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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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미디어리터러시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은 장르 중 하나인 웹툰. 웹툰의 창작과 수용을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으로 살펴봅니다.

2022-11-11 정형근

웹툰(Webtoon)과 미디어리터러시(media-lite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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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가 변화시킨 삶의 양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두었고, 온라인으로 업무를 보거나 만났다. 만남의 양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또 비대면 접촉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웹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만화·웹툰의 이용 비율이 코로나19 이전보다 24.7%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웹툰을 유료로 결제한 경우도 늘어나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가 1538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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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 전-발생 후 장르별 이용량 변화율 (출처_한국콘텐츠진흥원)

 

이제 웹툰은 만화방과 같은 특정 장소에서 열혈 팬들이 소비하는 장르가 아니며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장르 중의 하나가 되었다. 더구나 인기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것을 보면 이제 웹툰을 특정 선호층만 보는 지엽적인 장르로 간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웹툰 <지옥>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드라마로 제작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제 웹툰은 복잡하고 어려운 사상이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주는 보조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의 원천이 되기도 했으며, K-POP과 더불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웹툰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대중적 인기를 얻었을까? 크게 보면 웹툰은 언어와 회화가 종합된 예술 장르이다. 쉽게 말하면 문자와 그림을 결합하여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장르이다. 웹툰은 언어로 생각이나 느낌을 전하는 점에서 문학과 닮아 있으며, ··면을 통해 생각이나 느낌을 전하는 점에서 회화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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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웹툰의 언어는 문학의 언어에 비해 짧고 간결하다. 특히 서사적 특징을 가진 소설과 희곡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그렇다. 시의 언어는 웹툰 이상으로 간결하지만 운율이 두드러지고 비유와 상징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함축적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웹툰은 간결한 틀로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과장, 해학, 풍자 등을 두드러지게 사용한다.

웹툰의 간결성은 회화적인 측면에도 적용된다. 웹툰에 그려진 인물이나 도구, 풍경 등은 회화처럼 세세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그려진다. 또 칸 각각이 장면의 역할을 하고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면서 이야기(내용)를 만들어 내는 것이 회화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볼 때 웹툰의 문학적이고 회화적인 특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는 사람들이 미디어에 접근, 분석, 평가, 제작, 행동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웹툰을 살피는 것은 웹툰이 가진 문학적이고 회화적인 특징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포함한다.

특히 웹툰이 가지고 있는 과장되고 해학적인 특성은 웹툰을 다른 장르와 구별되게 하는 변별적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에서도 과장, 해학이 두드러진 작품들이 있긴 하지만 과장과 해학이 문학이나 영화라는 장르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웹툰은 짧고 간결한 형식 안에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다 보니 어떤 인물이나 사물의 특성을 확연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과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부 웹툰에서 보이는 특정 신체 부분에 대한 지나친 과장은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너무 과장되거나 사실적인 행동의 표현은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이용 가능한 작품을 창작할 경우에는 특히 이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작품을 재미나게 이끌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짧은 시간에 독자가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웹툰의 미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지나치게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특정 인물, 지역, 계층 등이 부정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독자가 현장감과 사실성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 사건이나 현장을 다루면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과장과 해학이 지나친 경우 특정 지역이나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조장한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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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창작과 수용에 있어서 리터러시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웹툰이 이제는 더는 지엽적인 장르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앞으로 웹툰은 영화와 드라마에 뒤지지 않은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웹툰을 향유하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웹툰 창작도 늘 것이다. 하지만 웹툰이 점차 영광을 누리면 누릴수록 그에 따른 웹툰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요구 또한 그만큼 강하게 분출될 것이다.

이제 웹툰은 전자 매체의 화면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확장될 것이다. 이미 소설가 현덕이 창작한 <경칩>이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만화가 오세영 작가가 그린 <경칩>현대문학감상이라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바 있다. 더욱이 2025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교육과정에는 미디어영역이 추가되었으며, 진로 선택 및 융합 선택 과목으로 문학과 영상’, ‘매체와 의사소통등의 과목이 신설될 예정이다. 또 스마트기기의 보급과 자유발행제의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교과서가 책자가 아닌 피디에프(pdf)의 형식으로 제공될 것이다. 이에 따라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웹툰이 문자로 이루어져 있던 교과서의 본문을 대체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모든 문학 작품이 교과서에 실릴 수도 실릴 필요도 없듯이, 모든 웹툰이 교과서에 실릴 것을 예상하고 창작될 필요는 없다. 다만 이제는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메인 장르의 하나로써 웹툰도 대중문화의 조성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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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는 정전이 될 만한 본보기가 될 만한 작품이 실린다. 본보기가 될 만한 작품이 모두 예술성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예술성의 문제를 떠나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나 정서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보편적 정서나 가치는 당시의 시대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여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웹툰이 보편적 가치나 정서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찌 보면 예술가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개성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일면 개성과 보편성은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사람들의 동의를 얻게 되면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고, 보편성을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시할 경우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웹툰 작품이 창작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세계관을 품은 웹툰 작품은 웹툰의 지경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창작된 작품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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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정원여자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