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저작권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이 창작하는 작품에 ‘저작권’이 있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이 어떤 권리인지, 저작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종류와 유형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저작권의 정의

저작권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 결과물에 대한 권리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하듯이, 저작권은 저작자가 만들어 낸 표현에 대해 가지는 권리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의 결과물이 바로 저작물이다.

작가들이 창작한 작품의 저작권은 법적으로 ‘저작물’일 때만 저작권법에 기한 보호를 받는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따라서 ① 인간이 만든 것만이 보호대상이 될 수 있으며, ② 표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아니고, ③ 창작성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① 인간이 만든 것이어야 한다

태국에서는 코끼리 여덟 마리가 함께 그린 그림이 150만 바트(약 4500만 원)에 팔렸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고 대단한 코끼리다.²⁾ 그러나 누군가가 코끼리가 그린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렸다고 해서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코끼리가 그린 그림은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나 웹툰은 어떨까? 2021년 5월, 영국 디자인박물관에서 색다른 전시회가 열렸다. 최초의 인공지능(AI) 로봇 화가 ‘아이다(Ai-da)’가 그린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였다. 이 로봇화가가 2020년도에 개최한 전시회에서는 작품 경매를 통해 100만 달러(약 11억 1,6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한다.³⁾

그러나 현행법의 명문상으로는 기계인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나 웹툰은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이러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볼 것인지 여부에 관해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

②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것을 저작물로 보기 때문에, 표현되지 않은 단순한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서 보호받지 못한다. 웹툰, 드라마, 영화에서 설정이 비슷한 경우 종종 표절 시비가 일어나는데, 생각보다 저작권법 침해를 인정받기가 어렵다. 단순한 설정은 저작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별한 상황이 되면 변신하는 슈퍼히어로’는 단순한 아이디어일 뿐이다. 하지만 그 슈퍼히어로의 디자인, 성장 과정, 동료들을 만나는 과정과 관계, 고난, 승리 등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내용)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볼 수 있다.

③ 개인의 창작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창작물은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 대법원 판례⁴⁾에 따르면, 1) 창작물이라 함은 저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작품의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은 요구된다. 2) 또한 단편적인 어구나 계약서의 양식 등과 같이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은 최소한도의 창작성을 인정받기가 어려우며, 3)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의 내용이나 과학적인 원리, 역사적인 사실 등은 저자가 창작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저작권은 추상적인 아이디어의 내용 그 자체에는 미치지(적용되지) 아니하고 그 내용을 나타내는 상세하고 구체적인 표현에만 미친다(적용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간단한 문장들,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사실 그대로를 정리한 글, 또는 단순히 이름순으로 정리한 전화번호부 같은 것들은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 창작적인 표현이 아니다.

저작권의 분류

저작권은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저작재산권으로 나뉜다.

저작인격권이란 정신적인 노력의 산물로 만들어 낸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인격적으로 갖는 권리다.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의 ‘이름’과도 같다. 저작인격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거나 상속되지 않는, 저작자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다. 이를 ‘일신전속권’이라 한다.

이러한 저작인격권은 자신의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가, 만약 공표한다면 언제 어떤 방법으로 공표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공표권),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하여 자신이 저작자임을 주장하고 이를 표시할 수 있는 권리(성명표시권), 자신의 저작물이 창작한 본래의 모습대로 활용되도록 할 권리(동일성유지권)로 구분된다.

저작재산권이란 저작물을 일정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다. 저작재산권은 저작인격권과 달리 권리들을 나누어서 개별적으로 행사하거나 양도 또는 상속하는 등 처분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으로 구분된다.

저작물의 보호기간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사람이 저작자인 경우 저작물을 창작한 때로부터 시작되어 저작자가 사망한 이후 70년까지 존속한다. 다만 여러 명이 모여 공동으로 저작물을 창작한 경우, 공동저작자들 중 맨 마지막으로 사망한 저작자가 사망한 후 70년간까지 보호된다. 또한 법인이나 단체가 저작자인 경우에는 저작물을 공표한 때부터 70년 간 보호된다.

즉 사람이 저작자인 경우 사망 시점의 다음해부터, 법인이나 단체가 저작자인 경우는 공표한 시점의 다음해부터 70년까지로 계산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정 부류의 저작물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익적 차원에서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저작물은 제외되는 것이다. 저작권법 제7조는 1)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 3)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위의 1), 2), 3)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 5)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 등을 열거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은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이 없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몇몇 경우는 보호받는 저작물이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 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 학교 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공표된 저작물의 이용,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공연·방송,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 시험문제의 복제,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방송사업가의 일시적 녹음·녹화, 미술·사진·건축저작물의 전시 또는 복제, 번역 등에 의한 이용, 시사적인 기사 및 논설의 복제, 프로그램 코드 분석, 프로그램 정당소지자에 의한 보존을 위한 복제 등이 그러하다(저작권법 제21조 내지 제36조). 다만 위와 같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출처를 명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저작권법 제37조).

저작자에 관한 특수한 유형의 저작물

① 회사 등 단체에 소속되어서 창작한 경우: 업무상저작물

1)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이라 함)의 기획 하에 2)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3)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업무상저작물이라고 하며,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4)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는 그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된다(저작권법 제9조).

따라서 비록 회사의 근로자로 소속된 작가가 법인의 기획 하에 특정한 저작물을 업무상 창작했고 회사 이름으로 공표되었다면, 업무상저작물이다. 해당 저작물의 저작자는 창작을 한 작가가 아니라 작가를 고용하고 있는 회사가 저작자로 되는 것이다. 단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저작물은 저작자에게 귀속한다.’는 등으로 달리 정한 내용이 있다면, 업무상저작물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다.

② 2인 이상 공동으로 창작하는 경우: 공동저작물과 결합저작물

공동저작물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는 저작물을 의미한다. 가령 웹툰 스토리작가가 창작해 제공한 스토리와 이에 기초한 그림작가의 그림이 결합해 완성된 만화는 스토리작가와 그림작가의 공동저작물에 해당된다.

공동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저작자들 사이에 하나의 저작물을 창작한다는 공동 인식 내지는 의사(공동창작의 의사)가 필요하며, 공동저작물의 각 기여 부분을 분리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분리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포함된다. 2인 이상이 공동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웹툰을 그릴 때 아이디어별로 작성자가 특정되어 있더라도 공동창작의 의사와 공통된 기획성의 인정으로 공동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 및 저작재산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15조). 저작권법상 공동저작자가 되는 경우에는 저작권 행사 및 지분 양도 등의 행위에 있어서 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저작권법 제48조 참조). 다만, 공동저작물의 저작자는 그들 중에서 저작인격권 및 저작재산권을 대표해 행사할 수 있는 자를 정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5조).

반면 각자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결합저작물이라고 하는데, 노래의 작사와 작곡과 같이 복수의 저작자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이 분리되어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결합저작물은 창작에 관여한 각자가 각 분담 부분에 대한 저작자가 된다.

저작권은 꼭 등록해둬야 할까?: 저작권 등록의 필요성과 절차

저작권을 꼭 등록해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등록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저작권을 등록하지 않는다고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저작권법 제10조 제2항). 저작권은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한다.

그러나 저작권을 등록하면 저작물에 관한 일정한 사항(저작자 성명, 창작연월일, 맨 처음 공표연월일 등)과 저작재산권의 양도, 처분제한, 질권설정 등 권리의 변동에 대한 사항이 저작권등록부라는 공적인 장부에 등재된다. 이로써 저작자의 권리를 쉽게 보호하고, 나아가 저작물의 공시에 따른 간접적인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저작권을 등록하면 저작자로 성명이 등록된 자는 그 등록 저작물의 저작자로 추정된다. 또한 등록되어 있는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다고 추정된다. 만약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권리자는 본인이 주장하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누군가가 내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저작권을 등록하면 입장이 반대가 된다. 이 경우 침해 사실을 부인하는 쪽에서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입증책임의 전환).

이외에도 저작권을 등록하면 권리 변동의 당사자 외의 제3자에게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으며(대항력), 저작권리자가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실손해를 입증하지 않은 경우라도 사전에 저작권법에서 정한 일정한 금액(저작물마다 1천만 원, 영리를 목적으로 고의의 경우 5천만 원 이하)을 법원이 원고의 선택에 따라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고, 저작물 보호 기간이 공표 후 70년에서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연장되는 효과 등이 있다.

많은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찾아올 때 하는 얘기가 있다.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쟁을 대비할 수는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자. 저작권 등록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예방하고, 침해 시 저작자의 추정 등의 보다 두터운 권리보호를 받을 수 있다.

1) 본 원고는 필자가 집필에 참여한 윤영환 외 3명, 「웹툰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 바다출판사, 2020.에 기반하여 수정, 보완하였음을 참고 바랍니다. 

2) 중앙일보, <코끼리가 그린 그림 4500만 원에 팔려>, 2005년 2월 20일 기사 참조.

3) 헤럴드경제, 「거울보며 자화상 그리는 AI 화가.."작품값 억대"」, 2021. 5. 26.자 기사 참조.

4) 대법원 1997년 11월 25일 선고 97도2227 판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