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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믹마켓 준비회 대표 요네자와 요시히로 타계

코믹마켓 준비회 대표를 1980년 이후 26년간 맡아온 것이 바로 요네자와 요시히로씨이다. 만화평론가로서도 일본의 만화평론사에 있어서 중요한 저서를 몇 권이나 남긴 바 있다. 그런 요네자와 요시히로 대표가...

2006-10-01 선정우

도쿄 빅사이트 전경
▲1996년 이후 10년간 코믹마켓이 열리고 있는 이벤트회장 도쿄 빅사이트 전경. 일본을 대표하는 전시장소로서 매년 갖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동인지 이벤트인 일본의 「코믹마켓」. 참가하는 서클수가 3만에서 3만5천 이상, 참가자수도 50만에서 51만명 이상이라는 방대한 규모의 이 이벤트는, 1975년 시작되어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 「코믹마켓」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코믹마켓 준비회이다. (1985년 이후로는 이벤트 규모가 너무 커져서 임의단체인 코믹마켓 준비회로는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 유한회사 코미켓이란 회사가 설립되었으나, 어디까지나 코믹마켓 운영을 돕기 위한 회사일 뿐이다.)
그 코믹마켓 준비회 대표를 1980년 이후 26년간 맡아온 것이 바로 요네자와 요시히로씨이다. 만화평론가로서도 일본의 만화평론사에 있어서 중요한 저서를 몇 권이나 남긴 바 있다. 그런 요네자와 요시히로 대표가 지난 2006년 9월 30일, 26년만에 코믹마켓 준비회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는 발표가 있었다. 몸이 안 좋아 2006년 7월부터 입원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문에 야스다 카호루, 후데타니 요시유키, 이치카와 코이치 3명이 공동대표로서 요네자와 요시히로씨의 뒤를 잇기로 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후데타니 요시유키씨는 『헬싱』, 『엑셀 사가』, 『트라이건 맥시멈』 등이 연재되는 일본의 만화잡지 「영킹 아워즈」의 편집장이고, 이치카와 코이치는 다른 동인지 이벤트인 코믹 레볼루션에도 참가하고 있던 동인계의 인물이다.)

하지만 이 발표 다음 날인 10월 1일, 결국 요네자와 요시히로 대표가 폐암으로 인해 향년 53세로 사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10월 6일 밤의 경야(經夜)에 약 1200명, 10월 7일 오후의 장례?고별식에는 약 2000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 코믹마켓과 일본 동인계에 미친 고인의 영향력을 가늠케 했다. 말하자면 요네자와 요시히로 대표의 사망은 결국, 1980년 이후 26년간 이어져온 일본 동인계의 한 시대가 바뀌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과연 앞으로 코믹마켓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요네자와 요시히로 대표와는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국제적인 예술축제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관에 전시작가로 초청받았을 때였다.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위해 2004년 여름 코믹마켓이 열리던 장소에서 한 번, 그리고 직접 이탈리아에 가서 며칠 동안 전시작품을 제작하던 와중에 만났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요네자와 대표는 막 50대가 된 정정한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2년 지난 지금에 와서 그의 사망 소식을 들으니 뭐라 말하기 힘든 느낌이다. 다시 한 번 요네자와 요시히로 대표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오타쿠: 인격=공간=도시
▲2004년 이탈리아 베니스시에서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일본관의 전시였던 「오타쿠: 인격=공간=도시」에 출품된 코믹마켓준비회의 전시작품. 코믹마켓 그 자체와, 코믹마켓에서 판매되는 동인지를 모아 전시물로 구성한 작품이다. 참고로 이 코믹마켓 전시물의 바로 맞은편에 필자가 출품했던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여주는 작품이 같이 전시되었다.

※본문에 실린 이미지는 전부 필자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2006년 10월 vol. 44호
글 : 선정우
(mirugi.com, 만화칼럼니스트, 만화기획사 코믹팝 엔터테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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