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가 되기 위한 역량 알아보기
△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잡페어 행사 모습
웹툰 전성시대가 왔다
그 어느 때보다도 웹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만화·웹툰 관련 학과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고 20:1, 30:1 정도로 높은 입시 경쟁률을 기록하는 학교들도 보인다. 에이전시, 스튜디오 등 웹툰 관련 기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진행되었던 순천, 부천, 대전 대학만화웹툰 잡페어 행사에서는 약 30여 개 기업, 2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뤘다. 바야흐로 웹툰의 전성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2015년을 전후로 한 유료화 비즈니스모델의 성공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블코믹스의 등장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웹툰시장은 콘텐츠 산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만화 그려서 뭐 먹고 살래?’는 옛말이 되었다.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지망생은 물론이고 웹툰 작가가 되고 싶지만 미래와 비전을 위해 다른 진로를 택했던 지망생들도 웹툰 산업의 비전과 가능성을 보고 웹툰 작가 및 취업을 위해 웹툰 생태계로 뛰어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웹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 시점에서 많이들 궁금해할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역량과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작가 중심에서 스튜디오 중심으로
먼저 변화되고 있는 제작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년을 전후로 웹툰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제작 방식의 변화가 생겼다. 카카오 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네이버의 미리보기 시스템 등을 통한 유료화 모델의 성공으로 일반 독자와 유료 독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며 다음 화가 궁금한 작품을 결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말 그대로 재미있는 작품이 높은 매출을 올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노블코믹스와 맞아 떨어지며 웹소설 독자들을 웹툰으로 끌고 와 높은 매출을 보장하게 된다. 웹소설 원작의 노블코믹스는 오리지널 웹툰과는 달리 인기 궤도에 올라가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무리 재미있는 작품이라도 입소문이 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오리지널 웹툰과 달리, 노블코믹스는 원작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팬덤이 작품 론칭과 동시에 높은 조회 수를 보장한다. 적당하게 잘 만들어진 노블코믹스는 팬덤을 중심으로 높은 매출을 올린다. 웹툰 플랫폼은 다양한 프로모션 이벤트를 통해 웹툰 코인을 할인하거나 더 얹어 주는 방식으로 결제를 유도한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블코믹스는 론칭 하루 만에 작품의 성패를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즉각적이다.
△ <내가 키운 S급들>, seri&비완&근서(출처_네이버웹툰)
네이버 코믹스에서 누적 1600만 뷰를 기록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 노블코믹스 <내가 키운 S급들>은 공개 하루 만에 매출 1억 원을 돌파하여 화제가 되었다. 높은 매출을 보장하는 노블코믹스의 정착과 인기 웹소설 조회 수와 팬덤 수를 바탕으로 한 매출을 통해 작품의 매출을 대략적으로 예측 가능해졌고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를 바탕으로 웹툰 에이전시와 스튜디오가 대거 등장하며 웹툰 춘추전국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인 웹툰 작가들의 원고료가 한 달에 200~250만 원 수준이지만 노블코믹스 제작비는 한 달에 약 1,000만 원 전후가 소요된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 줘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블코믹스는 과거 웹툰 작가들의 제작 형태처럼 메인 작가가 스토리와 작화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채색, 편집 등 보조적인 부분을 어시스턴트가 담당하는 시스템을 더욱 세분화하여 각색, 콘티, 스케치, 펜터치, 채색, 후보정, 편집 과정으로 인력을 분류하여 제작한다. 규모가 큰 스튜디오의 경우 보조 스케치, 보조 펜터치, 밑색 채색, 명암 채색, 이펙트 및 후보정 등으로 세부 분류하여 작업하기도 한다.
웹툰 3대 역량
웹툰의 3대 요소로 흔히 그림·연출·스토리를 꼽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웹툰은 대부분 혼자서 작업하거나 메인 작가가 일부 어시스턴트를 두고 보조 작업에 대한 도움을 얻는 형태였다. 때문에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그림, 스토리, 연출에 대한 역량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어야 제작이 가능했다. 현재는 스튜디오 중심의 노블코믹스가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판도가 바뀌었지만 어찌됐건 웹툰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그림, 스토리, 연출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먼저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량으로 대부분 그림(작화)을 꼽는다. 결국 웹툰은 그림으로 표현되고 완성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웹툰 작가를 지망한다면 거의 대부분은 그림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고, 해야 한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해가 갈수록 신입생들의 작화 역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웹툰 지원사업과 교육 사업이 늘어가며 중고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지원사업인 ‘웹툰창작체험관’, ‘웹툰캠퍼스’ 등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액정태블릿을 접하고 클립스튜디오나 포토샵을 사용해 보는 등 디지털 프로그램을 활용한 웹툰 제작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그 외 청소년문화센터 등에서도 웹툰 교육을 적극 도입하는 등 다양한 기관에서 웹툰 교육 및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액정태블릿의 보급화 또한 학생 역량 상승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패드 등 태블릿 기기의 보급화와 휴이온, 보스토 등 중저가형 액정태블릿 브랜드의 정착 등으로 과거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액정태블릿을 보유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자신의 작품을 SNS나 커뮤니티에 올리며 실력을 향상시키는 경우도 많다. 과거 ‘다이나믹 액션 드로잉’ 등 번역되지 않은 해외 서적을 통해 인체를 공부했던 것과 달리 웹툰 작화에 적합한 드로잉 서적도 많아졌다. 유튜브, 클래스101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강의도 많다. 회화 베이스의 크로키 교육과 달리 웹툰에 적합한 인체 도형화 등의 드로잉 교육도 많이 생겨났다. 인체를 그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높아지는 웹툰 산업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웹툰 작화를 공부할 수 있는 매체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정교화되고 있다.
두 번째로 지망생들이 어려워하는 연출이 있다. 그림은 대다수의 매체에서 많이 알려주지만 연출에 대한 교육은 많지 않다. 웹툰은 각각의 그림이 연속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매체인데, 연속성이라는 것은 연출과 맞닿아 있다. 안수철의 ‘만화연출 나도 할 수 있다’와 같은 만화연출 서적은 그간 웹툰 지망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오래된 서적이기도 하고 출판과 웹이라는 매체 차이로 인해 적용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만화·웹툰을 만들어 온 작가들은 연출을 도제 시스템 안에서 스승에게 배우거나 영화연출이론을 근간으로 배워 왔다. 웹툰 연출에 대한 서적이 일부 있지만 대다수가 롱쇼트(shot), 클로즈업, 하이 로우앵글 등 거리와 각도에 따른 쇼트(shot)의 구분, 음영, 색채에 따른 차이, 구도와 투시 등 원론적인 이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내가 그린 장면 다음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인가?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장면연출 응용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고 지망생들도 이 지점을 어려워한다. 연출에 해답은 없지만 180도 법칙, 30도 법칙, 설정 쇼트와 인서트 쇼트의 활용, 풀 쇼트-바스트 쇼트-오버 더 숄더 쇼트(혹은 오버 더 숄더 쇼트-바스트 쇼트-클로즈업)로 이어지는 대화 장면의 구성, 리버스 앵글 쇼트의 활용 등 일반적인 상황에서 많이 사용되는 연출원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지망생들의 역량이 그림에 몰려 있는 만큼 각색, 콘티 작가의 수요가 부족하다. 연출역량을 잘 이끌어 내면 웹툰 시장이 요구하는 좋은 작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는 누구나 다 어려워하는 역량이라 볼 수 있겠다. 기성 작가들도 더 좋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스튜디오 중심의 제작형태가 정착되면서 웹소설 원작을 각색하여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스토리 중심 역량을 덜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작가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기 위해서는 스토리 역량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널드 B. 토비야스의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무가지 플롯>,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 등 스토리에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읽어 보고 작품을 분석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겠다. 이후 다양한 작품을 습작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면 콘텐츠 산업에서 언제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 중심의 노블코믹스를 각색하여 글콘티(대본)로 제작하는 것 또한 스토리 능력이라 볼 수 있다. 현재 각색 작가들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므로 원작에 대한 이해와 각색능력을 갖춘다면 어디서나 환영받을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