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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만화 관련 잡지 (2) : 아하키히(Hara-Kiri) -2

프랑스 만화 관련 잡지 (2) : 아하키히(Hara-Kiri) -2

2013-11-01 박윤선

69년에 시작된 주간 아하키히가 70년에 정지를 당한다. 전 드골 대통령의 사망을 보통의 사망사고사건마냥 쓴 표지 제목이 문제였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정지를 당하자 이름을 바꾸어버린다. 이것이 ≪ Charlie hebdo(주간 샤흘리) ≫.


△ 주간 샤흘리 ≪ 프랑스에는 검열이 없다. ≫

이 주간 아하키히의 폐간과 주간 샤흘리의 탄생은 오히려 큰 광고 효과를 가져다 주어 곧 이들의 판매부수는 주간 샤흘리는 매 주 10만부, 주간 샤흘리는 매달8만부, 주간 아하키히는 매달 10만부로 뛰어오른다. 대부분의 주간 샤흘리의 독자들은 68에 참여하였던 학생들이었다 한다. 늘어난 판매량에 힘을 얻은 스쿠아 출판사는 관련 작가들이 편집장을 맡는 잡지들을 내는데, 허나 다들 그리 오래 가진 않는다. 그중 하나는 Fournier(프후니에 1937~1973)의 친환경주의 월간지 ≪ 라 궐 우베흐트(La Gueule ouverte) ≫. 뚤린 입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핵발전소 건설 반대 시위에 참여하던 환경주의자 프후니에의 이 잡지는 72년에 시작되었으나 73년 프후니에의 사망으로 길을 잃어가다 74년에 끝이 난다.

76년에 작가 Willem(빌렘 1941~)은 ≪ Surprise ≫란 만화 격주간지를 낸다. 76년에 나와서 76년에 사라진 이 잡지는 이전의 아하키히처럼,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유로다 정지를 받아 끝이 난다.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준 만화잡지였다고. 77년에 생겨서 78년에 끝난 주간지 BD l’hebdo de la BD도 존재했다. 당시 레코 데 사반같은 어른 만화잡지가 잘나간다고 여긴 베흐니에는 허나 아직 만화 주간지는 없다며 이 주간지를 낸다. 허나 주간 만화잡지라는 것이 운영이 쉽지 않아 베흐니에는 1년간 버티다가 결국 적자만 많이 내고 끝을 낸다. 81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맞아 매 달 한 정치인들을 다루는 ≪ Mords-y l’œil ≫라는 월간지도 다섯 호가 나왔다.이 잡지에서 다룬 5명은 Giscard(당시 대통령), Marchais, Coluche(아하키히와 많은 연을 맺은 코메디언. 80년에 대통령 후보에 나갔는데 생각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게되자 주위에서 회유와 협박을 받는 등 생활이 꼬이기 시작하자 중간에 그만둔다.), Mitterrand(이 선거로 대통령이 된 미테랑) 그리고 교황.

△ Willem (빌렘)

위에서 언급한 네덜란드 출신 작가 빌렘은 2013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그랑프리를 받은 작가는 그 다음 해 페스티발의 심사위원장이 되며, 페스티발기간 동안 그의 전시가 열리게 된다. 위의 이미지는 내년 1월 출판사 l’Apocalypse에서 출간 예정인 프랑스 미발표작을 묶은 ≪ Billy the kid ≫라는 앨범.

△ 2014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발 포스터. 작가 빌렘의 그림이다.

월간 아하키히의 과한 농담들에는 성이 빠지지를 않는다. 초기에는 그것이 터부를 깨부수고, 바보들을 놀려주기 위한 용도였으나 20년 정도가 지나니 이제는 자신들이 놀려주고 싶었던 바로 그런 바보들이 이런 사진들을 보고싶어서 아하키히를 사가고 있더랜다. 그러면서 아하키히는 점점 저물어 간다. 저번 달에 소개한 만화월간지 레코데 사반은 80년대 초에 Albin-Michel(알방 미셸)출판사에게 팔리면서 짝퉁 아하키히같은 모습으로 바뀐다.

그러더니 아하키히내의 작가들도 하나 둘 그곳에 가서 일을 하니 분위기는 점점 더 비슷해지고... 그러다 80년대 중반에 아하키히는 끝이 난다. 레코데 사반의 행보와 아하키히의 끝은 그리 무관하지 않다고들 한다. 만화 잡지 월간 샤흘리는 80년대 초까지 있다가 잡지 삘로뜨를 하는 출판사 다르고에 팔린다. 주간 샤흘리도 한번 82년에 끝이 났었다. 수많은 소송과 그에 따른 벌금형으로 쌓인 빚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감당이 불가능해졌고, 점점 판매부수도 떨어졌다고. 스쿠아 출판사 자체는 출판사 알방미셸에 팔린다. 그러다가 주간 샤흘리는 92년부터 이전의 작가들이 다시 모여 재시작 되었고,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

△ 1992년에 다시 나온주간 샤흘리 1호.당시 대통령이었던 미테랑이 샤흘리의 부활에 곤란해 하고 있다. / 최근 표지. ≪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다. ≫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주간 샤흘리는 늘 예민한 부분을 꼬집어 이야기 하는 톤 덕분에 많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2008년, 작가 Sine(씨네1928~)가 잡지에 실은 내용이 반유태인적이라는 꼬투리를 잡힐 위험을 느낀 편집장이 소송을 막겠다며 작가를 상대로 미리 손을 써버린다. 이에 80세 고령의 작가 씨네는 주간 샤흘리를 나가서 자신의 이름을 딴 Sine hebdo(주간 씨네)를 만든다. 이 잡지는 같은 해에 시작되어 2010년까지 진행되다가 2011년부터는 월간지로 바뀌어 지금도 나오고 있다.

△ 알제리 전쟁 당시 씨네의 시사 만화 / 잡지 L’Enrage / 주간 씨네

작가 씨네는 58년에 L’Express라는 잡지에서 시사만화를 시작했는데, 이미 그는 고양이 일러스트로 매우 유명했었다 한다. 당시는 알제리 전쟁(1954~1962)이 있던 시기. 그는 이 잡지에서 알제리 독립에 찬성하는 내용의 작업을 지속하여 실었고, 편집장과의 의견 불일치가 잦자 이 잡지를 나와 자신이 스스로 ≪ Sine Massacre(씨네 학살 1962~63) ≫이라는 주간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68년 ≪ L’Enrage ≫ 라는 잡지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주간 샤흘리에는 81년부터 합류했다.

위에서 말한 잡지들과 관련된 작가와 만화를 소개한다.

Gebe (제베, 1929~2004)
L’An 01(제 1년) ≪ 모든걸 멈춘다. 생각한다. 그런데 슬프지 않다. ≫

1970년부터 Politique hebdo(주간 정치), 나중에는 월간 샤흘리, 주간 샤흘리에 연재되던 만화. 시적이고 독특한 유머감각을 가진 작가 제베가 매주 조금씩 유토피아 건설 계획을 고민하여 진전시키고, 독자들이 이에 참여할 수 있게 초대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멈춘다. 허나 멈추면 안되는 것들, 예를들어 마실 물이나, 저녁 독서를 위한 전기 등은 계속 돌아가게 한다.

또한 이 상태에서 훗날 혹시나 재사용을 위해, 물건(공장, 기계)들은 그 상태대로 보존은 한다. 이 정지 기간동안, 모든 사람들은 이후의 결정들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우리가 해오던 것들 중에 정말 없애야 할 것들을 정한다. 사람들은 더이상 자신의 권리를 누군가에게 양도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권력은 사라진다. 더이상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 노동 ≫이 없으므로, 오락용 스펙타클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알아서 ≪ 논다 ≫. 더이상 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도 없다. 집을 포함한 모든 장소는 공공장소가 된다… ≫

권력에 대한 반대. 생산에 생산을 지속하는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반대. 68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이 만화는 연재 당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영화로도 제작된다(1973년). 작가는 잡지에 사람들이 영화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시나리오를 연재한다. 독자가 자신의 집이 이 씬을 찍기에 알맞다거나 식으로 참여신청을 하면, 작가 제베가 포함된 영화팀이 그곳으로 가 영화를 찍는다. 영화를 찍으면서 시나리오를 짤때는 몰랐던, 실제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상황들을 만나게 되면 씬은 그렇게 수정된다. 촬영 후에는 사람들과 촬영된 부분을 함께 보면서 학습의 효과를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 영화. 작가는 자주 자신의 삶을 바치는 노동을 그만두라는 말을 하는데, 작가 자신이 철도청에서 일을 하다가 때려치우고 나와 작가가 된 경우.

△ 사람들이 더이상 필요 없어진 집 열쇠를 창밖으로 던진다. 수거된 열쇠의 무게를 제어, ≪ 소유 ≫가 사라졌음이 선포된다. 소문에 곧 군대도 없어질 것이란다. / 잡지에 실린 시나리오

Une plume pour Clovis (클로비스를 위한 펜, 1975)

68년부터 잡지 삘로뜨에 연재되었다가 스쿠아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75년에 출간된 만화로 제베의 만화중에 가장 클래식한 만화이다. 괴상하고 고집 센 노인 클로비스는 당신같은 사람은 친구도 없을거란 소리를 듣자, 내가 왜 친구가 없느냐며 예전 사진들을 끄집어 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깃털 펜을 주겠다고 말을 하고는 사라진 친구 카시미르를 기억해 내게 되었는데… 카시미르는 어디로 간 것일까 ? 60년이 지난 클로비스의 탐색이 시작된다.

Alex Barbier (알렉스 바비에 , 1950~)
Lycaons(리카온1979)
△ Lycaons

작가 알렉스 바비에는 월간 샤흘리를 통해 만화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당시 작가는 꼭 월간 샤흘리와만 일을 해야겠으며, 다른 곳에는 자신의 만화를 들이밀고 싶지 않았다 한다. 그의 만화가 처음 이 잡지에 실렸을 때, 안타깝게도 맨 마지막 두 페이지의 순서가 바뀌어져 나와 약간 화가 나긴 했으나 매우 자랑스러웠다고. 월간 샤흘리의 당시 편집장인 작가 월랑스키는 알렉스 바비에를 보며 자신들과는 다른 이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많이 놀랬다 한다.

월랑스키도 성을 자주 이야기 하지만 그의 성은 생기가 넘치고, 즐기는 성이라면 알렉스 바비에의 성에는 폭력이 난무한다. 월랑스키의 작품에는 어떤 정치적인 견해가 내비쳐지지만 알렉스 바비에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상관하지 않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고, 더이상 좌파니, 친환경이니 하는 것도 없는 세대(월랑스키가 쓴 리카온의 서문중. 이 연재물 리카온은 후에 스쿠아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묶여 나온다.) ≫

안타깝게도 리카온의 원화들은 화재로 인해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어느 날 한 이상한 남자가 그가 사는 시골 마을에 와서 알렉스 바비에가 어디에 사느냐고 묻더랜다. 이 수상한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어이없게도 작가의 부인.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열쇠도 잠기어 있지 않았는데, 그 남자가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하간 집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던 원화들은 집과 함께 다 타버렸다고. 전시회차 나가있거나 팔렸던 몇장의 원화만이 이 화를 피했다. 스쿠아 출판사가 문을 닫은 뒤에 강렬한 색, 폭력, 마약, 성이 난무하는 그의 만화를 받아주는 곳은 한동안 없었다.

스쿠아를 인수한 알방미셸은 사실 작가 하이져를 데려가고 싶어서 이 출판사를 인수했을 뿐인지라, 이곳에 있던 알렉스 바비에는 껄끄러운 존재였다 한다. 알렉스 바비에는 그곳에서 만화를 하긴 했으나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고, 이후에는 거부를 당한다. 작가는 시골에 자신의 형이 남긴 술집을 물려받아 운영하며 한동안 만화를 하지 않는다.

오랜 공백 후 1994년에 그는 이전의 미발표 작업들을 출판하면서, 새 만화 ≪ Lettres au maire de V.(V시장에게로의 편지, 1994) ≫를 Freon(프레옹) 출판사에서 발표한다. (참고로 94년에 시작한 프레옹 출판사는 2001년에 Amok(아목) 출판사와 합쳐져 FRMK(프레목) 출판사가 된다.) 3권짜리 이 만화는 마지막 권이 2006년에 출간 되었다. 늑대인간과 관련하여 수상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한 동네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만화는 진행된다.누군가는 자신이 늑대인간을 보았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늑대인간이라고 하고, 사실은 당신이 늑대인간이라고도 하고, 아니면 모든것이 다 그저 꾸며낸 이야기였던 것도 같은 이야기.

△ Lettres au maire de V.

Riad Sattouf (히아드 사뚜프 1978~)
La vie secrete des jeunes (젊은이들의 비밀 생활)
△ 이미지(좌) : 2004년부터 주간 샤흘리에 지금도 연재중인 만화로, 단행본으로 묶여서는 출판사 라쏘씨아씨옹에서 출판되고 있다. 작가가 실제로 일상에서 보고 듣게되는 젊은이들의 대화등을 기록한 사실적인 만화.
이미지(중간) : 빠리의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3명의 젊은이들이 어디에서 주웠는지 모를 열쇠를 가지고 지하철 칸 사이를 오가며 장난을 친다. 처음에는 서로 재미있다고 놀다가는 마지막에는 친구를 가두어 버린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지하철은 달린다. (지하철 칸 사이는 한국처럼 주위가 막힌 통로가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없다.)
이미지(우) : 아빠와 딸. 그리고 아빠의 여자친구가 지하철을 타고 간다. 딸이 아빠의 여자친구의 신발이 이쁘다는 말을 하며 유심히 이를 쳐다보는데, 여자친구는 아이의 머리 형태가 웃긴다며, 기형아 같다며 아이 아빠와 함께 웃기 시작한다. 아이는 당황하며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본다.

다음달에는 8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만화 잡지들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