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만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가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프랑스 인들이 주저 없이 모에비우스를 말할 것이다. 그 대단한 작가 모에비우스의 전시회가 2011년 3월 13일까지 파리 14구에 위치한 현대 미술 전문 갤러리 카르티에 재단(Fondation Cartier)에서 열린다.
「모에비우스 트렌스-폼( Moebius transe-forme)」 전시회의 포스터
「모에비우스 트렌스-폼( Moebius transe-forme)」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의 주된 모티브 중 하나인 변신 (Metamorphose)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그의 만화와 그가 참여했던 영화 프로젝트들과 더불어 그가 감독하는 첫번째 3d 입체영화 「La planète encore」의 상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회의 제목이 단순히「변신」이라는 의미의 transformation이나 「변형시키다」라는 뜻의 동사인 transformer가 아니라, 「불안, 공포, 신들린 상태, 최면상태」라는 뜻의 명사 transe와 형태라는 의미의 명사 forme의 합성어로 구성된 것을 보면 모에비우스가 변형하는 형태들을 창조해 낼 때, 자신을 잊은 몰입된 상태로 작업에 임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전시회가 열리는 현대 미술 전문 갤러리 카르티에 재단( Fondation Cartier)의 입구는 거대한 뫼비우스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모에비우스(Moebius)는 누구인가?
모에비우스(Moebius) 혹은 지르(Gir)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쟝 지로는 1938년에 프랑스의 노정 쉬르 마른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부터 아들의 재능을 알아챘는지 어린 쟝 지로를 「쓸 줄만 알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라는 모토를 가진 에꼴 ABC에 입학시켰다. 16세 때인 1954년에 파리의 응용 미술학교( L’école de l’art appliqué)에 입학한 그는 이듬해부터 픽션(Fiction)이라는 잡지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연재했으며, 18세가 되던 1956년부터 서부극 만화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62년 필로트 잡지에 그의 가장 유명한 서부극 시리즈 「블루베리(Blueberry)」의 첫번째 이야기「나바호 요새(Fort Navajo :시나리오 쟝 미셀 샤를리에)」를 연재했고, 동시에 하라키리(Hara-Kiri)라는 잡지에 단편을 연재하면서 모에비우스(Moebius)라는 필명을 처음 사용했다.
모에비우스가 1962년 필로트 잡지에 연재한 「블루베리(Blueberry)」의 첫번째 이야기 「나바호 요새(Fort Navajo ) 」의 일부 지금과 같은 모에비우스의 섬세한 필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1975년에는 위마노이드 아쏘시에(Humanoïdes associés)출판사와 잡지 메탈 위를랑(Metal hurlant)을 창립했다. 같은 해에 아르헨티나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 알렉산드로 조도로우스키(Alexsandro jodorawsky)를 처음 만나는데, 타로카드 점을 치고, 손금을 읽는 등의 신비주의 경향이 있는 조도로우스키는 모에비우스와 많을 작품을 같이 하였고 그의 작품세계에 변화를 주었다. 이후 30여년간 그는 극사실주의 화풍의「블루베리(Blueberry)」 시리즈와 환상과 공상과학이 섞인「신비로운 차고(Le garage hermétique)」,「에데나의 세계(Le monde d’Edena)」,「앙칼(L’Incal)」같은 만화 시리즈들을 발표함과 동시에 영화와 게임으로도 영역을 넓혀가면서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광고, 3d, 영화 분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뤽베송의 영화 「제 5원소 」의 디바 캐릭터 디자인, 제임스 카메론의「어비스」의 수중생물 디자인, 스티브 리스베르거의 「트론」의 의상, 소품, 배경제작,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 리들리 스콧의 「8번째 여행자(huitième passager)」의상디자인, 르네 랄루의「시간의 주인들(Les Maîtres du temps)」 스토리보드 등 그가 같이 작업한 감독들과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모에비우스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다.
모에비우스가 최근에 즉흥적으로 그려내는 일기형식의 만화 「인사이드 모에비우스(Inside Moebius)」의 표지. 아르쟉, 블루베리 등 그의 만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보인다.
지르(Gir)와 모에비우스(Moebius) ; 변화하는 예술적 정체성
쟝 지로의 두 가지 필명 지르와 모에비우스는 그의 변화하는 예술적 정체성의 반영이다. 그는 1962년에 블루베리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지르라는 필명을 처음으로 사용하고 같은 해 하라키리 잡지에 첫 연재하면서 모에비우스라는 필명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뫼비우스의 띠를 고안한 독일 수학자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 현지에서 작가 모에비우스를 뫼비우스가 아닌 모에비우스로 부르니 그렇게 표기하도록 하겠다. 중국 배우 이름이나 브라질 축구선수 이름도 현지 발음에 맞춰 표기하고 있으니 모에비우스도 프랑스 발음을 따라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1층 전시장의 모습. 이 전시장에서는 모에비우스 만화의 등장인물들과 세계를 뫼비우스의 띄를 연상하게 하는 진열장을 통해 보여준다.
지하 전시장의 모습. 이곳에서는 작가가 좋아하는 주재에 따라 작품들이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된다.
뫼비우스의 띠가 양면이 서로 만나면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쟝 지로는 자신의 정체성이 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로에서 모에비우스가 되가며, 저는 끈을 비틀고 차원을 바꿉니다. 저는 같은 사람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죠. 모에비우스는 제 이중성의 산물입니다.” 지르와 모에비우스는 세계에 대한 다른 시각과 차별되는 스타일을 가지고 진화했다. 지르는 전통적인 할리우드식을 따르고, 모에비우스는 꿈과 공상과학을 탐험한다. 지르가 만화의 전통적 코드를 따른다면 모에비우스는 이야기의 규범을 거스른다. 지르가 서부의 풍경과 주인공들을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사진과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다면, 모에비우스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창조하기위해 초현실주의자들의 자동기술적인 데생과 비슷한 방법을 쓴다.
변형(Metamorphose)과 모에비우스
그의 만화안에서 형태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런 변화는 남자에서 여자로, 젊은이가 늙은이로 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체가 촉수와 융기등에 침범당하는 것과 같이 엉뚱하고 갑작스럽다. 변형(Metamorphose)은 그의 그림과 변화하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수십년간 행해왔던 창작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모에비우스가 만들어낸 화성의 생물들. 그는 하나하나의 생물들에 이름을 주었는데 모두 유머러스한 이름이다.
사막이나, 꿈, 참선 그리고 크리스탈 덩어리 등도 그에게는 어떤 형태를 만들고, 규범을 거스르며 신들린 상태에 이르게 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창작과정의 일부이다. (어떤 사람들은 모에비우스가 1955년과 1965년, 두차례의 멕시코 여행을 통해 발견한 사막의 지평선과 기이한 형상들 그리고 특히 멕시코 인디안들의 샤머니즘 문화를 만나면서 경험한 환각 효과를 일으키는 버섯이 그에게 「신들린 상태(Transe : 필자는 이글의 초반, 전시제목에 대한 부분에서 이 단어를 이야기했다.) 」를 창작과정의 하나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전시회의 공식 안내문에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아마도 약물에 관련된 내용이라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모에비우스의 손을 본뜬 상. 다른 손들과 특별히 다를 바는 없지만 이 손에서 수많은 창조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경험들은 그에게 기이함과 환상을 경험하고 그림을 통해 그것에 맞서며 합리성의 법칙과 있음직한 것들을 탐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모에비우스는 현실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