가 상을 받았을 때 영화팀으로부터 딱히 감사의 말한마디를 못받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영화팀 내부에서 각종 잡음이 나오고 있어서 남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여하간 만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갑작스레 병으로 클레멍틴(영화에서는 아델로 이름이 바뀌었다.)이 사망하자 그녀의 가족은 클레멍틴의 동성 애인인 에마에게 클레멍틴이 청소년때부터 써온 비밀일기장을 건네준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 일기장을 따라 진행된다. 이곳에는 그녀가 생일선물로 이 일기장을 받은 일에서부터, 남자친구를 사귀나 전혀 진전을 할 수가 없었을 때 한 고민들, 길에서 우연히 스친 한 여성에게 계속 마음이 가기에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일이며, 결국 이 여성(일기장을 읽고 있는 에마 자신)과 많은 어려움을 거치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적혀있다.


5. ≪ Quai d’Orsay(오르세 기슭 / 프랑스 외무성) ≫의 영화화
프랑스 외무성은 센강 오르세 기슭에 있다. 고로 제목은 오르세 기슭이지만 이를 뜻하는 것은 프랑스 외무성. 작가 Christophe Blain와 Abel Lanzac의 이 만화는 2권으로 되어있으며 그 첫번째 권이 2010년에 나왔다. 외무성에서 장관의 연설 관련된 글을 맡게 된 한 젊은이를 통해 외무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어려운 협상에 대처하는 일, 입장을 정리하기 까다로운 상황들 등등)을 보여준다. 실제로 외무장관을 보필한 바 있는 Abel Lanzac의 경험을 바탕으로 픽션을 더해 만들어진 이야기.

△ 영화 포스터/ 만화 표지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YYv_Xjoph1g


6. 힘든 독립만화계
독립출판사들의 자금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나, 올해 스위스의 유명 독립만화 출판사 Atrabile(아트라빌)이 결국 문을 닫을 뻔한 일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어떻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아트라빌은 요즘 A3라는 아트라빌 후원 협회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중이다. 1년에 40유로를 내면 회원카드와 실크스크린 작품을 보내주며, 80유로를 낸 회원에게는 거기에 비상업용 작품을 추가로 선물하며, 400유로를 낸 회원에게는 이 모든 것에 추가로 내년에 나올 아트라빌의 모든 책을 다 보내준다. (2014년에 아트라빌에서는 11권의 책이 나올 예정이다.)

△ 아트라빌 후원 협회 싸이트 : http://www.a-3.ch/

7. 문을 닫는 서점들
올 여름에 한 대형 서점 체인인 Virgin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달(12월) 초, 또 하나의 대형 서점 체인인 Chapitre마저도 전부 문을 닫게 되기로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Chapitre 가맹점 수는 프랑스 전체에 50여개로 이들의 운명은 이달 중순에 결정되어질 예정이다.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있는 가맹점의 경우, 이들은 이달 말부터는 다른 이름의 서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며, 그렇지 못한 곳은 내년 1월초부터는 영영 사라지는 것.

8. 시장이 된다면…
똘끼로 무장한 출판사 Les Requins Marteaux (허꺄막또)는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 위치한 출판사이다. 이 출판사의 멤버중 하나인 Franky(프랭키)가 내년 초에 있을 보르도 시장 선거에 출마를 했다.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잡지 Hara-kiri(아하키히)와 많은 연을 맺었던 코메디언 Coluche(꼴루쉬 1944~1986)가 1981년 대선에 나섰던 일을 연상시킨다. 여하간, 보르도 시장선거에 나선 프랭키의 공약 중에 하나는 수도꼭지를 2개가 아닌 3개로 만들어 가운데에서는 와인이 나오게 하는 것이란다.

허꺄막또의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컬렉션으로는 ≪ BD Cul (베데 뀨) ≫가 있다. 베데 뀨는 야한 만화를 뜻하는데, 이미 어느 정도유명한 작가들이 이 컬렉션에 참여하여 일부러 싼 느낌의 포르노 만화들을 만들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는 이 곳에서 ≪ Les Melons de la Colere (분노의 멜론, 2011년) ≫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 선거 포스터 http://www.perspective33.fr/

가장 최근에 나온 이 컬렉션의 8번째 앨범은 귀여운 동물 케릭터로 어린이들에게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Anouk Richard(아눅 히샤)의 ≪ Planplan Culcul(쁠렁 쁠렁 뀨뀨) ≫. 쁠렁 뀨는 유혹계획 정도로 해석이 되고, 뀨뀨는 그저 그런, 별루라는 뜻이라 이런 저런 뜻이 합쳐진 오묘한 제목이 되겠다. 최근에는 이 컬렉션의 초기 3권이 묶여 세트 형식으로도 다시 나오기도 했다.

△ 이미지(좌) : 3권 세트. 안에는Comtesse(백작부인. Aude Picault작. 2010년), La planete des Vulves(벌브 플래닛 Hugues Micol작. 2010년), Teddy Beat (테디 비트 Morgan Navarro작. 2011년) 이렇게 세권이 있다.
이미지(우) : 아눅 히샤의 ≪ 쁠렁쁠렁 뀨뀨 ≫. 텔레비젼 화면과 속옷그림 부분은 은색 판박이로 되어 있으며, 긁으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한다.

9. 내년 앙굴렘 페스티발에서는…
최근 내년 2014년 1월에 있을 앙굴렘 만화 페스티발의 프로그램과, 올해의 선정 만화들도 공개가 되었다. 선정도서들의 카테고리는 크게 공식 선정 부문(35개), 어린이(12개), 유산(오래된 만화를 다시 소개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14개), 추리물(5개)부문으로 나뉘며 페스티발 마지막 날에 이들 중에서 최고 앨범 상, 심사위원 상, 시리즈 만화 상, 새로운 발견 상, 어린이 만화 상, 유산, 추리 만화 상 등이 정해진다. 올해는 특히 유산 부분에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선정되었으며, 참고로 이전에 소개했던 만화 ≪ Melody(멜로디, Sylvie Rancourt작. Ego comme x 출판사) ≫도 이번 유산 부분에 선정되었다. 각 부문 선정작들에 대해서는 다음 달에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잠시 앙굴렘 만화 페스티발에 올 계획이 있는 분들을 위해 몇가지 정보를 드리자면, 이 페스티발은 프랑스 철도청(SNCF)의 후원을 받는다. 그때문에 앙굴렘 왕복 기차표와 페스티발 입장료가 연결된 할인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지금에서야 앙굴렘 내 숙박시설을 알아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호텔 예약은 이미 늦었으니 포기하시라 말하고 싶다. 대부분 1년 전부터 예약이 완료가 된 상태. 허나 앙굴렘 관광안내 싸이트에 민박 정보가 나와있으니, 거기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다. (http://www.angouleme-tourisme.com) 앙굴렘 내에서 숙박을 구하지 못한다 하면, 가까운 도시에 묵는 것도 해결책이다. 시간표가 좀 까다롭지만, 앙굴렘과 주변 도시를 이어주는 저렴한 버스들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술이름으로 더 유명한 도시 Cognac(꼬냑)은 앙굴렘에서 버스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이 버스들의 시간표는 (http://www.cg16.fr/grands-travaux-routes-deplacements/transports-departementaux/lignes-et-horaires/) 에서 구할 수 있다. 모든 버스비는 다 1유로(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