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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라는 세계관의 확장

웹소설 원작 웹툰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독자들은 이에 대해 만족할까요? 만족하지 못할까요? 또한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2022-08-22 이융희

웹툰이라는 세계관 확장

 


웹소설과 웹툰의 시장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작가와 에이전시가 계약을 할 땐 프로모션과 선인세, 그리고 수익의 분배율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최근 계약을 진행해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웹툰화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웹툰화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거나, 또는 일정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을 때 웹툰화 작업을 진행할 것인지 검토 여부를 물어보고 해당 조건이 맞으면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아예 투고 과정에서 저는 웹툰화를 염두하고 스토리를 쓴 것이라, 웹툰화까지 보장을 안 해 주시면 계약이 어렵습니다.”라고 못 박아 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 가장 큰 까닭은 웹툰과 웹소설, 두 시장 규모의 차이 때문이다. 웹툰은 일정 분량의 콘텐츠를 매주 무료로 공개하고 그 공개 과정에서 트래픽 수익을 벌어들인다. 또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의 일부분을 미리보기 서비스로 판매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거둔다. 이러한 판매정책을 취한 웹툰과 달리 웹소설은 1권의 미리보기 서비스 외엔 모두 유료로 구매해서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전자책 형태로 판매되는 단권 작품들은 1권부터 모든 텍스트를 구매해야만 소비가 가능하다.




이러한 구매 구조는 결국 웹소설과 웹툰의 독자 규모를 적게는 10, 많게는 50배 가량 차이가 나도록 만들었다. 분명 웹소설의 독자는 적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약 6,000억 이상의 시장 규모를 만들어 낼 정도로 구매 충성도가 높지만, 그 절대 모수는 100만에서 15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수에 불과하다. 특정 장르만을 소비하는 독자도 많은 만큼 한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 독자의 숫자는 10만에서 30만을 채 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웹소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단순히 웹소설로만 출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미디어 매체로 나가 다양한 소비자와 만나고 싶어 한다. 일반적으로 웹툰화가 되면 웹툰의 수익을 분배받는 한편, 웹툰을 본 독자들의 원작 유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몇 년 전과 지금, 작가들이 계약을 통해 우선적으로 기대하고 고려하는 것은 수익의 극대화이다. 단지 이제는 웹소설을 출간할 때 웹소설이라는 시장에 한정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웹소설을 쓰면서도 웹소설 바깥의 매체에서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확장성을 염두하는 것뿐.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출판IP콘텐츠라는 단어와 활용 전략이 웹소설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소설로 출판된 원천 스토리를 이용해 다양한 매체전환을 꾀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뜻한다. 다양한 IP원작 중에서도 출판 IP가 각광을 받는 까닭은 그것이 로 만들어진 태생 탓에 가지고 있는 재현적 허술함 때문이다. 문어와 구어를 넘나들며 이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는 예술성을 극대화하며 추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자매체는 독서 과정에서 독자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미지화나 영상화를 하는 쪽에서도 큰 부담 없이 자신들의 상상력이나 연출력을 개입해 매체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웹소설은 거대한 스토리의 줄기 아래에서 짧은 단위로 나눠진 스토리를 재미와 흥미 위주로 편집해 독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주인공을 제외하면 크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는 탓에 웹툰이나 드라마로 만들어 내기에 편안한 원천의 스토리를 제공한다. 분절된 웹소설의 연출 구조상 화별로 나뉜 웹툰과 궁합도 잘 맞다. 비슷한 장르적 상상력을 구현하는 것도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럼 우리는 이쯤에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왜 웹툰화를 하는 것은 수익이 잘 나오는가? 왜 하필 웹소설 원작을 웹툰으로 가져가는 것일까? 이 과정에서 장점 말고 단점은 없을까? 단순히 시장을 확대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이라면 웹툰화된 모든 웹소설은 성공을 거두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모든 웹툰이 다 성공을 거두진 않는다. 심지어 웹소설에서 입지적인 작품조차 웹툰화의 전략을 엉망으로 거둔 탓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웹소설의 웹툰화 전략과 향후 방향, 그리고 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금 산업에서 진행하는 웹소설의 웹툰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웹소설을 웹툰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웹소설에 푹 빠지는 팬덤이 되는 것, 그리고 웹소설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대중이 되는 것. 두 가지의 상반된 행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작업이다.

웹소설 작품속 두 가지 코드

앞서 살펴보았듯 웹소설은 의외로 아주 협소한 인원만 소비하는 장르 텍스트에 불과하다. 100만에서 150만의 인원도 천만 영화나 천만 콘텐츠 가입자 시대에서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지만, 개별 작품으로 들어가면 더 적은 숫자의 수치가 나온다. 입지적 수치를 기록한 <전지적 독자 시점>의 문피아 구독자는 마무리 분야에서 37천 정도를 유지했으며 100, 4권의 독서를 기준으로 할 때는 약 7만 명 정도가 해당 작품을 구매했다. 누적 매출 300억을 기록한 네이버의 웹소설 <화산귀환>의 경우를 살펴볼 때, 해당 작품의 편수인 1,280화를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약 28~30만 정도의 숫자가 이 작품을 본 셈이며, 마지막 화수를 따라오는 사람보다 초반에 독자들이 몰렸음을 감안하면 60~70만 정도가 웹소설을 본 셈이다.


<화산귀환>, LICO&비가 (출처_네이버웹툰)


그러나 이러한 수치를 순수한 웹소설 독자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문피아에서 최고 전환률을 기록하는 웹소설 작품들은 대부분 16천 내외의 구매율을 보이며, <화산귀환>의 경우 이미 네이버 수요 웹툰에서 1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특성을 감안한다면 결국 평소에도 웹소설을 꾸준히 보고 구매하는 주요 독자의 숫자는 한 플랫폼에서 약 2~5만 사이를 넘나드는 셈이니, 각 장르와 호불호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최대 50만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소비자의 수치가 타 콘텐츠와 구별되는 웹소설만의 특징을 만들어 낸다. 작가와 독자들은 5,000자 내외의 분량 안에서 속도감 있는 서사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고맥락의 코드(Code)를 이용한 압축적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작품과 작품 사이를 교차해 넘나들고 장르간의 문법을 압축한 코드의 사용이 가능한 것은 이 코드를 사용하는 언어 공동체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웹소설이 빠르게 창작되고 소비될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웹소설의 장르 문법이 다른 문법들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그렇다 보니 보통 웹소설 안에는 그 웹소설과 긴밀하게 연결된 수많은 장르적 문법과 작품의 요소들이 고맥락적으로 교차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장르라는 것은 특정한 질서나 문법으로 얽혀 있는 구조이자, 독자가 텍스트를 어떻게 독서해야 할 것인지 사전에 합의한 결의체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꽃다발을 전했다라는 아주 단순한 일상적 문장도 이 장르가 로맨스인지, 스릴러 장르인지에 따라 독해가 달라진다. 그것은 그 작품의 외부에 존재하는 장르의 계보에 의해 형성된 독해법이며, 이러한 고맥락적 코드는 결국 작품의 논리적 인과관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며 소설적 개연성이 아니라 장르적 개연성을 만들어 낸다. 단어의 맥락을 읽어낼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서사이지만, 장르 안에 소속되었기 때문에 사전에 합의한 외부 구조에 의해 서사의 인과가 개연성 있게 독해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웹소설의 코드는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두 가지의 세분화된 코드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서사를 창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서사와 서사 사이를 교차하며 만들어진 장르적 코드이며, 또 하나는 서사를 소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서사 바깥의 사회적 맥락에서 만들어 낸 사회-부족적 코드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웹소설 독자들은 일반 대중으로 부르기엔 마니아(Mania)적 행태를 보인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주요 이슈 작품들의 경우에는 판타지, 현대판타지, 무협,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등 거대 장르의 맥락보다도 더욱 개별 작품을 소비하는 고유한 컬트 문화와 그 소비자가 과대표되고 부상하며 부족적 코드가 더욱 강화되었다.



결국 웹소설이란 출판콘텐츠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안에는 이러한 부족적 코드를 만들어 내는 팬덤의 멘탈리티, 그리고 장르적 개연성을 만들어 내는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웹소설 원작의 웹툰을 만든다는 것은 콘텐츠 내부에 녹아 있는 장르적 코드와 부족적 코드를 포착하고, 그것을 섬세하게 구분하여 해체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대중이 좋아하냐-좋아하지 않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그것이 대중에게 통용되는 서사일 것인지의 개연적 맥락부터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웹툰 시장에 나오는 수많은 웹툰 원작 웹소설들은 이러한 전환 작업을 어느 정도로 구현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구현의 결과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장르적 세계에 주목하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0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웹소설 원작 웹툰 저작물에 대한 통계가 나온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웹소설 원작 웹툰을 감상한 경우는 전체의 32.2%인데, 해당 응답자들은 약 72% 이상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웹소설의 웹툰화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염두할 점은, 이러한 응답은 아주 작은 웹소설 독자 중에서도 약 32.2%에 불과한 독자들만이 내 놓은 감상이라는 점이다. 웹소설 독자보다 웹툰 독자가 몇 배나 크고, 웹툰이 훨씬 대중적인 콘텐츠라는 것을 감안할 때, 웹소설 독자에게 웹소설 원작의 웹툰은 굳이 넘어가서 소비할 만큼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 아님을 시사한다. 실제로 시장의 한편에서는 점차 웹소설 원작 웹툰의 내용이 너무 비슷하고 천편일률적이며 내용도 너무 유치해서 보기 싫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이 이루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대표적으로 현재 웹툰 작업이 대부분 스튜디오 단위에서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진행되며, 산업 구조 속에서 안전하게 작품을 진행하려는 보수적 움직임 때문이다. 웹소설은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50편에서 250편 내외의 분량을 최소분량으로 하여 연재된다. 작품 특성상 500편을 훌쩍 넘기는 작품들도 많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작품의 웹툰화를 진행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선 5년에서 10년 가까운 장기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인데 해당 작품을 그리기 위한 수많은 재료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당연히 해당 인력이나 소재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특정 장르나 특정 서사의 구조에 특화된 스튜디오들이 많아지고, 결국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슷한 작품들을 내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 웹툰화 작업이 유행처럼 시작되면서 비슷한 시기의 작품들이 웹툰화가 결정된 것도 이러한 상황에 기여했다. 웹소설은 앞서 말했듯 고맥락의 장르이고, 이러한 맥락들이 교차되는 탓에 동시대의 작품들은 비슷한 서사 구조나 코드 맥락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작품들은 빠르게 소비되고 휘발되었기 때문에 패션으로서 의미가 있었으나 웹툰화는 그것의 소비 속도를 1/10로 연장하고 끊임없이 늘이는 지연 작업이니만큼, 연재를 지속하는 동안 해당 장르적 클리셰들은 낡고 오래된 것으로 쉽게 변화하고 만다. 장르적 코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동시대 사회-부족적 맥락은 더욱 그러하다. 인터넷 밈을 이용한 대중문화 광고들이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늦게 농담을 던지는 부장님 개그 정도로 낡아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드는 작업이 단순히 웹소설의 서사를 웹툰이라는 매체 위로 얹는 것이 아니라 웹소설이라는 세계를 소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 정서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매개의 과정임을 이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전환된 웹툰은 단순히 웹툰이라는 개별 작품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웹소설 텍스트라는 제한된 구조 속에서 소비되던 세계를 확장하고 해당 콘텐츠의 지평을 하나의 우주로 넓히는 확장물이 된다. 이를테면 기존의 <화산귀환>이 단순히 한 편의 웹소설이었다면 웹툰화를 거듭한 순간 <화산귀환>은 두 개 이상의 매체를 전환하며 다양한 변용을 통해 공통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거대한 세계로 확장되었고, 그 순간 <화산귀환>은 하나의 세계이자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 인기 있는 서사를 그저 서사로 남겨 두는 것이 작업이 아니다. 이것은 웹소설이라는 시공간, 세계관을 보다 넓은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오픈월드화하여 웹툰과 웹소설의 독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영역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서사나 코드를 벗어난다면 웹툰화할 수 있는 웹소설의 폭은 넓어질 것이며, 작품들의 형식이나 장르도 보다 다양화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웹소설을 천편일률적인 작품이 반복되는 공간으로 보지만 그것은 횡적으로 나열된 대표작들을 바라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종적으로, 그리고 플랫폼의 조금 더 깊숙한 곳까지 살펴보면 우수하고 뛰어난, 그러면서도 다양한 실험적 정신으로 창작된 수많은 웹소설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작품들까지 다양한 출구로 웹툰화가 될 때 웹소설 원작 웹툰은 웹소설과 웹툰이라는 제한을 넘어 수많은 변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웹소설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잠시 유행하고 소비되었던 단순 텍스트를 떠나 시대를 넘나들며 가치를 평가받는 세계 그 자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필진이미지

이융희

작가, 문화연구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 조교수, 장르 비평 동인 텍스트릿(textreet) 팀장
「마왕성 앞 무기점」 출간, 주요 논저 「디지털 매체 기반 장르문학 연구의 가능성: 웹소설 연구를 위한 제언」, 「한국 게임판타지 장르의 미시사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