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인스타툰으로 본 만화산업의 새로운 흥행코드

인스타툰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요? 만화산업의 새로운 흥행코드로 떠오른 인스타툰에 대해 알아봅시다.

2022-07-20 신정아

인스타툰으로 본 만화산업의 새로운 흥행코드 

MZ세대의 공감 콘텐츠, 인스타툰

202262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세대별 SNS 이용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SNS 이용률은 201947.7%, 202052.4%, 202155.1%로 전 세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특히 MZ세대들의 SNS 이용률은 다른 세대보다 월등히 높았는데, 주말을 포함한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밀레니얼세대(2538) 43, Z세대(9~24) 62분으로 나타났다. 세대별 많이 이용하는 SNS 플랫폼 조사에서 밀레니얼세대의 45.4%, Z세대의 40.3%가 인스타그램을 선택하여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인스타그램은 MZ세대가 자신의 일상과 취미,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세대별 SNS 이용 플랫폼 (출처_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인스타툰은 인스타그램과 웹툰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연재되는 웹툰을 뜻한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긴 스크롤을 통해 스토리를 전개하는 일반 웹툰과 달리 10컷 이하의 짧은 분량으로 제작되는 숏폼 콘텐츠이다. 네이버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의 연재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소재에 대한 규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스타툰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통해 취향저격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화자(2019)에 따르면 인스타툰의 가능성은 작가-독자 간, 독자-독자 간 상호작용성에서 발현된다. 소셜미디어에서 형성되는 가상공동체는 팬덤을 형성하는데, 전통적인 물리적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공동체에 참여하는 개인들에게 정서적 지원, 동료의식, 유대감, 소속감, 정보를 제공한다. 독자들은 별점이나 조회 수 외에도 댓글과 디엠(DM, 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통해 작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스토리의 세계관 안에서 살아간다. 접근이 쉽고,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나 소재가 있다면 인스타툰의 작가가 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꾸준한 생산만 가능하다면 작품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의 핫키워드, 일상툰

인스타툰의 소재와 장르는 개인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공간과 상황만큼이나 다양하고, 세밀하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기분과 일상, 사건과 관계들이 모두 인스타툰의 소재가 된다.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를 다루는 일상툰’, 특정한 사례나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툰’, 달달한 로맨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연애툰등 인스타툰의 장르는 개인의 취향과 문화에 따라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615일을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을 검색하면 121만 개의 계정이 뜬다. 그중 92.7 만개가 일상을 소재로 연재되는 일상툰장르다.

일상툰은 2000년대 일상카툰을 결합한 형태의 웹툰이 출시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마음의 소리>(조석), <생활의 참견>(김양수), <골방환상곡>(워니), <낢이 사는 이야기>(서나래) 등 일상의 이야기를 개성있는 표현과 이미지로 그려 낸 작품들을 시작으로 그림일기처럼 일상을 그려 내는 만화라는 일상툰의 계보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TV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수신지 작가의 <며느라기>가 대표적 일상툰이다. <며느라기>는 주인공 민사린의 인스타그램 계정(@min4rin)을 통해 결혼과 시댁, 출산과 육아 등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갈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기혼과 미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에피소드로 큰 공감을 얻었다. 연재 당시 60만 팔로워를 기록했던 <며느라기>2017오늘의 우리 만화상’, ‘2017 만화가 협회장상’, ‘2018 올해의 성평등문화상등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인스타툰의 열풍을 이끈 주역이 되었다.

최근에는 인스타툰을 활용한 브랜디드 콘텐츠 마케팅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재미와 친근함을 주는 일상툰의 주인공들을 부캐로 성장시키면서 브랜드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펀슈머(funsumer)라고 불리는 MZ세대가 가치와 소비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콘텐츠 마케팅 전략으로 인스타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의 경우 브랜드 및 제품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활용한 세계관 마케팅이 한창인데, 세계관 마케팅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드 고유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인스타툰의 대표 캐릭터로는 hy(한국야쿠르트)의 인기 제품에 각자의 세계관을 가진 부캐를 적용해서 제작한 5인조 사이버 아이돌그룹 ‘HY-FIVE’, 빙그레 왕국의 왕위 계승자라는 캐릭터로 탄생한 빙그레우스더마시스’, 요기요나라에서 밥무원으로 살아가는 요기요의 요조이캐릭터 등이 있다.


external_image

<울산큰애기>, 울산광역시 중구 (출처_인스타그램 iam_ulsankeunaegi)


기업의 마케팅 외에도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의 홍보콘텐츠로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추세다. 매주 1회 지역의 소식을 코믹하게 전달하는 울산광역시 중구의 울산큰애기’, 국민연금공단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직장인 5년차 연대리캐릭터, 생활밀접형 콘텐츠로 과학적 궁금증을 풀어주는 한국전기연구원의 꼬꼬마 케리스토리 등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과 가깝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콘텐츠 장르로 인스타툰의 포맷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콘텐츠에 익숙한 MZ 세대들에게 오디오 드라마가 새로운 감성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인스타툰과 오디오북의 장르 횡단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0427일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을 통해 공개된 윤지회 작가의 <사기병>(@sagibyung)이 대표적이다. <사기병>은 윤지회 작가가 위암 4기 선고를 받은 날부터 고통과 마주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던 씩씩하고 담대한 투병일지이다. 인스타그램 누적 조회 수 5천만 뷰를 기록한 <사기병>은 단행본 출간 이후 윤지회 작가의 녹음 참여를 통해 오디오북이 제작되었다. 자신의 웹툰이 같은 처지의 환우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스타 연재를 시작했던 윤지회 작가는 책을 읽을 수 없을 만큼 큰 고통과 마주한 환우들이 좀 더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디오북 제작에 참여했다. 안타깝게도 윤지회 작가는 2020129일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투병 기록과 희망의 증거들은 꾸준히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사회적 메신저로 진화하는 인스타툰

류유희(2021)에 따르면, 인스타툰은 개인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스타툰을 통한 일상의 관찰과 기록은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실현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공감과 연대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는 역동적 장르로 진화하고 있다. 우울증, 암 투병, 이혼, 차별과 편견 등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이아리 작가의 <다 이아리>(@i_iary)는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인 작가가 연애과정에서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이아리는 2등신의 단순한 캐릭터로 표현되는 반면 폭력의 가해자는 삽화체로 그려지는데, 얼굴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독자들은 이아리에 몰입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 보호종료 아동들의 일상을 다룬 <독립, 18>(@viva_18_youth)는 작가가 실제 인물인 주인공들의 삶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보호종료 아동은 보육원 등 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18세 이후 독립하는 아이들을 뜻한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독립한 보호종료 아동들이 겪는 취업, 주거, 생계 등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와 관심을 형성했다.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함에도 덮여 있던 사회적 문제를 웹툰이라는 일상 미디어로 재현한다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질문 던지기이며, 치유되지 못한 누군가의 상처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인스타툰에서 발견되는 흔한 매력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대체불가 캐릭터들이 만들어 가는 소소하지만 단단한 연대감이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박용후는 소셜미디어를 세상을 미적분하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거나 공유하는 공간이자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 보면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슬픔과 고통을 마주할 수 있고,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일어난 자연재해나 폭동, 테러, 전쟁 등과 같은 국제적 이슈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축제, 전시, 공연과 같이 세계 각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 향유의 현장을 관람하거나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의 공간이자 소통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일상에 담긴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대중문화콘텐츠로서 인스타툰이 갖는 경쟁력이자 인기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필진이미지

신정아

글쓴이 신정아는 문화콘텐츠학 박사로 현재 대학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비평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KBS, OBS 시청자평가원으로 활동하며 방송통신위원회 표창을 수상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두잉>, , <디지털 소양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