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미물>, 원래 모든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펜데믹 이후 감염병에 대해 웹툰에서 어떻게 보여 주고 있을까요? 웹툰<미물>을 통하여 살펴봅시다.

2022-08-11 최윤석

<미물>, 원래 모든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팬데믹 이후 감염병은 웹툰에서 어떻게 다뤄지는가

<미물>, 외눈박이&김도연 (출처_네이버웹툰)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그것은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웹툰 <미물>의 이야기도 바로 그런 작고 작은 벌레로부터 시작된다. ‘벌레’, 우리가 괜히 눈앞에 서성거리면 아무렇지 않게 손을 휘저어 내쫓거나 집안에서 기어 나오면 때론 기겁하다가도 이내 슬리퍼 따위로 때려잡는 존재. 조금 귀찮고, 징그럽고, 성가시긴 하지만 그 정도에 그치는 게 인간의 삶에서 벌레가 차지하는 보편적 위치이다. 하지만, 웹툰 <미물>에서의 벌레는 감염병의 주체가 됨으로써 인간을 조종하고, 인간을 죽이고, 그렇게 인간의 삶을 서서히 옥죄는 무서운 존재로 그려진다. 손이나 슬리퍼 따위로 어찌할 수 없는 존재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작디작은 벌레가 인간에게 기생함으로써 시작된다.

이는 한때, 괴담처럼 떠돌다 영화까지 된 <연가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 속 연가시는 숙주인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여기서 숙주를 조종한다는 점은 웹툰 <미물>과 비슷하다. 하지만, 더 나아간 것은 단지 조종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벌레 그 자체가 되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정신이 잠식당하는 것은 물론, 외형적인 모습의 변화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쯤 되면 그 모습은 단순히 벌레로만 치부하기에 어려운 감이 있다. 벌레 괴물, 혹은 벌레 요괴 정도로 봐야 할 정도다. 시각, 촉각적으로 괴이한 느낌을 주는 벌레로 인해 정신과 겉모습까지 장악되는 이 병은 나름 새로운 유형의 감염병을 만들려 한 시도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를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살펴보면 좀 더 재미있는 부분들이 보인다.

우리가 코로나라는 감염병과 함께 살게 된 지도 꽤 오래된 일이다. 마스크를 쓰거나, 손을 자주 씻는 등의 습관은 말 그대로 일상이 되었다. 웹툰 <미물>의 고등학생 주인공 하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우리 삶에 어느 순간 침투하여 자연스럽게 곁에 머문 것처럼, 벌레들이 점점 꼬이기 시작하더니 그녀 주변을 계속 맴돈다. 가장 처음은 바로 자신의 엄마였다. 동생 하영과 자신을 둔 채 사라진 엄마를 기다리던 하인은 이상해진 채로 돌아온 엄마를 맞이한다.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지만, 분명히 자신의 엄마였다. 하지만 이내 불안함을 느끼고 동생과 도망치려던 순간, 엄마의 본 모습을 보게 된다. 바로 사마귀의 모습을 한 엄마의 모습을 말이다. 그게 하인과 벌레 감염자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리고 하인은 학교에서 벌레에 감염된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가족을 시작으로, 학교. 그리고 중간부터 등장한 그녀의 사촌 오빠 하상과 동생 하영을 통해서 그 범위가 마을로 확대됨에 따라 그렇게 우리가 겪었듯 감염자들의 수와 범위가 서서히 늘어난다. 감염된 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또 가깝기에 마냥 피해 다닐 수만은 없고, 그리하여 결국 퍼지고 퍼지다 못해 도망칠 곳 없이 조여 오는 오늘날의 감염병처럼 말이다.

감염의 대상이 주로 약자에 해당하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실제로 각종 질병이나 감염병 등은 취약계층일수록 노출되기 쉽다. 그 사실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결국 진실이듯이 작품 속에서도 벌레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대체로 약자에 해당한다. 학교 폭력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 하인은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선영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선영을 평소 괴롭히던 현주가 지목된다. 현주는 선영이 혹시라도 잘못되면 자신이 귀찮아질 거라고 생각해 선영을 찾는데, 그러다 벌레에 감염된 선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감염된 선영에 의해 현주도 감염된다. 이외에도 평소 괴롭힌 당하던 세아는 벌레에 감염되지만, 오히려 그걸 능력으로 써 괴롭힌 얘들을 조종하기에 이른다. 어떻게 보면 감염을 통해 복수하는 거라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한 복수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고, 결국 감염이라는 피해를 받은 이들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에 찝찝할 뿐이다. 그저 그들은 약했기에 가장 먼저 감염에 노출되었다. 경수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경수는 맨홀 뚜껑 아래 하수구에 갇히게 됨으로써 감염이 된다. 물론, 감염자가 되어 복수할 힘을 얻었으나, 안타깝게도 끝내 괴롭힌 놈을 죽이지도 못하고 이성을 상실한 채 벌레가 되는 결말을 맞이한다. 작품 속에서 감염은 선과 악을 심판하는 도구가 아니다. 말 그대로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노출이 더 많이 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런 면에서 웹툰의 제목이 미물인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미물>, 외눈박이&김도연 (출처_네이버웹툰)

벌레에게 감염되면 벌레가 되는 세계관의 웹툰 <미물>에서는 주로 피해자들이 먼저 감염에 노출된다.

 

미물이란 이름을 단순하게 본다면 그저 작품에 등장하는 벌레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김정철 박사도 그러한 의미로 벌레를 미물이라 칭한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상 모든 동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벌레를 추앙하기도 한다. 그런데 벌레가 인간을 조종할 수 있다면, 인간 위에 벌레가 있게 된다면 이제 미물은 누구인 걸까. 벌레에 감염되어 벌레가 된 존재를 미물이라 칭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이 새로운 진화의 종이 된다면 인간이 미물이 되지 않을까. 가장 먼저 감염에 노출이 된 이들은 원래 사회에서 미물로 분류됐던 것은 아닐까.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처럼 감염병은 단순 감염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가 미쳐 시선을 주지 못한 곳은 없었는지 씁쓸하지만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김정철 박사의 시작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는 순수하게 자신의 딸을 치료하고자 벌레를 이용해 실험한다. 하지만, ‘미로제약에게 그 기술을 빼앗기고야 만다. 이 작품 1화에 내용은 그 이후의 얘기를 시작 지점으로 보여준다. 끊겨 버린 지원 속에서 홀로 실험을 이어가던 박사는 딸을 살리려고 했지만, 잘못된 결과가 도출된다. 지하에 숨겨놓은 박사의 딸은 벌레에게 잠식당하게 되고, 그건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오빠의 등장은 그 존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이 사태의 원인은 김정철 박사의 지하 실험실로 규정한 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 외부에서 온 자연 발생적 병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명확한 원인이 있는, 실험으로 탄생된 병이라는 걸 말이다.

 

<미물>, 외눈박이&김도연 (출처_네이버웹툰)

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벌레를 이용했던 김정철 박사는 결국 딸을 벌레를 만들었다.

 

감염의 원인을 별로 중요시 하지 않은 이야기들도 꽤 있다.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도 그중 하나다. 학교에서 벌어진 좀비 사태를 그린 이 작품의 좀비 감염 원인을 말하자면, 운석에 기생하던 미생물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원인은 특별히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고정된 설정값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설정은 비슷한 다른 설정으로 치환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2022년에 드라마가 되면서 감염의 원인이 바뀐다.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아들에게 강한 힘을 주기 위해 생물교사 아버지가 요나스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설정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는 이야기 안에서 영향을 끼친다. 생물교사가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려다 학교에서 좀비 사태가 터지게 되고, 자신조차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다. 이러한 설정은 주제를 형성하는 데도 역할을 하는데. 단순 운석에 의한 게 아니라,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생각할 지점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감염병의 원인을 전개와 밀접하게 연관 짓는다면 이야기적으로 좋은 부분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원인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져 보기도 했기에 그 자체로도 꽤 흥미롭다. 웹툰 <미물>은 아직 많이 연재된 작품은 아니다. 현재까지 감염병에 대한 원인으로 김정철 박사에 의한 것만 드러난 상태지만, 박사의 기술을 훔쳤다는 미로제약이라는 존재가 언급된 만큼 다른 이야기들이 있을지 모른다. 감염병에 특성, 즉 벌레에 대한 비밀도 아직 많은 것이 남았다. 그들은 각기 한 마리의 벌레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공명하듯 연결된 개체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벌레마다 가진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작품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으로 가는 시점이다. 너무나도 괴이하고 무섭지만, 웹툰이기에 우리는 이 작품을 보며 웃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것처럼 현재의 코로나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필진이미지

최윤석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