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 세대에 걸쳐서 엔터테인먼트 앱을 사용하는 시간은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필자의 [Z의 스마트폰]에서 국내 앱 이용자의 행태를 조사한 결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앱 중에서 OTT서비스인 넷플릭스 이용자가 전 세대 이용 측면에서는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였지만, 일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것은 웹소설과 웹툰으로 나타났다. 청년세대의 비주류문화로 치부되던 웹툰과 웹소설은 이제 새로운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펜데믹 기간 중 특정 시기에는 넷플릭스 인기 TOP 10에 속한 한국 드라마, 영화 중 50% 이상의 원작이 웹툰에서 나오기도 했다. 바야흐로 웹툰 전성시대이다.
스토리 IP로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까지 만든다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의 경우, 드라마, 영화까지 진출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나혼자만 레벨업>, <달빛 조각사>, <재혼왕후>, <전지적 독자시점> 등의 공통점은 모두 웹소설로 인기를 끈 후에 웹툰으로 만들어졌다. 스토리를 웹툰, 웹소설이라는 형식적 카테고리에 한정하지 않고, 본질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접근이다. 스토리를 중심에 둔 ‘관점의 전환’을 이루어낸 것이다.
‘스토리’라는 본질을 생각했을 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웹소설 지식재산권, 즉 IP를 중심에 두고 장르를 확장해 나간다. IP를 가진 회사들은 웹소설을 웹툰 형식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20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독자는 웹소설(73.6%)과 더불어 만화(55.1%)와 영화(42.8%)도 즐겨 본 것으로 나타났다. 웹소설은 웹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과 같은 콘텐츠로 재창작되어 세계관을 공유하며 각 장르의 속성과 문법에 맞게 새로운 매력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웹소설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페이지의 경우에도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IP를 제작하고 유통·연결·투자하는 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웹툰, 웹소설이라는 장르나 포맷보다는 ‘스토리’의 가치가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스토리와 세계관으로 무장한 콘텐츠에 손이 간다
트랜스 미디어는 미디어 간 경계를 넘어 서로 결합, 융합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 제작 방식은 하나의 이야기를 분리하여 서로 다른 미디어로 등장시키거나, 하나의 캐릭터를 스핀오프 방식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블 시리즈’는 스토리 확장의 가장 좋은 구조이자 예시이다.
‘아이언맨’을 보지 않고도 ‘어벤저스’의 내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전체 세계관을 알아야 보는 재미가 더 커진다.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완성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에피소드와 다층적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전체의 마블 세계관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형성된 팬덤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커다란 모멘텀이 만들어지게 된다. 일종의 ‘레고 블록화’인데, 개별 스토리들이 세계관을 공유하며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 내고, 레고 블록이 더해질 때마다 무한대로 이야기를 확장시킬 수 있다. 마블 시리즈는 레고처럼 무한대로 이야기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현재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트랜스 미디어 구조는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 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 준다. 각 미디어의 성격에 맞는 장르를 선별해 장르에 맞는 잠재고객을 확장할 수 있고, 이러한 잠재고객이 브랜드의 세계에 머물며 컬처코드를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멋진 토대가 되는 것이다. 탄탄한 세계관은 핵심 고객의 정서와 감성을 콘텐츠와 밀접하게 연결할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독자와 콘텐츠가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동인이 된다. 유저와 공감할 수 있는 세계관만으로 고객이 새롭게 창출되고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
핵심은 취향저격이다
전통적인 콘텐츠 규칙이 깨지고 있다.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가치의 흐름이 기울고 있다.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급과잉이 일어났고 이의 반대급부로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졌다. 콘텐츠 기획자가 플랫폼을 선택해서 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용자들은 높은 시청률이나 이용률을 보이는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아도 내 취향의 콘텐츠를 선택해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즉, 보편성 높은 콘텐츠에서 내 취향의 콘텐츠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근래 방송되었던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 TV시청률은 동시간대 드라마보다 높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 화제성과 드라마 충성도는 압도적인 반응을 보였다. 드라마를 함께 보았던 사람들 간에는 특정 캐릭터에 대한 선호와 지지를 표현하며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특정 취향을 공략한 콘텐츠가 웹툰, 웹소설의 형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내가 만드는 콘텐츠의 대상이 누구인지, 플랫폼이 어디인지가 기획의 방향을 결정한다. 스토리의 가치에 주목하는 현 시점에서 웹툰이 MZ세대만의 콘텐츠로 머물지 않으려면 창작자 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충실한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저변을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이용자들의 충성심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스토리가 세대를 넘어서는 장르로 확장하는 데에 기본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와 함께 미디어적인 특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 채팅형 소설 앱 ‘채티’를 예로 들면, 이 앱 내의 인기작가는 대부분 10-20대이다. 초기 ‘채티’의 경우, 기성 작가 또는 웹소설 작가의 작품을 채팅 방식의 소설 형식으로 전환하거나, 기성작가들이 채팅 방식의 소설을 게재하는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었더니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고 특히 Z세대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고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역할을 넘어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즉, 타깃 세대가 원하는 기술의 접목으로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모두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웹툰의 저변확대는 콘텐츠의 뾰쪽한 취향을 통한 스토리의 가치 창출과 콘텐츠를 시청하는 독자가 어떤 미디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지가 핵심이다. 이러한 고민을 통하여 웹툰은 단순히 MZ세대만의 향유물이 아닌 다양한 세대의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