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가쿠칸의 유명잡지 [월간 잇키 IKKI]가 2014년 9월25일 발매하는 11월 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간다. 사실상 폐간을 하는 셈이다. 참고로 연재하던 만화 중 일부는 새로 창간되는 다른 잡지들로 옮기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이 만화 잡지는 열성적인 편집부원과 작가가 많이 모여 있고, 발표하는 작품들도 새로운 형식과 표현에 도전하는 작품들이 많아서 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아오던 잡지이다. 이러한 잡지가 사라지는 것은, 요즘 일본에서 현저하게 벌어지는 만화잡지, 아니 잡지 불황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요즘 일본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중견 잡지들의 휴폐간 바람이 거세다. 슈에이샤의 [점프 카이], 카도카와 그룹이 내놓던 유명 패션잡지 [BLENDA], 아키타 서점의 만화잡지 [플레이 코믹], 다이요 도서가 내놓던 유명 패션지 [egg], 6년 전 엄청난 텔레비전 광고와 동시에 등장한 화재의 잡지 [월간 소년 라이벌], 1959년 창간되어 아주 오랫동안 인기를 모아온 [만화 선데이]나 조금 마니아 잡지지만 상당한 명성을 얻었던 [월간 GUN] 등. 이전에는 수십 만 부를 인쇄해서 굳은 팬층을 거느린 잡지들도 예외없이 몰락의 길을 걸어가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모 유명만화 잡지는 공칭 부수로는 수백 만 부를 인쇄하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실상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쇄부수 중 겨우 반수 이하만 판매되고 나머지는 반품되어 폐지 처분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잡지의 대불황 시대로,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출판 불황 속에서도 잡지 불황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만화잡지의 판매 감소도 눈에 띄는 부분으로 1995년에 3357억엔에 달하던 것이 2011년에는 1600억엔 정도로 감소되고 있어서 그야말로 급락이라고 할 만하다. 출판 안에서도 만화분야는 다른 분야를 견인하고 있을 정도로 굳건한 분야였는데 급격한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만화 잡지를 읽는 독자의 고연령화는 대단한 고민거리를 또 안겨주는 중이다. 얼마전 폐간된 유명잡지 [만화 선데이]의 편집장 모리카와 카즈히코 씨는 이렇게 말한다. “만화분야는 지금 잡지 대부분이 적자입니다. 단행본이나 애니메이션으로 겨우 이익을 보는 형편입니다만, 우리같이 독자 평균 연령이 40대인 잡지들은 단행본을 사지 않는 층입니다. 이러면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실상 일본의 만화잡지들은 소년만화잡지들의 독자 평균 연령이 30대에 가깝고 청년지들은 30대 후반에 가깝다. 즉 새로운 젊은 층의 유입은 실패하고 만화를 읽던 사람들만 남아서 읽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은 만화잡지 몰락을 더욱 부추기는 형편이다.
유명잡지의 경우도 내부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동전사 건담]이나, [원피스]와 같이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로 구축된 작품들이 아니면 일정 부수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있고, 아시다시피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 가능한 작품은 한정되어 있고 막대한 홍보비 지출을 요구한다. 이전에 일본에서 흔히 보던 광경은 길거리 광고판에 만화 캐릭터가 특정상품을 홍보하던 광경이지만, 이제는 작품 인지도를 높이려고 만화가 만화를 광고해야 하는 일도 흔히 벌어진다.
상징적인 장면이 하나 더 있는데, 이전에 일본에는 만화잡지를 주워서 허름한 가판에서 100엔에 되파는 홈리스들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빠르게 이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잡지를 사서 보지 않는다는 증거이자, 잡지를 손쉽게 손에 넣기 어렵다는 증거이다.
원인은 휴대폰 보급으로 인한 문화 변화가 큰 원인 한때 주간 100만 부 인쇄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본 잡지 출판의 몰락/쇄락은 그야말로 급작스러운 것이라고도 할 만하다. 한때 한국에서 흔히 떠올리는 일본을 상징하는 광경 중 하나가 전철 안에서 잡지나 신문, 문고판 책을 꺼내서 읽는 사람들의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대신 그들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다.
잡지 몰락의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역시 인터넷과 메일이 사용 가능한 고성능 휴대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것이다. 이전, 잡지가 팔린 이유는 싼 값에 여가를 활용할 오락거리와 세상이 돌아가는 정보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휴대폰은 이보다 더 싸고 편리하게 오락거리와 정보를 소비자 손에 쥐어준다. 불편하게 종이로 된 잡지에 손이 가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독자가 만화를 보지 않게 된 것이 아니다. 종이 만화 잡지들이 너무 진화를 해버린 끝에 정점을 찍고 쇠락해 가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연결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보유통에 적합한 새로운 매체 미디어가 필요한 시기가 자연스럽게 온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