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몽 라빵 1호
이번 달부터 한동안 발행이 멈추었던 독립만화 출판사 라쏘씨아씨옹(L’association)의 잡지 ≪라빵(Lapin)≫이 ≪몽 라빵(Mon Lapin)≫이라는 새 이름의 월간지로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그간 라쏘씨아씨옹에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창립 멤버 중 한동안 혼자 남아 이 출판사를 꾸려나갔던 작가이자 편집자인 졍 크리스토프 므뉴(Jean-Christophe Menu)가 나가고, 그동안 떠나있었던 나머지 멤버들이 다시 라쏘씨아씨옹으로 돌아왔던 것. (므뉴는 이후 라포칼립스(L’Apocalypse)라는 출판사를 하고 있다.) 그때문에 한동안 잡지 라빵을 볼 수 없었다. 만화 이야기를 하다보면 관련 잡지 이야기가 빠지지가 않기에, 이번 달부터 3회에 거쳐 프랑스 만화 잡지들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알아보겠다. 앞으로 말 할 잡지들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신문가판대(키오스크)에서 판매되던 잡지들이다.
스피후 신문(Journal de Spirou 1938~), 땅땅 신문(Journal de Tintin 1946~1993), 삐프 가젯(Pif Gadget) 세계 대전 즈음부터 나오던 만화 잡지들은 어린이 대상의 잡지들이었다. 그중 이전 기사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 ≪스피후 신문≫과 ≪땅땅 신문≫이 가장 유명했고, 비슷한 시기에 ≪삐프 가젯(Pif gadget)≫이라는 잡지도 있었다. 이 잡지의 이름은 1945년~1969년에는 ≪Vaillant(바이영(용감한))≫이었다가, 해당 잡지의 한 만화 캐릭터 이름을 딴 ≪Vaillant, le journal de Pif (바이영, 삐프 신문)≫으로 바뀌고, 그러고 몇달 뒤부터는 ≪Pif Gadget(삐프 가젯, 1969~1993년 : 주간지, 2004~2008년 : 월간지)≫으로 바뀌었었다.
‘삐프 가젯’의 삐프는 갈색 강아지 캐릭터로, 늘검은 고양이 에흐큘(Hercule)과 티격 태격 싸운다. 삐프 가젯에서 ≪가젯≫은 큰 쓸모가 있는 건 아닌 작은 도구를 뜻하는데, 이 잡지에는 가젯, 한마디로 작은 장난감 부록이 들어있었고, 그게 아이들에게 인기가많았다 한다. 한때는 가젯 덕분에 이 잡지 한 호의 판매부수가 100만부까지 된 적도 있는데, 가장 인기있었던 가젯 중 하나는 ≪멕시코 산 튀는 콩≫. 통통 튀는 이 작은 콩알은 사실 벌레 알이었다 한다.
△ 삐프 가젯. 멕시코 산 튀는 콩이 들어있다.(좌) / 만화 <하엉>(우)
만화 <하엉>은 이 잡지에서 잘 알려진 연재 만화 중 하나이다.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실적그림체의 이 만화에서 주인공 하엉은 대립하는 부족들을 화해시키고, 작은 물건을 발명하고, 간단한 과학적 법칙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첨부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공룡과 인간이 함께 존재하는 등 하엉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만화는 아니었다. 주인공 하엉은 상아로 된 목걸이와 칼을 차고 다녔는데, 이것들은 당연히 가젯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Pif Gadget(삐프 가젯)≫은 프랑스의 한 정치당인 프랑스 공산당에서 자금지원을 받던 잡지인데, 그렇다고 ≪Pif Gadget(삐프 가젯)≫에 정치적 색깔이 드러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가끔 자세히 보면 하엉에 공산주의적인 사상이 깔려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좀 과장된 평가로 보인다. 세 어린이 잡지 중 스피후와 땅땅 신문은 나름 보수적이었으며, 삐프에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이 세 잡지중엔 스피후 신문만이 현재에도 나오고 있다. 삐프의 만화들은 가끔 너무 이상해서 아이들을 놀래키기다가 곧 좋아하게 만들었다 하는데, 그런 삐프의 몇몇 만화를 소개한다.
≪ Le Concombre Masque(마스크(한) 오이), 작가 : Nikita Mandryka(만드히꺄) 1965~≫ 작가 만드히꺄는 ≪마스크 오이≫ 시리즈를 삐프의 전신인 바이영에서부터 시작해 삐프, 후에는 다른 잡지인 삘로뜨로도 가져가 진행한다. 주인공인 마스크를 한 오이(야채)와 배추의 일종인 그의 친구 Chourave(슈하브)의 말이 안되고 이상한 모험이 펼쳐진다.
△ 비가 계속 내리는 우울한 날씨에 바캉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마스크 오이는 여행 기념품으로 샀던 ≪가루로 된 바다≫를 꺼낸다. 물 한 컵에 바다 건조 스프 를 부으니 바다가 나온다.
≪Dicentim le petit Franc(작은 프랑크족 디성팀, 1973~ 작가 : Jaques Kamb)≫ ≪디성팀≫은 ≪10성팀(센트)≫에서 글자를 약간 바꾼 것으로 이 만화 주인공의 이름이다. ≪Franc≫은 프랑크족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화폐단위이기도 한데, 제목을 지은 방식에서 엿볼 수 있듯이 만화에는 말장난이 많이 나온다. 중세시대의 성안에서 왕을 돕고자 하는 디성팀이 악당을 골려주는 내용.
≪M le Magicien ( 마법사 M, 1968~1973 작가 : Massimo Mattioli)≫ M이라는 이름의 마법사와 지구를 정복하려는 두 화성인, 벌레를 잡아먹는 카멜레온, 꽃 한송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이야기로, 초현실적인 유머, 색깔과 만화 칸을 이용한 다양한 형식실험이 특징이다. 작가는 삐프에 이 시리즈를 연재하던 중간에 자신의 고국인 이태리로 돌아가면서 이 만화를 멈추었는데, 그는 후에 이태리에서 어른 대상의 흑백 만화 잡지 ≪Cannibale≫를 만든다. 이는 곧 뒤에서 이야기 할 잡지 ≪메탈 위흘렁(Metal Hurlant)≫과 비슷한 점이 많다.
△ 마법사가 색깔을 말하면 바로 다음 칸은 해당 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 세 잡지들이 생기기 이전에 미국 디즈니 만화들이 실리는 ≪미키 신문( Journal de Mickey 1934~)≫이라는 잡지도 있었다. 이 잡지는 스피후 신문과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늘 판매량이 적지 않으나, 번역물만을 다룬다.
이전에 약간 언급했었던 잡지 ≪삘로뜨≫는 초기에는 다른 잡지들처럼 어린이 대상의 만화잡지였으나, 점차 독자층을 청소년으로까지 넓혔다. 스피후신문과 땅땅신문에서 적응 하기 힘든 작가들이 모여 만든 이 잡지는, 그 1호가 나오자마자 30만부가 바로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63년 말부터 작가 고씨니(Rene Goscinny 1926~1977)가 이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는데, 그는 작가들의 참여를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이전보다 많은 자유를 주었다 한다. 그러던 중 68년에 프랑스에서는 ≪68혁명≫이 일어난다. 권위주의, 보수적인 사회질서,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남녀평등, 직장 내에서의 평등 등을 주장한 주로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참여했던 이 68혁명은 프랑스의 많은 분야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데, 사장님과 근로자가 대등하게 말을 놓고 불만사항들은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68혁명은 많은 작가들에게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것들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주었는데, 그렇다고 기존의 매체들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다 수용할 수는 없었다. 삘로뜨도 마찬가지. 작가들은 점점 청소년들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만화를 하고 싶어했고, 상사가 있는 시스템 자체에도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고씨니가 작가들에게 많은 발언권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편집장이었으니 한마디로 상관이었으며, 삘로뜨는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묶어두고 싶어했으니 이에 불만인 작가들이 따로 나가서 자신들의 잡지, 어른들을 위한 만화잡지를 만들게 되는데 아래에 소개할 잡지들이 그것이다. 이렇게 작가들이 직접 만든 잡지들은 초기에는 성공을 거두다 몇년 지나서는 제정적 어려움으로 사라지거나, 큰 출판사에 팔리기도 한다. 그러나 만화 장르에 다양성을 가져다 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레코 데 사반(L’echo des savanes 1972~) 작가 만드히꺄는 삐프에 이어 삘로뜨에서도 ≪마스크 오이≫를 연재한다. 캐릭터들은 그대로 유지한 채 바뀐 독자층에 맞게 이야기의 톤을 바꾸어 진행을 했는데, 어느 날 이 만화의 한 에피소드를 편집장 고씨니가 거부한다. 거부당한 에피소드인 ≪Le jardin Zen (일본식 정원)≫은 사실 이전의 다른 에피소드들에서 아주 다르진 않다. 마스크 오이가 밭은 갈고, 자갈을 심고 물을 준다. 자갈은 자라나 큰 돌이 되니 이 모습은 딱 일본식 정원이다. 마스크 오이가 이 정원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만화. 이 에피소드가 거부되자 만드히꺄는 작가 ≪고트리브(Marcel Gotlib)≫, ≪브헤테셰(Claire Bretecher)≫와 함께 새로 잡지를 만드는데, 이것이 과한 성적 유머가 넘쳐났던 어른들을 위한 만화 잡지 ≪ 레코 데 사반 ≫. 이 잡지가 최초의 성인 잡지는 아니었고, 이미 이전에Harakiri(아하키히), Charlie mensuel(월간 샤흘리)가 있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달에 이야기 하겠다.
△ 레코데 사반 1호. 세 작가의 단편들이 묶인 1 호의 표지는 직기 브헤테셰가 했다.
세 설립자 중 하나인 작가 고트리브는 레코데 사반에서 자신만의 개그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는 삘로뜨에서 고씨니가 시나리오를 맡고, 자신은 그림을 맡으며 ≪LesDingodossiers(이상한 보고서1965~1967)≫라는 만화를 한 바 있는데, 읽다보면 시나리오 작가 고씨니의 ≪ 쁘띠 니콜라≫가 떠오를 정도로 귀엽다. 가짜 다큐멘터리인 이 만화는 엄마 아빠가 집에 없을 때 아이들이 벌이는 장난들로는 무엇이 있는지 퍼센트 별로 소개하기도 하고,(장난전화하기, 냉장고 뒤져 먹기, 텔레비젼 밤 늦게까지 보기 등등) 온 가족이 바캉스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건 사고들을 나열하기도 한다. 이상한 보고서 이후에 그는 여전히 삘로뜨 내에서 글 그림을 혼자 맡아 만화 ≪Rubrique-a-brac≫을 진행한다.
영화 제작방식이나 동물의 생태등을 과학적인 양 황당하게 설명하기도 하는 이 시리즈에서 고트리브는 자신 특유의 과장된 개그를 보여주긴 하지만, 늘 어느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잡지 레코데 사반을 하면서 고트리브는 만화에 배설물과 성기를 가득채우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삘로뜨 내에서는 절대 할 수 없었을 일이다.
다른 설립자 중 하나인 여성 작가 브헤테셰는 고씨니와 함께 일을 하면서 만화를 시작했고, 이후 땅땅, 삘로뜨, 스피후를 거쳐왔다. 동시대인들을 풍자화하는 그녀의 스타일은 레코 데 사반에서도 나타나긴 하지만, 고트리브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레코데 사반을 일찍 그만두고 나온다. 그녀는 73년부터 잡지에 ≪Le nouvel Observateur≫에서 이란 만화를 연제하는데, 현대인의 관찰 일기같은 이 만화로 그녀는 76년, 올해 최고의 사회학자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 ≪Un couple(어떤 커플)≫ 브헤테셰(Frustres) 중
두 아이가 엄마 아빠 놀이를 한다. 여자애는 남자애가 회사를 가기 위해서 자동차를 고쳐야 한다고하고, 자신은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데 이것이 고장났으니 남자애더러 세탁기를 고치라고도 한다. 남자애는 ≪여자는 기계를 다룰줄 모른다.≫고 투덜거리고… 엄마가 돌아오자 여자아이는 자신들이 엄마 아빠 놀이를 하고 있었으며, 남자애는 집에서 빨래와 요리를 하고 자신은 회사에 갈 것이라 말한다. 엄마의 뽀뽀로 이야기가 끝난다.
잡지 레코 데 사반은 현재에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간 다른 출판사들이 사고 팔고 하면서, 많이 변한 상태다.
플루드 글라시알(Fluide glacial 1975~) ≪레코 데 사반≫을 만든 작가 중 한명인 고트리브는 75년 ≪플루드 글라시알≫이라는 만화월간지를 만든다. 현재도 존재하는 이 잡지에는 과한 유머, 성이 자주 등장한다. 고트리브에 의하면 레코 데 사반 당시 자신은 질풍노도의 ≪zizi(꼬추) pipi(쉬) caca(응가)≫시기를 다 겪고, 지나보냈는데, 플루드 글라시알을 시작하니 많은 젊은 작가들이 레코데 사반에서 자기가 하던 식의 분비물 넘치는 만화들을 줄줄이 들고 찾아와서 되돌려 보내기에 바빴다 한다. 그럼 이 잡지의 성격은 어떤지 보여주는 플루드 글라시알의 몇몇 작가와 책을 소개한다.
Les Bidochon (비도숑 부부, 작가 : Binet 비네)
1979년부터 시작된 작가 비네의 ≪비도숑 부부≫ 시리즈는 교육과 경제수준이 딱 중간인, 보통 프랑스인의 삶을 보여준다. 6권 ≪En voyage oraganise(그룹 패키지 여행1984)≫에서 비도숑 부부는 통조림 회사의 무료 여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구소련으로 해외여행을 간다. 엄격한 가이드의 통솔 아래 같이 여행을 할 사람들은 전부 이 통조림 이벤트의 당첨자들. 관광버스로 한바퀴 돌고 호텔로 돌아가는 중 가이드는 곧 이 버스가 ≪빠리꼬뮌 (Paris Commune. 1871년 파리에서 민중과 노동자들에 의해 수립된 정권. 학살로 끝이 난다.)≫의 죽은 영웅들을 기린 조형물을 지나갈 터이니 창문 밖을 잘 보라 한다.
이에 사람들은 남의 나라에 내 나라와 관련된 조형물이 있는데 그걸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며, 꼭 구지 내려 가서 그걸 봐야겠다고 떼를 쓴다. 일정에 없다는 가이드를 설득하여 5분이란 시간을 겨우 얻어낸 이 애국자들은 조형물 앞에서 진한 감동에 젖는데, 때마침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동포 관광객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현지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을 자신들의 모국어인 불어로, 야한 저질 노래를 목청 껏 불어대면서 말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반가워서 난리가 난다.
작년 2012년에 21권 ≪Les Bidochons sauvent la planete(비도숑, 지구를 구하다)≫이 나온 이 비도숑 시리즈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 시리즈 중 하나이며, 대부분의 ≪보통≫ 프랑스 가정들은 비도숑 시리즈 한권정도는 소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초기에 로브(Jaques Lob1932~1990)가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편집장인 고트리브가 그림을 맡은 ≪슈퍼 뒤뽕≫은 이름에 ≪슈퍼≫가 들어있음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슈퍼맨에 버금가는 영웅이다. 뒤뽕은 프랑스에서 아주 흔한 성씨 중에 하나인데, 베레모를 쓰고 샤헝떼(샤헝뜨 지방의 특산물 슬리퍼로 매우 편하다.)를 신는 이 애국적 영웅은 프랑스의 치즈 까멍베르의 냄새와 맛을 고약하게 만드는 나쁜 외국인 악당들을 찾아 물리치는 등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 고트리브는 편집장일을 하면서 그림도 그리기에는 일이 너무 벅찼기에, 슈퍼뒤뽕의 그림 작가는 알렉시(Alexis1946~1977)로 곧 바뀌나, 알렉시가 사망을 하고 하여, 결국 여러 작가가 이 만화의 그림을 맡았었다. 잠시 이 만화의 처음 시나리오 작가인 자크 로브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한국에도 알려진 만화 설국열차의 초기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다. 그의 사망 후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는 다른 작가가 맡았다.
Pervers Pepere(변태 영감, 1981 작가 : 고트리브) 고트리브의 만화는 이상한 말장난, 엉뚱한 이야기의 흐름, 과장된 글, 캐릭터들의 과한 얼굴표정들로 사람을 웃게 만든다. 이 만화는 바바리맨의 모습을 한 변태영감 이야기. 가혹 성행위를 할 모양으로 한 할머니를 이런 저런 줄로 묶은 변태영감은 그냥 할머니의 콧털 하나만을 뽑는다. 변태영감은 마늘을 엄청나게 많이 먹은 뒤 길바닥에 기절 한 듯 누워, 남자다운 보이 스카우트 아저씨가 자신에게 인공호흡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늘로 인한 지독한 입냄새 때문에 이 선량한 아저씨는 구토를 한다.
Georges et Louis romanciers(소설가 조지와 루이 1993~ 작가 :Daniel Goossens) 작가 고상스는 고트리브의 황당개그( ?)를 계승, 지적으로 변화시킨 작가다. 파리 8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원이기도 한 작가는 종교, 철학, 과학을 두루 두루 돌아다니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 고트리브의 경우 한 칸 한 칸에 내용이 꽉꽉 차있는 반면, 고상스는 가끔 그저 과장된 얼굴 표정과 바보스러운 말투로 여러 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워낙 그 바보스러움이 사실적이고, 얼굴 표정과 말투, 행동들의 조합이 기가 막혀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다. ≪ 소설가 조지와 루이 ≫ 시리즈는 같은 작업실을 쓰고 있는 이 두 소설가 중 루이가 자신의 소설 아이디어를 조지에게 떠벌리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루이에 의하면 혁명적이라는 그의 아이디어들은 당연히 늘 말도 안된다.
Idees noires(어두운 생각들, 1977~1983 작가 Franquin)
어린이를 대상 만화들만을 하던 프랑꺙도 플루드 글라시알에 참여한 바 있다. 프랑꺙은 플루드 글라시알의 다른 작가들보다 한 세대 먼저 작가로, 매우 클래식한 만화를 했으며 스피후 신문에서 만화 ≪ 스피후 ≫와 ≪ 가스통 라 갸프 ≫를 했다. 프랑꺙은 50대가 되면서 우울증에 빠져 자신이 하던 스피후를 그만두는데, 이 만화 ≪ 어두운 생각들 ≫은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당시의 어른 잡지에는 간혹가다 약 4페이지 정도에 어린이들이 읽을만한 것들이 넣곤 했다. 스피후 신문은 이를 본따 거꾸로 어린이 잡지인 스피후 신문에 어른을 위한 짧은 부록을 넣기로 했고, 이 어른용 페이지를 위해 프랑꺙은 ≪ 어두운 생각들 ≫ 시작한다. 허나 스피후 신문은 이 어른용 페이지를 몇 달 후 없애버렸고, 이에 프랑꺙은 플루드 글라이시알로 가 ≪ 어두운 생각들 ≫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 작가가 싫어하는 것들- 자동차, 사냥, 핵발전소, 군대 등등-에 대한 작가의 상상들을 볼 수 있다. 사냥을 하려던 남자는 총알이 자신이 겨냥하는 토끼가 아닌 반대편인 자신의 얼굴로 발사되어 죽는다. 핵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이제 우리 나라에도 많은 핵발전소가 생길것이라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핵폭발로 죽는다.
△ ≪어두운 생각들≫의 첫번째 에피소드. 멋진 디자인의 외다리 의자를 사기 위해 시험삼아 앉은 남자는 의자의 안장부분이 주저앉아, 이를 받치고 있던 의자 다리에 몸이 뚤려 죽고 만다.
메딸 위흘렁(Metal hurlant1975 ~1987, 2002~2004) 삘로뜨에서 사실적인 그림체의 웨스턴 만화 ≪블루베리(Blueberry)≫를 하던 장 지로(Jean Giraud, 1938~2012)는 SF만화를 할때는 ≪뫼비우스(Mœbius)≫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는 작가 드후이에(Philippe Druillet)등과 함께 1974년 유마노이드 아쏘씨에(Les Humanoides Associes) 라는 출판사를 만들고, 이 출판사에서 75년부터 잡지 메딸 위흘렁을 발행하는데, 이 잡지를 통해 뫼비우스는 시나리오 없이, 그림에 큰 비중을 두는SF만화를 하기 시작한다. 메탈 위흘렁에서 뫼비우스는 2개의 만화 시리즈를 시작하는데, 하나는 말풍선 없는 만화인 ≪ Arzach ≫로 이 강렬한 그림들은 당시에 굉장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다른 만화인 ≪ Le Garage hermetique ≫는 미리 짜여진 시나리오 없이 즉흥적으로 만들어, 잡지 매 호마다 2페이지씩 연재한 만화였는데,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서는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하여 환각 버섯등을 복용하곤 했다. 일단 이 무의식 세계의 문이 열린 뒤로부터는 마약이 도움이 안된다며 이를 완전히 끊고,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 Arzach
△ Le Garage hermetique
작가인 드후이에는 종종 큰 포멧으로 작업을 하는데 그림의 높이가 1미터를 넘을때도 있다. 복잡하고 기괴한 그림, 색상, 독특한 화면구성이 특징이다. 그의 다른 작업인 ≪ la Nuit(밤) ≫는 작가의 부인이 병으로 죽어가는 시기에 만든 작업으로, 그림은 온통 분노와 혼란으로 가득차있다. 부인의 사진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페이지들을 구성하기도 했다.
△ La Nuit
그는 마담 보바리로 유명한 플로베르의 소설 ≪ Salammbo(살랑보) ≫를 SF만화화 하기도 했다. 메탈 위흘렁은 SF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가 후에 록앤 롤 만화도 많이 다루었고, 그 이후에는 Lucien(루시앙, 작가 : Fanck Margerin)같이 유머러스한 만화도 다루었다. 메탈 위흘렁은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약 10년정도를 가지 못하고 끝이 났고, 이후 2002년 서점용 잡지로 다시 나왔으나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미국 잡지 헤비메탈(Heqvy metal 1977~)은 메탈위흘렁의 미국판이다.
△ Salammbo(위) / Lucien(루시앙, 작가 : Fanck Margerin, 아래)
삘로뜨에서부터 시작되는 만화 잡지 흐름과는 다르게 또 한 흐름이 있는데, 이는60년부터 시작된 잡지 아하키히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다음 호에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