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개인창작 시대에서 시스템창작 시대로...
독창성과 조형성을 중요시하는 ‘창작’은 문화 콘텐츠에서는 작품을 규정하는 중요한 단어다. 창작의 개념은 예술가들은 물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웹툰 작가나 웹소설 작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작가들의 창작물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과 조형 원리 그리고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창작의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다.
웹툰은 글로벌 만화 시장에서 우리나라 디지털 만화라고 지칭하는 고유 명사가 되어 있다. 출판 만화 시대에 일본 만화를 세계인들이 ‘망가’라는 고유 명사로 지칭한 것과 같은 현상이다. 거대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우리가 만들어 낸 웹툰이 세계적인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웹툰은 2003년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가 다음<만화 속 세상(현재 카카오)>에 연재되면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후 지금까지 20여 년이 흘렀다. 물론 이전에 ‘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스노우캣’ 등의 작품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스토리 위주의 웹툰 출발은 강풀의 ‘순정만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웹툰 산업 매출액 규모는 약 1조 538억 원이다.1) 초창기 무료로 서비스되던 웹툰이 20여 년 동안 시장규모가 조 단위 시장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온 것이다. 한콘진이 웹툰 산업 통계를 발표한 뒤로 지금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 왔다는 것은 어느 산업 분야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눈부신 성장이다.

△ 웹툰 창작 변화 과정
웹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온 만큼 창작의 개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작가 중심의 개인 창작 활동은 다양한 플랫폼과 웹툰 제작사들의 등장으로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창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공급되는 시스템 창작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1980년대에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출판만화가 활성화되어 있었고 만화방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그 당시에는 ‘공포의 외인 구단’의 이현세와 ‘신의 아들’로 대표되는 박봉성과 같은 스타 작가들이 만화 시장을 이끌고 있었다. 만화 시장은 그들에게 더 많은 작품을 원했지만 개인 작가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기 있는 만화가들은 일명 ‘공장만화’ 시스템을 만들어 만화를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하였다. 물론 전통적인 창작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공산품과 같았던 이러한 공장만화들이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러한 구조 안에서 만화방은 더욱 활성화되었고 80년대 출판만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웹툰은 이천 년대에 들어오면서 연재 방식이 안정되고 정기적으로 공급해야 할 웹툰작품 수가 증가하자 몇몇 작가들은 어시스던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협업에 의한 ‘집단 창작’ 방식의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제 개인 창작물에 기대어 작품을 공급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미 웹툰 제작사들은 안정적인 웹툰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고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래서 네이버와 카카오(이하 네카오)는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웹툰 제작사와 직간접으로 파트너십을 맺거나 몇몇 인기 있는 작가들에게 스튜디오를 만들도록 유도하여 웹툰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네이버는 박태준 작가의 더그림 엔터테인먼트, 손재호 작가의 JHS 등과 관련을 맺고 있고 카카오도 HUN, 네스티캣 등 인기 작가들이 주주로 참여한 웹툰 전문 회사 슈퍼코믹스에 투자했다. 필자는 이러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창작을 ‘개인 창작’, ‘집단 창작‘과 구분 짓기 위해 ‘시스템 창작’이라고 부르고 있다.

시스템 창작의 성공 사례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돌 중심의 K-POP이 시스템 창작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아이돌 양성 시스템 만들었고 이를 통해 아이돌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K-POP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온 것이다.
시스템 창작은 개인 창작에 비해서 작업 속도가 빠르고 분업화되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에 장점이 많은 편이다. 이미 산업계에 노하우도 많이 축적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희망하지만 스토리, 연출, 스케치, 디지털 작업 등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능력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분업화된 시스템 창작 안에서는 배경이나 채색 등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해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 이제 웹툰도 다양한 직업군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는 웹툰 산업이 글로벌로 확대되는 데에 기초가 될 것이다. 콘텐츠 시장은 IP 전쟁이라 불릴 만큼 IP 확보가 중요하다. 웹툰 산업에서는 시스템 창작물에 대한 IP 주도권을 플랫폼과 제작사가 가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 창작은 더욱 확대되고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K-POP 산업이 그러했듯이 웹툰 산업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로 뻗어 가고 있다. 스토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네카오는 이미 여러 웹소설 회사를 인수하면서 IP도 충분하게 확보했다. 이제 끊임없이 웹툰을 만들고 유통하면 된다. 그동안 웹툰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해 온 네카오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는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과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할 것이다. 과거나 현재나 작품의 힘은 창작에서 나온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것이 개인 창작이냐 집단 창작이냐도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 웹툰 시장을 선도하는 데에 시스템 창작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그래서 필자는 시스템 창작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의 웹툰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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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년 웹툰 산업체 실태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