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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크 따르디의 <민중의 외침Le cri du peuple> |
프랑스나 유럽만화에서 문학작품의 만화화 시도는 아주 새로운 현상만은 아니다. 2차대전 이후 “흐네 지페Rene Giffeys”는 빅 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자크 로디Jaques Laudy”는 스티븐슨의 소설 <데이비드 발포어> 등을 각색하였고 그 전통을 이어 “자크 따르디”가 80년대에 루이 페르디넝 셀린의 <한밤중으로의 여행Le voyage au bout de la nuit>이나 레오말레의 탐정소설 만화화 하였다. 그는 “디디에 다네닉”이나 “다니엘 페넥”, “장 파트릭 만쳇”의 작품들에 이어 최근에는 “쟈크 보트랑”의 <민중의 외침Cri du peuple>을 만화로 발표했다. 1960년대 말 이탈리아에서는 만화가 “디노 바탈리아”에 의해서 “허먼 멜빌”, “에드가 엘런 포”,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레프트”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만화화된 바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전체적인 출간부수에 비해 굉장히 적은 수에 지나지 않던 소설원작의 만화작품이 최근에 들어 그 수가 부쩍 증가하고 있으며 그 원작소설들도 고전과 현대소설을 고루 아우르고 있다. 2006년도에서는 47권만이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것에 반해 2007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3312권의 신작만화가운데 96권이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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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쿠으Delcourt출판사의 <프랑켄슈타인>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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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쿠으Delcourt출판사의 <로빈슨 크루소>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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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마르Gallimard 출판사의 <헤나의 소설Le roman de Renart> |
문학소설원작의 만화를 위한 출판사들의 콜렉션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델쿠으Delcourt 출판사의 <엑스리브리Ex-libris>, 갈리마르Gallimard 출판사의 <페티쉬Fetiche>, 솔레이으Soleil 출판사의 <녹텀뷸Noctambulles>, 글레나Glenat 출판사의 <그렁 제크리벙Grands Ecrivains>등이다. 4월에는 카스테르만Casterman 출판사가 <히바쥐 느와Rivages noir> 콜렉션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짐 톰슨”과 “마크 비이야”의 작품들을 “밀즈 이만”과 “쟝 크리스토프 크루지”등의 만화로 각색해 발표할 예정이다. 쁘띠따 쁘띠Petit a Petit나 아노니스Adonis같은 비교적 소형 출판사도 만화로의 각색을 계속하고 있다.
금년 3월에 코르시카섬의 바스티아에서 열린 만화전람회에서는 만화와 문학간의 오래되었고 다시 피어나고 있는 이 관계를 탐색하는 여러 행사들이 열렸다. 이 전람회를 통해 쁘띠따 쁘띠 출판사는 <엘시드>나 <시라노 드 벨쥬락>같은 작품들의 완간본과 그림형제, 페로, 아프리카 아랍의 우화나 동화 등을 선보였다.
델쿠으Delcourt 출판사도 <엑스리브리Ex-libris> 콜렉션을 통해 만화라는 중개매체로 어린학생이 고전작품에 호감을 갖게 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콜렉션의 책임자이자 시나리스트인 “쟝 다비드 모르벙”은 이것은 단순히 한탕주의적인 차원은 아니며, 그들의 목표는 원전을 무턱대도 따르는 것보다 시나리스트나 만화가가 그들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강렬한 원전을 해석해 재창조하는 진정한 만화 콜렉션을 만드는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콜렉션에서 소개한 <로빈슨 크루소>나 <삼총사>, <타라스 블라바>, <올리버 트위스트>와 <프랑켄슈타인>등의 만화에 묘사되는 잔인함과 폭력이, 틀에 박힌 청소년 만화로서의 역할만은 넘어서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엑스리브리> 콜렉션의 만화는 한국과 미국에 소개될 것이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엑스리브리>는 “보리스 비엉”과 “오스카 와일드”작품들의 만화화도 고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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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르만Casterman출판사의 <말론Malone> |
작가이자 시나리스트며 카스테르만Casterman 출판사의 편집고문인 “브뉴아 피터스”는 가끔씩 기회주의적 차원으로 흘러가는 이 경향을 경계하고, 비판적인 편이다. 그는 이 같은 만화가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오히려 이 같은 시도는 꽤 어색하다고 지적하며, 만화가 고전을 각색한다고 해서 고상함이 얻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 그는 만화는 “프랑켕Franquin”이나 “타니쿠치Taniguchi”, “에르제Herge”의 예에서 보듯 스스로 역작을 만들었을때 고귀해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에 카스테르만 출판사는 만화화가 가능해 보이는 현대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하고 있다. “브뉴아 피터스”는 만화와 협력함으로써 타락하지 않을 작품을 고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작가인 “미셀 히오”는 그의 소설 <실수Faux pas>를 만화 시나리오로 각색중이고, “티에리 종케”는 <백지상태의 종이Du papier faisons tables rases>를 만화가 “쟝 크리스토프 쇼지”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브뉴아 피터스”는 위대한 문학작품들이 그들의 영화화나 만화화 과정에서 요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고, 위대한 소설이 항상 위대한 만화를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