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경제의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문제다. 돈과 인력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각 지방 자치 단체는 나름대로 지역 특성을 살린 지역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렇게 개발된 지역 산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지역 홍보 방법으로 최근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만화이다.
모야시몬을 이용한 쌀 산지 아키타의 지역부흥 사업 일본에서 쌀의 산지로 유명한 아키타 현은 지역을 알리는 이벤트[아키타 데스티네이션 캠페인]을 10월에서 12월에 걸쳐서 실시하며 아키타 현의 요코테시는 발효를 테마로 한 만화 [모야시몬]을 활용한 이벤트를 전개하고 있다.
△ 일본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만화 콘텐츠 이용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모야시몬 캐릭터를 활용 중인 모습
[모야시몬]은 이시카와 마사유키씨가 그리고 고단샤가 출간한 유명만화다. 이 만화에서는 발효학을 배우는 농대 대학생과 발효에 사용되는 균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만화. 2008년에는 일본의 테츠카 오사무 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아키타는 쌀의 산지임과 동시에 일본 유수의 니혼슈(일본주)산지이기도 하며, 요코테시는 니혼슈의 제작소를 다수 만들어 일본 유수의 발효 음식 산지로 이름을 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작년에는 시내 미술관에서 [이사카와 마사유키 전]을 열기도 하였다. 2013년 10월부터 마련된 이벤트의 핵심은 모야시몬의 캐릭터가 프린팅 된 열차 2량이 편성된 것. 또한 모야시몬의 캐릭터가 프린팅 된 사과가 판매되기도 하며, 작가의 사인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시즈오카 시의 사례 콘텐츠를 이용하여 지역 특성을 살린 산업을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기동전사 건담]과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이용한 시즈오카시의 지역산업 부흥사업이다. 시즈오카시는 얼마전부터 [모형(프라모델 등)의 세계수도]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역 산업 진흥을 꾀하고 있다. 코지마 센키치 전 시장의 주도로 이뤄진 이 사업은 이 지역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라모델 메이커인 반다이의 생산공장이 있는 것을 비롯하여 타미야(밀리터리 모형관련으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기업이다), 아오시마 문화 교재사 등등의 회사들의 본사가 있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 오다이바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기동전사 건담의 실물대 모형. 이를 직접 본 당시 시즈오카 시장이 이를 지역 경제 부흥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이를 본 전 시장이 도쿄 오다이바에 세워진 실물대 건담 모형이 415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것을 보고 이 실물대 모형을 시즈오카에 유치하면서 이 지역 부흥산업의 심볼로 삼은 것이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과 연계하여, 시즈오카에 단 하나밖에 없는 에반게리온 상품으로만 꾸며진 전문 편의점 이벤트를 실시하거나 이전부터 열린 시즈오카 하비페어를 성대하게 꾸미는 등으로 노력하였다. 이런 노력들은 지역을 찾는 관광객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결실을 보고 있다. 실물대 건담의 모형이 설치되고 이벤트가 속속 실시되자, 시즈오카 역 앞의 호텔 가동율은 10~15정도로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400억엔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렇게 성공적인 사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도쿄 카메아리시처럼 [여기는 카메아리 공원 앞 파출소]에 등장하는 거리입니다...라고 선전을 하는 정도로 그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으며, 지역 특산물인 술이나 쌀에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를 넣어서 상품만 성공을 시키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만화/애니/게임 콘텐츠를 이용한 이벤트와 지역 부흥사업에도 가장 필수적인 조건으로 떠올라 있는 것이 원작자이다. 이런 지역 산업 부흥이라는 거창한 간판을 걸어도 결국 원천 저작권을 소유한 원작자로서는 작품의 2차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서 실재로 사업이 움직이고 있는데 저작권자의 동의가 정확하게 구해지지 않아서 후일 낭패를 보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또한 저작권자가 이런 지역과 자신의 콘텐츠가 이용되려고하는 분야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 가도 사업의 성패에 크게 관여한다. 실재로 일본의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나 캐릭터 판권료는 적게는 십수만엔에서 많게는 한장에 100만엔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저작권자의 의지에 따라서 비싸질수도 싸질수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사용에 관대해질 것이며, 반대의 경우라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이용 사례는 앞으로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며, 일본 만화계의 신으로 추앙받는 테츠카 오사무를 배출한 효고현은 만화와 애니메이션등으로 대변되는 서브 컬처를 이용한 지역산업 활성화 안을 가지고 세미나와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하였고, 단순한 지역 사업을 넘어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