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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행사의 성수기 여름

이번 여름 행사는 7월 24일 ‘코믹콘 인터내셔널 샌디에이고’, 8월 8일 ‘보스턴 코믹콘’, 8월 22일 ‘위자드 월드 시카고 코믹콘’ 등 전미 지역에서 열렸으며, 이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행사의 콘셉트와 지역적 특성을 살려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행사의 소식과 몇몇 정보를 소개해보도록 한다.

2014-09-02 오필정

우리에게 여름방학 특수가 있듯이 미국에서도 7월, 8월은 축제나 휴가 시즌으로 다양한 행사가 치러진다. 이번에도 연초부터 열렸던 코믹스 관련 행사를 시작으로 여름에 그 절정을 맞이했다. 만화행사 일정은 추수감사절 전후까지 이어질 예정이라 코믹스 팬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기쁨을 줄 것이라 예상한다.


△ 미국에서 열리는 코믹스 관련 행사 고로

이번 여름 행사는 7월 24일 ‘코믹콘 인터내셔널 샌디에이고’, 8월 8일 ‘보스턴 코믹콘’, 8월 22일 ‘위자드 월드 시카고 코믹콘’ 등 전미 지역에서 열렸으며, 이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행사의 콘셉트와 지역적 특성을 살려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행사의 소식과 몇몇 정보를 소개해보도록 한다.

일반인과 업계 관계자들이 동시에 즐긴다
흔히 코믹스 관련 행사, 즉 ‘코믹콘’이라 함은 만화, 게임, 캐릭터, 소설 등에 열광하는 관람객이 모이는 곳, 그런 엔터테인먼트를 제작하는 아티스트와 제작사 간의 홍보 경쟁, 그리고 관련 물품이나 작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장소 등으로 아울러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 코믹스 관련 원작을 사용하는 영화, 드라마 관련 업계는 물론 작품 관람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IT업체들까지 행사 참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관련 업계와 매칭하는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 등도 행사에 참여해 학생 작품을 감상하거나 교육 정보를 얻어가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행사의 구성이 “팬(고객)을 즐겁게 만든다”에 기본 중심을 뒀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행사는 일반인을 위한 것과 관련 업계 종사자를 위한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열리는 편이다. 실제로 필자가 종종 방문했던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ame Developers Conference)도 게임을 비롯해 게임 콘텐츠 관련 기업이 다수 참여했지만, 일반인들은 마지막 날 공개하는 ‘오픈 박람회 날’을 제외하면 사전 예약이 필수인 전문 세미나 등의 관람에 제약이 있었다. 그리고 국내의 유수 기업이 많이 참여하는 라스베이거스의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같은 경우도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언론인만 입장권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관객의 구분이 확실하다.

하지만 필자가 언급하는 코믹스 행사는 1순위가 일반 고객, 즉 팬을 위한 것이며, 아울러 전문가와 아마추어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 또한 다채롭게 갖추었다는 점이다. 특히 1970년부터 개최된 코믹콘 인터내셔널 샌디에이고( SDCC) 같은 경우 역사가 가장 긴 코믹스 행사로 지역사회와 더불어 샌디에이고 축제로 인식되었고, 매해 7월에 전 세계 관광객을 부르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 2014 코믹콘 인터내셔널 전경. 기업부스 사이에서 보도진과 일반인의 인파가 뒤섞여 있다.

물론 다른 코믹스 행사도 꾸준히 규모를 늘려가며 성장하고 있다.

위자드 월드 코믹콘은 행사의 성격이 다른 것과 비슷하지만, 전미에 물량공세가 대단하다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보통 필자가 언급했던 축제, 행사, 컨퍼런스들은 연간으로 개최되며, 1년을 주기로 주최측의 홍보가 진행된다. 하지만 위자드 월드는 짧으면 약 10일 내외, 길어도 한 달 전후로 전국투어를 하는 공연단처럼 코믹콘을 개최한다. 사실 이미 선발주자가 있는 상황이고, 유명 개최 장소가 뻔해지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나름 틈새시장을 공략한 경우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코믹콘을 즐기는 팬들의 여론을 보자면,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도 코믹콘이 열리면 좋겠다.”, “너무 멀어서 휴가를 내야 하는데 올해 행사는 못 갈 것 같아 아쉽다.” 등등 대륙이라는 큰 시장성을 가진 동시에 거리상의 단점을 매번 지적하는 의견이 줄을 이어 왔다. 하여 전미 지역의 큰 도시에서 연속적으로 열리는 위자드 월드는 지역 주민의 불만을 해소하는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운 대표적인 사례이다.

△ 행사 홈페이지의 일정을 보면 이미 2015년까지 도시별 행사가 확정돼 나열되어 있다.

또한, 각 지역별 행사로 초청되는 유명인사(주로 코믹스 관련 미디어 매체 연예인이나 유명 아티스트 등)와 소수로 만날 수 있는 VIP 패키지 상품은 적게는 한화 약 8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적지 않은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 코너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물량 공세 행사와 더불어 각 분야 스타를 추종하는 소수 팬을 위해 특별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고객에게 환영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코믹콘 인터내셔널(SDCC)은 필자가 과거 칼럼에서 몇 번이고 언급했던 적이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코믹스 행사이다. 단연 규모나 역사를 보아도 전미 최대급으로 지금은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물론, 수많은 업종과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또한 샌디에이고라는 지역적 특징에 따라 넓고 광활한 땅과 바다를 끼고 있는 휴양지, ‘레고랜드’나 ‘씨월드’ 등 테마파크를 갖춘 주변 조건,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의 본고장 할리우드 등이 근접해 있다는 장점이 지역 축제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언급된다. 그래서 최근엔 일반 관광객도 SDCC 시즌에 해당 지역을 방문해 축제 개념으로 즐기는 게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인 관광객 방문 증가는 물론 국내에서도 매해 SDCC 소식을 보도하는 매체가 조금씩 느는 추세이다.

재미있는 점은 SDCC가 APE와 원더 콘 또한 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 두 행사는 각각 캘리포니아의 산호세(San Jose)와 오클랜드(Oakland)를 기점으로 개별 주최 돼 왔다. 하지만 그 규모가 성장하면서 행사운용과 수준 유지에 한계를 느꼈고, SDCC측에 운영을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SDCC가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두 행사를 착실히 성장시키고 있으며, 행사의 질과 다양성 또한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시 SDCC로 돌아와서 2014년 SDCC는 예전보다 더욱 다채로운 체험 요소와 다양한 볼거리로 무장한 행사로 진행됐다. 물론 아티스트와의 만남, 관련 드라마와 영화배우 및 제작자의 방문 등은 올해도 관람객의 열광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메인이벤트도 좋지만, 행사에 방문하게 되면 참가 부스별 서브 이벤트에 꼭 참여해 보라고 권한다. 대표적인 이벤트는 아직 시중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나 기술을 직접 체험하거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행사장(만화, 애니메이션 외 다른 업종 포함)에서 볼 수 있는 부스별 체험이벤트를 생각한다면 오산일 정도로 저들의 이벤트는 정말 통 크게 무료로 주는 한정판 물건도 많고, 체험도 다채롭게 짜여 있다.

이번 서브 이벤트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출시 예정인 게임을 미리 체험해 보고 그 캐릭터를 즐길 수 있는 게임제작 업체의 부스가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삼성의 기술 노하우와 카메라 제품을 사용해 보는 홀로그램 포토존도 있어 국내 기업의 활동도 볼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SDCC는 그 규모가 다운타운 일부를 아우르기에 비단 행사장 안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부스와 체험 어트랙션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것이 있지만 이번엔 특히 PC는 물론 모든 종류의 콘솔게임에서 게임으로 출시되었던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 체험 어트랙션이 눈길을 끌었다. 직접 게임 캐릭터가 되어 게임 속 세계에서 등장했던 동작 액션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시설물이 설치된 것이다. 거대한 구조물의 스케일과 게임화면 속 재현은 게임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물론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게도 충분히 홍보 효과가 되었음을 보여줬다.


△ 야외 체험장 전경과 시설물 구성 홍보 이미지. 마치 어릴 적 실내 놀이터 공간이 생각나는 구조물이지만 게임 내 구성되어 있는 실제 배경과 캐릭터 움직임을 참고로 만들어진 액션 체험 어트랙션이다.

흥미로운 건 SDCC 행사 특수를 이용해 주변 호텔에서도 마치 부스를 차리듯 이벤트를 여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해당 매니지먼트나 기업이 행사참여 신청을 하되 굳이 행사관이나 그 주변 야외를 배정 받는 것이 아닌 호텔 공간을 이용해 호텔투숙객은 물론 이벤트 일정을 보고 일부러 관객이 방문하게 만드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예를 들면 코믹스나 소설 등 관련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한 호텔에서 이벤트 바에 등장했다. 개중에는 소규모 이벤트 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전미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의 유명 배우가 바(bar)에서 손님들에게 음료를 만들어 서비스 한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누가 이걸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 미국 드라마 Game of throne에 출현한 Pedro Pascal의 맥주 서비스 모습.
드라마 상징 로고가 붙은 맥주와 도구가 비치되어 있다. 주류회사와 드라마 제작사 간의 콜라보로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여름휴가 특수에 열리는 행사가 경쟁을 벌였던 사이 핼러윈 시즌까지 이어지는 가을 행사도 본격적인 티켓 판매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화예술의 도시를 지향하고 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열리는 뉴욕 코믹콘은 이번 10월 행사에 원더우먼의 아담 휴즈(Adam Hughes), 의 브라이언 보건(Brian K. Vaughan) 등을 비롯해 코믹스 행사장의 단골 초청 게스트인 스텐 리까지 화려한 패널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국내에도 잘 알려졌으며 일본 주간 소년챔프에서 <데스노트>, <고스트 바둑왕>, <바쿠만>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오바타 타케시가 행사에 초청된 점이다. 이에 북미의 일본 망가 팬은 SNS나 댓글 등을 통해 열광적인 모습을 보였고, 주최 측 또한 꾸준히 유명 게스트 소식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 코믹콘은 지난 행사에서도 꾸준히 일본 망가나 해외 명작 게임 관련 전문가 및 아티스트를 꾸준히 초청해 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내 코믹스 팬이 모두 DC와 마블 등의 히어로 물에 열광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특히 한국 내 일본망가 팬이 일본식 만화를 주로 챙겨보듯이 미국의 일본망가 팬 또한 동양권과 비슷하게 만화 선택에 분명한 선호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이를 통해 특정 팬층을 확보함은 물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일본 작가를 초청하여 행사의 인기를 높이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한정된 팬층을 가졌던 이전 동양권 게스트와 달리 오바타 타케시 같은 경우 최근 연재하고 있는 이 할리우드에서 ‘엣지 오브 투모로우’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아시아 쪽은 물론 일반 미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작가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이유로 초청된 것이라 짐작되는 오바타 타케시를 비롯해 수많은 미국인 아티스트가 참석할 이번 뉴욕 코믹콘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 미국에서 코믹콘은 코믹스 관련 행사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사용된다. 원더 콘 같이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운영이 합병된 일부 경우가 아니라면 각 행사는 다른 주최에 속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과열 경쟁? 비슷한 느낌?
코믹스 관련 이벤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코믹콘. 이 이름을 달고 나온 행사가 쏟아지던 2000년 이후로 팬들 사이에서 문득 “비슷비슷하다”, “큰 행사 몇 개 빼곤 특별함이 없는 것 같다” 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SDCC 같은 몇몇 대형 행사를 제외하곤 부스 구성이나 초청 작가, 그리고 프로그램 요소까지 한두 행사를 보면 작은 규모는 비슷하다고 느낄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국이란 나라가 사람도 많고 시장도 크고 거기에 맞춰 수많은 회사와 아티스트가 존재하기에 지역별, 행사별 차별성이 거기서 구분된다는 점이다. 물론 관람객이 특정 작가와 전문가를 보러 오기 위해 특정 행사를 방문하는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저런 경우의 수가 매번 고정적으로 반복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소수의 코믹스 열성 팬만을 가지고 장사하기엔 수익성이 불안한 것이다(실제로 SDCC는 국내 열성 팬이 흔히 말하는 미국의 ‘양덕’만을 위한 심도 있는 행사가 아닌, 대중을 아우르는 행사로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음).

이런 불안요소를 개선하고 행사의 질과 규모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각 주최 측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음번에는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와 구경거리를 들고 나타날지 기대되는 건 고객으로서 어쩔 수 없는 심리인가 보다.

행사를 바라보며
최근 국내에서도 북미만화시장이나 국제 행사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서인지 국내 만화행사에 미국업계 관계자가 초청되고 공중파 매체에도 미국 코믹스 행사가 소개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매체에서 행사의 이름과 현지에서 사용되는 대명사조차 구분치 못하고 잘못 표기돼 보도가 나간 사실을 알게 되었고, 미국 코믹스 시장에 대해 소식을 전하는 입장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실수는 아직 미국시장에 대한 업계와 대중적인 관심이 시작 단계이고, 일부 관심 팬만이 그 행사를 즐기는 걸음마 단계이기에 벌어진 해프닝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국내 팬들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하고 다양하게 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빠른 시기에 우리 작품과 우리 작가도 국제상업시장에 중심에서 선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