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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폰지밥 수자원 보호의 전도사가 되다 : 파리에서 열린 스폰지밥 10주년 기념전

파리의 수자원 보호와 활용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리 수도국 산하의 파비옹 드 로(Pavillon de l’eau)에서는 11월까지 스폰지 밥의 전시회가 열린다. 원래 어린이들을 위해서 기획되었던 이 만화는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를 엿볼 수 있으며 그 때문인지 많은 성인팬까지 거느리고 있다. 올해로 열돌을 맞이한 스폰지 밥의 전시회는 첫번째 도시인 파리를 거친 후 세계 각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2009-11-13 박경은

파리의 수자원 보호와 활용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리 수도국 산하의 파비옹 드 로(Pavillon de l’eau)에서는 11월까지 스폰지 밥의 전시회가 열린다. 원래 어린이들을 위해서 기획되었던 이 만화는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를 엿볼 수 있으며 그 때문인지 많은 성인팬까지 거느리고 있다. 올해로 열돌을 맞이한 스폰지 밥의 전시회는 첫번째 도시인 파리를 거친 후 세계 각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스폰지밥 전시회가 열린 파리 수도국 산하의 파비용 드 로 (Pavillon de l’eau)입구


스폰지 밥의 탄생


스폰지 밥은 오클라호마 출신의 스티븐 힐렌버그에 의해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 프랑스의 유명한 해양탐험가인 쿠스토 선장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힐렌버그는 해양생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훔볼트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후 3년 동안 오렌지 카운티의 해양학 연구소에서 해양생태학 교수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1992년에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아트를 졸업하고 몇 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한 그는, 오래전부터 해양생물인 해면, 즉 스폰지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원래 지금처럼 네모난 모양이 아니고 바닷속 실제 해면처럼 비정형적인 모습이였다고 한다, 그는 어느날 자신의 부엌에서 그릇을 닦는 네모난 스폰지를 보고 그 모양으로 캐릭터를 만들기를 결심했고 그렇게 1999년부터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혹은 “놀라운 기획능력”


타잔 만화시리즈에서 자연보호의 메시지와 루소의 사상까지 끌어들이고, 자연의 정글에서 도심의 정글과의 연관성을 찾아냈으며, 대중예술과 고전미술을 잇는 다리를 만들겠다며 르브르 박물관에 만화전시를 이끌어 냈던 프랑스의 전시기획자들은, 이번에는 스폰지 밥에게 수자원 보호 전도사의 역할을 부여했다.

원작자인 힐렌버그의 말에 따르면 스폰지 밥에서 주로 이야기 되는 메시지는 “당신이 남들에게 그렇게 대해지길 원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대하라”는 것이다. 그 외의 메시지들은 주로 어린 시절엔 어려웠거나 불쾌한 경험이지만 뒤돌아 보았을 때는 웃음을 자아내는 기억들에서 따온 것들이라고 한다. 마치 어린시절 처음 욕설을 배웠을때 그 말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계속 되뇌이던 경험 같은 것들 말이다.

스폰지밥 시리즈속에서 수자원 보호의 메시지가 확연히 드러나진 않지만 물속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만화영화의 특성상 이런 식의 연관짓기가 그렇게 엉뚱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전시의 특징


전시장 내부


전시장의 크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작았다. 1층과 2층 지하층이 모두 열린 구조로 되어있어 전시장이 한눈에 들여다보였다. 건물자체가 창문이 많아서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이러한 전시장의 특성상 귀중한 명화나 원본그림들은 일광에 노출돼 손상될 위험이 있어보였다. 그래서인지 전시물의 대부분은 원본보다 복제물, 인쇄물들이 훨씬 많았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명화가들의 명화를 스폰지 밥 버젼으로 코믹하게 패러디한 그림들이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고흐나 램브란트의 자화상등이 패러디에 사용된 그림들이다. 그림들 옆에는 원작사진이 조그맣게 놓여있고 원작에 관련된 내용과 패러디의 배경이 설명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원작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고흐의 ≪ 자화상 ≫을 패러디한 그림


보티첼리의 ≪ 비너스의 탄생 ≫ 을 패러디한 그림


스폰지밥 시리즈에는 영화에 대한 패러디가 꽤 자주 등장하는데 「던젼 앤 드래곤」,「반지의 제왕」,「킬빌」,「플라이」등이 패러디에 사용된 영화들이다. 하지만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들 중 어린이 관람가 등급이 아닌 영화도 많기 때문에 어린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고, 그래서 무난한 명화들을 이용해 스폰지 밥 시리즈에서 계속되던 패러디를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전시물들은 원작자 힐렌버그와 시리즈의 대한 전반적인 소개, 창작과정과 스폰지밥 관련 비디오 작업, 파리 수도국이 하는일, 수중생태, 그리고 자연보호를 위해 우리가 개인적으로 할수 있는 일들을 스폰지밥 캐릭터를 넣어 알기 쉽도록 설명한 전시물 들이다. 물론 캐릭터 상품에 대한 소개도 빠지지 않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원작자가 등장인물들을 만들기 위해 그렸던 그림 원본들을 기대했지만 찾을수 없었고, 전반적으로 창작과 제작 부분에 대한 전시물은 많이 부족했다.


어린이 관람객들의 팬 아트



만화전시의 기획과 영역을 넘나들기


최근의 프랑스 만화전시는 만화의 작가와 주인공에만 국한되지 않고 특정한 만화와 최근의 이슈들을 찾아 연결하거나, 만화와 다른 예술과의 연관성을 찾는 전시가 늘어가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러한 전시기획은 만화팬들 뿐만이 아니라 전시에서 다뤄지는 이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까지 전시에 불러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전시장 또한 만화의 테두리에서 다뤄지는 공간뿐 아니라 야외, 공원, 미술관, 공공기관등 다양한 장소를 활용하고 있다. 만화계와 다른 기관간의 협력관계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스폰지밥에게 수자원 보호 전도사의 역할을 부여한 프랑스처럼, 한국에서도 ‘빙하타고 내려온 둘리’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캠페인에 활용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8,90년대에 커다란 붐을 일으킨 스포츠 만화를 다시 조명하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스포츠 만화와의 연관관계를 살펴보거나, 한국 스포츠 만화와 일본스포츠 만화에 흐르는 정신적인 면의 차이점에 주목해보는 것도 재미있어 보인다.

더나아가 순정만화나 학원 공포물 등을 다뤄보는 것은 어떨까? 순정만화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주제와 발전과정,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순정만화의 차이점을 다뤄보는 것도 흥미로운 기획이 될 것 같다. 공포물도 동서양 공포만화의 비교나 아시아에 특히 많은 학원 공포물을 살펴봄으로써 사회적인 특징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귀신과 서양귀신이 한을 푸는 방법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한국화의 기법을 차용하는 만화가들이 점점 들어가고 있는데 그들의 만화와 레퍼런스가 되었던 전통화를 함께 조망해 봄으로서 전통화 기법의 현대적 해석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류의 접근 방법은 한국만화와 아시아 만화에 대한 관심이 외국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만한 기획이라고 생각된다.


스폰지밥 캐릭터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수자원 보호방법을 설명한 전시물


이런 기획들은 만화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통해 만화의 가치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또한 전시와 더불어 작가와 대중과의 담화를 통해 대중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사인회 등을 병행하여 만화의 판매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스폰지밥 전시회를 둘러보는 동안 서너대의 카메라가 이곳저곳에서 인터뷰를 하고 전시장을 촬영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공중파에서 만화관련 소식을 꽤 자주 그리고 많이 전달한다. 떠들석한 보도에 비해 전시함량이 떨어져 실망스러울 때도 가끔 있지만 프랑스의 만화 홍보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주요일간지, 잡지, 아침정보방송, 문화계 소식을 전하는 방송에는 신작만화소개, 만화관련행사, 전시소식이 거의 빠짐없이 소개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공중파에서 맛집 소개, 드라마, 코미디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같다. (물론 필자가 한국텔레비젼을 빼놓지 않고 보기는 힘들지만…)

한국에서도 가치 있는 만화를 소개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만화를 좀더 노출시킬 기회를 좀더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학습만화뿐만 아니라 진정한 만화가 좀 더 팔릴 수 있을 것이다.

필진이미지

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