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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원 시대를 꿈꾸는 웹툰 교육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로서 빠르게 성장한 K-웹툰. 웹툰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웹툰 교육에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2022-11-28 김정영

10조 원 시대를 꿈꾸는 웹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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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역사가 25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문화콘텐츠로 성장한 우리나라 웹툰은 지금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웹툰 산업 시장규모는 20212조 원 시장을 넘어 2022년 말에 4조 원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웹툰 산업이 이처럼 성장하는 데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했던 부분 중 하나가 작품이었다. 기존의 출판 만화 시대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들과 스토리 그리고 그림체들이 웹툰으로 창작되었고 독자들은 핸드폰 속 웹툰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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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독자들을 웹툰 공간으로 끌어들이는가? 크게 두 가지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접근성이다. 우리나라 핸드폰 보급률은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누구나 핸드폰을 지니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핸드폰은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원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그 핸드폰에서 가장 편하게 접근하면서 경제적으로 누릴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웹툰이다. 온라인 시대 디지털 문화에 최적화된 문화콘텐츠가 웹툰인 것이다. 두 번째는 작품성이다. 작품성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대중들을 만나는 콘텐츠는 재미와 감동이 작품성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재미와 감동은 웹툰 작가의 창작 역량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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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량을 지닌 웹툰 작가들을 주로 양성하고 체계적으로 배출하는 곳이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웹툰학과다. 우리나라 웹툰학과들은 새로운 디지털 문화산업인 웹툰의 미래 가치를 읽어 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 발 빠르게 학과명을 개편하고 교과과정을 만들었으며 산업계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입시전형을 웹툰 산업에 맞게 새롭게 만들었고 웹툰 세대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해 나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안정화시켜 나간 것이다. 모 대학교는 현재 웹툰 관련 학과 신입생을 200여 명 정도 선발 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엄청난 인력을 선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작업 없이 디지털 작업만으로도 대학교를 입학할 수 있는 웹툰 디지털 전형까지 만들어졌다. 이러한 우리나라 대학교의 다양한 노력들이 모아져 웹툰 산업 인력 양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보다 근래에 대학교에 웹툰 관련 학과 신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현상은 고등학교 교육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몇몇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기존 학과명을 바꾸며 웹툰 전공학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웹툰 산업계가 요구하는 웹툰 인력 수요를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학력 인구 감소에 기인한 영향도 크다. 2021학년도 기준으로 55만 명의 대학교 입학 정원 대비 수능 접수 인원이 50만 명 아래로 내려가면서 대학들은 정원 미달 사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 대학교에서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학과 미달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들은 일단 정원을 채우고 보자는 식으로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다는 웹툰 관련학과들을 경쟁적으로 개설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설이 아니라 내실이다. 최근 개설된 몇몇 학교의 학과들을 보면 제대로 된 교수진도 갖추지 못하거나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웹툰 대학교육계의 현실이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의 영향으로 각 대학교 웹툰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교육과정은 거의 비슷해졌다. 특히 웹툰 입시학원을 거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실력도 상향 평준화가 되어 가고 있다. 대학교 웹툰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웹툰 교육자 1세대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2015년 웹툰 입시 전형을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도전이었고, 주위의 우려도 함께 했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웹툰 관련 학과에서 실시하는 전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국내 3~4년제를 통틀어 웹툰 관련 학과를 살펴보면 40여 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입시생을 기준으로 보면 이제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미래 웹툰 산업계의 목표는 10조 원의 웹툰 시장이다. 산업계 규모에 맞는 대학교 웹툰 교육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업계와 함께 대학교 웹툰 교육에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네 가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간의 교과과정과 내용의 조율이다. 이미 고등학교에 웹툰학과가 있거나 개설을 준비 중인 학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더 나아가 웹툰만을 특성화한 고등학교도 개설 준비 중이다. 고등학교 웹툰학과의 교과과정을 보면 대학교와 유사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내용도 비슷하다. 이대로 간다면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을 대학교 웹툰학과에 들어가서 반복적으로 배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간의 교수자들이 만나 서로 교과과정을 들여다보고 교육내용과 깊이를 정하고 단계별 과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체계적이고 안정된 교과과정 속에서 우수한 웹툰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입시제도의 변화다. 현재 입시 실기 시험 방식은 칸 만화, 상황표현, 웹툰 그리기, 이미지 보드 등 수작업 형식으로 치르게 되어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오면 웹툰은 대부분 디지털 작업으로 제작한다. 이미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자연스러운 세대다. 이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려면 입시 학원을 다니거나 수작업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제도인가? 그래서 웹툰 디지털 전형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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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IP 창작과 시스템 창작에 적응하는 인재 양성이다. 근래에 대박을 친 작품들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면서 IP 창작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나 혼자 레벨업>이나 <재혼 황후>와 같은 작품들을 보면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릴 만한 슈퍼 IP로 성장하면서 수백억 원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작가는 고유의 IP를 창작하지 못하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웹툰 산업계에서 생존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

네 번째는 시스템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인력양성이다. 미래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창작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이미 이를 도입한 스튜디오나 CP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웹툰을 전공한 학생들이 모두 작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웹툰 산업계에서 필요한 인력은 작가뿐만이 아니다. 웹툰은 점점 분업화되어 가고 있으며, 관련 산업 인력의 필요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작가뿐 아니라 직업으로서 웹툰 산업계에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것이 대학교의 임무이기도 하다.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외에도 대학교와 웹툰 관련학과는 다양한 노력들을 선행해야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은 성장이 빠른 만큼 변화도 빠르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교에서는 웹툰 작가들을 양성하고 산업인력들을 배출하면서 웹툰 시장규모를 1조 원, 2조 원 성장시키는 데에 기여해 왔다. 친산업적인 대학교의 발 빠른 움직임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근래 디지털 문화콘텐츠 중에서도 웹툰은 변화 속도가 유난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은 한 발자국 더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교가 양적 성장을 해 왔다면 이제 질적 성장에 에너지를 모아 갈 때이다. 그래야 미래 우리나라 웹툰 10조 원, 글로벌 웹툰 100조 원 시대의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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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영

연성대학교 웹툰만화콘텐츠과 교수
문화기획자, 컨템퍼러리 아티스트