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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을 만화·웹툰 관련 계약 분쟁 사례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직접 소송, 상담 등을 통해 경험한 계약 관련 분쟁 사례들 중 의미있게 참고할 만한 사례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2022-02-21 김성주
알아두면 좋을 만화·웹툰 관련 계약 분쟁 사례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직접 소송, 상담 등을 통해 경험한 계약 관련 분쟁 사례들 중 의미있게 참고할 만한 사례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례] 창작물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만으로 저작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Q) A는 어느 날 B라는 사람에게서 B가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작품을 연재해보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B는 자신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도 작품의 ‘글작가’로 표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작품에서 얻는 수익 중 30%를 B 자신에게 배분해줄 것 또한 요구했다. B의 요구는 타당할까?

 

A) 저작권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창작 과정에 기여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 기여 방법이 단순히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면 저작자라고 볼 수 없다.

 

우리 법원 또한 “저작물의 작성에 2인 이상의 복수의 사람이 관여한다고 하더라도 그중에서 한 사람만이 창작적인 요소에 관한 작업을 담당하고 다른 사람은 보조적인 작업을 행한 것에 불과하거나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는 데 그친 때는, 창작적 작업을 담당한 사람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다른 사람은 저작자로 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는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만으로는 저작물의 공동저작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4. 1. 9. 선고 2012나104832 판결 참조).

 

사안에서 B는 저작권자가 아님에도 자신을 ‘글작가’로 표기해 줄 것을 요구했고, A가 창작한 작품의 ‘글작가’에 위 B가 표기되었다. 이는 A 작가의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 침해에 해당될 소지가 상당하다.

  

[사례] 비밀유지조항을 근거로 수익정산의 근거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회사의 주장은 타당할까?

 

Q) A 작가는 자신이 연재하는 작품에 대한 11월 달 수익을 확인해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작품의 조회수에 비해 수익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는 플랫폼 B 업체에 11월 달 수익의 정산 근거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B 업체는 수익 정산 자료는 자신들의 영업상 비밀자료에 해당해서 공개를 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A 작가는 자신의 수익에 대한 근거자료를 받을 수 없을까?

 

A) 작가는 업체에 자신의 창작물을 제공하고 사업화 권리를 위임하는 대가로 이에 따른 정당한 수익을 배분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이 어떤 방법으로 계산되어 작가에게 지급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작가의 당연한 권리이고, 정확한 수익 배분 과정과 근거자료를 작가에게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은 업체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계약서에 수익 정산 시 근거자료를 함께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지, 또는 작가가 업체에게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없다면 수익 정산 근거자료를 제공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업체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사례] 회사와의 계약 내용 중 일부를 SNS에 공개할 경우 비밀유지조항 위반일까?

 

Q) A 작가는 자신의 SNS 계정에 웹툰 플랫폼 B 업체와 계약할 때 수익배분 조건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 그러자 B 업체는 A 작가에 대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 작가는 계약상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일까?

 

A) 우리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비밀유지조항에서 보호하는 ‘비밀’이라는 것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 활동 일체에 관한 정보”를 의미하고,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4년 7월 24일 선고 2012두12303 판결 참조).

 

계약서에 기재된 모든 내용이 ‘비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계약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내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공개하는지에 따라 비밀유지조항에서 보호하는 ‘비밀’이 될 수도, 비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위 사례의 경우, B 업체는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을 배분하고 있는지 공개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알려진 수익 배분율을 SNS에 공개한 사실만으로는 비밀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다만 작가와 업체가 원만히 합의해 소송을 취하하게 되면서 법원의 판단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자료를 SNS에 공개할 경우, 계약의 상대방으로부터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민사소송, 명예훼손 고소 등의 법적 대응을 당할 소지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사례] 지체상금 형태의 페널티 부과는 공정할까?

 

Q) 웹툰 플랫폼 업체인 A는 연재 작가들이 작품 게재 예정일보다 2일 전에 작품을 마감하지 않을 경우, ‘지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수익 중 일부를 차감하는 방식의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A 업체의 정책은 공정할까?

 

A) 지체상금이란 작가가 계약서에 기재된 원고의 마감 시간을 어길 경우, 작가의 월 수익 중 일정 비율을 정해서 손해배상액의 형태로 징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A 업체의 경우 원고의 마감시간을 작품의 게재시간보다 2~3일 전으로 정해서, 최종 연재 전까지 계속 수정보완을 해야 하는 웹툰작가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지로 불공정논란이 있었다.

 

결국 위 정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콘텐츠 제공을 지연하는 경우 부당한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규정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므로 무효”라는 취지의 판단을 받고 현재는 해당 정책이 폐지되었다.

  

[사례] 배경저작물 침해 건

 

Q) 배경저작물을 웹툰작가들에게 판매하는 A 업체는 누군가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A 업체가 제작한 저작물을 모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저작물을 올려서 판매한다는 제보를 들었다. 확인 결과, 상대방은 A 업체가 서울의 유명한 공공장소 배경을 참조해 제작한 배경저작물과 거의 동일·유사한 저작물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A 업체는 상대방에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A) 현실에 존재하는 공공장소 등의 배경을 참조한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배경을 가지고 창작자 자신의 기법으로 표현해낸다면 이에 대해서도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 A 업체가 제작한 배경저작물의 색상, 기법, 배치 등을 동일 또는 상당히 유사하게 제작한 후 이를 판매까지 하고 있다면, 이는 A 업체의 저작권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 이 사례에서 A 업체는 상대방에게 내용증명을 보내어 저작권의 침해 사실을 고지하고 판매 중단 및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는데, 상대방은 내용증명 수신 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후 저작물 게재 및 판매 중단, 사과문 게재, 적정한 수준의 배상 등을 해 사건이 원만히 마무리되었다.

  

[사례] 폰트 저작권 무단사용으로 업체로부터 배상 요구를 받은 사례

 

Q) A는 자신이 개발한 폰트 프로그램을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올린 후 ‘비영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웹툰작가 B의 작품에 A가 고안한 폰트가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A는 B로부터 폰트 사용을 허락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구매 관련 문의를 받은 적도 없다. B는 A가 개발한 폰트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A)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폰트 도안 또는 이미지’가 아니라, ‘폰트 파일’이다. 즉 폰트의 동일 모양, 형태, 크기를 갖춘 한 벌의 글꼴 자체를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그러나 컴퓨터를 통해 전자적인 파일(통상 ‘xxx.ttf’라는 파일명으로 표기됨)을 다운로드해 설치한 후 사용할 경우, 저작자의 동의 또는 구매를 한 후 사용해야 한다.

 

결국 폰트의 도안을 가지고 있거나 사용하는 것 자체는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없으나, 폰트 파일을 컴퓨터에 복제 및 설치해서 사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만약 B가 비영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 후 영리 목적의 웹툰 연재에 사용했다면, 원저작자인 A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사례] 에이전시와의 계약은 해지되었는데 플랫폼에서 계속 내 작품을 연재할 수 있을까?

 

Q) 웹툰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하던 작가들이 에이전시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연재중단 통보를 받았다. 이에 작가들은 에이전시 업체에 계속 작품을 연재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에이전시는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는 통신사 업체가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자신들에게도 결정권이 없다고 했다. 이에 작가들이 다시 통신사 업체에 항의하면서, 만약 연재를 중단한다면 적어도 작품을 다른 플랫폼에 연재할 수 있도록 전송권(저작재산권의 일종으로 저작물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올려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을 행사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통신사 업체는 에이전시와의 계약에 따라 자신들에게 전송권이 남아 있다면서 작가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작가들은 계약 중단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A) 한동안 만화·웹툰업계에서 많은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다. 작가들은 에이전시가 일방적인 연재중단 통보 권한이 통신사로부터 온 것이라고 하자, 이에 관한 에이전시와 통신사 간 계약서를 열람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에이전시와 통신사 측 모두 ‘비밀유지의무’를 근거로 거부했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연재를 중단하는 근거가 누구와의 어떠한 계약 내용에 의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연재를 중단하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전송권’에 관한 것이었다. 작가들은 연재 중단은 계약 해지라고 볼 수 있고, 계약 해지가 되었다면 계약에 기반을 둔 권리인 전송권 또한 소멸되었으므로 자신들의 작품을 다른 플랫폼에서 연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통신사 측은 이 역시 에이전시와의 계약 관계에 따라 계약 종료 후 2년 간 전송권 행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계약 종료 후에도 통신사를 통해 2년 간 해당 플랫폼에서 독점적으로 연재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에이전시와의 계약 과정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자신의 작품 연재에 관한 중요 사안인데도, 에이전시와 플랫폼 간 계약 체결 내용으로 인해 작가의 권리가 일방적으로 제한된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만화·웹툰 업계와 정치권 등의 중재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작가-에이전시-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작품의 창작·유통·연재 과정에서 창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재산권들이 행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작가의 작품에 대한 유통·연재 과정에서 에이전시에게 작가의 권리 일체를 위임하거나 양도하는 것을 지양하고, 에이전시가 플랫폼과 연재계약을 체결할 때 그 주요 내용을 작가에게 고지하고 작가의 동의를 거쳐서 계약을 체결하도록 계약 조항들이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사례] 에이전시 역할만 하는 회사가 작가에게 ‘저작물 공동저작 및 저작물 유통 계약서’를 제시한 사례

 

한 작가가 에이전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계약서 내용에 대한 검토를 의뢰해왔다. 계약서의 제목은 ‘저작물 공동저작 및 저작물 유통 계약서’였다.

 

계약서 제1조에는 ‘목적’과 함께 ‘공동저작권’을 규정해두고 있었다. 즉 “대상저작물 그리고 대상저작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수적인 저작물 일체에 대한 소유권, 지적재산권 일체(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배타적 발행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출판권, 저작인접권을 포함하되 이에 한정되지 않음)는 ‘갑’과 ‘을’이 공동으로 소유하기로 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계약서 내용 및 작가로부터 실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업체는 창작에 대한 아무런 역할이 없었다. 계약서에는 “‘을’은 대상저작물의 공동저작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함은 물론이고, 이 계약의 내용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서 대상저작물의 웹툰 작품화를 포함해 대상저작물이 상업적으로 재산적으로 의미가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한다.”고 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업체는 작품의 창작 과정에 있어서 직접적인 기여가 없음에도, 창작물의 모든 저작재산권리를 작가와 공동으로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계약서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창작하는 창작물의 재산적 권리 일체를 포괄적으로 공동소유하도록 하고, 포괄적인 사업추진권을 업체에 귀속시키는 이러한 계약은 상당히 불공정하므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1) 본 원고는 필자가 집필에 참여한 윤영환 외 3명, 「웹툰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 바다출판사, 2020.에 기반하여 수정, 보완하였음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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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 법무법인 덕수 파트너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저작재산권법 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